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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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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때문에 본 붉은가족, 김유미에 반한 가족에 관한 묵직한 영화

썬도그 2013.11.16 09:51



오늘도 응답하라! 1994를 각잡고 경건한 마음으로 봤습니다. 응사는 저에게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종교의 단계까지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 응사에는 쓰레기라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옵니다. 의대를 다니는 정우라는 인물인데 별명이 쓰레기답게 평상시에는 쓰레기 짓을 하지만 은근히 챙겨주는 천상 경상도의 멋진 사나이로 나오는 정우가 나옵니다.

배우의 본명이 극중 배역의 이름과 동일한데 이 정우라는 배우는 악역 전문 배우였습니다. 2002년 개봉한 '품행제로'에서는 양아치로 나왔고 그 후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양아치나 깡패로 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응사에서는 의대생으로 나오는 모습이 낯설었습니다. 최근에 일일드라마에서 착하고 재미진 모습으로 나오는 것을 얼핏 봤지만 제대로 본 것은 응사였습니다.

천상 배우입니다. 악마 같았던 얼굴이 나정이와 스스럼없이 장난치고 노는 것을 보면 개구장이 같은 느낌이 가득합니다.
정우 때문에 봤습니다.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김기덕 사단의 이주형 감독이 연출했다고 해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은 안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소재가 좀 고리타분 합니다.

또 북한에서 남파한 고정 간첩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고리타분하고 진부한 고정 가족 간첩 이야기입니다. 
이런 영화는 이미 많이 나왔습니다. 1999년의 '간첩 리철진'도 그렇고 최근의 '간첩', '은밀하게 위대하게'라는 영화도 있었고요. 고정 가족 간첩을 크게 봐서 한국에서 활약하는 간첩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지금 개봉중인 동창생도 있고 김기덕 감독 사단이 만든 풍산개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간첩이야기요? 이젠 좀 질립니다. 소재부터가 크게 와 닿지 않았지만 정우 때문에 봤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정우는 별로 보이지 않고 김유미와 시나리오만 보이게 되네요. 그리고 그렁그렁한 눈으로 한숨 크게 쉬고 영화관을 나왔습니다. 


기존 간첩 영화와 다른 아주 현실적인 고정 간첩 이야기

영화는 시작하면 한 가족이 철책이 있는 곳에서 고기를 먹고 있습니다. 철책선 근방에서 가족사진을 찍는데 음식점 종업원이 그쪽에서 찍으면 군인들이 카메라를 빼앗는다면서 큰소리로 말립니다. 그때 다른 가족이 메뉴판을 들먹이며 그 말림을 가로 막습니다.  아주 화목한 가정입니다. 


이후 철책선 근처에서 할아버지가 운전을하면서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고 교통사고에 죄송하다면서 뒤차 운전자에게 사과를 하지만 아들은 이상하게 DSLR을 들고 사고 난 차량 및 근처를 카메라에 담습니다. 이때 군인이 와서 카메라로 촬영하면 안 된다고 말리는데 며느리가 군인에게 사고 장소 촬영하는데 뭘 그려나며 어린 군인을 타박합니다. 여손주는 이 모습을 또 스마트폰으로 촬영합니다. 뭔가 좀 어색합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 이 며느리는 남편에게 손찌검을 하고 할아버지는 조장 동무라며 부르며 죄송하다고 합니다.
이 이상한 가족의 정체는 고정 간첩입니다. 철저히 계급화 된 위장 가족으로 모두 북에 가족을 두고 온 남파 간첩 가족입니다. 
이 가족은 외부에서 보면 아주 화목한 가족이지만 속은 철저히 계급화된 무시무시한 가족입니다.

할아버지 남편 아내 손주는 철저히 위장된 가족관계이고 이 가족을 이끄는 사람은 며느리 백승혜(김유미 분)입니다.
낮에 철책선을 촬영한 것은 북한의 지령이었고 실수를 한 남편(정우 분)에게 따귀를 때리면서 실수하지 말라고 합니다. 
사뭇 다릅니다. 기존의 간첩 영화들이 코메디 영화로 많이 그려지는 희화 시키는 영화가 많았는데 이 영화는 다릅니다. 실제 고정 간첩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그려집니다.

위장 가족. 네 이들은 위장 가족입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조명식(손병호 분)이 음식을 하고 새파랗게 어린 백승혜는 지시를 하고 조금만 허튼 수작을 하면 북에 보고하겠다고 윽박 지릅니다. 백승혜, 김재홍(남편), 조명식(아버지), 오민지(딸)은 모두 공통적으로 북에 두고 온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 남한에서 정보수집과 암살을 하고 있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가족에게 북의 지령이 떨어지면 손살같이 달려가 살인을 합니다. 이 모습이 상당히 그럴싸하고 무시무시한 모습에 깊은 몰입감을 유발합니다. 


