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시대라는 단어를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단어가 일제 강점기를 미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있습니다. 일리 있는 비판입니다. 다만 비판을 하면서 동시에 대체 단어를 제공하면 어떨까 합니다. 일제강점기 대신에 사용할 단어를 찾다 보니 개화기라는 단어가 가장 적당하네요. 뭐 이것도 일본 제국을 미화한다는 소리가 있긴 하지만 개화기는 역사책에 나온 단어라서 이걸로 사용하겠습니다. 사실 개화기는 일제 강점기 이전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도 서양문물을 활발하게 받아들이던 말 그대로 개화기였으니까요.
서울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작년만 해도 여러 문제가 얽혀서 문제가 많았습니다만 올해 초에 놀리고 있는 여러 공간을 시민들이 찾을만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관람객이 많아졌습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는 80년대 전자 오락실과 고풍스러운 개화기 풍의 사진관과 만화가게, 이발소와 각종 예술 전시 공간과 공방이 섞이면서 풍성해졌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최근에 생긴 곳이 '돈의문 구락부'입니다. '돈의문 구락부'에서 구락부가 뭔가 했는데 나이 드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클럽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인천에 가면 '제물포 구락부'건물이 있습니다.
안에 들어가면 개화기 시절의 각종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촛대와 금관악기와 서양 악기가 있네요.
초창기 턴테이블도 있네요. 어디서 이런 제품들을 가져왔을까요.
양옥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공간이라서 바닥에 타일이 있네요. 부엌이나 화장실로 사용했던 곳 같네요. 바닥에 배수구가 있는 걸 보면 목용탕이었을 듯합니다.
옆으로 돌아보니 맑고 큰 창문과 괘종시계와 타자기등이 있네요. 전형적인 20세기 초 분위기입니다.
타자기도 요즘 타자기가 아니라 초창기 타자기입니다.
조선의 자동차딜러를 소개하는 공간도 있네요. 당시 차라고 해봐야 많지 않았지만 서양인들은 많이 타고 다녔습니다. 고종이 타던 어차는 현재 경복궁 고궁박물관에서 전시 중에 있습니다.
'한국에 거주했던 테일러 일가'를 소개하네요. 이분 아시는 분 많지 않지만 옛 역사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아주 유명한 분입니다. 서대문 독립공원 근처에 있는 딜쿠샤(Dilkusha)라는 집에 살던 분으로 이 딜쿠샤(Dilkusha)는 현재도 찾아가서 볼 수 있습니다. 1923년 딜쿠샤(Dilkusha)라는 서양 건물을 지은 '앨버트 테일러'일가는 한국에서 UPI 서울 특파원으로 살면서 3.1 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분입니다. 제암리 학살 사건을 취재하고 이를 일본 총독에게 따졌다가 자택 감금이 되었다가 1942년 추방당했습니다.
1948년 미국에서 사망했지만 한국을 너무 사랑한 분이라서 유언에 따라서 서울 외국인 묘지 공원에 안장되었습니다. 정말 좋은 분이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분입니다. 이런 고마움을 한국 정부도 잘 알고 있어서 작년인가 올해 테일러 일가에 관한 전시회를 했었습니다.
이 돈의문 구락부는 개화기 시절의 각종 물건들을 볼 수 있고 촬영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공간은 여깁니다. 스탠드 마이크가 있고 무대 커튼이 있는데 여기서 사진 찍기 참 좋습니다. 요즘은 사진 배경으로 쓸만한 곳이 인기가 높죠. 여기는 주말에는 줄 서서 사진 찍는 곳입니다.
1층만 있는 것은 아니고 2층도 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거대한 식탁이 있습니다. 서양식 식탁이네요. 아주 잘 꾸며 놓았네요.
19세기 말 20세기 초로 시간 여행을 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의자 종류도 다양합니다. 팔걸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서 차 한 잔 하고 싶을 정도네요.
개화기 시절 옷을 입고 다니는 분들 많더라고요. 익선동 주변과 경복궁 주변에 개화기 시절 옷을 대여해주는 곳이 있습니다. 거기서 이 돈의문 박물관까지 걸어가기가 꽤 먼거리라서 어렵지만 개화기 옷을 입고 사진 찍기 딱 좋네요.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5호선 서대문역에서 내려도 좋고 시청역에서 내려서 서울시립미술관이나 덕수궁 들렸다가 정동길 따라서 쭉 나가면 경찰 박물관과 서울역사박물관이 나옵니다. 그 근처에 있으니 서울 여행할 때 함께 보면 좋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도 가까우니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