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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뛰어난 서슬퍼런 심리 스릴러 영화 파워 오브 도그

by 썬도그 2021.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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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서 너무 긴장되어서 보다 말았습니다. 그러다 며칠 후에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다가 30분 만에 다시 보기를 중단했습니다. 영화는 사건 사고도 크게 없고 건조한 풍경만 보이는데도 서슬 퍼런 긴장감이 가득해서 또 보다 말았습니다. 그렇게 총 5번의 시도 끝에 겨우 다 봤네요. 

재미부터 말하지만 아주 큰 재미가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보는 내내 보는 사람의 마음을 꽉 움켜 잡는 힘이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목덜미를 움켜 쥐고 있는 듯한 묵직한 긴장감이 가득 느껴지네요. 

인물 간의 심리 대결이 진한 영화 <파워 오브 도그>

1993년 개봉한 영화 <피아노>는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해변가에 놓인 피아노를 치던 '홀리 헌터' 뒤로 딸인 '안나 파킨'이 뛰어노는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이 <피아노>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영화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뉴질랜드 출신의 여성 감독인 '제인 캠피온'입니다. 

이 '제인 캠피온' 감독이 오랜만에 영화 감독으로 다시 돌아왔네요. 그녀의 필모를 보면 <피아노> 이후에 알려진 영화가 많지 않고 흥행 성적도 좋지 않아서 영화 연출을 그만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왕년에 잘 나갔던 배우나 감독에게 또 한 번의 기회 주길 잘합니다. 그렇게 백발의 '제인 캠피온'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고 연출한 넷플릭스 영화가 <파워 오브 도그>입니다. 

시대 배경은 1925년 미국 몬타나의 거대한 목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1925년은 과학 문명의 영향으로 근대로 막 접어드는 시기로 변화가 아주 심한 시기였습니다. 이 목장에는 야생의 남자 같은 형 '필 버뱅크(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와 대학물 먹은 엘리트 동생인 '조지 버뱅크(제시 플레먼스 분)'이 목장 주인입니다. 

형은 상남자 같아서 소떼를 방목하는 전형적인 카우보이입니다. 반면 동생은 배려심이 높고 상류 사회에 인연이 많은 엘리트입니다. 이 둘의 구도 자체가 매끄럽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 달인 것도 아닙니다. 서로에게 거리를 두면서 서로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필은 로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아들 피터(코디스밋 맥피 분)가 서빙을 보는 걸 유심히 보면서 피터가 만든 종이꽃을 보고 조롱합니다. 아주 아주 무례한 사람입니다. 다만 필은 상남자라서 병약해 보이고 계집애 같은 피터가 여러모로 참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 필과 로즈와 그의 아들 피터 사이의 스잔한 기운이 감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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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동생 조지가 대학교를 다니는 아들이 있는 미망인 로즈(커스틴 던스크 분)와 결혼을 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형은 로즈가 목장을 운영하는 조지의 돈을 탐내서 결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로즈를 아주 싫어합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동생의 아내이고 실권자는 조지라서 거부하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필은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습니다. 그렇게 동생의 아내인 제수씨와 피 다른 조카를 집안에 두는 것을 거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환영하지 않습니다. 

그냥 서로 유령보듯 지내면 좋은데 필은 자꾸 로즈를 건드립니다. 조지가 피아노를 사 왔고 그 피아노를 치는데 필이 자꾸 훼방을 놓습니다. 로즈는 점점 필의 무례한 행동에 신경쇠약이 심해지고 매일 술로 하루하루를 견딥니다. 이런 모습을 피터가 다 지켜봅니다. 이 정도로 사람을 괴롭히면 악당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에 동생이 조지가 그러지 말라고 하지만 형은 귀등으로 듣습니다. 그러다 필의 비밀을 피터가 봅니다. 

개를 알아 본 피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필

필은 수시로 자신의 정신적 지주로 '브롱코 헨리'를 말합니다. 자신에게 말 타는 것을 가르치고 카우보이가 되게 해준 스승입니다. 그런데 이 '브롱코 헨리'가 스승 이상의 사이였습니다. 필은 동성애자입니다. 카우보이들 앞에서는 대장 노릇을 하고 상남자 포스를 자랑하지만 정작 동성애자라는 비밀이 있습니다. 이걸 피터가 우연찮게 알게 됩니다. 

