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 있어서 제 6차 촛불 집회를 둘러보고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이때가 오후 7시 전후였습니다. 1주일 전에 있었던 제 5차 촛불집회가 15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국민들이 모였기에 6차는 좀 줄어들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광화문역이 전철이 무정차 통과라고 하네요. 설마? 이미 3차 담화까지 했고 자진 사퇴를 밝혔기 때문에 촛불 시위 참가자가 줄어들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광화문역에서 전철을 탈 수 없어서 서대문역으로 걸었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광화문 쪽으로 계속 이동합니다. 뭐지? 이분들 다 촛불 시위에 참가하는 건가?
서대문역에 도착하고 알았습니다. 제가 참 순진하고 어리숙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차 담화를 보면서 크게 화가 났지만 사퇴 하겠다고 밝혔기에 어느 정도 분노가 줄어들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오히려 5차 촛불 시위 때보다 더 많은 서울 170만, 전국 232만 촛불이 켜졌습니다. 이는 1987년 6월 항쟁 보다 더 많은 시위 인원입니다.
국민들은 3차 담화에 더 분노를 했습니다. 그 이유는 명백합니다. 아직도 자신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것과 퇴진은 하겠지만 대신 국회에서 니들끼리 싸워 보라는 분란를 일으키는 말을 했습니다.
괘씸했습니다. 괘씸했지만 물러난다고 밝혔기에 국민들의 분노가 줄어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분노는 더 커졌습니다. 담화를 하면 할수록 국민 분노가 더 거세졌습니다.
스스로 무덤을 판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사태가 터졌을 때 알아서 언제까지 절차를 밝아서 하야 하겠다라고 했으면 정국은 잘 수습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겁니다.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국가를 위해서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인지부조화입니다.
이런 인지부조화가 3번의 담화문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용서해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인정 한 것은 최순실이라는 측근을 잘못 관리한 것만 인정했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내가 모든 책임을 지고 단 하나라도 죄를 지은 것을 인정하고 하야하겠다고 하면 가장 거셌던 6차 촛불집회가 성립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3번의 발언 기회를 다 날려버렸고 그 3번의 발언을 통해서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밖에 답이 없다고 판단을 하고 6차는 가장 환하고 크게 불타 올랐습니다.
저를 포함 국민들은 탄핵을 통과시켜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임 대통령 예우를 모조리 박탈하길 원했습니다. 또한, 촛불 집회 참가 인원 수가 정치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을 알게 되자 더 많은 인원들이 참여했습니다. 솔직히 매주 참가한 분들이 매주 나오고 싶어서 나왔겠습니까? 그 시간에 가족들과 치킨이라서 시켜서 먹는 게 낫죠. 그럼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나오는 이유는 민심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6차 촛불집회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오늘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이유가 6차 촛불집회의 열기 때문입니다. 6차가 없었거나 규모가 줄었다면 탄핵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비박권이 흔들렸을텐데 6차 촛불집회 규모에 놀란 비박계를 넘어서 친박계 새누리당 의원도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6차 촛불집회는 역사책에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
좋으면서도 슬픈 박근혜 탄핵 가결
오늘은 역사에 기록될 날입니다. 우리 손으로 나쁜 대통령을 끌어내린 날입니다. 이승만 정권을 무너트린 4.19혁명은 대통령을 하야시켰지만 2016년 12월 9일은 나쁜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끌어내린 날입니다. 헌재 판결이 남아 있지만 민심을 배반하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국회의원 300명 중 299명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투표를 했고 1명 불참석, 234명 찬성 56명 반대 7명 무효로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사람들은 1,234,56,7이라는 숫자를 나열하며 우주의 기운이 국회에 도달했다는 너스레까지 떨었습니다. 기쁩니다. 기쁜 날입니다. 지금 청와대 앞에서는 폭축을 쏘는 시민들이 있다고 할 정도로 지난 6주간의 긴 촛불 행렬이 마침내 친박까지 흔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척 슬펐습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해도 헌재 결정까지 긴 시간이 걸립니다. 헌재 결정까지 정국은 요동칠 것입니다. 이지경까지 만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역사의 죄인입니다.
