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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권력이다

인생은 계획과 무계획 사이에 있다고 전하는 영화 <세라비, 이것이 인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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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계획과 무계획 사이에 있다고 전하는 영화 <세라비, 이것이 인생>

썬도그 2019.05.24 12:35

성격이 변한 건지 계획 없이 일을 하고 행동을 했던 제가 요즘은 철저히 계획을 합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시뮬레이션을 한 후에 계획을 철저하게 세웁니다. 그래서 계획 없이 행동하는 무대뽀 스타일의 사람을 무척 싫어합니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것이 계획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다만 계획대로 안 될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운칠기삼이라고 하잖아요. 운이 좋아야 해요. 그렇다고 세상 모든 일을 운에 맡기는 한량들을 주변에 두면 참 피곤하죠.

웨딩업체 사장인 맥스(장 피에르 바크리 분)은 꽤 철두철미하고 사무적인 사람입니다. 거대한 결혼식을 진두지휘하면서 직원들의 불평불만을 듣기는 하지만 일할래? 그만둘래?로 단칼에 결정하는 단호박 스타일의 사장입니다. 

17세기 고성에서 융대한 결혼식을 준비하던 맥스는 고민이 참 많습니다. 먼저 직원인 조시안(수잔 클레망 분)과 몰래 연애를 하고 있지만 그전에 이혼을 해야 합니다. 아내에게 이혼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데 주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직원들은 하나 같이 일만 만들고 있습니다.


가수 제임스(질 를르슈 분)와 자신의 바로 밑의 직원인 총괄 매니저 아델(이브 하이다라 분)은 티격태격 싸우기 바쁩니다. 오래된 친구이자 웨딩사진가인 기는 사진 찍는 일 보다는 데이트 앱을 설치해서 연애하기 바쁩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한 직원이 펑크를 냈는데 대타로 온 임시 직원이 무개념입니다. 손님들 먹으라고 내놓는 웨딩식 음식을 몰래 집어먹습니다.

정말 오합지졸도 이런 오합지졸이 없습니다. 이런 말썽만 부리는 직원을 데리고 겨우 겨우 결혼식을 준비하고 진행합니다.


계획과 무계획 사이에 인생이 있다고 말하는 영화 세라비, 이것이 인생

문제만 일으키고 불만만 많은 직원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허세끼가 가득한 이 결혼식의 주인공 신랑도 가관입니다. 우와함과 시크함을 수 차례 강조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빛나게 하는 자리를 스스로 연출합니다. 

그런대로 잘 수습하면서 진행되던 결혼식은 누군가가 냉장고 전원을 빼서 양고기가 모두 상하게 됩니다. 이 상한 음식을 먹고 밴드 멤버들이 드러눕게 되는 등 문제가 커지기 시작합니다. 웨딩사진가 기는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사람들이 싫다며 하객의 핸드폰을 박살 내는 등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발생합니다. 급기야 결혼식의 하이라이트까지 망치게 되자 사장인 맥스는 폭발하게 됩니다.


영화 <세라비, 이것이 인생>에서 세라비라는 단어가 이것이 인생이라는 뜻입니다. 내뜻대로 된다면 그건 인생이 아니라는 소리죠. 하기야 계획적인 것을 좋아하고 궤도에서 이탈한 일이 발생하는 것을 싫어하는 저이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궤도 위만 달리는 기차가 아닙니다. 수시로 궤도를 이탈하기에 차선을 바꾸고 보다 자유로운 자동차가 인생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나이들수록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인지 능력이나 모든 반응 속도가 떨어지고 느리다 보니 변화가 무척 싫습니다. 그래서 미리 변화를 예측하고 그 계획의 범주 안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그게 보수라는 이름으로 불리죠. 


가진 것이 많으면 통제할 것도 많아서 변화도 싫어하고 계획된 대로 흘러가길 바라게 됩니다. 사장인 맥스도 그러길 바랬지만 위태위태하던 결혼식은 엉망진창이 됩니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된 맥스. 상심해 하던 맥스에게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영화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언터처블 : 1%의 우정>과 <웰컴, 삼바>를 연출한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톨레다노가 연출한 영화입니다. 전작들을 본적이 없지만 이 두 감독은 자극적이지 않는 소재에서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 코미디를 잘 만드는 것 같네요

영화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코미디 영화인데 그 자극성이 무척 낮습니다. 그냥 약간 유머러스한 드라마라고 할까요? 웃음은 주로 대사에서 가볍게 툭툭 나오는 농담 정도가 전부입니다. 영화는 고성에서 하루 낮과 밤 사이에 일어나는 결혼식 피로연을 담고 있습니다. 상당히 지루한 소재일 수 있고 실제로 살짝 지루했지만 10분 보다가 재미없으면 관람을 포기할까 했는데 이 영화 구수한 숭늉처럼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은근히 땡기는 맛이 있습니다. 그렇게 10분만 더 보자 더 보자 하다가 다 보게 되었네요.

영화의 소재나 스토리 자체는 별 다를 것이 없습니다만 결혼식을 배경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섞입니다. 먼저 맥스가 이혼 후 재혼을 고민하고 있는 이야기부터 티격태격하는 제임스와 아델, 철딱서니 없는 눈치 없는 사진가 기, 대타로 일일 고용 되었다가 큰 사고를 치는 인물과 거짓말을 못하는 기의 조수 등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주는 캐미가 좋습니다. 

캐릭터들이 주는 생동감 있는 이야기가 그런대로 볼만하네요. 여기에 고성에서의 결혼식 파티 구경도 그런대로 볼만합니다. 전체적으로 영화가 주는 메시지나 분위기가 소박하다고 할까요? 소박한 우리 인생 속에서 발견하는 보석들이 가끔 보입니다. 


이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프랑스 영화입니다. 최근에 프랑스 영화를 본 적도 없고 프랑스 코미디가 딱 무엇이다 알 수가 없지만 대체적으로 프랑스 영화들은 일상에서 유머를 줍줍하는 영화들이 꽤 많습니다. 작년에 본 <알로,슈티>도 그렇고 이 영화도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가벼운 농담처럼 툭툭 던지는 유머가 가끔 웃게 만듭니다. 

여기에 배경음악들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음악이 주는 경쾌함도 좋네요. 


길을 잃었을 때 그때부터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인생은 ~~이다라는 정의는 수백 수만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딱 1개로 정의하면 꼰대 소리 듣기 쉽죠. 그럼에도 공감이 가는 정의 중 하나가 인생은 예측 불가능하다입니다. 미래를 알고 우리가 산다면 얼마나 지루하겠어요. 정해진 길만 따라간다면 큰 기대 없이 미래를 기다릴 겁니다. 대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사라지죠. 

반면 지금 같이 당장 내일 일어날 일도 모르고 살면 무척 불안합니다. 대신 기대와 희망이 있습니다. 어떤 미래가 더 좋은 미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실제 미래는 예측 가능한 일도 있고 불가능한 일이 섞여 있습니다. 알듯 모를듯한 미래가 우리들 앞에 놓여 있고 그게 인생이라고 영화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냥 저냥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약간 억지 설정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결혼식 피로연을 통해서 여러 인간 군상을 가벼운 터치로 담은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평 : 알듯말듯한 미래가 주는 선물을 잘 포장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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