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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집으로 가는 길은 몸은 멀어졌지만 마음은 더 가까이 하는 진짜 가족을 담은 영화

by 썬도그 2013.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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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그러니까 10년 전 한 한국인 여성이 이억만리 프랑스 교도소에서 큰 고초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방송이 추적 60분에 나옵니다. 저는 이 방송 보지는 못했고 대충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방송이 나간 후에 인터넷에서의 넷심은 분노의 목소리로 가득 했습니다. 저는 이 분노심을 우연찮게 듣게 되었으니 그냥 그렇게 흘러 보냈습니다.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한 한국인 여성이 외통부의 무심함 속에 큰 고통을 당했다는 테두리만 전해 들었습니다. 거의 잘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시사회를 봤습니다.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본 '집으로 가는 길'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2004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약점은 이 실화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영화 내용을 이미 다 알고 보기 때문에 스토리가 주는 감동이나 놀라움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실화를 알면서도 재미 있게 볼 수 있는 영화도 있지만 실화를 제대로 재현하지 못하면 오히려 욕을 먹습니다. 그래서 실화를 재현 하기 보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들이 대부분이죠.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영화도 실화를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재구성을 한 즉 영화적인 허구가 꽤 들어가 있는 영화입니다.  아무튼 실화의 내용을 다 알고 보는 관객에게는 집으로 가는 길은 그 반응성이 좀 무딜 것입니다. 

그러나 실화 내용을 잘 모르는 관객에게는 이 스토리가 주는 힘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다행스럽게(?)도 사건의 테두리는 알고 있었지만 그 속 사정을 제대로 알지 않은 상태에서 봤습니다. 영화가 시작 되면 정연(전도연 분)과 종배(고수 분) 부부가 빚보증을 잘못서서 큰 고초를 받는 부분이 나옵니다.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사는 소시민이자 서민인 이 부부는 어린 딸을 키우는데만 열중입니다. 그런데 이 선량한 부부에게 검은 구름이 끼기 시작 합니다. 

평생을 착하게 살아도 세상은 착하게 산다고 상을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무지함을 벌하려는지 잘못된 빚보증으로 무려 2억원이라는 큰 돈을 갚아야 되는 고통을 고스란히 받게 됩니다. 집은 압류되고 엄동설한에  지하 셋방으로 이사해서 악착 같이 벌어서 평온한 삶을 이어가려고 하지만 빚의 무게로 숨을 쉴 수가 없게 됩니다. 이때 종배의 아는 후배가 달콤한 제안을 합니다. 수리남에서 온 원석을 들고 배달 일만 하면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받게 됩니다

원석을 반출하다가 공학에서 걸리면 세금을 물면 그만이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종배 몰래 아내 정연은 프랑스로 그 원석을 배달을 하다가 걸립니다. 그리고 그 원석이라고 믿었던 그 가방안에서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코카인이 나옵니다. 마약 운반 현행범으로 프랑스 오릴리 공항에서 체포 됩니다. 


딱한 사정이야 어쩔 수 없지만 원석 운반이라고 해도 원석 운반을 하고 400만 원을 받는 그 자체도 큰 범죄이기 때문에 영화가 시작 한 후 감옥에 갖히기까지의 주인공 정연에 큰 측은지심은 생기지 않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범죄임을 알면서 행한 행동까지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영화 초반은 그냥 팔짱끼고 봤습니다. 전혀 감정이입이 안 되고 오히려 범죄인을 미화 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저의 심드렁함을 무너트리는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가족애입니다. 
주인공 정연 종배 부부의 애틋하고 처절한 가족 사랑은 저를 봄 눈 녹이듯 녹여 버리네요. 네! 죄를 미화시키거나 포장하거나 측은지심으로 포장할 수는 없습니다. 영화는 그런 관점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정연의 죄는 빚을 갚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관객에게 되묻지도 않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철저하게 가족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풀어갑니다. 


가족간의 사랑이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디시 한 번 말하지만 전도연이 연기한 정연은 큰 범죄를 저지른 범죄인이고 국가 망신을 시킨 범죄자입니다. 
때문에 영화 초반에는 관객들이 이 정연에게 마음을 열어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종배와 딸 혜린과 엄마 정연 사이에 고래 힘줄 보다 질긴 가족의 연은 관객들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내게 합니다. 

가족을 위하는 행동이었지만 그 수단과 과정은 큰 죄이기 때문에 그 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정연은 자신이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다만,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죄에 대한 대가를 치루고 한국에 있는 가족과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에는 여러 바리케이트가 산재 하게 됩니다. 


정연은 마약 수송을 했던 프랑스령의 카리브해의 섬에 수감 되게 되고 통역이 없어서 많은 고충을 당합니다. 단순 가담을 했기 때문에 짧게 형기를 살고 나올 줄 알았던 정연은 프랑스 한국 대사관의 도움은 커녕 멸시를 받게 되면서 그 카리브해의 교도소에서 심한 고초를 당합니다. 


집으로 가는 길의 악당은 '프랑스 한국 대사관 영사'

어떻게 보면 악인은 정연일 수 있습니다. 그녀는 이유야 어쨌건 범죄자이니까요. 그러나 영화는 정연을 범죄자라는 사실을 숨기지는 않지만 범죄자이지만 한 아이의 어머니이자 아내의 시선으로 담습니다. '단순 가담'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죄를 지은 주부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서는 선한 여자로 그려집니다.  뭐 선하고 악하고는 어떻게 보면 이 영화에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때로는 누군가에게 악인이 되고 때로는 선인이 되니까요. 

