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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왜 사람들이 분노하는지 모르는 설강화 제작진들

by 썬도그 2021.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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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코로나 때문에 하루하루 짜증 나는데 배운 분들이 왜들 이럴까요? JTBC의 인기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연출한 조현탁 연출과 유현미 작가가 뭉치고 정해인과 블랙핑크의 지수가 출연을 하는 드라마 <설강화>가 연일 논란에 쌓이고 있습니다. 이 논란을 살펴보면 제작진들이 아직도 왜 시청자와 국민들이 분노하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북한 간첩설을 연상케하는  설강화 1,2부 초반 스토리

극우 층에서 주장하는 5.18 광주 민주화 항쟁. 6.10 민주항쟁 배후에 간첩이 있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5.18 간첩 검색해 보세요. 5.18 광주민주화항쟁에 간첩이 침투해서 일으킨 폭동이라고 하는 글과 사진들이 많습니다. 특히 김군으로 지목된 분을 북한 간첩이라고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이 얼마나 컸는지 2018년에는 김군이라는 다큐로도 만들어서 극우 세력의 주장이 허위임을 밝혔습니다. 지금도 많은 극우 세력들은 5.18이 남파 간첩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아는 분들이 많고 6.10 민주화 항쟁 배후에도 간첩이 있었다는 소리를 합니다. 

아직도 기억납니다. 만화영화 방영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간첩을 잡았다면서 간첩이 사용한 각종 도청장치와 난수표와 고개 숙인 간첩들과 간첩 계보를 보여주면서 한 30분에서 1시간 동안 줄창 떠들었고 어린 나이에 그 방송을 보면서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키웠습니다. 그런데 한두 번이어야지. 한 달에 1~2번 이상 간첩 잡았다는 방송을 하다 보니 짜증이 너무 나더군요. 간첩이고 뭐고 왜 소중한 만화영화 시간을 방해하냐 이겁니다. 

이 시기가 바로 전두환 정권 시기입니다. 9시 땡하면 오늘 전두환 대통령은 블라블라 하던 KBS 9시 뉴스를 하던 그 전두환 시기에 대학생 시위 장면을 보여주면서 폭동이라고 폭력집단이라고 말하던 것이 기억나네요. 당시는 지금처럼 매체가 다양하지 않고 TV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던 터라 TV에서 말하는 걸 믿었죠. 그러다 시위하던 형 누나들이 최루탄을 피해서 도망치다가 친구들과 놀던 평상에서 잠시 쉬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동네 아저씨들이 왜 시위를 하냐고 묻자. 조목조목 설명을 해주더라고요. 아저씨들은 그래 맞아. 전두환 나쁜 놈이지라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전 그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시위대는 폭력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동네 형 누나들이더라고요. 여기에 아직도 기억나는데 86년 HR 시간에 친구가 자기 누나가 어제 겪은 걸 들려주는데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방송에 나오지는 않는데 어제 여대생들 머리 끄덩이 잡고 백골단들이 끌고 갔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왜 한국의 40,50대 초 분들이 진보적인지 아세요? 공화당으로 시작해서 전두환 정권까지 이어진 보수로 위장한 독재 정권에 평화의 댐과 같은 국민을 우롱하고 반공을 정권을 지키는 보호막으로 사용한 기억이 강해서 지금도 한국 보수들을 믿지 않습니다. 영화 트루먼쇼처럼 어린 시절 북한은 뿔달린 사람들인 줄 알았습니다. 반공 세뇌 교육을 너무 철저히 받았는데 이게 다 정권 유지를 위한 공포 정치였다는 걸 물 태우라고 하는 노태우 정권 시절부터 알기 시작했습니다. 5공 청문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죠. 

그러고 보면 그 당시 지금의 40,50대를 가르쳤던 초중고등학교 선생님들 참 세상에 협조 잘하셨어요. 딱 1분만 진실을 말씀해주시고 99% 선생님들은 암울한 시대에 침묵하셨어요. 

87년 당시 전두환 정권은 연일 극심해지는 시위를 보고 북의 소리를 앵무새처럼 되내이고 남침을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북과 한패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간첩이 남한에 침투해서 시위대를 이끌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물론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진보 세력 당시 대학생들의 주장이 과격한 건 맞고 돌아보면 이 당시 진보 대학생들이 좀 과했다는 생각도 여전히 많습니다. 그러나 모든 집단에는 과격분자들이 있지 전체를 보면 세상을 옳은 방향으로 향하게 한 시위대가 바로 87년 대학생 시위대입니다. 

이 당시 시위대의 핵심은 민족 통일도 있지만 그보다 독재정권 타도가 더 앞섰습니다. 
전두환 독재정권은 북한의 지령을 받고 대학생들이 시위를 한다고 생각했고 청자켓, 청바지를 입은 하얀 헬멧을 쓴 백골단을 투입해서 없던 간첩까지 만들고 없는 죄까지 만들어서 감옥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당시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안기부(현 국정원)가 대학생들과 시위대를 북한의 지령을 받았냐고 고문을 하다가 많은 대학생들이 죽었습니다. 

