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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잘 먹혀드는 마케팅은 공포 마케팅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빨갱이 타령을 하는 정치인이나 이거 안 사면 큰일난다고 외치는 홈쇼핑이나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한다고 윽박지르는 책이나 다른 집 엄마들이 모두 좋은 학원을 보내자 내 새끼도 꼭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엄마나 약장수 말에 속아서 돌팔이가 판 약을 사오시는 할아버지나 모두 공포에 판단력이 흐려진 사례들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전염병은 공포입니다. 이 공포는 사람을 직접 죽이지는 않지만 그 속도는 우리 인간의 뉴스전파 속도와 동일하게 빠르기 때문에 단 1시간 만에 지구 대부분의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습니다. 이 공포는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시키고 연대라는 인류의 가치를 몰살시켜서 서로 물어뜯게 하는 원인균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끄는 '진격의 거인'은 거대한 거인이 인류 대멸종을 야기시킨다는 엄청난 공포를 주제로 한 애니로 그 공포에 취해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를 좀비로 의인화한 월드워Z


인기 원작소설 '세계대전Z'와 월드워Z는 크게 다릅니다. 얼마나 다르냐면 좀비가 창궐해서 인류를 대멸종으로 몰아부친다는 좀비와의 대전쟁의 세계관은 똑같지만 나머지는 거의 다 다릅니다. 먼저 이 원작 소설은 좀비와의 대 전쟁 후 수년이 흐른 후에 생존자들의 당시 경험담을 기록한 인터뷰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인터뷰 그 자체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따로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 '월드워Z'는 주인공이 UN 현장요원으로 두 딸의 아버지로 나옵니다. 이렇게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 월드워Z는 원작에 없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한편으로는 세계관만 차용하려고 원작 소설가에게 11억 원을 줬다는 것이 더 공포스럽기도 하네요. 아무튼 원작 소설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원작 소설 안 읽어도 됩니다만 원작소설이 꽤 흥미롭고 영화가 보여주지 못한 부분도 담고 있으니 추천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때리고 부쉬고 공포에 쩔어서 달리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허리우드 영화라고 해도 초반 워밍업을 한 10분 이상 가지면서 캐릭터를 설명하고 상황을 설명하지만 이게 아주 아주 짧습니다. 현직에서 은퇴한 UN 요원인 '제리 레인(브래드 피트 분)'은 끔찍한 세계의 고통 받는 현장을 떠나서 아이들 학교 보내기 위해 아침에 음식을 차리는 소박한 가장으로 돌아옵니다. 그날도 그렇게 아이들과 아내를 태우고 시내로 향하던 중에 뒤에서 쿵~~하고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이 미친듯이 달립니다. 공포에 가득찬 얼굴.

이유막론하고 대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은 사냥개에 쫒기는 토끼마냥 커다란 눈을 하고 도망갑니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하자마자 살풍경을 보여줍니다. 뒤에서 뛰어오는 좀비들, 이 좀비들은 사람을 물면 그 사람도 13초 안에 좀비로 변하는 무시무시한 놈들입니다. 얼마나 전파 속도가 빠른지 엄마가 좀비에 물린후 바로 좀비가 되어서 아들을 무는 끔찍함을 보여줍니다. 

10초 전에는 내 사랑하는 가족이 바로 나를 무는 좀비가 되는 모습, 이거 얼마나 참혹스러운 풍경입니까? 좀비를 죽이기 위해서는 오로지 머리를 박살내야 합니다. 뇌 기능이 정지해야 죽는 좀비. 이런 모습을 제리 레인은 목도합니다. 초반에 이런 대공포의 장면은 엄청나게 리얼하고 보는 관객 모두 그 놀라운 풍경에 긴 장탄식을 냅니다.