쓰레기 같은 남한 가족을 이웃으로 둔 위장 가족. 그들에게 서서히 물이들다

이 위장 가족 옆집에는 쓰레기 같은 남한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매일 같이 싸움질에 막말이 일상입니다. 아내는 남편이 돈 못 벌어 온다면서 구박을 하고 남편은 아직도 밥도 못하고 식사를 분식집이나 짜장면 배달시키기만 한다면서 윽박지르죠. 이 모습에 중학생 아들은 소리 소리를 지릅니다. 그나마 할머니가 매일 같이 말리긴 하지만 같이 사는 것이 참으로 용한 쓰레기 가족입니다. 


이 위장 가족은 위계질서가 확실히 잡혀 있습니다. 지령이 오면 지령을 수행하고 보고할 뿐 가족이라는 관계는 전혀 성립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인 조명식에 몸에 이상이 있고 약을 먹고 있어도 누구 하나 관심 가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몸 관리 못한다고 백승혜(김유미 분) 조장 동무는 타박을 하죠. 

당연히 남편으로 설정된 김재홍(정우 분)과도 같은 방에서 자지 않습니다.
철저히 임무만 수행하는 로봇 같은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이 위장 가족은 진짜 가족을 북에 두고 왔고 북에 두고 온 진짜 가족을 위해 오늘도 살인을 합니다. 그러나 이 감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들도 실수를 합니다. 바로 휴먼 에러입니다.

조장이자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백승혜가 북에 두고 온 자식이 생각나서 탈북자의 어린 아이를 죽이지 못합니다. 이 모습에 백승혜의 위장 딸인 중학생 오민지가 대신 죽입니다. 다 북에 두고 온 가족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이렇게 이들은 인간이지만 인간미를 철저하게 숨기며 삽니다. 그래야 진짜 내 가족이 살기 때문입니다. 



가족에 대한 묵직한 물음을 성긴 표현으로 담아낸 영화 '붉은 가족'

김기덕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아니지만 김기덕이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오는 영화입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풍산개나 배우는 배우다처럼 김기덕 사단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연출력 보다는 시나리오가 주는 즐거움이 가장 크고 그 시나리오는 김기덕 감독이 썼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강한 표현과 함께 상황의 아이러니함을 극명하게 잘 보여줍니다. 이 영화 '붉은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붉은가족은 밖으로는 그 어떤 가족보다 화목합니다. 아버님을 깍듯하게 모시는 며느리와 엄마의 말을 잘 듣는 여중생 딸. 푸근한 말로 가족을 다독이는 아빠가 있습니다. 그러나 집에 들어오면 가족애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군인들이 됩니다. 


반면, 옆집은 콩가루 가족입니다. 아들은 엄마 아빠에게 무릎을 꿇거나 때리려고 하고 아내는 어르신 무서운 줄도 남편을 돈 못 벌어온다며 구박이나 합니다. 이런 극명한 대조에 이 붉은 가족은  저것이 바로 남한 자본주의 사회의 썩어 빠진 정신이라고 손가락질을 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에 갈수록 콩가루 옆집의 싸움소리마저도 부러워하게 됩니다. 

매일 같이 욕설과 싸움이지만 함께 싸우고 욕할 수 있는 가족과 같이 살긴 살지만 가족애라고는 전혀 없는 위장 가족, 이 사이의 대조가 아주 흥미롭게 담깁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백승혜(김유미 분)조장이 큰 실수를 한 후에 이 붉은가족이 큰 위기를 맞았을 때 모두 각자의 방에서 웅크리고 앉아서 옆집에서 들려오는 간만의 화목한 소리를 들었을 때입니다. 함께 살지만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가족인척하며 사는 자신들의 처량한 모습과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잘 묻어 나오는 장면입니다. 


영화는 이 로봇같이 명령에만 움직이는 위장 가족들이 서서히 가족애라는 인류 보편적인 공통점을 살짝살짝 들키면서 가족애는 이념이나 명령으로도 숨길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조장 백승혜가 탈북자 어린 아이를 죽이지 못하는 모습이나 다른 위장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거는 행동 등은 이 위장 가족이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잘 담고 있습니다. 

