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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정말 잘 만들고 건강한 영화 자산어보 강력 추천

by 썬도그 2022.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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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설렁 봤습니다. 2022년 백상 예술대상에서 최고의 영화상을 받아서 좋은 영화인가 보다 했습니다만 2021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도 많지 않고 한약처럼 쓰디쓴 흑백 영화는 고리타분한 영화들이 많아서 보기 꺼려졌습니다. 출연 배우도 설경구, 변요한이 좋은 배우인 건 알겠는데 두 배우가 출연했다고 꼭 보고 싶은 생각을 끌어낼 정도는 아니라서 개봉 당시에는 안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 좀 후회스럽네요. 이렇게 좋은 영화라니. 제가 이준익 감독을 너무 간과했네요. 

전 <사도>나 <동주>의 묵직한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영화 <박열>과 톤이 비슷합니다. 자산어보라는 책은 누구나 다 알죠. 한반도 최초의 해양 백과사전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 수 있나?라는 생각이 앞선 듯합니다. 자산어보의 서문에 나오는 창대라는 인물을 알았다면 아주 좋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었음을 알 수 있었을 텐데요. 

자산어보를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당시 역사

자산어보

주인공은 한국의 다빈치라고 하는 공학, 역사, 지리, 의학, 성리학, 한시 등등 거의 모든 지식에 통달한 조선의 천재인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주인공입니다. 영화는 초반부에 신유박해로 정약정과 정약용이 나주에서 헤어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신유박해죠. 천주교 박해라고 하는 이 신유박해는 정조의 아들인 순조 1년인 1801년에 일어난 일입니다. 정조는 자신의 아버지인  사도세자 죽음을 만들어낸 노론 벽파를 배척합니다. 대신 개혁파인 서학을 배우고 천주교인이 많은 노론 시파를 중용합니다. 그러나 정조가 갑자기 사망을 하게 됩니다. 이 사망에는 노론 벽파인 영조의 계비인 정순왕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조를 정순왕후가 독살했다는 소리까지 있습니다. 

자산어보

순조는 11살에 왕이 됩니다. 이에 정순왕후가 자신이 세상을 경영하겠다면 수렴청정을 하게 되고 자신이 품고 있는 정치세력인 노론 벽파라는 병풍을 치고 노론 시파들을 박해합니다. 이게 바로 신유박해입니다. 이 신유박해로 인해 정약정, 정약용은 유배를 갔다가 정약정 친척인 황사영이 백서 사건을 일으키면서 두 형제는 또다시 한양으로 불러 올려집니다. 그렇데 두 형제의 이야기를 노론 벽파들이 들어보니 정약용이 서학과 천주교의 핵심 인물인 줄 알았는데 형인 정약정이 더 강건한 발언을 하는 것에 놀라서 정약용은 전라도 강진으로 정약정은 이름도 불길한 오지인 흑산도로 보냅니다. 두 형제는 형제애가 각별했고 동생 정약용이 형 정약전을 아주 잘 따랐다고 하죠. 

정약전 학문을 좋아하는 상놈 창대를 만나다

자산어보

흑산도에는 창대(변요한 분)라는 청년이 살고 있습니다. 어부인데 학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양반이지만 첩의 아들이라서 상놈의 신분으로 살고 있습니다. 정약전(설경구 분)은 흑산도에 유배 온 것이 즐겁지 않고 술을 먹고 물에 빠져 죽을 뻔합니다. 물에 빠진 정약전을 창대가 구해줍니다만 식음을 전폐하고 마음의 병을 앓습니다. 그런 모습을 본 창대가 문어를 가거댁에게 전해주고 가거댁은 보약인 문어를 요리해서 정약전에 대접합니다.

정약전은 창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지만 창대는 임금도 아버지도 거부하는 지금으로 치면 민주주의라는 망측스러운 세상을 꿈꾸는 정약전이 달갑지 않습니다. 성리학의 나라에서 서학과 예수를 믿는 사람과 가까이하면 자신도 물들까 봐 걱정을 하죠. 

하지만 창대도 공부를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지만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답답하기만 합니다. 
반면 정약전은 섬에 다양한 물고기와 해양 생물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창대가 물고기 박사라는 걸 알게 되고 창대와 함께 물고기 백과사전을 만들 생각을 합니다. 

