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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쓰러기지엔 너무나 긴 청춘에 대한 현실적인 보고서 '키즈 리턴'

by 썬도그 2013.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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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끝난 걸까? 

바보, 우린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 


돌아온 두 탕아는 불안한 미래에 대해서 그냥 웃고 맙니다. 돌이켜보면 그게 청춘이었구나 할 때가 있습니다. 숲 안에서는 그 숲이 얼마나 큰지 잘 알지 못합니다. 청춘 한 가운데 있으면 그 청춘이 얼마나 빛나고 긴 시간인지 모릅니다.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혹은 부초처럼 조류에 흔들리다 보면 어느새 청춘의 끝자락에 와 있다는 것을 느끼죠. 

청춘은 항상 불안 합니다. 뭔가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있는데 해결책이 마땅치 않아서 조언을 구하지만 그 조언에 정확한 답을 내놓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냥 자기 경험을 이야기해줄 뿐이죠. 인생에 정답이 없기에 정답을 구할 수 없는 것을 알아야 하지만 정답이 있다고들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정답을 찾기 위해 남들이 하니까 나도 영어 토익, 토플 공부하고 적성에도 맞지 않고 왜 따는지도 모르는 자격증만 드립다 땁니다. 그래도 답은 없습니다. 

불안했습니다. 열심히는 하는데 왜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대학을 가니까 나도 가야겠다고 한거지 대학을 왜 가는지도 몰랐습니다. 학교 가라니까 가는 것이지 왜 가는지도 몰랐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친구들이 다 학교 가는데 너 혼자 집에 있으면 심심 하니까 간다는 친구의 농담은 농담이 아닙니다. 모든 친구가 학교에 가고 나 혼자만 몸이 아파서 집에 있던 그 오후의 동네는 낯섬이었습니다. 아니 공포였습니다. 아이들이 사라진 세상, 마치 죄를 지은 죄인처럼 동네 어른을 보면 훔짓 놀라기도 하죠. 

그렇게 우리는 어른들이 마련한 혹은 사회가 마련한 궤도에 올라 타야 했습니다. 신지와 마사루는 그 학교라는 궤도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한 이탈이 아닌 고장난 인공위성처럼 학교를 배회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운동장에 나와서 자전거를 타면서 낄낄거리는 신지와 마사루
그들에게 있어 수업은 무의미 했고 학교에서도 그들을 방치합니다. 수 많은 장난과 악행을 해도 남에게만 큰 피해를 주지 말아 주길 바라는 선생님들은 그들을 거의 포기하고 방관 했습니다. 그들의 미래 보다는 자신들의 안위가 더 중요 했습니다. 국립대에 몇명이나 입학 시켰는지가 중요하지 신지와 마사루 같은 이탈자들에게는 애정도 없습니다. 그나마 보이는 애정이란 학교에서 내쫒지 않는 것 뿐이죠.

신지는 마사루를 형이라고 부르며 따라 다닙니다. 


신지는 그나마 좀 착한 편이여서 선생님이 혼내면 양손이라도 모으고 있지만 양아치 같은 마사루는 선생님 앞에서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죠. 이들의 일과는 학교에서 놀다가 심심하면 삥뜯기입니다. 예비 깡패하고 할 수 있죠. 



이들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아니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삶의 목적을 잃어버린 아니 알고 싶지도 않은 듯 그냥 될대로 살아갑니다. 술과 담배를 피는 마사루. 그러나 그런 그를 제지하는 어른은 없습니다. 말은 합니다만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않습니다. 


성인 영화관에서도 그들이 고등학생인 것을 잘 알지만 못 이긴 척 영화관 주인은 표를 끊어줍니다. 
이런 눈감아 줌을 통해서 이들은 어른의 세상에 일찍 물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둘에게 큰 변화가 생깁니다. 
삥을 뜯겼던 학생이 권투 선수를 데리고 와서는 마사루를 훔씬 패주었습니다. 이에 마사루는 권투를 배웁니다. 꼬봉 같은 신지도 덩달아서 권투를 배웁니다. 여러모로 신지는 주체성 없는 내성적인 고등학생입니다. 악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는 외로워 보입니다. 마사루가 하는 일은 다 합니다. 


 그렇게 권투를 배우기 시작한 둘은 어느 날 스파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냥 따라 들어온 신지가 마사루를 KO시킵니다. 다음날 마사루를 권투를 포기하고 권투 도장에 나오지 않습니다. 신지도 그만 두려고 했지만 관장님이 소질이 있다면서 나가지 말라고 잡습니다. 

이렇게 둘은 다른 인생을 걷게 됩니다. 신지는 권투 선수의 꿈을 가지게 되고 마사루는 조폭 똘마니가 됩니다. 

영화 '키즈 리턴'은 이 둘의 모습 말고도 다양한 삶을 보여줍니다. 마사루 신지의 삶과 함께 순박한 학생의 인생도 담고 있습니다. 다방 종업원 같은 여자에게 사랑 고백을 수줍게 하던 동창은 영업 사원이 되었다가 정글과 같은 회사를 뛰쳐나와 택시 운전사가 됩니다. 

에이! 다 때리치우고 농사나 하던지 택시나 몰아야지 하는 넋두리를 우리는 잘 합니다. 그런 말에 우리는 농사 해봐라 그게 쉽냐?  택시 운전사가 되었지만 거기도 정글입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려면 정글에서 살아 남는 법을 알아야해!  


