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 영화들은 항상 재미있습니다. 요즘은 시간여행물이 너무 많이 나오고 타임워프, 타임슬립까지 시간여행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 시간여행물이 재미있는 건 우리의 상상에서나 가능한 마법 같은 일이기 때문이죠. 실제 시간여행이 가능해지면 시간여행물은 공상과학물이 아닌 다큐가 될 겁니다.
그런데 요즘 콘텐츠 시장을 보면 시간여행이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2010년 유재석을 2022년 유재석이 경쟁하는 시대
국민 MC 유재석을 싫어하는 대한국민 국민은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불호가 없는 유명인으로 남녀노소 유재석 다 좋다고 합니다. 물론 저도 좋아합니다. 다만 전 2010년 유재석이 2022년 유재석보다 더 좋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무한도전 전성기 시절의 유재석을 가장 좋아합니다.
과거의 유재석을 좋아할 수는 있죠. 문제는 2010년의 유재석을 좋아한다고 그게 돈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냥 내 머릿속에서 잠시 떠올리고 웃고 넘어가는 정도가 20년 전이었다면 최근은 달라졌습니다. 과거 유재석이 현재 유재석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실제로 벌고 있습니다.
MBC, SBS, KBS는 뉴미디어로 부상한 유튜브와 전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유튜브에 방송국 드라마, 예능이 불법으로 업로드되자 직접 5분짜리 클립 영상을 방송사가 직접 유튜브에 올려서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네이버가 방송사 클립 영상 저작권료를 유튜브보다 더 많은 돈을 주는 조건으로 유튜브에 방송국 드라마, 예능 클립 영상을 업로드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게 제 기억으로는 2012년 전후로 기억됩니다. 이 결정으로 인해 방송국의 시청률은 서서히 빠지기 시작하고 유튜브는 공교롭게도 거대한 성장을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상은 간편하고 쉽게 볼 수 있는 유튜브 플랫폼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특히 당시 10,20대 분들은 포털보다 유튜브에서 더 많은 동영상을 봤습니다. 여기에 유튜브가 돈이 된다는 소리가 들리자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로 이동을 하면서 유튜브는 동영상 콘텐츠의 바다가 됩니다. 보다 보면 이런 것도 콘텐츠가 되나? 할 정도로 다양한 콘텐츠가 넘치고 넘칩니다.
지상파 매출, 영업이익 하락으로 드라마제작까지 포기하다
요즘 빅히트한 지상파 드라마가 있나요? 많지 않습니다. 지상파 드라마보다 넷플릭스 드라마 OTT에서 제작한 드라마가 더 대박을 칩니다. 대표적인 드라마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입니다.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이야기, 다양한 재미를 무장하고 간접, 직접 광고 전혀 없는 넷플릭스 드라마도 큰 인기입니다. 이러다 보니 지상파 3사의 매출을 2012년 정점을 찍고 쭉쭉 하락합니다. 특히 MBC는 큰돈 들여서 만든 드라마들이 광고도 붙지 않고 시청률도 높지 않자 극단적인 조치로 드라마 제작을 한 동안 포기했습니다.
그럼에도 매출 하락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MBC, SBS 그리고 KBS가 영업이익 매출이 오르고 있습니다. 지금 방송사들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어디서 올리는지 아세요? 유튜브입니다. 유튜브에 백기를 들고 지상파들이 다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유튜브가 돈이 되겠어?라고 했는데 돈이 됩니다. 그것도 엄청됩니다.
예를 들어서 SBS는 2019년 4분기 유튜브 매출이 80억이 넘었습니다.
SBS 매출 보세요. 2021년에 1조 790억 매출을 올리고 영업이익은 무려 2배 이상 오른 1,844억원입니다. SBS 드라마가 대박이 나서일까요? 아닙니다. 유튜브 매출이 엄청 올랐습니다. SBS의 대표적인 인기 채널인 애니멀바가 버는 돈이 어마어마하죠. 유튜브 특성상 제작비가 들어가지 않고 모든 매출이 다 광고수익입니다. 유튜브용 콘텐츠를 방송사들이 따로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콘텐츠는 지금 방영하는 드라마나 예능 클립 영상입니다.
돈이 된다고 판단한 지상파 3사는 과거 자료까지 마구 퍼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 유튜브에 가면 각종 과거 지상파 드라마 예능 엄청 올라와 있습니다. 유튜브와 경쟁을 하던 지상파 3사가 유튜브의 거대한 콘텐츠 공급자가 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콘텐츠를 올리는 방송사가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하죠.
