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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효 감독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육상효 감독의 영화를 다 본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이유는 육상효 감독의 작품들은 소수자의 입장에 서서 세상을 보는 그 따스한 시선 때문입니다. 외국인 근로자의 애환을 코미디로 잘 담은 영화 2010년 영화 <방가방가>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후 2011년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에서는 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의 점거 농성에 우여곡절 끝에 철가방이라고 불리는 중국집 음식배달원이 섞여 들어가서 얼떨결에 시위를 하는 내용으로 저를 사로 잡았습니다

이 영화는 엄숙하게만 그려지던 80년대 시위를 코미디로 살짝 비튼 영화로 꽤 유의미한 내용도 많았고 재미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23만 관객만 동원하고 내려갔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꽤 볼만한 영화임에도 관람객 수는 무척 적었고 이 때문인지 육상효 감독의 영화는 이후로 볼 수 없었습니다. 

제 취향인지는 모르겠지만 <구국의 강철대오>는 정말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둘이 있어야 하나가 되는 <나의 특별한 형제>

정말 오랜만에 육상효 감독이 돌아왔습니다. 이번 영화는 코미디 영화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영화 톤은 코미디가 살짝 있습니다. 그렇다고 박장대소를 하게 하는 영화는 아니고 봄 빛에 살짝 미소 짓게 하는 온화한 미소가 담긴 영화입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명필름이 제작한 영화입니다. 카트, 부러진 화살 같은 사회성 짙은 영화도 잘 만들고 건축학개론, 아이캔스피크처럼 흥행 대박이 난 영화도 잘 만듭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실존 인물인 최승규씨와 박종렬씨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 영화입니다.  뇌병변 장애가 있었던 최승규씨를 정신지체 1급 박종렬씨가 최승규씨가 대학을 다니던 4년 내내 박종렬씨가 등하교를 도운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따라서 영화는 두 장애인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아니고 영화 속 이야기와 등장인물은 다 허구입니다. 

머리 아래로 마비가 된 지체장애인인 세하는 같이 살던 엄마가 돌아가신 후 친척집에서 살다 '책임의 집'이라는 사회복지기관에 맡겨집니다. 이곳에서 세하라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동구를 만나게 됩니다. 괴롭힘을 당하는 동구를 말로 구출한 후 동구는 세하를 친형처럼 따릅니다. 동구는 어린 시절 동대문 수영장에 갔다가 엄마가 동구를 버리고 도망간 후 이 시설에 오게 됩니다. 

동구는 자신의 이름도 못 쓸 정도로 지적 능력에 장애가 있지만 수영은 무척 좋아하고 잘 합니다. 반면 세하는 4년제 대학을 나온 브레인이지만 머리 밑으로의 몸은 전혀 움직일 수 없습니다. 세하는 동구가 먹여주고 입혀주고 볼일도 보고 욕창이 생기지 않게 새벽마다 일어나서 세하 형을 옆으로 누여줍니다. 둘이 있어야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공생 관계로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갑니다. 


술, 담배를 무척 좋아하지만 아버지처럼 대하던 '책임의 집'을 운영하던 박신부(권해효 분)가 하늘나라로 간 후 '책임의 집'은 맏형인 세하(신하균 분)이 동구(이광수 분)과 주축이 되어서 '책임의 집'을 운영합니다. 그러나 신부님이 아니라서 지원금도 떨어지게 되고 관계기관에서는 이 '책임의 집'을 철거한다는 통보를 합니다.


'책임의 집'이 사라지면 동구와 세하도 떨어져 살아야 합니다. 이에 세하는 묘안을 떠올립니다. 학생, 취업지망생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봉사 시간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 일을 합니다. 물론 불법 행위이지만 두 사람은 그 돈을 받고 좀 더 같이 지내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일이 터집니다. 

동구가 그렇게 찾던 그러나 동구를 버렸던 엄마가 동구가 TV에 나온 모습을 보고 동구를 찾아오게 됩니다. 동구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친형은 아니지만 20년을 함께 살아온 형 세하와 함께 사느냐 자신을 버렸지만 자신이 20년 동안 찾았던 엄마와 함께 사느냐를 선택해야 합니다. 

동구는 누구와 함께 살려고 할까요?

장애인 영화의 뻔한 2가지가 없는 영화 <나의 특별한 영화>

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는 2가지의 함정에 쉽게 빠집니다. 

1. 장애를 도구로 이용한 억지 신파.

2. 비장애인을 감동시키기 위한 장애인의 인간 승리 드라마

우리는 장애를 극복하고 위대한 인간 승리 드라마를 참 많이 봤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이 비장애인에게 역경을 이겨내는 감동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태어난 존재들일까요? 장애는 슬픔을 뚝뚝 흘리게 하는 도구로만 사용되는 것을 장애인들이 좋아할까요?

장애우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말은 장애인은 모두 우리의 친구라는 다소 폭력적인 시선에서 나온 말입니다. 장애인은 우리친구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선택은 장애인이 하는 것이지 생판 본적도 없고 말 한 번 나눈 적 없는 장애인에게 무조건 친구라고 하면 얼마나 불쾌할까요?

장애인도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고 주관이 있습니다. 장애인이 도와 달라고 할 때 도와줘야지 무조건 돕는 것은 장애인을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사람이라는 그릇된 인식이고 그 행동은 장애인을 불쾌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마음씨는 잘 압니다. 고운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죠. 다만 장애인도 다 인격이 있는 주체적인 존재라는 것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는지 어떤 행동이 장애인을 돕는 행동인지 잘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장애인들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존재도 아니고 교류가 없다 보니 매스컴이나 책이나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밖에 없고 이러다 보니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기는 듯 하네요. 

