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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내가 뽑은 2013년 올해의 영화들 그리고 인상 깊었던 영화들

by 썬도그 2013.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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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는 거실에 모여서 TV 연말 시상식을 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올해는 TV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응답하라 1994 말고는 진득하게 본 드라마나 예능이 없습니다. 무한도전도 이젠 거의 보지 않고 내년에는 TV를 더 안 보게 될 듯 합니다. TV를 안 봐도 세상은 재미있는 것 투성이고 그걸 다 섭취하기에도 24시간은 모자릅니다. 

세상은 보고 읽고 들을 것으로 넘칩니다. TV 안 본다고 볼 낙이 없지는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TV를 멀리 했더니 영화가 다가오더군요. 돈이 드는 매체라서 자주 많이 볼 수 없긴 하지만 노력만 하면 쉽게 영화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상암동 영상자료원에 가면 무료로 많은 영화를 볼 수 있고 조조나 신용카드 할인을 이용하면 1천 원에 개봉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수 많은 시사회 정보를 귀담아 듣고 있다가 응모를 해서 남들 보다 먼저 영화를 볼 수도 있습니다. 많은 영화를 봤습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시작으로 <용의자>까지 총 62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이 62편에는 오래 된 영화도 다수 포함 되어 있습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만 추려보면 대략 50여편이 되네요. 한 달에 4편, 1주일에 1편씩 봤습니다. 많다면 많지만 영화 매니아로 불릴 정도라면 좀 더 늘어야하고 2014년에는 될지는 모르겠지만 50편 이상의 영화를 꼭 보고 싶네요. 그럼 제가 본 영화 중에 올해의 영화를 선정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은밀하게 위대하게>, <관상>, <7번방의 선물>은 보지 않았습니다. 기획 영화 느낌이 강한 영화는 그냥 보고 싶지 않아서 보지 않았습니다. 제 영화 취향과도 맞지 않아서 보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2013년 썬도그 영화제

참으로 거창하네요. 좀 뻘줌해도 해볼렵니다. 
올해는 한국, 외국 영화 TOP3를 선정하고 각 부분별로 상도 줘볼까 합니다. 작품성은 떨어지지만 유의미한 영화들이 꽤 있거든요.  그런 영화를 퍼 담아 보겠습니다. 

 

 

내가 뽑은 올해의 한국 영화 TOP3

2013/01/24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구분조차 부끄러워졌던 영화 '나비와 바다' 

2013/02/01 베를린, 기시감 가득한 액션과 스토리, 재미는 있지만 카타르시스는 없다

2013/03/11 가식과 욕망의 세상을 희극으로 묘사한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2013/03/29 지슬, 2시간짜리 제주4.3사건 원령들을 위한 장례식

2013/05/01 어리숙 하지만 여행의 소소한 재미가 있는 '내가 고백을 하면'

  1. 2013/07/07 깔끔하고 기교 없는 돌직구 같은 영화 '감시자들' (9)

  2. 2013/10/12 '롤러코스터'는 제목도 내용도 재미도 롤러코스터
  3. 2013/11/16 정우 때문에 본 붉은가족, 김유미에 반한 가족에 관한 묵직한 영화
  4. 2013/11/20 100억을 써서 표현력은 좋으나 맹랑한 스토리가 모두 망쳐버린 영화 감기


  5. 2013/11/26 선한 악인과 악한 선인 사이의 갈등을 담은 영화 신세계

    2013/11/28
     사이비, 가짜와 진짜가 혼재된 세상에 피어나는 맹목의 꽃 
    1. 2013/12/16 예능 런닝맨보다 못한 짜임새에 무조건 달리기만 하는 런닝맨

      2013/12/21 영화 변호인, 몰상식이 상식인 시대를 고발 한 영화
    2. 2013/12/27 용의자, 직선만 있고 곡선은 없었던 최강 액션 활극

     

    약 21편의 영화를 봤고 이 중에서 3작품만 빼고 모두 영화관에서 봤습니다.
    이 21편 중에서 3편을 고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눈에 확 띄는 수작이 많지 않았습니다. 언제 신랄하게 이런 한국 영화의 요즘 맥아리 없는 모습을 비판할 생각입니다. 크게 와닿지도 그렇다고 아주 재미 없지도 않은 기성품 같은 기획영화가 점령한 한국 영화계는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마치,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표준화 된 맛에 취한 관객들이 무려
    2억 명이 넘었습니다. 