자산어보

정약전은 제안을 합니다. 자신에게 물고기 지식을 나눠주면 자신이 창대의 스승이 되어서 학문을 가르쳐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그렇게 창대와 정약전은 서로가 스승이 되고 서로가 제자가 되어서 자신이 가진 지식을 나눕니다. 

실용주의자 정약전과 성리학 탈레반 창대의 티키타카

자산어보

정약전은 서학에 능통하고 식견도 넓어서 생각이 참 유들유들합니다. 학문을 배우고 지식을 탐구하는 데 위아래도 없고 상놈, 양반 따로 없다고 생각하는 깨어 있는 지식인입니다. 그러나 상놈인 창대는 성리학의 나라에서 서학을 배운 정약전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보고 있으면 꼰대 같은 노론 벽파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또 따른 점은 정약전은 학문을 하는 이유는 학문 그 자체와 함께 백성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있지만 창대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나주에 사는 양반인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학문을 배웁니다. 이는 현재의 우리에게도 많은 반향을 줍니다.

창대는 지금의 초중고등학교를 지나서 대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이유와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출세하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좋은 직장 가지기 위해서 공부를 하죠. 반면 정약전의 학문은 배우는 즐거움 그 자체이거나 그 배움을 통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확장하면 조선시대와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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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탈레반 국가 조선 위정자들의 부정부패

자산어보

한국인들의 DNA에는 극단 DNA가 있나 봅니다. 뭐든 끝까지 갑니다. 유교 발생국인 중국보다 더 유교를 극단적으로 믿는 국가가 됩니다. 공자가 그렇게 살라고 한 적이 없는데 엄청난 규율 국가가 됩니다. 성리학 탈레반 국가라고 해도 될 정도로 성리학만 파다가 나라가 망하기 직전까지 갑니다. 

중국과 일본은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서 변하고 있는데 뒷방 늙은이처럼 변화를 거부하고 성리학만 외칩니다. 여기에 성리학을 잘 해석하는 것도 아닙니다. 갓난아이에게도 병역 대신 내는 세금인 군포를 매기고 소나무에게도 세금을 메기는 잔혹한 봉건국가였습니다. 창대는 헬조선을 목격하게 됩니다. 

브로맨스 영화 자산어보

자산어보

왜 영화가 흑백일까요? 동주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제작비를 아끼려고 흑백으로 찍은 것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자산어보 같은 경우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흑산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흑백으로만 담으니 아쉬움도 꽤 들더라고요. 물론 영화가 워낙 좋다 보니 흑백으로 담았더도 빛이 납니다. 

그 이유는 영화 시나리오도 탄탄하고 영화가 꽤 밝습니다. 큰 사건 사고가 있지 않지만 변요한과 특히 설경구의 연기가 너무 좋습니다. 배우 설경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에서 설경구를 보고 있으면 마음씨 좋은 아저씨 느낌이 많이 드네요. 흑백이라서 그의 푸근한 인상이 더 깊게 드리우네요. 흑백으로 담은 이유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대충 설명이 되고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만 흑백이 주는 재미도 꽤 좋습니다. 

그 재미란 창대와 정약전 사이의 브로맨스입니다. 서로가 스승이자 제자인 두 남정네의 티키타카를 보고 있으면 로맨스 영화를 보는 느낌까지 듭니다. 창대가 떠나고 그를 그리워하는 정약전의 모습은 영락없이 연인을 잃은 사람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창대도 속 깊은 스승님의 마음씨가 마음에 닿자 희미한 웃음을 짓습니다. 보는 내내 영화가 참 맑고 곱다란 생각이 많이 드네요. 

자산어보

여기에 가거댁 이정은과 복례 민도희, 조우진, 김의성, 류승룡 등등의 카메오와 조연들의 연기도 참 좋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인맥들이 영화의 풍미를 가득 불어넣네요. 

건강한 영화 자산어보

자산어보

양반이 되고 싶은 상놈과 흑산도에 유배를 온 지식인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공진화하는 과정이 참으로 맑고 사랑스럽까지 합니다. 참 건강한 영화입니다. 심심한 면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웃기는 장면도 많고 뭉클하게 하는 장면도 많아서 지루함을 느끼지는 않을 겁니다. 

왜 책 제목이 흑산어보가 아닌 검을 현이 2개 붙은 자()산어보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이 참 감동스럽습니다. 조선 최고의 천재라고 할 수 있는 정약용, 정약전 형제를 귀향 보낸 조선에 대한 원망도 함께하면서 참 좋은 영화 1편을 발견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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