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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선한 악인과 악한 선인 사이의 갈등을 담은 영화 신세계

by 썬도그 201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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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세계는 큰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약점 때문과 지난 2월 괜찮은 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못보고 지나간 것도 있습니다. 신세계의 약점은 홍콩 영화 '무간도'와 상당히 닮았다는 것입니다. 언더 커버라고 하는 위장 잠입 형사물이라는 소재의 강렬함 때문에 스토리를 보지 않고도 무간도와 비슷하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깊게 따지고 들어가면 무간도와는 좀 다르고 오히려 1997년에 상영 한 알 파치노와 조니 뎁 주연의 도니 브래스코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의 기본 줄거리는 이자성(이정재 분)이 골드문이라는 조폭이 운영하는 기업에 침투합니다. 무려 6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서 골드문의 3인자인 화교 출신의 정청(황정민 분) 밑으로 들어갑니다. 둘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막연한 사이이고 서로를 의지하는 땡땡 브라더스입니다. 

양아치 냄새가 자욱한 정청은 시종일관 입에 욕과 육두문자를 달고 살지만 그를 보좌하는 서열 5위 이자성은 젠틀한 슈트가 어울리는 신사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골드문이라는 큰 기업의 보스인 1인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 

이후 골드문은 세력 다툼이 시작 됩니다. 화교파인 정청과 이자성 라인과 적통인 서열 4위 이중구(박성웅 분)의 알력 다툼이 시작됩니다. 서열 2위는 이미 수술을 당해서 명목상 서열 2위이지 실제적인 후계자는 정청입니다. 


신세계는 이 서열 다툼의 이야기가 주요 줄거리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언더커버 소재의 영화라서 실제적인 재미와 흥미는 이자성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경찰이 골드문에 심어 놓은 잠입 요원으로 강과장(최민식 분)의 지시를 따르고 있습니다. 

영화 신세계는 이 강과장과 이자성의 갈등과 함께 경찰의 끄나풀인지도 모르고 브라더라고 부르면서 믿고 따르고 의지하는 정청과 이자성의 관계가 큰 긴장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또한, 정청을 견제하는 이중구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도 흥미를 증폭하고 있습니다. 
이 여러 인물 중에 가장 불안하고 분노를 많이 표출하는 캐릭터는 경찰 출신의 잠입요원인 이자성입니다. 이자성은 경찰에게 이 골드문의 모든 것을 속속 보고하고 덕분에 경찰은 이 골드문을 꼼꼼하게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 내에서도 이자성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강과장과 고국장 둘 뿐입니다. 이자성을 심어 놓은 것은 이 두 사람의 작품이기도 하죠. 문제는 이 강과장이라는 사람이 경찰이지만 이자성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고압적이고 지시적입니다. 적진 한 가운데 홀로 분연히 고군분투하는 이자성을 다독이기 보다는 무리한 부탁을 계속 하면서 이자성의 심기를 불편하게 합니다. 

 

반면 악인인 정청은 이자성을 친동생 이상으로 생각하면서 살갑게 대해줍니다.
이런 구도 즉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이자 자신의 정체성인 선인인 경찰 쪽은 악인처럼 이자성을 대하고 깡패라는 위장을 하고 있는 자신의 겉모습을 보고 좋아하고 챙겨주는 악인인 정청은 이자성을 형제처럼 대합니다.

이자성은 갈등하게 됩니다. 선인이 악인 같고 악인이 선인 같은 모습 속에서 심한 내적 갈등을 합니다. 
여기에 결정적인 사건을 통해서 이자성은 그 분노를 터트리게 됩니다. 이런 스토리는 무간도와 다릅니다. 

무간도도 언더 커버 요원 이야기이지만 데칼코마니 같이 경찰 내에 침투한 조폭과 조폭에 침투한 경찰 사이의 묘한 동질감을 아주 유려하게 잘 그리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지만 서로가 괴물이라는 존재를 알고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영화 신세계는 이런 모습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이야기는 도니 브레스코라는 영화와 흡사합니다.
조폭이 된 경찰 조니 뎁이 알 파치노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대우에 흔들리게 된다는 모습이죠. 뭐 어쨌거나 신세계는 기시감이 가득한 이야기이고 때문에 항상 다른 영화와 비교가 되는 큰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신세계는 꽤 재미있습니다. 그 이유는 3명의 배우 때문입니다.
단언컨데, 2013년은 이정재의 재발견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정재가 다시 은막의 스타가 되었습니다. 
올해 최고의 흥행 영화 중 하나인 '관상'에서 수양 대군을 연기하고 영화 신세계에서 이자성을 연기한 이정재는 핸섬하고 깔끔하고 개구장이 같은 웃음 속에서 많은 여성 팬들을 생산했고 그 리즈 시절의 모습을 올해 충분하게 다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이 신세계를 다운 받아서 본 이유도 이정재와 황정민 때문입니다. 얼마전 끝난 34회 청룡영화상에서 이정재가 남우조연상을 황정민이 오랜만에 남우주연상을 받자마자 그날 밤 다운 받아서 봤습니다. 네! 영화 신세계는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도 꽤 있습니다만 이 두 배우의 명연기가 가장 큰 재미입니다. 

특히 황정민의 육두문자를 자연스럽게 하는 표정 연기는 정말 명품입니다. 배우 황정민이야 워낙 연기 잘하는 배우로 잘 알려줬고 항상 기대치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그 이상을 또 보여주는 놀라운 배우입니다. 여기에 이중구의 뱀을 보는 듯한 연기도 꽤 멋지고요. 


액션씬은 많지 않습니다. 집단 액션, 특히 엘레베이터에서의 집단 혈투는 뛰어난 미장센을 보여주고 있지만 액션 자체만 봐서는 큰 재미는 없습니다. 



최민식, 이정재, 황정민, 이중구 등의 주조연 배우들의 명연기가 이 영화의 강력한 에너지입니다. 
스토리도 깔끔한 편입니다. 악을 처단하기 위해서 스스로 악이 된 선한 사람이 악의 한 가운데서 어떤 곳이 내가 가야 할 곳이지를 갈등하게 됩니다. 비록 세상의 눈으로 보면 거대한 악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엄마 품처럼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브라더에게서 그는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됩니다. 

꽤 잘 만든 한국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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