    기성품 같은 기획 영화가 한국 영화를 지배하다 보니 재미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환호성을 지를 만한 뛰어난 작품들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기성품 같지 않는 영화들이 꽤 있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창의적인 영화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뚝심있게 담는 스타일을 좋아하는데요. 그런 영화들이 올해도 있었습니다. 딱 3작품만 선정한다면 저는 이 3작품을 선정하겠습니다.

 

3위.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

 

잊혀진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되는 제주 4.3사건을 담은 영화입니다. 한국 전쟁은 이념 전쟁이었고 이 이념 전쟁은 제주도에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제주도 사람들이 육지 것들 하면서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유가 바로 이 4.3 사건 때문입니다. 순박한 마을에 살던 사람들을 모두 빨갱이라고 명명하고 빨갱이 소탕을 한다면서 애먼 제주도민들까지 싸그리 학살했던 사건인 4.3사건은 아직도 그 생채기가 남아 있습니다. 


전후 세대들인 제주도민들조차 자세히 잘 모르는 이 이야기를 오멸 감독은 용기있게도 다시 꺼내 들었고 우리에게 그 이야기를 다시 들려 주었습니다. 참으로 잔혹스러운 장면과 함께 동굴에서 지슬(감자)를 까먹으면서 농담을 주고 받는 순박한 제주도민의 모습이 명과 암과 명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2시간 짜리 장례식 같았던 영화 지슬.  역사를 왜곡하고 잊으라고 강요하는 권력자들이 현재의 세상을 이끄는 이 더러운 시대에 우리가 꼭 목도 해야 할 영화입니다.

 

 

2위 설국열차

 

2013년 키워드 중의 하나가 '갑과 을'입니다. 점점 계급 사회로 치달리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 같은 한국, 이런 한국의 계급 사회 아니 전 세계의 자본주의가 향하고 있는 점점 또렷해지는 계급사회를 풍자한 영화가 바로 '설국열차'입니다. 어제 원작 만화를 살짝 봤는데 세계관만 비슷할 뿐 안의 내용은 크게 다릅니다. 인물도 거의 다 재창조 했더군요. 

세계관이 탄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긴 했습니다. 분명,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죠. 그러나 그런 덜컹거림을 소음이 아닌 하나의 리듬으로 인식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아주 단순 명료하며 폐부를 뚫고 지나가는 힘이 있는 영화입니다.  먹고사니즘에 찌들어사는 우리에게 거대한 각성제 같은 영화라고 할까요? 계급이라는 칸에서 아웅다웅 사는 모습을 넘어서 벽을 뚫고 나가던지 전진을 하라고 귀뜸해 주고 있는 영화입니다. 꼬리칸에 사는 수 많은 사람들의 고통이 영화를 싣고 달렸고 우리는 이 설국열차를 통해서 우리의 현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현재를 넘어 인류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급이라는 거대한 굴레에 대한 정면 도전을 한 영화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이 아주 좋은 영화라서 2위에 올렸습니다. 

