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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 변호인, 몰상식이 상식인 시대를 고발 한 영화

by 썬도그 2013.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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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도 썼지만 한 영화를 감상하기 까지는 영화 자체로만 평가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그 영화를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고 왕가위 감독이 말했듯 한 영화를 평하려면 그 주변 상황까지도 다 살펴야 합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평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 '변호인'은 다릅니다. 이 영화는 영화 자체로 평가하기에는 많은 이슈와 이야기와 생각을 담아낸 영화입니다.

그래서 전 변호인을 볼때는 울컥 하기는 했지만 눈물은 쏟아져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영화 자체로만 보면 극찬을 할 영화는 아닙니다. 또한, 올해의 영화라고 하기에도 아쉬운 점이 분명있습니다. 분명, 신인감독 치고는 그런대로 만듬새가 좋고 힘이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제반 여건을 제외하고 영화 자체로만 보면 '변호인'은 잘 만들어진 영화지 명작 반열에 까지 오르기는 힘듭니다 

나오지 않던 눈물은 영화관 밖에서 나왔습니다. 때마침 내리는 새벽의 눈을 맞으면서 거리를 걷는데 왈칵 눈물이 흘러 내려왔습니다. 정체모를 눈물을 연신 훔치면서 왜 내가 울지? 라는 생각의 혼미함 속에서 딱, 한 사람이 떠오르네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없다는 사실을 떠오르자 통한과 회환의 눈물이 가득 했습니다. 


속물 변호사의 인생 성공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고 주인공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했다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일베 같은 서북청년단 같은 곳에서는 영화 별점 테러를 했었습니다. 그냥 노무현이라면 무조건 싫어하는 집단의 무차별적인 폭행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라는 '스트라이샌드 효과'에 의해 오히려 더 홍보가 되고 이슈화 기사화 되었고 그냥 추도식 같은 영화라고 생각했던 '변호인'은 감정적인 관객들이 넘치고 있습니다. 지금 영화 흥행 속도는 폭발적인데요. 평일 오후 10시에 관람한 영화관은 난생 처럼 평일 오후 10시 만석을 경험 했습니다. 

저 또한, 이 영화 1번이 아닌 다시 보러 가기 위해 시간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영화 변호인은 상업 고등학교 출신의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의 인생 성공기를 전반부에 다룹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대전에서 판사를 그만두고 부산에 내려와서 부동산 등기전문 변호사업을 시작한 송우석 변호사의 능청스러움을 잘 보여줍니다. 고졸이라서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고졸이라는 한계는 여기저기서 따가운 시선을 보냈고 견디다 못한 송변은 신흥 틈새 시장을 찾아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합니다. 나이트클럽 앞에서도 찌라시를 돌릴 정도로 체면 상관없이 열심히 뛰자 여기저기서 등기업무 도와달라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큰 돈을 벌게 됩니다. 여기에 직원까지 채용하면서 돈 다발을 들고 집에 들어갈 정도로 큰 돈을 법니다. 부산에서 5위 안에 드는 큰 돈을 버는 변호사가 된 송변은 잊지 못하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국밥집 아주머니입니다. 7년 전에 돈이 없어서 밀린 밥 값 내지 않고 몰래 도망쳤던 송변은 자신이 직접 노가다를 하면서 지은 집을 한 방에 산 후에 국밥집 아주머니에게 제가 그 7년 전에 도망간 놈이라면서 빚을 갚으로 왔다면서 돈을 내밉니다. 아주머니는 변호사 된 것이 더 기쁘다면서 그 돈은 됐고 잔치를 하자고 하죠. 

이렇게 두 사람은 끈끈한 관계가 되어갑니다.
매일 같이 국밥집을 찾은 송변의 모습은 영락 없는 속물 변호사이고 이 성공 과정이 온 관객을 흐뭇하게 합니다.
특히 한국과 중국에서는 물질적인 성공이 성공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는 풍토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고졸 출신 송변이 성공하는 과정을 '인간 극장'처럼 바라봅니다. 영화 전반부는 이런 속물 변호사 성공기의 재미가 풍부하고 누구도 이 재미를 거스를 수 없습니다. 능청스러운 송강호의 연기와 오달수의 깨알 같은 재미와 김영애의 푸근한 인심이 훈훈함으로 영화관을 채웁니다



인권 변호사가 되어가는 송변, 

영화는 후반부에 인생 역전 드라마에서 법정 드라마로 변화를 합니다. 
국밥집 아주머니의 아들이 야학을 하는데 경찰에 잡혀 갑니다. 잡혀 갔는지도 모른 채 국밥집 아주머니는 가게 문을 닫고 이리저리 수소문을 하다가 송변을 찾아 옵니다. 

