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스파이더맨이야?라는 말이 나올 때가 있었습니다. 끝난 줄 알았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또 리부팅 하자 또 스파이더맨이야?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또 나와도 좋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받고 있는 슈퍼히어로입니다. 시작은 '토비 맥콰이어'가 주연하고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2002년 개봉작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개봉 당시 아주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아이언맨이 등장하기 전에는 최고의 슈퍼히어로물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슈퍼 히어로 하면 스파이더맨과 슈퍼맨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언맨이라는 새로운 슈퍼히어로와 함께 마블 유니버스가 시작되었지만 어벤저스의 핵심 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은 이 마블 유니버스에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소속사가 달랐습니다. 마블코믹스가 마블 스튜디오라는 영화사를 만들었는데 이 마블 스튜디오를 디즈니가 인수했습니다. 마블이 영화스튜디오를 만들기 전에 돈을 벌기 위해서 인기 높은 마블 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을 소니 픽쳐스사에 영구 판권을 판매합니다. 이런 이유로 어벤저스 초기에는 스파이더맨이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소니픽쳐스사가 어벤저스에 맞서기 위해서 스파이더맨을 다시 리부트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2012년 선보인 '앤드류 가필드' 주연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입니다. 천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자 디즈니사 와 소니 픽쳐스는 윈윈 전략으로 어벤저스에 스파이더맨 참여를 허락합니다. 그래서 스파이더맨이 어벤저스에 합류해서 엄청난 활약을 합니다.
지금은 어벤져스의 정신적 지주 같은 아이언맨 후계자 역할까지 하는 등 10대 슈퍼히어로인 스파이더맨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습니다. 그럼 소니 픽쳐스는 그냥 스파이더맨을 보냈냐? 아닙니다. 소니픽쳐스사는 자신들이 교환학생으로 보낸 스파이더맨을 호출합니다. 그렇게 나온 영화가 바로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입니다. 이 영화는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을 했지만 배급은 소니픽쳐스가 합니다. 마블 스튜디오는 제작비의 25%만 대고 수익이 발생하면 마블이 25%를 가지고 가고 나머지는 소니픽쳐스가 가져갑니다. 이게 바로 절묘한 협상이자 협업입니다. 마블이 만든 걸 판권자인 소니가 너무 많이 가져가는 것 아닌가 할 수 있지만 이것도 5%에서 25%로 올라서 이 정도입니다.
역대 스파이더맨 빌런이 총집합한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을 재미있게 보려면 토비 맥콰이어 시리즈 3편과 앤드류 가필드 시리즈 2편을 모두 보고 보면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모두 본 분이라면 복습까지 할 필요는 없고 전혀 안 본 분들은 챙겨 보시고 보면 더 좋습니다. 왜냐하면 이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역대 스파이더맨 빌런이 모두 나옵니다. 어떻게 이 빌런을 다 모았지?라고 할 정도로 다 나옵니다. 닥터 옥토퍼스, 고블린, 샌드맨, 일렉트로, 리자드 등등 모든 빌런이 총출동하네요.
더 놀라운 건 당시 빌런을 연기한 배우들이 나이 먹고 출연합니다. 대역이 아닌 본인이 나이가 더 먹어서 출연을 합니다. 와! 이게 바로 할리우드 스케일이죠. 이 빌런들과 함께 닥터 스트레인저도 함께 출연합니다.
평행우주 세계를 소재로 한 스파이더맨 역대 최고의 재미를 선사하다
제가 영화 칭찬을 잘 하지 않습니다만 좋은 영화는 적극 칭찬합니다. 바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재미있는 영화가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이었습니다. 듄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지만 재미면에서는 약했는데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재미가 꽉꽉 찼습니다.
마블 영화사는 액션 맛집이라고 알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액션은 토핑이고 스토리 맛집입니다. 아주 탄탄한 스토리 위에 화끈하고 화려한 액션을 잘 올려놓는 액션 드라마 맛집입니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액션은 어벤져스 시리즈나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보다는 못하지만 드라마가 아주 탄탄합니다. 스토리와 대사를 보면서 왜 마블 영화가 인기가 높은지 다시 한번 제대로 느꼈습니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이야기는 이전 작인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서 이어집니다. 전작에서 스파이더맨은 미스테리오를 제거하지만 자신의 정체가 만천하에 공개됩니다. 전 세계가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고 알게 되자 피터는 매일매일이 괴롭습니다. 자신만 괴로우면 참겠는데 자신 때문에 친구인 MJ와 네드까지 MIT 입학에서 탈락당합니다. 자신 때문에 친구들까지 피해를 받게 되자 피터는 마법사 '닥터 스트레인저'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자신을 아는 전 세계 사람들의 기억을 지워달라고 부탁합니다.
닥터 스트레인저는 피터의 고민과 공로를 잘 알기에 흥쾌히 들어줍니다. 문제는 주문을 거는데 자꾸 MJ는 빼고요. 네드는 빼고요. 누구는 빼 달라는 부탁에 주문에 집중하지 못한 '닥터 스트레인저'는 겨우 주문을 수습하지만 안타깝게도 멀티버스가 열려서 다른 평행우주에 있는 스파이더맨 세계관이 흡입됩니다.