영화 <1987>이 바로 그 87년 뜨거운 가슴을 잘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극우들은 87년 남파 간첩설과 5.18 남파 간첩설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창작 캐릭터라고 해도 해서는 안되는 캐릭터가 87년 남파 간첩 캐릭터입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나중에 변절을 하고 어쩐다 저쩐다 해도 이 캐릭터 자체가 기존 극우들의 주장을 방증하는 캐릭터입니다. 

설강화 논란은 올 3월에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제작 단계도 아니고 시나리오 시놉시스 단계라서 제작을 안 했기에 논란이 일찍 터진 게 다행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논란도 설강화 주인공이 87년 배경으로 한 남파 간첩이라는 이 한 줄에 사람들이 분노했습니다. 그럼 제작을 중단하거나 시대 배경을 바꾸거나 캐릭터를 변경하거나 하면 됩니다. 굳이 남파 간첩이 아니더라도 87년 무자비한 독재 정권을 담을 수 있으니까요. 

영화 <그해 여름>보세요. 폭력적인 장면이 없음에도 그 시절의 엄혹함 속에서 피어난 사랑을 아주 잘 담았습니다. 차라리 그 영화를 리메이크하지 그러셨어요. 그리고 12월 18일 논란 속에서 1,2화가 공개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87년 남파간첩이 주인공입니다. 전 설마 간첩이 아닌 간첩 같은 행동을 하는 대학생인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남파 간첩입니다. 이걸로 끝난 겁니다. 사람들이 제대로 몰라서 화를 낸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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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강화 제작진은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하지만 남파 간첩을 풀어봐야 남파 간첩이다

‘설강화’ 방송 공개 이후,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바탕으로 논란이 식지 않고 있어 입장을 전해드립니다.

우선, ‘설강화’의 극 중 배경과 주요 사건의 모티브는 군부정권 시절의 대선 정국입니다. 이 배경에서 기득권 세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정권과 야합한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설강화’는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던 이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창작물입니다.

‘설강화’에는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지난 1, 2회에도 등장하지 않았고 이후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재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신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는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오해의 대부분이 해소될 것입니다. 부당한 권력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억압받는 비정상적인 시대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제작진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회차별 방송에 앞서 많은 줄거리를 밝힐 수 없는 것에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JTBC는 위와 같은 글을 올린 후 계속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해명을 보면 설강화에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이 존재하지 않다고 나옵니다. 그건 압니다. 지금 시청자들이 화를 내는 것은 드라마에서 간첩이 시위를 주도한다는 뉘앙스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 아닙니다. 

애초부터 캐릭터 자체가 문제가 큽니다. 주인공 캐릭터가 간첩이 아닌 다른 캐릭터로 변하지 않으면 오해가 풀릴 수가 없습니다. 해명글을 보면 이후에 남파 간첩인 임수호가 지수를 통해서 새로운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영화 <공작>의 바탕이 된 북한과 남한 정권이 손을 잡고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했던 '총풍'사건을 넣을 것 같네요. 남북한 독재정권 위정자들의 위선적인 모습을 남파간첩 정해인과 남한 여대생 지수를 통해서 고발하려는 듯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풀어나가든 남파간첩 1987년 결합의 오해는 풀어낼 수 없을 겁니다. 차라리 대학생 시위도 없었던 1997년 배경 총풍 사건을 배경으로 하던지요. 당시는 간첩이 있어도 민주화 항쟁 시위와 연결되지도 5.18 광주민주화항쟁과도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안기부 요원 중에 정의심 넘치는 요원이 있다는 설정도 거북스럽습니다. 그렇게 정의심이 넘쳤으면 북한을 이용한 공포정치를 돕지 않았겠죠. 

이외에도 오해살만한 장면들도 많습니다. 지수가 다니는 대학교 개교기념일이 5월 18일이라는 것도 그렇고 곳곳에서 불쾌한 장면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것들은 억측일 수도 우연일 수도 있어서 비판의 소재로 담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사전에 오해를 살 수 있는 장면들은 철저히 배제했어야 합니다. 

설강화 논란으로 광고주들이 이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설강화는 그냥 계속 갈 듯하네요. 아직도 제작진은 스토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는 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캐릭터입니다. 1987년 남파간첩 대학생 시위 이 3개의 단어로 모든 논란이 시작되었고 해결 될 수가 없습니다. 제작진들은 왜 이리 무리수를 뒀는지 모르겠네요. 

이러니 설강화를 보고 우파 성향의 이지성 작가가 남파 간첩이 운동권을 교육했다는 건 역사적 팩트라고 주장하죠. 이런 주장의 빌미를 주지 말라고 지난 3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적을 했지만 반성없이 그대로 진행해서 결국은 욕먹는 드라마를 만들었네요. JTBC의 결정도 정해인도 연출자, 작가 모두 실망스럽기만 하네요. 게다가 이런 왜곡된 이미지를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서 전 세계에 소개되는 것도 안타깝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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