송변호사는 속물입니다. 돈 되는 일에만 몰두하는 전형적인 우리들의 모습니다. 솔직히, 이 속물이라는 말은 욕이 아닙니다. 세상 90% 사람들이 속물 아닙니까? 돈 싫어하는 사람 있나요? 돈 때문에 불의를 참은 적 얼마나 많으세요? 대부분이 참습니다. 대부분이 속물이고요. 따라서 속물 변호사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니다. 이 속물 변호사에게 국밥집 아주머니가 매달립니다. 


변호사님아! 내 좀 도와도~~~

이 대사에 울컥 했습니다. 인생에 16차선 도로가 뚫린 송변에게 아주머니의 부탁은 큰 결심을 해야 합니다. 아니, 국밥집 아들을 변호 하면 낙인이 찍히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됩니다. 영화는 이 갈등 즉 인생을 180도로 유턴 해야 하는 결정을 어느 정도로 잘 그리고 있지만 아주 매끄럽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제 경험 때문입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TV에서 데모 하는 대학생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화를 내던 송변이 국밥집 아들의 변호를 하겠다는 모습은 급격한 변화입니다. 


분명, 쉽게 변한 것은 아닙니다. 정이 넘치는 변호사라서 국밥집 아주머니의 부탁과 함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관심이 없던 변호사가 단골 국밥집 아주머니 아들 때문에 변하기 시작 합니다. 모르던 세상, 손가락질 하던 세상, TV로만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 큰 변화를 하게 됩니다. 이런 여러가지 장치와 이유가 영화에는 녹아져 있긴 하지만 약간은 설득력이 좀 부족해 보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책을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사건 때문에 변한 것도 있지만 문재인 변호사 때문에 변했습니다. 스스로도 문재인을 보고서 저런 사람도 있구나!라고 느끼며 문재인과 함께 일하면서 서서히 서서히 인권 변호사로 물들어갔고 87년 민주화 항쟁때는 부산에서 최루탄 앞에 나서서 경찰을 곤혹스럽게 했습니다. 경찰들도 독종이라면서 저 변호사는 건드리지 말라고 했을 정도였죠. 

영화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할 뿐 많은 부분 허구가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와 허구가 섞여 있기에 영화 전체를 실제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그 정신은 진실입니다. 


이런게 어딨어요? 이러면 안 되잖아요

노무현의 정신이란 전 이타주의라고 봅니다. 부산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던 변호사가 험난한 가시밭길을 가는 이타주의자로 변하는 모습과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이 거룩한 이타주의는 많은 관객을 흔들어 놓습니다. 

88년 청문회 때 대기업 회장들을 호통치고 3당 합당 때 이런게 어딨냐고 삿대질을 한 유일한 국회의원 노무현, 그는 속물에서 인권 변호사가 되었지만 이타주의 DNA는 핏속에 있었습니다. 단지, 세상이 이렇게 몰상식한지 몰랐다가 세상의 몰상식이 상식이 된 세상을 직접 목격한 후에 그는 평생 이타주의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투사가 되었습니다.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사 이미지는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대통령으로써의 투사는 보기가 좀 좋지 않기도 했습니다. 같은 말도 좀 점잖게 했으면 했지만 너무나도 직설적으로 하는 스타일이라서 많은 적을 만들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무슨 돌림노래 마냥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저렇게 속 시원하게 말한 대통령도 없고 세상에 준엄한 꾸지럼을 한 대통령도 없었습니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고 말하는 인간들 대부분이 기회주의자에 속물 덩어리들입니다. 또한, 우리는 그런 속물을 손가락질을 하면서 동시에 속물이 되고자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몰상식한 세상에 송변은 말합니다

"이런게 어딨어요! 이러면 안 되잖아요!"