장애우라는 단어는 비장애인들의 일방적인 시선을 담은 단어입니다.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나온 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나 조연으로 나온 영화들은 장애인들의 인간 승리를 주로 담았습니다. 장애인은 인간 승리를 해야 조명을 받는 존재들인가요? 그렇지 않겠죠. 다만 인간 승리라는 주제를 담기 위해서 쉽게 차용할 수 있는 소재인 장애인들을 도구로 활용하기 편하기에 장애인들을 이용했습니다. 이런 불편한 시선 때문에 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는 뻔한 신파 영화라고 생각해서 잘 안 보게 됩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이 2가지가 없거나 무척 적게 담고 있습니다. 먼저 장애인 영화의 단골 표현인 신파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적게 나옵니다. 목 아래의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세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비관하지 않습니다. 까칠하긴 하지만 자신의 신세나 세상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이는 동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동구는 엄마가 보고 싶지만 언젠가는 꼭 찾아오실 거라는 형 세하의 말을 믿고 하루 하루 밝게 살아갑니다. 그리고 인간 승리 드라마가 없습니다. 동구가 세계적인 수영 선수가 된다가나 세하가 영특한 머리로 놀라운 지식인이 되는 내용이 없습니다. 그냥 두 장애인이 서로를 보완하면서 사는 아름다운 공생 관계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한 번 태어났으면 끝까지 살아갈 책임이 있어서 '책임의 집'이라는 이름을 지었던 박신부님은 둘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고 완벽하지 않기에 서로 기대고 의지할 수 있어서 살아갈 수 있다고 세하와 동구에게 말합니다. 

이 말은 참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최근 장애를 가진 중년의 형제 둘이 노부모가 없는 사이에 아파트에서 투신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뉴스를 접하고 이 영화를 보니 아무런 신파적인 장치 없이 아무런 감동 코드 없음에도 장애인들의 고통이 묻어나와서 눈은 미소 짓고 있지만 마음은 계속 아픔이 절여왔습니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의 흔한 신파도 인간승리 드라마도 없지만 장애인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담은 장면은 꽤 있습니다. 세하는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엎드리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없으면 혼자 생활을 영위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장면을 통해서 장애인들의 삶을 투영하지만 이걸 이용해서 슬픈 감정을 이끄는 도구로 활용하지 않습니다. 그냥 덤덤하고 무던하게 바라보게 할 뿐입니다. 대신 세하와 동구의 코믹스러운 상황을 많이 넣어서 전체적으로 미소 짓게 하는 구간이 많습니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무미건조하다고 할까요? 단짠단짠 영화들이 넘치고 그 자극적인 요소로 인해 영화를 보게 되는데 이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전체적으로 간이 덜 된 음식 같습니다. 그래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영화 스토리도 대단하거나 다이나믹한 내용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보게 하는 힘은 영화를 보는 내내 인상 쓰지 않고 계속 이 두 형제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게 됩니다. 그 이유는 신하균과 이광수의 연기 때문입니다.

신하균이야 연기 잘 하는 배우로 잘 알려졌기에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지만 이광수가 이렇게 연기를 잘 했던 배우인가? 할 정도로 꽤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특히 몇몇 장면에서는 실제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장애인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 특징을 잘 살린 연기를 보여주네요. 

박철민도 특유의 까불거리는 연기가 아닌 톤 다운 된 담백한 연기를 보여줘서 좋았습니다. 가장 아쉬운 캐릭터는 이솜이 연기한 수영강사 미현입니다. 미현은 고시원에서 사는 가난한 청춘입니다. 이 미현이 동구 오빠를 돕는 과정은 이해가 가는데 여러 면에서 잘 어울리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냥 영화가 두 장애인 형제로만 진행되면 더 밍밍할 것 같아서 자극제로 넣은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크게 튀거나 모났다는 건 아니고 두 주인공이 워낙 자연스럽게 장애인 삶을 투영하는데 반해 미현이라는 캐릭터는 잘 접착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대단하지 않지만 특별한 영화였던 <나의 특별한 형제>

<나의 특별한 형제>는 다행스럽게도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14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육상효 감독님 기분 좋으시겠네요. 이 영화는 대단한 영화는 아닙니다. 따라서 추천할 만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구국의 강철대오>를 더 추천합니다. 그러나 장애인을 소비하지 않고 장애인 그 삶 자체를 잘 담은 건강한 드라마가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재미는 박장대소를 치게 하지 않지만 영화 후반 3명의 주연 배우가 함께 부는 모카의 해피를 번안한 노래를 함께 부를 정도로 밝고 맑은 영화입니다. 장애인의 역경 극복이 아닌 그 역경이 있음에도 책임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내가 아닌 너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좋은 영화입니다. 

참 동구가 금천구체육센터 옷을 입고 동구와 세하가 제가 사는 금천구의 금천구민이라는 점도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금천구에서 촬영했나하고 자세히 봤는데 금천구에서는 촬영하지 않았더라고요. 자세히 봤지만 다 다른 지역이더라고요.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복지가 꽤 촘촘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네요.  


별점 : ★★★☆

40자 평 : 장애인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그대로 담은 건강한 맑은 보고나면 기분 좋아지는 영화

썬도그
하단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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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05.29 17: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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