이 평행우주 아이디어는 2018년 개봉해서 호평을 받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비슷합니다. 멀티버스에서 찾아온 스파이더맨들이 협업해서 세상을 구하는 내용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이 애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까요? 이번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는 평행우주를 소재로 해서 전혀 다른 시리즈인 3개의 시리즈를 한 방에 넣어 버립니다.
제조사가 다른 스파이더맨이라서 한 영화에서 통합해서 볼 수 없거나 한다고 해도 다른 영화사 영화에서 출연한 빌런들을 다른 배우로 대체해서 나올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그 배우가 등장하니 안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비록 빌런이지만 시간이 지나니 다 추억이고 추억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게 하는 힘이 있듯이 스파이더맨 빌런들을 모두 한 자리에서 보니 다가가서 악수라도 해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한 자리에 모인 빌런들은 모두 피터 파커를 알지만 '톰 홀랜드'는 모릅니다. 자신들이 세계에서는 '앤드류 가필드'나 '토비 맥과이어' 피터 파크를 알고 있습니다. 이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이는 토비 아니 피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다른 세상에서는 빌런으로 활동하다가 개과천선을 하지 못하고 스파이더맨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세상 물정 모르고 세상이 항상 즐겁고 밝은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피터는 비록 큰삼촌 같은 아이언맨을 떠나보냈지만 최측근 부재의 고통을 느껴보지 못했는지 다른 세상에서 온 빌런들을 개과천선 시킬 생각을 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만류에도 피터는 숙모의 가름침인 한 번의 기회를 더 줘야 한다는 생각에 이 빌런들의 문제점을 파악해서 해결책을 찾습니다. 그러나 고블린이 폭주하면서 모든 빌런들이 다시 본연의 빌런 모드로 돌아가게 되고 세상이 엉망진창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피터 파커'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깊은 상처를 입게 되고 복수를 꿈꾸게 됩니다. 항상 웃음이 기본 태도였던 10대 소년이 거대한 고통 속에서 성장하는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추억과 기억을 담은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전 알고 있었습니다. 후반에 누가 등장하는 알았음에도 막상 보니 마음 속 한켠의 추억의 앨범을 들쳐보게 되네요. 조용한 영화관에서 후반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고 객석에서는 여기저기서 작은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그 감탄사를 듣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스포가 될 수 있기에 소개는 하지 않겠습니다.
20년이 다 되어가네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1달 남던 시기에 개봉을 한 <스파이더맨>은 당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직도 보라매공원 옆 아카데미21 영화관에서 본 <스파이더맨>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집 근처에서 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도 기억합니다. 20년의 세월 동안 계속 찾아오는 스파이더맨이 처음에는 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너무 정이 들었네요. 특히 원작과 가장 가까운 10대 청소년의 이미지가 가득 담긴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좀 어두운 면이 있지만 이전 두 시리즈의 스파이더맨도 그립습니다.
어떻게 보면 나이에 따라서 처음 입문한 스파이더맨이 다를 겁니다. 지금 20대 분들이라면 '앤드류 가필드'로 입문했을것이고 30,40대 분들이라면 '토비 맥과이어'로 입문했고 저에게도 스파이더맨 하면 토비입니다. 이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모두 찾아본 팬들을 위한 추억의 보물 상자 같은 영화입니다. 보면서 몇몇 장면은 가슴 뭉클하게 하네요. 그래서 이전 시리즈를 다 보고 볼 것을 권합니다. 추억 선물 세트 느낌. 20년 전 쓴 연애 편지를 다시 읽어 보는 느낌까지 드네요.
그리고 기억입니다. 영화는 후반 기억을 꺼내듭니다. 자세히 설명하면 스포가 되기에 자세히 소개하지 않겠지만 기억에 대한 깊은 질문을 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사는 것과 내가 나 임을 증명할 수 있는 건 뭘까요? 내 주변의 친구? 사진? 기록? 전 기억이라고 생각해요. 유명 만화의 대사처럼 사람이 진짜 죽는 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요? 영화 <코코>에서 처럼 기억에서 사라지면 진짜 죽는 것일 겁니다. 영화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합니다.
항상 웃고 떠들던 스파이더맨에게 깊은 시련이 다가옵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과 함께 청소년에서 성인이 되는 성장기의 고통을 겪습니다. 전 이게 너무 좋았습니다. 철이 든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인간은 고통 속에서 성숙해지고 그래서 나이든 사람들이 보다 현명한 판단을 합니다. 10대 청소년이 망아지처럼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다가 큰 대가를 치르고 철이 드는 이 과정이 전형적인 성장드라마라고 할 수 있지만 전작에서 볼 수 없는 깊은 어른의 맛이 있어서 좋네요.
강추합니다. 코시국으로 인해 매일매일 우울했는데 거리두기가 시전 중인 영화관에 조조임에도 꽉 찬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많은 관객을 본 것이 2년 만이네요.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해서 기분이 좋았고 재미있는 영화를 봐서 더 좋네요.
올해 본 영화 중에서도 스파이더맨 시리즈 전체에서도 최고의 영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입니다.
쿠키 영상은 2개입니다. 1개는 베놈이 등장하고 마지막 1개는 닥터 스트레인저 2편의 예고편 느낌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추억과 기억이 함께 들어간 단짠 선물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