다만, 정연은 범죄자이기도 하지만 어린 딸 아이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수시로 상기 시킵니다. 이 시선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데요. 이 시선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마음을 풀어줍니다. "죄는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대한민국에 딸을 두고 있는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 엄마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어야 좀 더 기구한 운명을 도드라지게 할 수 있는데 그 악당이 바로 공권력입니다. 공권력은 한,불 합동으로 나옵니다. 헬 보이로 불리우는 프랑스 여교도관과 함께 정연과 종배의 부탁과 사정을 범죄자 주제에!라는 고압적인 자세로 대하는 프랑스 영사와 영사관 직원입니다.  실제 사건에서도 이 프랑스 영사관의 미숙한 서류 처리로 인해 안 해도 될 옥살이를 1년이나 더 하게 됩니다. 

분명, 나라 망신을 시킨 가정주부이지만 그녀도 한국 국민입니다. 
한국에서 사람을 죽이고도 재판도 제대로 하지 않고 미국으로 도망가게 해주는 미국처럼은 하지 말아야 하지만 적어도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 외교부와 해외 영사관이나 대사관이 할 일 아닙니까? 그러나 한국 외교통상부의 명성 답게 아주 고압적인 자세로 사건을 처리합니다. 이런 한국 외교관들의 자국민에 대한 미흡한 대처는 이 사건 뿐이 아닙니다. 탈북한 국군 포로가 중국 영사관인가에 전화를 하자 귀찮다는 듯이 잡상인 취급하며 전화를 끊어 버리는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꽤 많았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큰 울분이 터저 나오더군요. 
사람이란 자신의 경험과 영화 속 이야기가 비슷하면 동기화를 시키고 공감을 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가나 한 번 이상은 대한민국 공무원에게 분통이 터진 일이 있었을 것입니다. 저 또한, 느린 처리와 무성의 한 처리 때문에 분통이 터진 일이 있었습니다. 민원 신고를 했는데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일관 해서 제가 민원 신고에 불만 처리를 했더니 다시 전화를 해서 불만 처리를 했다고 짜증내 하며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전달하더니 전화를 끊어 버리더군요.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물론, 친절한 공무원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한 집단을 도매급으로 매도하는 일이 참 많습니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이 반추 되니 영화 초반에 가졌던 단단한 거부감은 사라지고 적극적으로 정연의 불편부당함에 동조하게 됩니다. 


공권력의 폭력에 짖밟히는 한 서민 가정의 모습을 가족애로 승화 시키다

가장 슬펐던 장면은 카리브해에 서 있던 전도연의 모습입니다. 돈 많이 벌어서 나중에 카리브해로 여행을 가자고 했던 정연과 종배, 그러나 정연은 교도관의 폭압에 이기지 못하고 도망치다가 바닷가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가 그렇게 꿈에 그리던 카리브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하염없는 시선을 먼 바다로 보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를 이끄는 힘의  대부분은 정연을 연기한 전도연에게 나옵니다. 화장기 없는 엄마의 연기를 어찌 저리 잘하는지 정말 연기 하나는 최고입니다. 응사의 성동일 코치가 주연 할 얼굴은 아니고 실제로도 아주 예쁜 배우는 아니지만 연기, 특히 눈물 연기는 국내 최고가 아닐까 할 정도로  이 영화에서 모든 것을 쏟아 냅니다. 영화 '너는 내 운명'의 전은하와 오버랩이 되기도 하는데요. 신기하게도 전도연은 감옥에 가면 영화를 대박으로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 이 영화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 정도는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가지는 약점인 스토리를 전도연의 연기와 고수와 딸 혜린 역을 연기한 강지우, 이 3명이 이루어내는 앙상블이 너무나도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네요. 여기에 헬보이 역을 한 코린 마사에로와 얄카 역을 한 요안나 쿨리크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여기에 깨알 같은 조연들의 웃음도 영화가 시종일관 침울하고 우울하지 않게 해 줍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대부분이 스토리를 다 알고 있다는 약점으로 인해 부담감이 아주 큽니다. 특히나 10년 전의 아주 유명한 이야기를 영화화 한다는 자체가 어떻게 보면 무모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방은진 감독은 이 영화를 공권력에 짖이겨지는 한 작은 가족의 시선으로 담고 있습니다. 외부의 거친 파도에 맞서서 이억만리에서 서로를 걱정해주고 미안해 하는 그 마음이 절 많이 울게 했습니다. 자신도 너무 고통스러운데 한국에 있는 남편 생각과 딸 걱정부터 하는 그 마음씨가 그녀가 범죄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로써의 거룩함을 보여줍니다.

정연의 범죄 행위는 돌팔매질을 받아야 하지만, 그 돌팔매질을 감수 하고서도 '집으로 돌아 가고 싶어하는 한 어머니의 눈물겨운 여정'이 이 영화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연말 마음 따뜻하게 하는 가족 영화입니다. 자신 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진성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세상의 억울함을 네티즌들이 바꾸어 놓았다는 점도 참 맘에 드네요. 그러나 영화를 보실 때 실제 보다는 좀 더 과장 되고 포장되고 미화 되었다는 점은 어느 정도 감안 하시고 보시길 바랍니다. 오로지 가족애라는 주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보면 누구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으로 극장문을 나서지는 않을 것입니다.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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