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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정우성이 정우성한 영화 <증인> 직업 윤리를 비판하다.

by 썬도그 2019.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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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백상예술대상에서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 배우는 '정우성'입니다. <눈이 부시게>에서 열연한 김혜자 뒤에 올라서 영화 배우 대상을 받은 정우성은 '온당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며 자신의 연기대상 수상에 놀라워하는 눈치였습니다. 이는 정우성 뿐이 아닙니다. 영화를 보지 않았지면 영화 <증인>에서 정우성이 연기한 변호사 캐릭터는 고음 오래 내지르기 대회인 각종 노래 콘테스트에서 수상하기 어려울 것처럼 연기상을 받기에 좋은 캐릭터가 아닙니다. 

악을 쓰고 혹독한 환경에서 연기를 하는 캐릭터가 아무래도 연기하는 느낌이 확 드는데 잔잔한 캐릭터로 대상을 받았다는 것이 좀 신기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어떤 영화이기에 대상까지 받았을까? 그 궁금증은 영화를 보면서 해결이 되었습니다. 정우성이 정우성를 연기했네요. 이게 논란이 나올 수는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논란이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우성이 상을 못 받을 정도도 아닙니다. 줄만한 연기를 했습니다. 다만 이 연기라는 것이 배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힘을 이용한 것이라서 기존의 연기상과 좀 괘가 다르긴 합니다. 


인권 변호사 속물 변호사가 되다

40대 싱글인 순호(정우성 분)는 민변에서 활동하던 인권변호사였습니다. 돈 보다는 사회 정의를 위해서 뛰던 순호는 밀린 빚을 갚고 좀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 로펌에 들어갑니다. 거기서 순호는 민변 활동 경험을 이용해서 악덕 기업을 변호하는 속물 변호사가 됩니다.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나이들면 속물이 되고 돈을 최우선 가치로 여깁니다. 물론 여기에 저도 포함됩니다. 다만 그 속물 근성의 정도가 심하냐 덜 심하냐의 차이이고 그 속물 근성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느냐 안 주느냐 차이죠. 

순호의 속물 근성은 남에게 피해를 줄 정도입니다. 빚 때문에 속물이 되었다고 해도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변호하는 못난 모습까지 보여집니다.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행동들이죠. 아직은 위스키보다 소주가 더 잘 어울리는 순호는 로펌에서 악덕 기업을 변호하면서 급격하게 속물에 물들기 시작합니다. 

순호는 한 살인 사건 용의자의 변호를 맡습니다. 가정부가 집주인 할아버지를 살해하는 장면을 이웃에 사는 여고생이 목격합니다. 그런데 이 목격자가 자폐를 앓고 있는 학생입니다. 자폐를 앓고 있는 지우(김향기 분)가 증인이 될 수 있을까요? 순호는 5살 아이의 행동을 보이는 지우를 보고 증인 채택이 어렵겠다며 쉽게 판단합니다. 그러나 이 지우에게 자폐 장애 가족이 있는 신임 검사가 배정이 됩니다.


신임 검사는 지우의 상태와 상황을 아주 잘 인지하고 지우를 증언대에 세움을 넘어 증인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고 확신을 합니다. 이런 신임 검사를 노회한 순호가 살짝 낮춰보지만 신임 검사의 결기가 대단히 높습니다. 


증인 지우의 마음을 열고 들어가는 변호사 순호

변호사 순호는 자폐 학생인 지우가 증인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고 지우를 알아갑니다. 자폐증 환자들이 세상을 보는 시선을 알아보지만 영 흥미가 없습니다. 직접 지우에게 접근해 보지만 배척당하기만 합니다. 반면 신임 검사 희중은 지우와 어느새 친해져서 스킨쉽까지 나눕니다. 그렇게 방과 후에 끊임없이 찾아가서 지우의 친구인 신혜(김승윤 분)로 부터 지우 마음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열고 한 걸음 한 걸음 지우와의 마음의 거리를 좁혀 갑니다. 

그렇게 검사 못지 않게 지우와 친해진 순호는 법정에서 지우에게 못된 언어를 구사하며 지우를 압박합니다. 이는 순호가 지우에게 "도와주는 척 하면서 괴롭히는 건 친구가 아니야"라는 말을 자기 스스로 부정하는 행동입니다. 

지우는 순호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속물이 되어가고 있던 순호는 이 질문에 마음이 흔들립니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살았던 순호는 찌들린 빚 때문에 비리 기업가의 뒤나 봐주는 못난 인간이 되어가는 자신의 돌아보게 됩니다. 