지금 지상파가 무너지지 않는 이유가 유튜브 덕분이라는 소리가 있습니다. 얼마나 수익을 많이 내는지 전 세계에서 유튜브 광고수익 순위를 매기면 한국 지상파 3사가 순위권이라고 하죠. 제가 봐도 자주 보는 유튜브 콘텐츠 중 하나가 과거 방송 영상들이 많아요. 그중에서 무한도전이 올리는 유튜브 광고 매출은 어마어마할 겁니다.
무한도전의 유재석이 버는 돈이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버는 돈 보다 더 많은 게 요즘 현실입니다.
요즘 전국구 인기 스타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모든 세대가 TV를 보던 시절이라면 라디오스타에 뉴페이스가 나오면 다음 날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했지만 요즘은 방송에 누가 나와도 잘 모릅니다. 저도 매주 챙겨보던 MBC 라디오스타를 안 본 지 5년이 넘어가니까요.
블랙핑크와 비틀즈, 퀸이 경쟁하는 음악시장
동영상 콘텐츠 시장만 그럴까요? 음악 시장은 이미 10년 전부터 과거와 현재가 경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블랙핑크와 아이유 같은 요즘 활동하는 가수와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 퀸, 아바 같은 과거 유명했던 가수들이 경쟁을 이미 하고 있습니다.
2021년 현재 전 세계에서 약 5억 2,390만명이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멜론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월정액을 내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음악계에서는 매년 수조 원을 들여서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기 위해서 프로듀싱을 하고 발굴에 많은 돈을 투입하지만 투자 대비 수익이 높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가수를 발굴해서 초대박을 내야 투자금을 회수하고 다른 가수를 발굴하는데 예전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도 수익을 내지도 못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요즘 노래도 듣지만 과거 노래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조사하는 기업인 Luminate는 정기적으로 음악 업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냅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시장에서 발표한 지 18개월이 지난 구보와 18개월이 지나지 않은 신보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구보가 신보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네요.
위 그래프는 Luminate가 2021년(붉은색 막대)부터 2022년(분홍색 막대)까지 미국의 음악 시장을 분석한 그래프입니다. 보시면 구보(Catalog Share)가 신보(Current Share) 보다 더 많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증가세가 1년 만에 14% 증가했습니다. 특히 앨범 전체 소비량이 크게 올랐네요. 요즘은 싱글곡이 많지만 스트리밍 시장 전에는 무조건 앨범이었습니다. 앨범이 좋은 점은 앨범 전체가 하나의 주제로 담기는 앨범들이 많아서 같은 뮤지션이라고 해도 앨범마다 그 뮤지션의 개성과 색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이승환 3집이 좋다는 사람이 있고 4집이 좋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 신보(발표한지 18개월 이하) 음악은 소비량이 30.6%에서 27.6%로 떨어졌고 전체적으로 1.4% 하락했네요. 저 조차도 신곡 안 들은 지 오래되었네요. 사실 지금 나오는 음악들 이미 90년대에 다 들었던 장르와 음악입니다. 요즘 새로운 음악 장르 나오는 것 보셨나요? 유행 장르가 없어요. 그냥 모든 곳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들을 수 있다 보니 특정 장르가 인기를 얻지 못합니다. 마치 개그를 개그맨들만 하던 시대를 지나서 누구나 개그를 하는 시대가 된 것처럼 인터넷과 음악 스트리밍 시장이 유행을 없애버린 느낌도 듭니다.
이러다 보니 음악을 막 듣기 시작하는 10대 초반 나이 때부터 아이들이 아이유의 신곡도 듣지만 동시에 비틀스 노래를 즐겨 듣는 과거와 현재를 섞어서 듣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비틀스와 아이유는 둘 다 새롭게 알게 된 뮤지션으로 둘 다 같은 시대에 사는 느낌으로 다가올 겁니다. 저같이 나이 많은 세대들이야 비틀스는 과거, 아이유는 현재라고 하지 둘 다 동시에 처음 접하면 동시대 음악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실제로 80년대 락, 팝, 힙합 음악이 요즘 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고 몇몇 곡은 오히려 요즘 곡보다 더 세련되었습니다.