 

 

 

1위.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이 영화 하나만 가지고 1위를 준 것은 아닙니다. 이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전체에 대한 평가와 함께 1위로 선정했습니다. 영화 참 빨리 자주 만드는 감독 중 한 분인 홍상수 감독은 올해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과 <우리 선희>라는 2편의 영화를 개봉 했습니다. 두 영화 모두에서 홍상수 감독 영화의 특징인 위선과 반복, 일상이 가득 했습니다

저는 올해 처음으로 홍상수 감독 영화를 제대로 봤습니다. 
옥희의 영화를 보고 낄낄 거리면서 봤던 좋은 기억으로 봤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이 영화에서도 역시나 불륜은 난무하고 먹물들의 위선 가득한 모습에 실소가 저절로 나오더군요. 주인공들에게는 세상 모든 것을 걸 만한 고민들이지만 한발 떨어져서 보는 관객에게는 그 자체가 코메디입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하잖아요. 
딱, 그 말이 떠오르는 영화입니다.  속물 덩어리 해원과 또 다른 속물들이 뒤엉켜지는 모습에서 낄낄거림이 흘러 나옵니다. 그러나 한발 더 떨어져서 보면 그 모습이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닌 내 모습임을 발견하고 급 정색을 하게 되기도 하죠. 

홍상수 영화는 한 편만 봐도 전체를 다 본 듯하고 비슷하면서도 또 막상 보면 조금씩 다른 느낌을 주는 그 프렉탈 같은 영화들이 참 좋습니다. <우리 선희>도 재미있지만 전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을 더 추천합니다. 특히 술자리 장면은 크게 웃게 하네요. 

 

안 보기엔 너무나 매력적인  영화들 

3편을 선정했지만 그냥 넘기기엔 아쉬운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 영화들도 소개하겠습니다.

 

순전히 정우 때문에 본 영화 '붉은 가족' 너무 적은 개봉관 수에 짜증이 났지만 긴 시간을 달려서 볼만한 가치를 넘어선 영화입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간첩 가족을 통해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느껴보게 한 영화입니다. 아웅다웅 싸우는 콩가루 가족도 가족이기에 부러워하는 인공 가족인 붉은 가족의 피눈물이 담긴 영화입니다. 

 

인지부조화론자, 이 사람들은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진실을 왜곡 해석해서 듣습니다. 휴거가 일어난다고 집단 기도를 하던 광신도들은 정작 약속한 날 휴거가 일어나지 않자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늘의 신이 우리를 불쌍히 여겨서 세상을 멸망케 하지 않았다고 외칩니다. 그리고 다시 기도를 합니다.  

계속 진실을 말해도 인지부조화론자들은 그걸 왜곡하고 자기 합리화 재료로 활용할 뿐입니다. 영화 <사이비>는 이런 광신도들을 악인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악인이 선을 말하고 선한 자가 악을 행하는 이율 배반적인 구도 속에서 과연 우리 안의 선과 악에 대한 진중한 물음을 합니다. 선과 악의 경계와 어떻게 악이 세상을 물들이는지 우리는 또한 그 악에 어떻게 동조하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수 많은 악, 그 악에 동조하는 우리들의 비루함이 가득 담긴 영화입니다. 

이외에도 변호인도 있긴 하지만 워낙 많이 들 보시니 딱히 소개는 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뽑은 올해의 외국 영화들 TOP3


2013/01/12 클라우드 아틀라스,시공간을 뛰어넘는 교차편집이 약이되고 독이되다

  1. 2013/01/15 종교는 믿고 안 믿고의 문제라고 말하는 '라이프 오브 파이' (3)
  2. 2013/02/07 영화 사상 가장 화끈한 카 체이싱을 볼 수 있는 '다이하드5' 굿데이 투 다이 

    2013/02/16
     20번 이상 본 영화 러브레터, 또 다시 영화관에서 내 마음을 움직였다 (6)

