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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F1경기의 재미와 뛰어난 연출력이 돋보였던 영화 '러시 : 더 라이벌'

by 썬도그 2013.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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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경기 좋아하시나요? 남자분들은 꽤 좋아하는 분들이 많던데 저는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습니다. 무릇 자동차란 가장 안전하게 내가 갈 위치로 이동 시켜주는 도구라고 생각하지 질주나 속도의 쾌감의 느끼는 도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F1 대회도 재미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질주의 본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카트 라이더' 같은 레이싱 게임은 꽤 했었거든요. 그러나 F1 경기는 재미가 없습니다. 


전 단순한 경기 별로 좋아 하지도 않아서 몇번 F1경기를 TV에서 감상했지만 10분 이상을 못보겠더군요. 
아무래도 제가 F1 대회에 대한 관심도 경험도 정보나 볼 줄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F1 대회를 좀 찾아봤더니 이 F1대회는 여러 도시에서 경주를 하면서 상위권 선수들에게 포인트를 순위 별로 주고 그 포인트 합산점으로 그해의  F1 세계 챔피언을 뽑습니다. 아주, 단순합니다. 

단순함. 이게 F1의 매력 아닐까요? 그 단순한 속도 경쟁을 위해서 단순하지 않은 엄청난 기술력 대결과 죽음을 각오하는 치열한 경쟁이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무료하게 거실 쇼파에서 뒹굴거리다가 F1경기를 10분 이상 시청하면서 서서히 F1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단순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드라이버의 무전소리, 마치 육식 동물이 내는 포효 같은 굉음과 스피드에 매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F1 코리아를 첫날부터 TV로 지켜볼 생각입니다.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라고 하는 F1대회를 소재로 한 영화가 곧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76년 F1 그랭프리의 명승부를 담은 영화 '러시 : 더 라이벌'

러시 : 더 라이벌은 10월 초에 국내 개봉하는 영화입니다. 공교롭게도 10월 초에 전남 영암에서 열리는 F1 코리아가 열리는데 F1 열풍을 함께 할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추석 전에 시사회를 통해서 미리 만나 봤습니다. 러시 : 더 라이벌은 미국에서도 9월 말에 개봉하는 영화라서 해외평도 거의 없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1975년, 76년 F1 그랑프리 대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에도 나오지만 이 영화는 두 유명한 두 레이서의 대결을 담고 있습니다. 그 레이서의 이름은 제임스 헌트와 니키 라우다입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두 레이서의 극명하게 대비되는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F1의 하위 리그인 F3에서 처음 만난 둘은 처음부터 으르렁 거립니다. 영국 출신의 제임스 헌트는 야수와 같은 본능에 충실한 바람둥이 레이서입니다. 훤칠한 외모에 타고난 능력으로 인해 많은 팬을 가진 레이서입니다. 


반면 '니키 라우다'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레이서로 완벽한 이성체인 레이서입니다. 타고난 능력은 '제임스 헌트'보다는 못하지만 스스로 자신이 타는 F1 머신을 튜닝 할 정도로 자동차 박사입니다. 게다가 돈을 대출 받아서 F1 출전하는 팀에 투자해서 자신이 직접 레이서가 되는 놀라운 수완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이런 극명한 두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저는 이 모습을 보면서  모라짜르와 살리에르가 생각 났습니다
껄렁껄렁하지만 타고난 능력이 출중한 모짜르트 같은 제임스 헌트와 파괴력이나 과감함은 떨어지지만 F1 그랑프리 대회라는 긴 레이싱을 보고 이성적으로 대처하고 판단하는 인간 계산기 같은 '니키 라우다'가 살리에르라고 생각 되어졌습니다. 

그러나 이 예상은 후반에 가서 많이 바뀌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그런 극명한 캐릭터간의 대결을 후반에 뻥~~ 하고 터트리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영화는 다른 레이싱 영화와는 다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 햄스워스 (제임스 헌트 역)

다니엘 브륄(니키 라우다 역)

그럼 왜 F1은 몰라도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포뮬러의 제왕인 '미하헬 슈마허'나 경기 도중 사고로 사망한 전설의 레이서 '세나'의 이야기를 영화화 하지 않았냐 하는 물음은 바로 대결 구도 때문입니다. 