가짜 가족이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훌륭한 시나리오가 아주 잘 담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가족이라는 것이 무었일까? 라는 물음을 자주 하게 됩니다. 콩가루 가족인 옆집을 보면서 오히려 그런 아웅다웅하는 모습마저도 부러워하는 위장 가족의 시선과 자주 볼 수 없는 북한에 두고 온 가족과 남파 공작을 위해서 모인 위장 가족 중 어떤 것이 진짜 가족일까?에 대한 진중 하고 묵직한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라스트 씬은 많은 눈물 샘을 자아내게 합니다. 함께 살면서 진심을 담아서 아버님이라고 하지 못하고 딸이라고 남편이라고 하지도 못했던 가짜 가족이 목 놓아서 진짜 가족처럼 행동하는 모습은 눈시울을 붉게 물드네요. 더구나 그들이 가족처럼 말하는 그 대사들이 옆집 콩가루 집안의 대사라는 점은 이 슬픈 가족에 대한 연민이 극장 안을 가득 채웁니다. 

영화 '붉은 가족'은 스토리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남파 공작원 가족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눈먼자들의 도시'로 유명한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들의 특징은 당연한 것을 제거함으로써 그 제거 당한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합니다. 붉은 가족은 가족애라는 이 인류 보편적인 감정을 제거한 가족을 통해서 오히려 가족애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시나리오가 아주 탄탄하고 영리합니다. 복잡하지 않고 선명한 줄거리는 누구나 쉽게 이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김기덕 감독이 쓴 영화 중에 가장 쉬운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는 아주 선명하게 잘 담고 있습니다. 쉽다는 것은 잔혹한 장면이 거의 없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단점도 꽤 있습니다. 먼저 이 영화는 이런 극명한 대립 구도에서 주는 긴장감을 이야기와 연기로만 풀지 미학적으로 담지는 못합니다. 위장 가족과 진짜 가족의 대조적인 모습을 좀 더 영리한 앵글로 담으면 참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두 가족이 무인도로 놀러 갔을 때 이 붉은 가족이 옆집 가족이 자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런 장면이 많지 않은 것이 좀 아쉽습니다.

또한, 이야기는 좋은데 개연성이 없는 부분이나 튄다는 느낌의 장면도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 붉은 가족이 작전 회의를 할 때 콩가루 옆집의 싸움 소리가 마치 옆방에 사는 사람들의 소리처럼 선명하게 들린다는 등의 설정은 좀 과도한 설정이 아니였나 하는 느낌도 강하게 들더군요. 마치 줄거리를 미리 써 놓고 억지로 살을 붙인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런 느낌이 좀 아쉽기는 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이 영화는 아주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좋은 시나리오와 함께 배우들의 연기 때문입니다. 


정우 보러 갔다가 김유미의 연기에 반해버린 영화 '붉은가족'

쓰레기 정우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올 때는 김유미와 박소영만 떠오르네요
손병호야 워낙 연기 잘하는 배우니까 제외하더라도 김유미의 독기어린 표정 연기는 압권입니다. 이 김유미라는 배우는 최근에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없었는데 이 영화에 쏟아 붓기 위해서 기다렸나 봅니다. 김유미라는 배우의 재발견이라고 할까요?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를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느낄 정도로 이 영화에서 모든 것을 쏟아냅니다. 
또한, 딸 오민지를 연기한 박소영 양의 연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정우의 연기도 아주 괜찮았지만 다른 배역들보다는 도드라지는 배역이 아니라서 그런지 많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손병호가 바닷가에서 부른 아리랑은 가장 슬픈 아리랑 같기도 하네요. 

 

남북한에게 모두 쓴소리를 하는 영화 '붉은가족'


이 영화는 빨갱이 영화가 아닙니다. 남한도 북한도 모두 까는 모두까기 영화입니다.
북한의 남파 공작원들의 삶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모습은 북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줍니다. 수십 년을 넘게 남한에서 공작 활동을 하지만 남한은 변하지도 세상도 변하지 않는데 왜 그런 쓸데없는 공작을 하느냐고 나무랍니다. 

또한, 남한과 북한이 북핵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6자 회담이라고 하는 외세에 의존하려는 모습에 대한 질타는 딸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좀 생뚱 맞는 장면이기도 했지만 옆집 남학생과 여중생 딸을 통해서 올곧은 소리가 계속 연극 대사처럼 나올때는 좀 멍하게 봤습니다. 저게 우리가 가야 할 미래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한반도는 애증이 교차하는 지역입니다. 북한이라는 실제적인 적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과 함께 같은 민족이라는 애정도 있습니다. 애와 증이 함께 공존하는 이 한반도를 붉은가족이라는 하나의 가족으로 축소해서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붉은가족'입니다. 

강력추천은 아니지만 꽤 볼만한 영화입니다. 이런 영화가 소규모 개봉관에서 개봉하고 사라진다는 것이 무척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단점까지도 이 영화의 배급 과정을 보면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영화네요. 저품질 영화가 500개관 이상 차지하면서 상영하는 모습 속에서 핀 붉은 장미 같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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