    2013/02/28
     아름다운 잔혹동화, 영화 스토커, 박찬욱 감독의 뛰어난 미쟝센에 취하다
  3. 2013/03/09 제로 다크 서티, 빈라덴을 사살하기 까지의 10년을 가감없이 담은 영화 
  4. 2013/03/17 매튜 폭스의 열연이 돋보인 알렉스 크로스
  5. 2013/04/15 오빌리비언. SF 명작 영화를 흡수 통합한 볼만한 영화 
  6. 2013/04/23 '로마 위드 러브'는 벚꽃 길을 걷는 느낌의 영화. 달달함 그 자체이다
  7. 2013/04/27 에반게리온 큐, 이야기는 더 복잡해지고 액션은 어두워지다
  8. 2013/05/01 아이언맨3, 아이언맨 슈트를 벗은 토니 스타크 쇼! (4)
  9. 2013/05/21 하루 동안의 긴 주마등을 담은 잉마르 베리만의 '산딸기'
  10. 2013/05/23 위대한 개츠비, 영상은 위대했으나 원작을 평범한 불륜 드라마로 만들다 (1)
  11. 2013/06/01 스타트랙 다크니스는 커크 함장과 스팍의 우주 배경 버디 무비 (3)
  12. 2013/06/16 맨 오브 스틸, 강철만큼 강해진 스토리와 액션으로 최고의 슈퍼맨을 보여주다 (6)
  13. 2013/06/19 신파도 억지도 없는 짜임새 좋은 웰 메이드 코메디 영화 '로봇G' (3)
  14. 2013/06/21 월드워Z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공포를 모두 담은 스릴만점의 영화 (1)
  15. 2013/06/22 가부장 제도에서 태어난 괴물 김준평을 담은 피와 뼈 (5)
  16.  
  17. 2013/07/06 모니카를 통한 소년의 성장기 '모니카와의 여름' (1)
  18. 2013/07/14 에반게리온의 실사판 '퍼시픽 림' 영리한 메카닉 영화 (6)
  19. 2013/07/26 더 울버린, 스토리, 액션 모두 만족스럽지 않은 졸작 (5)
  20.  
  21. 2013/08/16 영상의 혁명을 보는 듯한 '언어의 정원' 감수성 폭발 애니

    2013/08/23 관객까지 완벽하게 속인 유쾌한 마술 영화 '나우 유 씨미(Now You See Me) 
  22. 2013/08/23 종교의 독선의 무서움을 담고 있는 영화 '화니와 알렉산더'
  23. 2013/08/27 신념에 대한 거룩한 이야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24. 2013/08/31 쓰러기지엔 너무나 긴 청춘에 대한 현실적인 보고서 '키즈 리턴'
  25. 2013/09/03 설국열차에 이은 또 다른 99%의 영화 엘리시움 (5)
  26.  
  27. 2013/09/18 F1경기의 재미와 뛰어난 연출력이 돋보였던 영화 '러시 : 더 라이벌' (2)
  28. 2013/10/09 칸트주의와 공리주의의 윤리적 딜레마를 진중하게 묻는 영화 프리즈너스
  29. 2013/10/22 몰입도 최강의 영화 그래비티, 관객, 평론계를 모두 사로 잡은 수작 (5)
  30. 2013/11/02 토르 다크월드 액션, 영상, 유머, 드라마 모두가 만족스러운 추천영화 (2)
  31.  
  32. 2013/12/04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 역사를 담백하게 담은 영화 '버틀러'
  33. 2013/12/25 그리움과 꿈에 대한 거대한 이야기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3)
  34. 2013/12/13 호빗2 스마우그의 폐허는 1편 보단 낫지만 빈약함은 여전한 실망스러운 영화 (13)

  35. 2013/12/26 엔더스 게임, 스토리는 흥미롭지만 액션은 실망스러운 영화 (6)
  36.  

대충 35편의 작품을 봤습니다. 이중에서도 예전 영화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 영화 보다 더 많이 봤네요.
한국 영화 보다는 작품 갯수도 많고 선정하기가 좀 더 어려웠습니다. 좋은 영화들이 꽤 많았던 한 해이기도 합니다. 