영화 러시의 부제목인 '더 라이벌'에서도 알 수 있듯이 F1 역사상 가장 뛰어난 맞수였기 때문입니다. 



라이벌 영화이지만 라이벌 영화 같지 않은 러시 : 더 라이벌

영화의 초반은 라이벌 영화의 구도 답게 서로 으르렁 거리는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한량인 잘생긴 '제임스 헌트'와  정비와 튜닝력까지 갖춘 이성체인 '니키 라우다'의 캐릭터 대결이 보여집니다.

보통, 이런 라이벌 영화는 초반에 티격태격 하다가 후반에 1.2위를 다투면서 으르렁 거리는 크라이막스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뻔하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 다릅니다. 초반만 예상대로 흐르지 중, 후반은 기존의 라이벌 영화의 문법에서 벗어납니다. 


그 이유는 이 F1 대회 특성 때문입니다. 단거리 스프린트 경기처럼 토너먼트로 계속 올라가서 결승을 하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F1 그랑프리 대회는 1년의 경기를 다 치루고 가장 많은 포인트를 따낸 레이서가 챔피언이 되기 때문에 마지막 경기에서 결승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영화는 기존의 라이벌 영화와 다르게 크라이막스가 밋밋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 이 영화를 아주 짜릿하게 봤습니다. 그 이유는 '니키 라우다' 때문입니다. 이미 역사가 기록하고 있기에 영화의 내용은 조금만 검색하면 알 수 있습니다만 자세한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다들 라이벌 영화라고 하지만 그 축이 '니키 라우다'로 조금은 쏠리는 듯 해 보입니다. 

라이벌 영화에 항상 있는 주먹다짐은 없습니다. 다만, 가벼운 말싸움 정도가 있을 뿐이죠. 외면에 비친  니키와 제임스는 쿨하게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조력자 역할도 안 합니다. 그냥 수 많은 경쟁자 중에 하나 일 뿐이라는 시선 함께 잠시 지나치면서 서로를 긁는 대화를 합니다. 하지만 이 라이벌은 서로에게 에너지와 강력한 동기 부여를 하는 내면의 조력자가 됩니다. 그렇게 서로 경쟁자로만 인식하다가  영화 엔딩씬은 마음에 뭉클함이 느껴지네요. 농담 삼아서 툭 던지는 그 말에 두 거인의 여유와 힘이 느껴집니다. 



뛰어난 연출력, 짜릿한 레이싱의 쾌감을 느끼게 하는 카메라 워크

제가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꽤 있었습니다. 분명 배우들에 대한 기대는 없었습니다. 
토르를 연기한 크리스 헴스워스가 인기가 있긴 하지만 팬층이 두터운 배우는 아닙니다. 게다가 니키역을 한 다니엘 브륄은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배우도 아닙니다. 

제가 기대한 이유는 '론 하워드'라는 감독 때문입니다. 영화는 감독 놀음이라고 하는 속설을 철석 같이 믿기 때문에 무엇보다 감독 이름을 중요시 합니다. 지금의 20대 분들은 이 노익장 감독을 잘 모르겠지만 80,90년대 뛰어난 영화를 참 많이 만들었습니다.  지금봐도 감동과 재미가 철철 넘치는 '분노의 역류'와 '파 앤드 어웨이', 아카데미상을 탄 '뷰티플 마인드' 등을 연출 한 감독인데 드라마 전문 감독 답게 이번 러시 : 더 라이벌이라는 영화 연출을 했습니다.

먼저 이 영화의 액션은 아주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대규모의 폭발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당시 76년 F1 그랑프리를 묘사하는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다큐 필름을 보는 듯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비쥬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 당시 경기 영상이라고 해도 믿겨 질 정도로 꽉찬 관중석과 그 관중석을 사이로 두고 빠르게 질주하는 F1 머신들의 부감 샷은 아주 쾌감을 줄 정도로 짜릿합니다. 멀리 광각으로 담은 화면은 어느새 접사 촬영을 방불케 하듯 레이서 헬멧 안으로 들어와서 레이서들의 떨리는 눈동자를 비춥니다. 


