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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클라우드 아틀라스,시공간을 뛰어넘는 교차편집이 약이되고 독이되다

by 썬도그 2013.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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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보고 나오면서 관객들의 반응은 대부분.  뭐지? 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라고 하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6개의 에피소드를 깍둑썰기로 잘게 잘게 썰어서는 비벼버렸기 때문입니다. 

이게 상당히 독특한 방식이라서 상당히 낯섭니다. 난해한 영화는 결코 아닙니다. 난해하다고 느낀 이유는 낯선 교차편집이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교차편집이 영화 끝까지 이어지다

에피소드는 6개입니다.
1849년 태평양, 1936년 벨기에~영국, 1974년 샌프란시스코, 2012년 영국 런던, 2144년 네오 서울, 2346년 미래의 지구
이렇게 6개의 시간적 배경이 나옵니다. 보통 이렇게 6개의 시대적 배경을 소개할 때는 1849년 다음에 1936년 그리고 1974년 식으로 연대기 순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정석이자 보편적인 스토리텔링입니다만 이 영화는 그런 영화적 관습을 깨버립니다. 

1849년 이야기를 했다가 2346년 미래의 지구 이야기를 했다가 어느순간 1974년으로 갔다가 다시 2012년 이야기를 하는 등 시공간을 계속 넘나듭니다. 저는 이런 방식을 영화 초반에만 살짝 하다가 말겠지~~ 라고 예상했지만 이 영화는 놀랍게도 17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내내 이런 식으로 영화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1849년 이야기와 2012년 1974년 2144년 에피소드가 영화 끝 무렵에 동시에 마무리가 됩니다. 이러다보니 1849년 스토리와 다른 시대의 스토리를 이어 붙일려면 관객은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다 보고 나서도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데?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다른 시대의 이야기와 연관되어서 생각하기 힘들기 때문이고 머릿속에 헝클어진 이야기를 집에 와서 다른 리뷰 글을 보면서 짜맞추기 해야 얼추 이야기의 말 하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이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영화를 보기 전에 사전 지식을 많이 쌓고 가던가 아니면 그냥 훅~~ 하고 봤어도 집에 와서 정리를 하든지 해야 올곧이 느낄 수 있습니다.

워쇼스키 남매가 상당히 독특한 이야기 방식을 가지고 나왔고 영화사상 이런 편집 방식이 거의 없다 보니 독창성은 아주 뛰어나지만 반대로 대중성은 썩 좋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불교의 윤회설과 인연설을 담은 '클라우드 아틀라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미국에서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2012년에 가장 크게 망한 영화 2위를 했을 정도로 미국에서 큰 실패를 맞봤습니다. 가장 크게 망한 영화 1위는 '존 카터' 입니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 실패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 때문이기도 합니다. 동양의 세계관 중의 하나인 불교에서는 윤회설이라고 하는 환원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만, 서양은 기독교적인 직선적인 세계관이라서 이 이야기가 낯설 것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사람은 태어나서 죽고 천당과 지옥에 가는 것이지 다시 세상에 태어나는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같이 윤회설을 잘 이해하는 나라에서는 이 윤회설을 금방 느낄 수도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영화는 주조연들의 인물들이 6개의 시대적 배경을 통해서 계속 다시 태어나고 다시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두나가 연기한 인물은 1849년에 미국여성으로 태어났다가 1974년에 멕시코 여성으로 나오고 2144년에는 복제인간 손미로 태어납니다. 이런식으로 인물들은 계속해서 전생을 기억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서로 스치듯 혹은 연인이 되는 등의 인연을 계속 이어갑니다. 자궁에서 요람까지 모든 삶은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연결되어 있다는 인연의 소중함과 중대함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려면 전생과 현생 그리고 후생의 이야기를 잘 따라가면 어떤 인물이 어떻게 변하는지 혹은 인과응보로 전생의 악행이 현생 혹은 후생에 어떻게 대가를 치루른지 보면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생에 악덕한 유명 작곡가였던 인물이 젊은 동성애 작곡가의 창작물을 훔치는 악행을 저지르면서 자기 집에 그 젊은 작곡가를 가두려고 하자 그 대가로 2012년  현생에서는 형에 의해서 요양원에 갇히게 됩니다.