레미제라블 같은 경우는 2012년 연말에 봤던 영화라서 제외 했지만 꼭 TOP5안에 들어갈 영화였습니다. 연초부터 해외의 인기 명작 영화들이 많이 개봉 했는데요. '라이프 오브 파이'나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와 여름에는 슈퍼맨과 아이언맨과 거대 로봇 예거가 극장가를 휩쓸었습니다. 이 중에서 3편만 선정하겠습니다.


3위. 스토커

 

먼저 반성을 해야겠네요. 딱히, 올해 최고라고 할 만한 외국 영화가 없습니다. 추천할 만한 영화는 있긴 한데 작품성면에서는 미흡한 것들이 있어서 주저하게 되는데요. 딱히, 추천할 만한 영화가 떠오르지 않네요. 평론가들은 '라이프 오브 파이'를 강력 추천하고 좋아하던데요.분명 '라이프 오브 파이'는 좋은 영화이지만 저에게는 그냥 밍밍했어요. 뭔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지 못했고요. 또한, 해외 평이 좋은 영화들이 작게 개봉하는 덕분에 보시 못한 영화가 많네요. '홀리 모터스'나 '마스터' 같은 영화는 꼭 봐야 하는데요. 그걸 다 놓쳐버렸네요. 

그럼에도 뽑아 본다면 저는 3위로 스토커를 선정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나 연출력이 무척 좋기 때문입니다. 한 인격체는 주변의 여러 사람으로 부터 영향을 받아서 형성이 됩니다. 아빠, 엄마, 그리고 삼촌 등의 주변인들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성장을 하는데 영화 '스토커'는 그런 성장 과정을 핏빛으로 잘 담아냅니다. 

이야기 자체가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고 스토리에 대한 매력이 무척 떨어지지만 그걸 뛰어넘게 하는 미끈한 연출력이 돋보입니다. 몇몇 장면들은 과감하고 창의적입니다. 특히 갈대밭에서 갈색 머리로 넘어가는 화면 연출은 최고네요. 

 

 

2위. 그래비티

 

1만 3천원으로 즐긴 우주여행, 이 영화는 좀 애매합니다. 영화라고 하기엔 하나의 놀이기구를 탄 느낌이었거든요. 올해의 체험상이 있다면 이 영화가 받아야 합니다. 다만, 작품성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이 있습니다. 분명. 뛰어난 스토리이자 스토리텔링입니다.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만 복잡한 구성이 아닌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긴 합니다. 오히려 전 쓰잘덱 없는 이야기 다 잘라 버리고 한 사람에게 집중하고 한 우주 미아가 두 발로 서기까지의 과정이 참 좋았습니다. 

단순함이 뛰어난 그래비티, 주관적으로 2위에 올렸지만 객관적으로도 1,2위를 다툴 올해의 영화입니다. 

 

 

1위, 언어의 정원

 

올해의 외국 영화를 선정할 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작품성만 놓고보면 선정할 영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인기 좋았던 <맨 오브 스틸>이나 <퍼시픽 림>이 재미는 있지만 작품성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영화들은 밑에서 따로 상을 주려고요. 

작품성만 보자니 딱히, 선정할 수 없어서 좀 더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작품성을 넘어서 개인적인 즐거움과 취향을 좀 더 확장해서 보니 몇몇 영화가 보이네요. 그 영화중 하나가 <언어의 정원>입니다. 분명 이 영화는 작품성이 아주 뛰어난 영화는 아닌 작은 사랑 소품 영화입니다. 그러나 감히 말하지만 영상의 혁명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뛰어난 영상 미학이 제 동공을 더 활짝 열리게 했습니다. 얼마 전에 '한국 영상자료원'에서는 '신카이 마코토' 회고전이 있었고 <언어의 정원>을 보다 큰 스크린에서 봤습니다.