특히 마지막 경기인 도쿄 레이서의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굉음을 내면서 질주하는 F1 머신의 질주 장면은 레이싱 게임 이상의 몰입도와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근접 촬영과 부감 샷, 줌인, 줌아웃을 아주 잘 활용해서 레이싱 경기 장면을 아주 잘 표현 했습니다. 특히 실제 사고 장면의 묘사는 똑 같이 묘사를 했더군요. 다만, 1등과 2등간의 심리 경쟁과 대결 등의 짜릿하고 타이트한 경기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위에서도 설명 했지만 1년의 경기를 다 치루어야 하기 때문에 단지 특정 대회 하나만 우승한다고 그 레이서가 챔피언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F1 코리아에서 우승한다고 그 선수가 챔피언이라고 할 수 없고 이전까지 치루었던 대회의 포인트를 합산해서 봐야 하는 것이 F1 대회입니다. 이게 이 영화의 단점이라면 단점 일 수 있습니다. 긴박한 대결 구도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은 단점일 수 있는데 감독은 영리하게 그 구도를 깨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트랙 밖 삶도 크게 달랐던 제임스와 니키, 그러나 서로를 일으키는 힘이 된다

중학교 3학년 때 좋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너무나도 심성이 고왔던 그 친구는 저에게 많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당시 중위권에 머물던 제 성적은 그 친구를 만나면서 급상승하게 됩니다. 선생님이 놀랄 정도였는데요. 제가 성적이 좋아진 이유는 그 친구의 성적을 따라 잡고 싶다는 경쟁심 때문입니다. 그 친구를 내 밑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닌 그 친구와 비슷한 성적을 내기 위해서 정말 코피 터지게 공부를 했습니다. 

그 결과물에 부모님도 좋아 했는데 그 친구와 다른 고등학교를 가게 되면서 제 성적은 다시 추락하기 시작 했습니다. 
삶은 경쟁이라고 합니다.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어서 서로 윈윈하는 경쟁이라면 정말 아름다운 경쟁입니다. 지고 이기고의 문제가 아닌 모두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달리는 선의의 경쟁은 적극 권장해야 하는 경쟁입니다. 

니키와 제임스는 트랙 밖의 삶도 철저하게 다릅니다. 재임스는 파혼을 당하는 아픔을 겪지만 니키는 한 여자만 바라보고 그 여자도 니키만 바라보는 잉꼬 부부입니다. 이는 트랙 안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둘은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고 쓰러졌을 때 불타는 경쟁심을 유발해서 세계 최고의 레이서가 되는 모습을 차분하고 담담하면서도 뭉클하게 담고 있습니다. 



니키 라우다의 팬이 되어버리게 한 '러시 : 더 라이벌'

불사신 '니키 라우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니키 라우다를 바로 검색해 봤습니다. 영화에서는 불사신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그의 불사신 같은 이미지가 너무 각인이 되네요. 실제로 니키 라우다는 이 영화에서 담지 않았지만 80년대에도 그랑프리를 차지합니다. 은퇴 후에 오스트리아에서 니키 저가 항공사를 운영하다가 자금이 떨어지자 다시 현역 복귀 후에 우승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니키 라우다의 영화이고 니키 라우다를 통해서 제임스 헌트를 바라보고 동경하는 영화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F1 그랑프리 대회가 이루어지는 전체적인 모습도 살짝씩 담고 있습니다. 

F1 대회를 전혀 모르는 분들에게도 재미있고 괜찮은 영화입니다. 강력 추천은 아니지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느낌이 많이 드네요. 액션도, 드라마도 좋습니다. 특히 억지 설정이 없고 담백하게 그린 모습이 무척 좋네요. 

10월 9일 국내 개봉입니다.

별점 : 

"이글은 러시 : 더 라이벌 리뷰어로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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