이렇게 전생에서 악마 같은 인물이 사랑을 깨닫고 선한 인물로 바꿔가거나 혹은 반골기질의 인물이 후생에서도 혁명 전사가 되는 등의 이야기, 또는 처음부터 끝까지 악마로만 나오는 인물이 있는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분명 있습니다. 문제는 이걸 깨닫기에는 이 영화는 영화 내내 교차편집이 계속 되어서 이걸 이해하기에는 3시간의 영화 시간 마져도 짧습니다. 차라리 이 이야기는 TV 미니시리즈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미드 '로스트' 처럼 만들었으면 더 큰 인기와 재미와 흥미를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배두나의 연기는 좋았으나 네오 서울의 이미지는 이질감만 느끼다

배두나의 영어발음이 좋지 않다고 워쇼스키 남매가 말했습니다. 뭐 좋던 나쁘든 자막처리 되어서 나오기에 한국 관객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지만, 미국 관객에게는 좀 다르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뭐 그게 큰 문제는 되지 않았겠죠. 미래에는 문화와 국경이 느슨한 상태라고 설명하지만 그렇다고 서울 사람들이 영어를 쓰는 것이 과연 좋은 모습인가를 따지고 보면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배두나가 한국어를 하자 쓰지 말라고 하더군요.
네오 서울의 이미지에는 서울의 이미지를 담은 모습이 없습니다. 단지 한국어 간판이 나온다고 해서 그게 한국의 서울이라고 우기면 L.A 코리아타운이라고 생각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서울이라면 서울의 상징물인 남산이나 남산타워 하다 못해 남대문이나 경복궁 등, 현재 서울과 링크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하나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다다미방이나 자벚꽃이 휘날리는 스크린을 보면 차라리 일본 도쿄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렸을 것입니다.

원작에서도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서울의 발음이 영어의 소울이라는 영혼이라는 단어와 흡사하다고 말하지만 서울 사람인 제가 보는 영화 속 서울은 그냥 낯설기만 합니다. 게다가 웃겼던 것은 서양 백인 배우들이 동양인 남자 역활을 하기 위해서 어색한 분장을 하고 나오는데요. 전 처음에 무슨 외계인 분장을 하고 나왔나 했는데 자세히 보니 이 사람들 동양인으로 변신하기 위해서 한 분장이 쌍꺼플을 억지로 다 외꺼플로 만들어서 나왔더군요. 아무리 동양인들이 짝 찢어진 외꺼플의 민족들이라고 하지만 너무 과장된 분장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장동건같이 쌍꺼플이 있는 동양인도 많습니다만 동양인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서 어색한 분장을 하고 나옵니다. 서양 관객들은 이 부분을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동양인인 제가 보기에는 이질감이 너무 좀 심합니다. 

워쇼스키 남매는 이렇게 배우들을 인종을 뛰어넘고 심지어 성별을 뛰어넘는 분장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게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재미인 분장 쇼라서 소소한 재미가 있다고는 하지만 차라리 이름을 서로 똑같게 해서 같은 인물이라고 암시하면서 보여주고 각 에피소드의 출연자들을 다른 배우들로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6개의 이야기, 6개의 장르, 그러나 6배의 재미를 느낄 수는 없었다

6개의 에피소드와 6개의 장르가 함께하는 영화입니다. 추리, 액션, SF, 사랑, 모험, 드라마 등의 다양한 장르의 에피소드가 함께 있는 영화입니다. 따라서 제과사에서 만든 종합선물 세트 같은 느낌이 나는 영화이기도 하죠. 하지만 종합선물 세트 속 과자들이 각각 독립되어 있지 않고 하나의 과자에 6가지의 맛이 나게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종합선물 세트 속 초코파이를 한입 베어 물었더니 거기에 껌도 들어 있고 빼빼로도 있고 사탕도 들어 있고 왕꿈틀이도 있는 등 하나의 과자에 6가지의 다른 과자들이 있다 보니 처음에는 당혹스러워 하다가 어느 정도 계속 먹으면 나름 신선한 맛이네라고 하지만 다 먹고 나서 또 먹고 싶네! 라고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낯선 맛?? 이게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영화는 6개의 에피소드를 약 3시간이라는 긴 시간에 풀었고 윤회사상과 인연을 강조하는 선문답 같은 이야기를 가득 하지만 6배의 재미가 있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1배의 재미도 딱히 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보는 시간으로만 재미를 느끼는 영화가 절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사전지식을 다 넣고 보든지 아니면 멘붕 상태로 본 후  시공간의 깍둑썰기한 직소퍼즐을 다 맞춘 제가 쓴 글과 같이 다른 사람이 쓴 리뷰에서 그 재미를 완성시켜야 합니다. 저 또한 뭐냐! 이거~~ 라고 했다가 다른 분들이 쓴 리뷰를 보고서 
아~~~ 그랬구나 하고 뒤늦게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실분은 이것만 기억하시고 봐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윤회사상과 함께 전생의 악행이 현생에 영향을 준다는 인과응보와 다른 사람과 나의 삶이 서로 링크되어 있다 정도만 새겨서 보면 아주 졸작이나 망작은 절대 아닙니다. 그렇다고 수작이라고 하기도 힘든 그냥 그런 영화였습니다. 

독창성 하나는 최고로 인정해주고 싶지만 영화적인 재미는 아주 크지 않습니다. 영화 편집은 이렇게 하는 거야! 라고 말하는 영화 같기도 합니다. 편집술은 정말 최고더군요.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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