최근에 마이클잭슨 음악을 다시 듣고 있는데 이게 사운드구나, 이게 팝이구나 하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곡 하나하나가 엄청난 노력과 창의에서 나온 노래들이 많더라고요. 엄청난 자본을 투입해서 나오는 모습이 지금은 CG로 구현할 수밖에 없는 1940~60년대의 스펙터클한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느낌입니다.
과거의 명작들이 현재에 만든 신작보다 더 잘팔리는 흐름
과거의 명작들이 현재에 만든 신작보다 더 잘 팔리는 흐름은 음악 시장에서 먼저 시작되었지만 앞으로 드라마, 영화에서 더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내일 모래 환갑인 '톰 크루즈' 아저씨가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할리우드나 한국 영화 주연 배우들의 나이들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정재가 여전히 탑 클래스 배우이고 여전히 유재석, 강호동, 김구라 등이 영화와 방송계에서 주연 및 MC를 맡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에 큰 성공을 거둔 영화나 드라마가 속편을 만들고 리메이크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방송 예능의 경우 이미 10,20대들은 지상파 예능 안 봅니다. 그럼 지상파를 누가 보냐. 40대 이상 중노년들이 주로 봅니다. 최근에는 60대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점점 노인들만 보는 지상파가 되고 있네요.
그럼 이 중노년층을 잡으려면 20,30대 잘 모르는 방송인을 섭외하는 것보다 중노년들이 잘 아는 중노년 패널과 MC를 섭외하는 것이 더 낫겠죠. 사실 제가 중년이라서 20대 때 본 신동엽을 지금도 보는 것이 편안하긴 합니다만 솔직히 좀 질립니다. 또동엽, 또재석, 또호동, 또구라 지긋지긋하고 최근에는 그냥 안 봅니다. 저도 한 사람을 가족도 아닌데 30년 이상 보는 게 결코 보기 좋지는 않더라고요. 보더라도 과거 30대 유재석, 20대 유재석을 주로 보고 있네요.
이런 예능, 영화 주인공의 고령화가 문제가 없을까요? 있습니다. 고인물은 썩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고인물에 물고기가 살 수 없습니다. 새물을 넣어주고 고인물은 빼줘야 합니다. 그래야 활력이 넘치고 생기가 넘치고 소비자인 물고기가 뛰어놀죠. 그런데 지금의 영화나 예능은 점점 고인 물화되고 썩은 내가 나기 시작하면서 저도 외면하고 나와버렸습니다.
그런데 우리네 지상파들은 어떤가요? 새물을 넣어야 하는데 중년 스포츠 선수들을 투입합니다. 다른 고인물을 넣어 버리네요. 극혐합니다. 스포츠 선수 좋아하는 저도 은퇴한 스포츠 선수들이 예능까지 들어오는 걸 보면서 극혐 하게 되네요.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지 않으면 그 생태계 전체가 붕괴될 수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시청률 안 나오겠죠. 그래도 꾸준히 하면 새로운 스타를 보기 위해서 유튜브로 떠난 10,20대는 물론 저 같은 중년들도 다시 지상파를 볼 것입니다.
가만히 보면 요즘 지상파들은 유럽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상이 만든 오래된 건물과 유물과 관장자원 가지고 후손들이 코 안 풀고 돈 벌고 있죠. 유럽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로 오래된 건물, 고풍스러운 마을과 거리가 가득하고 그게 매력입니다. 저도 그거 때문에 미국보다 유럽 여행을 선호하고요. 지상파들이 과거 전성기 시절의 드라마와 예능을 유튜브에 풀어서 돈을 버는 게 유럽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새로운 물이 들어오지 않으면 방송국은 유튜브 의존성이 더 짙어질 겁니다. 이는 영화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배우들이 점점 줄어드네요. 주인공 나이대를 보세요. 40세 이상 50대도 참 많습니다. 그런면에서 한국 영화계도 강력한 티켓파워를 가진 20,30대 배우들이 거의 없습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언제적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감독입니까? 새로운 명성을 쌓는 스타 감독이 거의 없습니다. 나홍진 감독이 그나마 눈에 띌 뿐 새로운 명감독들이 점점 더 안 보이게 되네요.
한편으로 전 20대부터 30년이 지난 지금도 1992년을 사는 느낌이 듭니다. 그때 본 배우와 방송인 예능인들을 현재도 TV를 켜면 보이니까요. 반대로 지금의 10,20대들은 현재보다는 과거와 현재를 섞어서 현재를 인식하는 새로운 현재를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 LUMINATE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