후반부 법정 장면은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실제 사건이 기록한 내용을 변경할 수 없는 테두리 때문에 영화는 크게 튀어 나가지 않습니다. 보통 법정 영화라면  권선징악의 스토리로 끝나야 관객들이 후련함을 느낄텐데요. 실제 세상은 권선징악의 세상이 아닙니다. 디즈니랜드 영화같이 환타지를 주로 만드는 영화사나 소설 같은 환타지를 그려서 철저하게 권선징악으로 그리지 실제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화 중에서도 권선징악인 스토리만 골라서 영화를 하니 재미있죠. 영화 '집으로 가는 길'도 그런 영화입니다. 그러나 변호인은 다릅니다. 변호인은 권선징악 스토리가 징악의 스토리가 아닌 악이 승리하거나 악이 전문용어로 쇼부를 치는 영화입니다. 무덤덤 했습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기에 법정 과정은 무덤덤 했지만 그 장면은 절 흔들어 놓네요. 

경찰의 구타와 고문으로 인해 하지도 않은일을 했다고 하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만났다고 하고 서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구속 대학생들의 모습은 악이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가는지에 대한 악랄함을 보여줍니다. 그런면에서 송강호와 함께 절대악을 연기한 곽도원의 연기는 극찬을 해주고 싶습니다. 송강호와 곽도원이 영화 후반을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화 변호인 자체는 ★★★☆   영화 전체는 ★★★★★

영화 변호인 자체는 평이하거나 조금 나은 정도입니다. 연출력도 괜찮고 스토리도 영화화 하기 힘든 내용을 국밥집 아주머니를 통해서 녹여 낸것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기들은 최고입니다. 송강호가 아니였다면 이렇게 큰 울림을 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송변의 변화 과정이나 몇몇 부분은 매끄럽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마지막 장면에서 아주 인상이 깊네요. 



그러나 이 변호인이라는 영화는 영화 자체로만 볼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변호인은 영화적인 재미를 넘어서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문제의식이 아주 중요합니다.  영화 안에서 머무는 내용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준엄하고도 무겁게 질문을 합니다. 

"몰상식이 상식이 된 세상에서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지난 1년 세상 돌아가는 일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힘이 없는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대다수의 국민들은 철도파업을 하는 이유도 모르고 철도파업 한다고 짜증이나 내고 정부 비판이나 하는 나보고 짜증난다고 하고. 그냥 닥치고 순응하면서 사는 게 속 편하지 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속은 편했습니다. 귀막고 안듣고 그냥 감정의 배설만 하고 사니까 속은 편하더군요. 그런데 이게 삶 같지가 않습니다. 냉냉한 방안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사는 것이 사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 영화를 보고 통한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영화 변호인은 나를 변화 시켰습니다. 다시 해보자~ 다시! 세상에 알리고 뛰어보자라고 생각하게 해 준 영화입니다. 저런 사람도 세상에 있었고 대통령까지 했는데 세상 그렇게 팍팍하지 않고 악인만 가득한 세상은 아니라는 말을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송변이 속물에서 인권 변호사가 되는 모습을 보면 그는 단지 TV가 보여주는 세상이 아닌 진짜 세상을 몰랐을 뿐입니다

세상엔 송변 같은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몰라서 철도 파업에 짜증내는 사람들, 몰라서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변화 시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네요. 2014년은 좀 더 이타적으로 살아보려고 합니다. 다시 예전처럼 시사, 이슈 글을 좀 더 읽고 이해하기 편하게 글을 써보면서 사람들을 변화 시켜볼까 합니다. 

영화 변호인은 그 문제의식이 아주 좋은 영화이고 저를 변화시키는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1980년 군부독재 정권 시절이나 2013년 현재나 우리는 왜 이리 변한 것이 없을까요? 여전히 몰상식이 상식을 지배하고 속물로만 가득찬 세상일까요?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준 영화입니다. 모두가 세상에 순응할 때 홀로 일어서서 이건 잘못 된 것입니다라고 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너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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