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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서촌에서 우연히 본 아름다운 한글이름 전시회

by 썬도그 2019.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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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나서 지방에서 살고 싶지만 서울 속 서울인 경복궁 주변이 너무 아름답고 볼 게 많아서 쉽게 떠나지 못하네요. 특히 문화의 중심지가 서울이라서 수시로 좋은 전시회가 자주 열리는 곳이 서울입니다. 서울의 서울인 경복궁 서쪽에 있는 서촌은 한옥 건물과 골목이 많아서 걷기 참 좋습니다.

사진 전문 갤러리인 갤러리 류가헌 골목도 참 예쁘죠. 그런데 몇 년 전에 경복고등학교 근처로 이전을 했습니다. 거기도 서촌이죠. 

서촌은 살기는 좋지만 꼴뵈기 싫은 아파트가 안 보여서 좋아요. 최근에 보도블럭을 교체했네요. 요즘 대형 보도블럭으로 많이들 교체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골목길 입구에 흥미로운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전 이런 전시회 잘 보러 다녀요. <한글 멋글씨>라고 쓰여 있네요. 

입구에는 장독과 오래된 고가구가 있습니다. 전형적인 한옥 건물이에요. 한옥이 살기는 아주 안 좋아요. 그러나 마당이라는 실외 같지만 실내 같은 공간을 품고 있습니다. 마당이 없으면 한옥이 아닙니다. 반면 아파트는 마당이 없어요. 대신 베란다가 있어요. 그거 아세요?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이 한옥을 재해석한 공간입니다. 그래서 아파트 현관문 열면 바로 거대한 거실이 나옵니다. 일본이나 유럽 아파트들은 복도식이 많아요. 문 열면 바로 복도가 나오고 복도에 방들이 붙어 있어요. 

최근에는 한옥을 재해석한 전형적인 한국형 아파트 공간이 바뀌고 있더라고요. 사실 요즘 가족들은 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한국 아파트들은 필요 이상으로 거실이 크고 필요 이하로 방들이 작아요. 방에 가구 몇 개 넣으면 꽉 차요. 거실을 줄이고 방을 넓혀야 해요. 

안에 들어가니 한옥의 큰 공간이 나오네요. 전통 한옥은 아니고 일제시대에 지어진 개량 한옥 느낌이네요. 한옥은 유리를 안 쓰거든요. 유리를 쓴 한옥은 개량 한옥이에요. 한글 사랑, 한겨레 사랑이 적혀 있네요. 

낮은 툇마루가 있고  전시 작품들이 있습니다. 

사실 이 전시회가 무슨 전시회인지 모르고 들어왔어요. 그냥 한옥 구경도 하고 전시도 잠시 보려고 들어갔는데 가정집 느낌이라서 좀 놀랬습니다. 가정집인가? 잠시 혼란스러워 하는데 전시회 진행하는 분이 나오시네요.  무료 전시회라는 말도 듣고 누구나 봐도 괜찮다고 합니다. 

전시회에 대해서 물어보니 한글 이름에 대한 전시회라고 합니다. 언뜻 보니 캘리그래피 전시회 같다고 말하니 캘리그래퍼들을 모시고 독특한글씨체로 전시회서 그렇게 봐도 괜찮다고 하네요. 

신정숙은 누가 봐도 한문이름입니다. 그 밑에 아리한울, 하늘송연은 누가봐도 한글 이름인 걸 알 수 있습니다. 한 때 한글 이름 붐이 일었습니다. 80년대 중반 한글 이름 짓기 열풍이 불어서 많은 분들이 한글 이름을 지었는데 문제는 아이에게 어울리는 한글 이름을 성인까지 쓰려니 부끄러워하고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이름을 바꾸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이름은 최대 5자까지 지을 수 있다네요. 박 차고 나와서 샘이나인가 하는 그 유명하고 긴 한글 이름도 5자로 줄여서 주민등록에 등록할 수 있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그 이름도 이곳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곳이 어디냐. 한글이름연구소에서 지어줬다고 하네요. 작명비에 대해서 물어보니 작명비가 있긴 한데 가끔 무료로 지어주는 행사를 할 때가 있다고 해요. 가격은 물어보지 않았지만 자녀의 이름을 한글로 지을 분들은 한번 문의를 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한때 한글이름이 유행이었지 지금은 열풍이 줄어들지 않았냐고 물으니 아니랍니다. 지금도 한글 이름 많이 짓는다고 하네요. 심지어 성을 바꾸는 분도 있다고 합니다. 

성을 바꾼다? 천인공노할 짓이라고 생각하죠. 그럴 겁니다. 그런데 우리의 성(姓)이 모든 계급이 사용하던 것은 아니고 양반 집안이나 사용하지 노비나 천민들은 성이 없었습니다. 1909년 민적법이 시행되면서 모든 사람이 성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조선 말기에는 양반을 돈 주고 사는 상인 계급도 많았습니다. 즉 일부 계층만 쓰던 성을 모든 국민이 쓴 지가 100년 살짝 넘었습니다. 그래서 성을 지금 바꾼다고 해도 그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뼈대 있는 집안에서는 절대 허용이 안 되겠죠. 그런데 성이라는 것이 나를 지탱하는 역할을 못한다면 바꿔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내가 시조가 되면 되고요. 

제사도 그래요. 양반 집이나 그 동네의 최고 가문의 집이나 종가집 같은 대표로 하는 것이지 지금처럼 모든 집에서 상다리 뿌러질 정도로 차린 것도 1950~70년대부터입니다. 제사상 배틀을 이제는 그만해야죠. 그런 말이 있잖아요. 조상덕 본 사람들은 명저에 해외여행가고 조상덕 못 본 사람들이 제사를 지낸다고요. 


뿌리는 중요하지만 그 뿌리에 휘감겨서 옥죄면서 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해 보입니다.

이봄비, 밝은물결, 미르. 정말 예쁜 단어들이에요. 미르는 용의 순 한글입니다.

전 제 이름이 참 싫어요. 이름을 내가 스스로 지을 수 있다면 이렇게 안 지었어요. 그래서 신은 우리에게 닉네임을 지을 기회를 주었나 봅니다. 제 닉네임 썬도그는 좋은 뜻이 담긴 것은 아니고 그냥 하나의 기상현상이에요. 그런데 이게 이름이 강렬하다 보니 아주 좋네요. 다 자기에 맞는 이름이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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