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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분홍빛 마지막 입새 같은 옥인아파트를 보다

by 썬도그 2011.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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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여행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했습니다.
북촌이 관광객으로 점령당한 후  그곳에서 거주하던 내 마음속 아지트를 옮겨야 했습니다.  삼청동이 강남의 가로수길처럼 변하기 전에는 저의 쉼터였지만 그곳이 강남의 한 거리와 비슷해지면서 질려버리게 되더군요.  

대체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붉은 주택과 90년대식의 다세대주택이 즐비한 동네들이 대부분인 서울 다른곳을 물색하기 보다는 그나마 옛 정취와 골목이 많고 같은 동네라도 여러가지 이야기가 즐비한 종로구에서 대체장소를 찾았고 그 대체장소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그곳이 바로 서촌입니다. 
서촌을 작년부터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다닐때마다 대중없이 다니는 바람에 체계적이지 못해죠.
그렇다고 서촌 관광지도가 제대로 마련된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관광지도를 만들어 보고자  어제 서촌 구석구석을  뒤졌습니다.
그 이야기의 1부입니다.  

서촌 여행의 시작은 사직공원쪽이었습니다.  
조선시대 활쏘기 면허장이었던 황학정을 지나서 단군성전을 지나서  북악스카이웨이로 접어 들었습니다

북악 스카이웨이는 눈만 내리면 차량 통제한다고 자주 듣던 곳이죠.  산책로도 잘 정비되어 있고 고층빌딩 숲도 관망할 수 있어서  추천하는 산책길입니다.




제가 이 쪽으로 방향을 정한것은 옥인아파트 때문입니다. 
옥인 아파트는 1969년 건설된 오래된 아파트입니다. 박정희 정권때 남산자락에 있는 회현 시민아파트와 무너져버린 와우아파트와 함께 지어진 초창기 아파트입니다.  당시는 아파트라는 건축양식이 귀해서 많은 연예인들과 권력자들이 살았다고 하죠. 

특히 회현아파트는 많은 연예인들이 살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 모두 철거예정이거나 철거중이거나 철거되었습니다. 

인왕산 자락에 있는 옥인아파트도 철거예정지역입니다. 

그렇게 알고 찾아갔는데 철거예정이 아닌 철거중인 모습을 발견해서 황망스러웠습니다.  분홍색 아파트 9동중 3동 정도만 남았고 나머지는 사라졌습니다. 


포크레인이 멈춘 숫자 3이라고 써 있는 아파트에 다가가 가 봤습니다.



이 옥인아파트는 분홍색이 인상 깊은 아파트입니다. 초창기 아파트의 전형적인 모습인 5층짜리 아파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이 떠난 아파트에 철거라는 글씨가 써 있습니다. 왜 저렇게 써 있죠? 왜 빨간색 락카로 쓸까요?
누가 쓰는 것일까요? 한쪽에 사람 얼굴과 메롱이 보이는데 같은 사람이 쓴것일까요?  그 궁금증만으로도 머리속이 꽉 찹니다.




철거라는 글씨는 70.80년대 아이들이 받았던  참! 잘했어어요 도장이나 빨간펜의 첨삭과도 같아 보입니다.



가지런한 거대한 타일이 있는것으로 보아 화장실 같아 보이네요. 




이 곳을 철거하는 이유는 인왕산자락의 멋진 풍광을 가린다는 이유라고 합니다.
이 곳에는  생태공원이 생긴다고 하는데  생태공원도 한두개가 있어야 보러 갈 맛이 나지 서울 곳곳에 짜투리땅만 생기면 생태공원 말들고 거기에  인공 부화한 개구리와 물고기등을 풀어 놓는 모습은 마치  프랜차이즈 식당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자연은 자연스러워야 자연이지 비닐하우에서 키운 갈대나 억새풀을 심는다고 그게 자연이 아니죠.
솔직히 요즘 생태공원들 너무 작위적인 냄새가 심합니다.   나무로 만든 다리를 놓고  시민들 보고 즐기기 편하게 만드는 모습이 강한데  어딜가나 똑같은게  맥도날드와 다를게 없습니다.  좀 더 창의적인 모습이 있으면 하네요.

어제 뉴스를 보니 강북구는 전 구청장이 압력을 넣어서  아방궁 같은 콘도를  규정위반까지 하면서 지었다고 하는데
부자들 아파트 만드는 것 보다는 생태공원이 낫긴 하네요.  



남아 있는 두동이 보입니다. 9동까지 있었는데 3동만 빼고 6동은 이미 파괴되었습니다.
제가 좀 늦게 왔네요.  언제 한번 온다 온다 해놓고 오지 못했는데 그나마 3동이라도 남아 있어 다행입니다.



집안을 들여다 보니 막걸리병이 굴러다니네요. 밤에 누가 여기 와서 술을 먹나요?
얼마전 까지 사람들이 산 흔적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입니다.


이사가면서 버리고간 살림들이 보입니다.


남은 3동이 모두 보이는 곳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이곳을 떠난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누군가에게는 이 곳이 유년의 추억속 장소일텐데  나이들어서 옛생각에 취해서 오면 그 추억의 이정표가 없어서 황망스럽게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어릴적 뛰어 놀던  동네를 찾아갔다가 거대한 아파트가 우뚝 서 있는 모습에 황망스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만 그럴까요?  

서울에서 태어난 분들 대부분이 그런 경험이 있을 것 입니다.


다른 동네로 이어지는 골목길이 보입니다.

옥인아파트 옆에 자동차가 뚜껑열고 있길래 뭔가 했는데  바로 옆에 집은 리모델링을 하더군요
한 아파트는 파괴절차를 걷고 있지만 그 옆에서는 삶을 이어가기 위해 내부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도시는  이렇게  몇 미터 사이로 다른 얼굴을 하고 서 있습니다.
몸을 돌려 서촌속으로 미끌어져 들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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