다음 날 피터는 카우보이들에게 새참을 주러 왔다가 지저귀는 새소리에 끌려서 카우보이들이 가득한 길을 걷습니다. 여기저기서 계집애 같다면서 게이냐 피터 양이라는 조롱이 들여오지만 피터는 아랑곳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서 새를 관찰하고 돌아옵니다. 피터는 의학도라서 잡은 토끼를 해부하는 등 다소 과격한 행동을 합니다. 여기서부터 피터도 범상치 않은 캐릭터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이코 기질이 있다고 할까요? 이는 피터를 연기한 '코디스밋 맥피'의 외모도 한몫했습니다. 외모가 평범하지는 않습니다.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외모를 가진 배우입니다. 상당한 매력을 가진 배우네요. 

아무튼 이 피터의 이런 당찬 모습에 필이 피터를 불러 세웁니다. 그리고 가죽 채찍을 만들어주겠다고 호의를 보입니다. 필이 피터에게 호감을 가진 이유는 아마도 게이라고 놀렸음에도 화를 내지 않는 모습 때문이었을까요? 그렇게 필은 피터에게 먼 산을 보면서 '브롱코 헨리'가 발견한 것이 있다고 말하는데 놀랍게도 피터는 입 벌린 개가 보인다고 말합니다. 필은 피터가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이성애자들이 발견하지 못한 개를 봤다는 사실에 자기 혼자 피터도 동성애자라고 판단합니다. 아니 최소 동성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죠. 그렇게 둘은 급속하게 친해집니다. 

차가운 공기 속을 뚫고 다가오는 칼의 날카로움을 담고 있는 <파워 오브 도그>

피터의 엄마 로즈는 하루 하루 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쇠약해집니다. 자꾸 피터에게 기대려는 모습 속에서 피터는 점점 필에게 다가갑니다. 필은 피터에게 말 타는 것을 알려주고 필과 피터는 처음으로 여행 같은 먼 목장까지 이동해서 일을 하러 갑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별 사건 사고도 없는데 영화는 뛰어난 음악과 연출 그리고 인물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으로 담아서 보다 말다 보다 말다 하게 합니다. 총 1방 쏘지 않는데도 이렇게 긴장되다니 놀라운 연출력입니다. 다만 이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크게 담고 있거나 교훈 같은 걸 담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따라서 그냥 긴장감만 가득한 영화라서 대중적인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에도 연출이나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서 아카데미상 후보까지 올랐나 봅니다. 

그렇게 필과 피터는 함께 여행 같은 일을 하러 떠나고 피터는 자신의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려줍니다. 필은 피터를 위로하면서 동시에 술주정뱅이인 엄마와 알콜 중독자인 피터의 아빠까지 비난합니다. 자신과 다르면 다 비난하는 습관은 고치지 못했나 봅니다. 정작 자기가 술을 먹게 만든 원인인지도 모르면서요. 

그렇게 필과 피터는 함께 여행을 갔다온 후 이야기는 큰 변화가 생깁니다. 그리고 놀라운 결말이 기다립니다. 많은 분들이 충격적인 결말이라고 하지만 눈썰미가 있는 분들이라면 대충 예상할 수 있는 결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놀라운 결말도 아닙니다. 이미 떡밥은 여러 차례 영화 곳곳에 뿌려 놓았으니까요. 게다가 이 <파워 오브 도그> 원작가인 '토마스 세비지'가 1967년에 발표한 소설이 원작이라서 지금처럼 플롯이 현란한 시대의 원작도 아닙니다. 따라서 그냥 전체적으로 스토리도 진행도 평이합니다. 다만 뛰어난 연출력과 뛰어난 연기로 필과 로즈, 조지, 피터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이 아주 탱탱합니다. 오이 아저씨인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잘 하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받을 수 있겠는데요. 

평범한 이야기도 뛰어난 배우와 연출로 빛이 나게 할 수 있다

<파워 오브 도그>는 스토리가 매력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나 뛰어난 배우들과 뛰어난 연출가와 음악이 총 한방 없지만 서슬 퍼런 스릴러 영화를 만들었네요. 역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짐승도 유령도 아닌 사람입니다. 볼만한 영화지만 스릴을 느끼지 못하면 지루할 수 있어서 강력 추천은 하지 못하고 그냥 볼만한 정도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총 대신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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