첫 장면이 또로르 흐르자 극장 안에는 작은 감탄사가 흘러 나왔습니다. 5분만 보면 이 영화가 얼마나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주는지 알 수 있습니다. DSLR로 촬영한 영상을 일일이 애니로 채색한 듯한 영상미는 이 영화에 흠뻑 빠지게 합니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못났냐? 그것도 아닙니다. 구두를 통해서 한 연인의 홀로서기가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46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이 아쉽긴 하지만 그 46분 안에 사랑의 떨림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정말 예쁜 영화입니다. 다만, 감수성이 풍부하지 않거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이 1위 선정이 탐탁지 않을 것 같네요. 그럼에도 과감하게 1위로 꼽습니다. 그 48분 내내 마음이 촉촉했거든요

 


각 부분별 시상식을 해보겠습니다. 

 

올해의 재개봉

 

러브레터

갈수록 재개봉하는 영화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제도 <화이>의 장준환 감독이 2003년 개봉작인 <지구를 지켜라> 10주년 기념으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다시 상영을 했는데 관객석이 꽉차서 서서 GV를 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인기에 제가 더 놀랐고 감독님도 행복해 했습니다. 아내 문소리도 함박 웃음을 짓던데요. 

이렇게 좋은 영화는 개봉 당시는 쫄딱 망해도 '주머니속의 송곳'처럼 언젠가는 다시 인정 받게 되어 있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재개봉하는 예전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러브레터>, <4월 이야기> 등의 재개봉작이 많았고 앞으로는 더 많아 질 듯 합니다. 분명히 예전 영화들 중에 명작들이 꽤 많았습니다. 새로운 세대들이 큰 영화관에서 예전 영화의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는데요 이것도 하나의 문화가 될 듯 합니다. 

올해의 재개봉으로 선정한 영화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빛 바래지지 않은 순백의 영화 '러브레터'입니다. 이 마력이 깃든 영화는 놀랍게도 보고 또 봐도 마치 처음 보는 그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 줍니다. 워낙 촘촘하고 미려한 스토리텔링과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나도 잘 담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 영화를 말하려면 앉아서 한 30분은 떠들어야 다 말했다고 할 정도로 할 이야기가 많은 영화입니다.

 

 

올해의 액션 영화


퍼시픽 림

갈수록 액션영화들이 진화를 하고 있습니다. <다크 나이트>같은 액션과 작품성을 두루 겸비한 영화는 올해 없었지만 그럼에도 준 <다크 나이트>급 영화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건물 파괴, 행성 파괴를 넘어서 이야기의 복잡성과 여러가지 철학적인 사유를 집어 넣은 액션 히어로물이 늘어서고 있습니다. 따라서, 액션 영화들을 허투로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좀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맨 오브 스틸>은 액션의 창의성이 무척 좋았습니다. 그냥 과감하게 건물을 뚫고 지나가는 등의 거침이 없습니다. 규모도 영상미도 꽤 좋았고요.  <아이언맨3>도 가장 뛰어난 스토리와 액션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공중 액션이나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장면 등은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수 많은 경쟁작이 있지만 과감하게 <퍼시픽 림>를 꼽았습니다.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별 내용도 없고요. 오로지 시각적 쾌감만은 이 영화를 따라올 수 없습니다. <그래비티>가 현실적인 시각적 충격이었다면 이 <퍼시픽 림>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미지를 제대로 구현 했습니다. 이래서 덕중에 최고는 양덕이라고 하잖아요. 에반게리온과 고질라 등을 섞어 놓은 <퍼시픽 림> 올해 최고의 액션을 선보였습니다. 