법과 질서가 다 무너진 세상, 상점은 약탈 당하고 질서를 수호해야할 경찰 마져도 마트에서 물건을 챙겨서 나오는 이런 공포의 모습을 영화는 아주 리얼하게 잘 보여줍니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그 공포의 시간 속에서도 따스한 손길의 온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세상이 아비규환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인간의 자존감과 존엄성을 지키는 사람들로 인해 주인공 가족은 무사히 떠 다니는 임시 백악관인 항공모함에 탑승하게 됩니다. 대통령도 죽은 암흑과 같은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인류는 서서히 좀비에 물들어갑니다.
원작에서의 좀비는 기존 좀비 영화에서 보는 좀비와 같이 빠른 속도로 뛰어다니지는 않습니다. 또한 지성체가 아니라서 협업할 수도 없고요. 그러나 영화는 아주 영리하게도 좀비를 업그레이드 시킵니다. 제가 좀비물을 아주 싫어하는 이유는 좀비들의 흉측한 외모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월드워Z에서는 좀비들의 얼굴이 우리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고 흉측스럽지도 않습니다. 대신 얼굴로 공포를 먹여주는 것이 아닌 속도로 관객을 공포에 물들게 합니다. 좀비들이 얼마나 빠른지 우리 인간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달려옵니다. 게다가 맹목적이여서 그 몰려오는 속도에 얼이 나갈 정도입니다.

저렇게 빠르게 달리는 좀비는 첨입니다. 저는 이 좀비들을 보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조류독감이나 사스, 신종플루 같은 공기로 퍼지는 전염병을 의인화 시킨 것 같아 보이더군요. 왜냐하면 좀비들이 확산되는 모양새가 전염병의 그것과 똑같고 속도도 비슷합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지난 신종플루가 전국을 휩쓸 때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대중교통을 꺼려하면서 누군가가 신종플루 걸렸다고 하면 그걸 숨기거나 피하려고 했었습니다. 

제가 그 당시 수차례 별거 아닌 것을 너무 호들갑 떤다고 언론의 무책임함을 질타했는데 언론이 나팔수가 되어서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조장했습니다. 그 공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병원균 때문이기에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지만 모두들 경계하고 공포스러워했죠. 월드워Z는 그런 전염병에 대한 공포를 좀비라는 형체로 의인화해서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때문에 이 영화는 좀비물이 아닌 2011년 개봉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한 '컨테이젼'의 좀비 버젼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컨테이젼'은 전염병에 대한 공포를 아주 잠담았던 영화입니다. 좀비라는 전염병을 얼마나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그걸 또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잘 담겨 있는 월드워Z입니다. 



거시적인 공포와 미시적인 공포를 잘 조율한 스토리와 액션

영화는 부감샷으로 공포에 물든 필라델피아를 상공에서 잘 보여줍니다. 정말 개미만한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은 마치 우리 인간이 개미굴을 파서 뒤집어 놓은 그 공포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실제로 영화 감독은 이 개미들을 보고 인간들의 흩어지는 장면이나 좀비가 탑을 쌓아서 성벽을 오르는 모습을 착안했다고 하네요

영화는 이렇게 공포에 찌든 사람들의 공포를 거시적으로 담습니다. UN 현장요원 제리는 이 좀비 바이러스의 원인을 착지 위해서 대한민국 평택 미군기지로 향합니다. 가고 싶지 않지만 안가면 이 선택된 자들만 탈 수 있는 항공모함에서 내려야 합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을 위해서 죽음을 무릅쓰고 평택에 도착하는 제리. 하지만 평택은 미군기지이고 밤 장면만 나오기에 한국을 느낄 것은 전혀 없으니 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 이후, 제리는 이스라엘로 갑니다. 이스라엘은 이 좀비가 창궐하기 바로 전에 진격의 거인에서 처럼 거대한 성벽을 쌓아서 좀비를 막아내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가죠

이스라엘에서의 액션씬은 초기의 필라델피아 장면과 함께 이 영화의 액션 백미입니다. 개미 같은 좀비들의 끄어헉~~ 거리는 소리와 성벽을 넘은 좀비들이 사람들을 무는 모습과 공포에 사람드이 도망가는 모습. 그럼에도 미션을 완수하려는 이스라엘 여군의 용기 등이 잘 보여줍니다. 생전 보지 못한 액션이기 때문에 창의성이나 몰입감은 200%입니다. 

뒤에서 개떼가 쫒아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공포스럽겠습니까?