그러나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살펴보면 부역자들이 꽤 많습니다.
먼저, 가장 많이 비판을 받아야 할 곳은 언론입니다. 특히 KBS, MBC,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연합신문은 큰 반성을 해야 합니다. 이 보수 언론들은 박근혜 정권의 잘못을 비판하기 보다는 호위하는 호위무사 같은 역할을 너무나도 충실히 잘 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최순실 관련 비판 보도나 특종을 했다고 조선일보가 좋은 언론이라고 보면 안됩니다. 고영태가 몰래 설치한 CCTV 영상을 확보하고도 1년 이상 숨기고 있었습니다.
KBS는 태세전환을 아주 빠르게 했습니다. 이전까지 박근혜 호위무사 1중대 역할을 톡톡히 하다가 박근혜 정권이 무너질 조짐이 보이자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자세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한 때 진보 방송국이었던 MBC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도 이렇다할 특종 이나 단독보도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존재감도 없는 방송사가 되었습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언론사들이 부역자 노릇을 하면서 정권에 대한 견제를 하지 않는 직무유기로 박근혜 정권이 길게 갈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검찰도 국정원 그리고 선관위도 최악의 정권인 박근혜 정권을 탄생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어떻게 저렇게 무능하고 무식하고 불통 그 자체인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요? 이는 좌와 우의 문제가 아닙니다.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거의 없고 최순실이라는 막후 세력가가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대통령을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요?
이는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선거를 미래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향수에 젖어서 박정희의 딸에 투표하는 행위는 우리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대한민국 공화국이 아닌 대한왕조를 만든 국민들도 크게 반성해야 합니다. 몰랐다고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이 그럴 줄 몰랐다고 어물쩍 넘어가는 모습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런 행동이 처음도 아닙니다. 박근혜 정권 첫 청와대 대변인인 윤창중의 성추행 문제도 사과 없이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면서 넘어간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박근혜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고 이미지만 보고 투표하는 행태도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제대로 된 자신의 정치 철학을 말한 적 있습니까? 오로지 아버지 어머니 이미지를 이용한 '불쌍한 박근혜'라는 이미지로만 지난 20년 넘게 정치를 했습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한일군사보호협정을 채결하고 당사진인 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의사는 물어보지 않고 일본 정부가 좋아할 군 위안부 협정이나 친일 국정교과서를 만든 등등등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든 폭정과 실정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럼에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나라를 절단내기 직전까지 갔지만 행동하는 양심, 거대한 권력이 찍어누름에도 굴하지 않는 JTBC같은 언론사가 한국에 있었습니다. 이번 대통령 탄핵을 가능하게 한 것은 JTBC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일본 언론도 칭찬을 아까지 않았던 JTBC가 한국에 있었기에 이 거대한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JTBC 혼자만 이 거대한 일을 이룬 것은 아닙니다. 국민들의 촛불과 함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번 6번의 거대한 촛불 시위는 전 세계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단 한 명의 부상자도 없는 평화시위에 전 세계가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후진국이지만 국민은 선진국이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피플 파워라고 하는 국민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촛불 시위 현장에서 쓰레기를 줍던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느꼈습니다.
못난 기성세대가 망쳐버린 나라. 10,20대들에게 정말 부끄러운 나날입니다. 이런 나라를 만들어서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앞으로 학생들과 젊은 분들에게 쓴소리 못하겠어요.
태극기는 다시 펄럭일 것입니다. 최순실 일당의 태극기가 아닌 우리들의 태극기는 광장에서 거리에서 펄럭일 것입니다.
우린 너무 멀리 돌아왔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죠. 이 엄혹한 시절, 경제 파탄 직정에 있는 한국은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이번 촛불 시위 현장을 다니면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분들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나온 부모님들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떳떳한 대한민국, 부모도 돈도 능력이 아닌 노력한 만큼 대가가 따르는 정정당당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정치인들을 잘 감시하며 총선, 대선 같은 선거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이 민주주의에 대한 예방주사였으면 합니다. 국민이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좋은 예가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6차 촛불집회 (12.03 Version /// Work in Progress...) from Oh Choong Young on Vimeo.
제가 본 올해 최고의 영상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은하수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