 

 

올해의 달콤 씁쓸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

원작의 힘이컸죠. 그리고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아주 훌륭했습니다. 캐리 멀리건의 청초한 외모도 좋았고요. 원작을 그런대로 충실히 담긴 했지만 아쉬움도 많았습니다. 원작의 느낌을 다 살리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이 영화는 몇달을 제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공포의 외인구단의 원형질 같은 사랑에 대한 집착과 파멸 그리고 순수함이 잘 담긴 영화입니다. 의상상 미술상등 화려함에 대한 상이란 상은 다 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여기에 최근에 푹 빠진 '라나 딜 레이'의 주제가인 Young and Beautiful도 올해의 주제가 상을 주고 싶네요

라나 딜 레이의 목소리 자체가 째즈시대의 끈적거리는 욕망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올해의 신인감독상

 

더 테러 라이브 

더 테러 라이브는 관객을 쥐락펴락 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폰 부스'같이 작은 공간에서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대단히 밀도 있게 그려지는데요. 이 능수능란함이 관객의 긴장감을 들었다 놓았다 합니다. 그렇다고 규모가 작은 영화도 아닙니다. 보여 줄 것은 확실히 보여주는데요. 다른 영화와 달리 보여줌이 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습니다. 딱 보여줄 것만 보여주면서 제작비를 아끼면서도 그 느낌은 거대함을 느끼게 해주죠.  방송과 방송 이면의 실제의 괴리감도 잘 드러내고 고발한 영화이기도 하죠. 

김병우 감독이라는 신인 감독의 연출력이 무척 좋았던 영화입니다. 

 

올해의 코메디 영화

남자 사용 설명서

코메디 영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전 슬랩스틱 영화나 B급 영화도 참 재미있게 보는데요. 점점 B급 코메디 영화나 패러디 영화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코메디 영화가 점점 사그라지는 시대에 보석 같은 영화를 봤습니다. 올 2월에 개봉 했지만 개봉 당시에는 그냥 그런 쓰레기 B급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클립 영상을 몇개 봤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뭔가 있다고 강력하게 느끼고 다운로드해서 봤습니다.
그리고 박장대소가 곳곳에서 터지네요. 감히, 말하지만 올해 최고의 코메디 영화입니다. 특히, 알몸 운전 장면이나 별로! 장면은 압권이네요.  B급 코메디물이지만 천박하지 않습니다. 정말 이런 영화가 그냥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배우들의 연기 특히 이시영과 오정세의 캐미는 올해 최고의 커플이 아닐까 할 정도로 대단하네요. B급 영화 좋아하지 않는 분들만 빼고 적극 추천합니다. 

 

 

 

올해 본 최고의 예전 영화

 

키즈 리턴

흘러간 영화 중에 못 본 영화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추천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으뜸은 '기타노 다케시'감독의 2000년 연출 작품인 <키즈 리턴>입니다. 감독 특유의 냉소가 가득하면서도 가끔 따스한 시선을 던져주는 이 영화는 청춘을 가장 적나라하고 현실적으로 담은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쓰라린 실패 후에 두 친구는 수업을 하고 있는 학교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묻습니다.  
우린 끝난 것일까?
아니!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쓰라린 현실 속에서 버둥거리는 청춘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영화입니다. 

 

 

올해의 배우상 '송강호'

 

이견이 없을 듯 하네요. 관상은 보지 못했지만, <설국열차>와 <변호인>의 송강호를 보면 이 배우에게 올해의 배우상을 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변호인에서의 사자후는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송강호가 소리 지르고 하는 장면을 본 적도 없지만 그 사자후에서 핏발이 잔뜩 선 눈빛에 마음이 뻥 뚫려버리네요.  이 뻥 뚫림은 시원함도 있지만 허전함도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에 없다는 생각에 그 뚫린 가슴을 안고 울먹이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송강호였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였기에 후덕하고 다정다감한 모습과 동시에 절대권력 앞에서는 사자후의 꾸짖음을 할 수 있었죠. 

이런 사람 또 있을까요? 이런 배우 또 있을까요? 이런 대통령 또 나올까요?  송강호라는 배우에게 큰 감사를 드립니다. 

 

유치하지만 내 주관에서 나온 시상식입니다. 2014년에는 좀 더 많은 영화들 특히 작품성이 좋다는 영화를 더 많이 쫒아 다녀야겠다는 반성과 함께 조촐한 영화제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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