이런 놀라운 시각적 충격은 영화관 안 온도를 후끈 달아오르게 합니다. 
하지만 살점이나 피 한 방울 튀지 않습니다. 제가 두려웠던 것 중 하나가 영화에서 살점이나 피가 낭자한 장면이 많이 나오겠구나 생각했고 그 때문에 이거 성인물 아닐까 했는데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 살점 하나 피 한 방울 보여주지 않고 손을 자르는 장면에서도 일부러 앵글을 자르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초등학생이 봐도 좋긴 하지만 소재 자체가 충격이여서 15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영화관 나오면서 좀비들의 끄르르 거리는 소리가 아른 거릴 정도로 너무 몰입하고 봤습니다
그러나 영화 월드워Z는 후반에는 대규모 좀비씬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후반은 잠입액션 장면을 보여줍니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병원균이 보관된 연구실에 가야 하는데 이 좀비라는 것들이 소리에 무척 민감합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몰려가는 습성이 있습니다. 좀비가 점령한 연구실에 제리와 일행이 몰래 몰래 접근을 합니다. 이 액션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심장이 쫄깃하게 만듭니다. 잠입액션, 그리고 좀비라는 공포,  영화는 전체적으로 공포물의 외피를 씌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너무 가슴 조리면서 봐서 그런지 순간 좀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전 공포물 절대 안 보거든요. 갑자기 놀라는 그게 싫어서요. 
영화는 이런 대규모 액션과 공포물을 잘 섞에 놓았는데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인 공포를 잘 녹여냈습니다.

이 액션만 봐도 이 영화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얼마전에 본 '맨 오브 스틸'을 올해 본 최고의 영화라고 칭찬했는데 간사하게도 1주일만에 바로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월드워Z'입니다


원작을 뛰어 넘은 재미를 선사한 '월드워Z'

원작에는 없던 것이 또 있는데 부성애입니다. 빵 발 형님이 두 예쁜 딸을 이끌고 좀비 소굴에서 탈출하고 죽음의 위기에서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 달라는 모습, 그리고 가기 싫지만 가족을 위해 좀비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떠나는 모습 등 흔한 허리우드식의 가족애입니다만 저는 다른 배우도 아닌 브래드 피트가 두 딸을 꼭 껴안는 모습에서 순간 뭉클함이 나오더군요


디카프리오와 판권 경쟁을 했다고 하는데 디카프리오가 연기 했어도 괜찮았겠다라는 생각도 들지만 브레드 피트였기 때문에 더 제가 몰입하게 되었나 봅니다. 실제 브래드 피트도 아이들 참 좋아하잖아요. 

부성애. 이 월드워Z의 감동코드는 부성애입니다. 
가족을 위해서 좀비와의 사투를 벌이는 브레드 피트 모습이 뭉클하게 나옵니다.


원작과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만 마지막은 다시 원작과 링크됩니다.
몇몇 분들이 결말이 좀 이상하다고 합니다. 네 흔한 단 한 방에 치료제 만들어서 모두가 해피 해피 하면서 끝나는 영화는 아닙니다. 솔직히 그런 결말이 나올 현실이 얼마나 됩니까? 오히려 전 월드워Z의 그런 결말이 더 현실적으로 보여집니다. 

어차피 좀비와의 대결은 치료제가 아닌 각개전투로 직접 공포를 대면하고 그 공포를 부셔도 아닌 바셔버려야 합니다.
이는 원작에서도 묘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원작에서도 치료제 따위를 개발해서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치료제?? 가 아닌 우리 스스로가 내성을 키우는 장면으로 이 세계대전Z를 치료하는데요. 영화도 그런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다만, 원작에 없는 색다른 것을 주인공 제리의 머리 속에서 나오는데 이게 또 참신합니다.

저 창의력 좋은 영화 무척 좋아하거든요
너무 칭찬일변도였나요? 그렇다고 딱히 지적할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강력 추천 영화입니다. 공포와 직접 대면하는 2시간이 될 것입니다. 



월드워Z (2013)

World War Z 
7.3
감독
마크 포스터
출연
브래드 피트, 미레일리 이노스, 다니엘라 케르테스, 제임스 뱃지 데일, 데이빗 모스
정보
드라마, 스릴러, SF | 미국 | 115 분 | 2013-06-20
글쓴이 평점  


썬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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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liveis.tistory.com BlogIcon 산다는건 2013.06.23 21: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전혀 기대를 안 했었죠. 소설은 정말 지루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영화는 참 재밌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