순호는 지우를 자폐 장애인으로만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지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지우가 바라보는 것을 보면서 서서히 지우의 마음을 이해하고 지우의 상태를 알게 됩니다. 지우와 순호는 그렇게 친구가 되어갑니다. 


전형적인 대중 신파의 요소가 많지만... 

영화 <증인>은 살인을 목격한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학생 지우가 증언하는 것이 무척 고통스러움에도 끝까지 증언을 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지우에게 서서히 동화되어가고 순화된 순호는 지우를 통해서 자신의 추한 얼굴을 바라보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아주 뛰어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라면으로 말하면 순한맛 라면입니다. 법정 영화라면 흔히 있는 윽박지르고 화를 내고 예상치 못한 증인의 등장이나 엄청난 반전을 담고 있지도 않습니다. 흔한 재미 요소를 많이 제거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신파적인 요소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도 주인공이 장애 학생으로부터 순화 된다는 설정도 그렇고 몇몇 장면은 너무 나갔다고 할 정도로 아쉬운 연출도 꽤 보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담백하게 그렸으면 좋으련만 몇몇 아쉬운 장면이 인상을 쓰게 하네요. 또한, 장애 학생이 비장애인 학생들과 함께 학교 다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좀 더 길게 담으면 2가지의 시선을 함께 담을 수 있고 좀 더 촘촘한 이야기가 밀도 높게 그려젔을텐데 오로지 살인 사건 이야기만 길게 담네요. 

그러나 이 순둥이 같은 이야기가 맑은 감동을 자아냅니다. 격정과 거리가 먼 영화입니다. 잔잔하면서도 울렁임이 있는 고용한 바다 같은 감동이 자박자박 깔리는 좋은 영화입니다. 


정우성이 정우성한 영화 <증인>

까불까불하고 항상 인기 스타상만 받는 정우성. 한국을 대표하는 존잘 정우성은 그냥 흔한 존잘 배우 중 1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배우가 어느날부터인가 마음까지 잘생겨져서 돌아왔습니다. 아마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를 맡으면서 변한 것 같기도 합니다. 현재 정우성은 사회성 짙은 발언을 자주하는 소셜테이너입니다. 이 소셜테이너들은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대중적인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 사회성 발언을 자주 하는 것은 인기의 반은 버린 것이라서 다들 꺼려합니다, 그럼에도 이 배우는 합니다. 물론 저는 정우성 배우를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좋아합니다. 자신의 힘을 남을 괴롭히는데 사용하는 사람이 아닌 자신의 권력을 아프고 어려운 사람 힘든 사람에게 내미는 손으로 사용합니다. 이런 정우성의 이미지는 다른 연예인이나 배우가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하고 거대합니다. 

이런 인간 정우성의 이미지를 그대로 영화로 만든 것이 영화 <증인>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40대 싱글남을 연기하는 정우성 본인이 정우성을 연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연기와 꾸밈 없는 표정과 몸짓 하나 하나가 스크린을 꽉 채우네요. 물론, 악을 쓰고 생고생을 한 티가 나야 좀 더 연기하는 느낌이 나서 상을 받는 좋은 조건이 되지만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정우성이 살렸다고 보여지네요.

여기에 김향기의 연기도 참 좋았습니다. 영화 줄거리는 연출은 그냥 평범합니다. 그러나 김향기와 정우성의 연기가 이 영화를 좋은 영화 반열에 올려 좋았습니다.

자낳괴를 비판한 영화 <증인>

재판정은 진실을 가리는 공간이지만 한국의 재판정은 진실 보다는 돈의 논리로 흘러가는 곳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사법농단 사태도 그렇고 판사가 재판을 거래하는 이상한 나라가 한국입니다. 큰 죄를 지어도 엄청난 수임료를 받은 대형 로펌이 전관예우 등의 편법과 불법을 통해서 재판을 휘두르는 한국입니다.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돈으로 형량을 거래하는 듯한 못난 모습이 많습니다.

자낳괴(자본이 낳은 괴물)들이 검사와 판사 변호사를 하고 있습니다. 직업 윤리는 땅에 떨어지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비장애인과 다르지만 같아야 한다고 윽박 지르는 세상에서 지우는 비장애인척 살아갑니다. 거짓말을 못하는 지우지만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다른 사람과 같아지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끝내 지우는 다른 사람과 달라지기 위해 증인이 됩니다. 

그게 옳은 일이니까요. 이는 교육의 힘이 아닌 살아가면 누구나 저절로 체득되는 양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타락한 한국의 사법기관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으면서 자폐라는 장애에 대한 우리들의 편견어린 시선을 잘 담고 그 시선을 통해서 반성을 이끄는 좋은 영화 <증인>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정우성이 정우성을 연기하는 마음 따뜻한 영화 <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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