어린 나이에 마사루와 신지 등의 고등학교 동창들은 세상에 뛰어 듭니다. 
그러나 그 어른들이 운영하는 세상은 너무나 거칠고 숨이 막힙니다. 정글과 같은 세상에서 충실한 성실과 학교에서 배운 방식으로 살아가면 뒤에서 칼이 날아 옵니다. 편법이 난무하고 편법이 일상인 세상에서 아이들은 힘들어하고 쓰러집니다

제가 처음 사회 생활할 때 괴리감을 느꼈던 것은 가라라는 단어를 배웠을 때 입니다.
야! 가라로 해 가라로 넌 왜 그리 유도리(융통성)이 없어. 그렇게 고지식해서 어떻게 살아갈래?
빨간 불에는 건너지 말라고 배웠습니다. 그게 약속이니까요. 그게 사회적 약속이니까요. 그런데 빨간 불이라도 차가 안 지나가면 건너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도 안 건너면 넌 왜 그리 유도리가 없냐라고 채근합니다. 

얼떨떨하죠? 그러면서 속물이 되어갑니다. 그런 속물들의 세상이 어른들의 세상입니다.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느낄때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편법을 밑에 사람에게 자랑이라고 알려줄 때 였습니다. 

편법이 상식이 되고 일상이 된 어른들의 세상, 돈만 번다면 성인 영화관에 고등학생이 들어와도 모른척하고 들여보내주는 어른들. 수 많은 악행과 몰상식 비도덕적인 행동들이 난무하고 이건 잘못 된 것 아닙니까? 라고 직언을 하면 오히려 어린놈이 싸가지 없게 대든다면서 손을 드는 어른들이 장악한 세상에서 아이들은 KO를 당합니다. 

제가 너무 시니컬하게 세상을 보나요?
네 그럴수도 있죠. 그런데요. 아이의 눈으로 지금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보세요. 이거 온갖 편법과 비도덕이 상식의 옷을 입고 업무 지시를 하지 않나요? 아이들에게는 그러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자신들은 반대로 행동하잖아요. 


아이는 학교로 돌아 왔습니다. 아니 두 어른은 학교로 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아이였을 때 처럼 자전거를 탑니다.
우리 이제 끝난 걸까요? 신지의 물음에 자전거 뒤에탄 마사루는 말합니다
바보, 우린 아직 시작도 안 했는 걸

내성적이고 수동적인 신지가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향해 외칩니다

"바보들아, 공부 열심히 하냐?"

과연 누가 바보일까요? 신지와 마사루에게는 이제 시작이었습니다. 이제 청춘의 시작이고 어른됨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어른들의 정글 같은 세상을 겪은 후 그들은 역설적으로 더 아이 같아졌습니다. 아이였을 때는 못난 어른처럼 행동하던 그 들이 어른들의 세상을 경험한 후 아이처럼 맑아졌습니다. 

이 영화 '키즈 리턴'은 '기타노 다케시'의 96년도 작품입니다. 그의 뛰어난 통찰력이 잘 묻어난 작품이자 다케시 특유의 유머가 가득한 영화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유쾌함 보다는 우울함을 던져줍니다. 보통의 청춘영화처럼 외롭고 힘들어도 서푼짜리 희망을 노래하면서 그래도 젊으니까 다시 시작하자~~ 라는 식의 희망을 노래하지 않습니다. 그냥 신나게세상의 린치에 두들겨 맞고 쓰러진 상태에서 그러나 어쩌겠어! 이렇게 긴 삶인데 다시 시작 하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있어? 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전 이게 더 현실적이고 청춘에게 큰 위로가 되어준다고 생각됩니다. 확률로 따져도 실패한 청춘이 태반인 세상에 소수의 성공을 축복하고 니들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허황된 희망이나 모든 것을 니가 노력 안한 탓이라고 하는 니가 멍청해서 그런거야! 라는 세상의 삿대질 대신에 그래! 나도 실패 했고 너도 실패할거야. 그래도 삶은 길어 기니까 실패하다가 보면 성공할 수도 있고 또 실패할 수도 있을거야. 그러나 계속 앞으로 전진할 수 밖에 없는 게 청춘이고 삶이야라고 관조적인 시선이 더 현실적이고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전 이 청춘 영화가 더 빛이 납니다. 소수의 성공인들이 대부분 실패할 청춘들 앞에서 이렇게 해서 난 성공 했다면서 뻔한 이야기를 떠듭니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인생 치트키를 알려줍니다. 일찍 일어나고 적게 자라. 항상 집중을 하고 자기 관리 잘해라.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겸손해라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떠듭니다. 

돈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라면서 떠들면서 정작 자신은 그렇게 떠든 말로 돈을 법니다. 그런 성공한 사람들 강연에서 묻고 싶어요. 그래서 이런 청춘 강연 하는 것이 좋아서 하는 겁니까? 아님 돈 벌려고 하는 겁니까?라고 묻고 싶네요. 

현실 직시형 청춘영화? 청춘은 성공해서 빛나기 보다는 실패하고 쓰려저도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빛이난다고 말해주는 영화가 '키즈 리턴'입니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도 참 듣기 좋습니다. 매끄러운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의 표현법이 너무 와 닿네요

방황하는 청춘들이 보면 좋을 영화입니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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