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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상의 남자 소변기가 샘이라는 작품으로 탄생하기까지
3명의 고흐에 대한 이야기 등 미술사 이면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가득한 책이 오프 더 레코드 현대미술입니다.
우리가 명화라고 인정하는 그림들 속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에피소드들을
혹은 잘 알려져 있어도 단순하게 담겨진 에피소드를 미술사적인 의미와 작가의 의도 혹은 후세의 평가들을 종합적으로 해석해서 새로운 시선을 담고 있는 모습은 이 책의 최고의 재미입니다.
가장 재미있던 에피소드는 뒤샹의 샘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다다이스트였던 뒤쌍은 1917년 남자 소변기를 엎어 놓고 샘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세상에 선보였죠.
이건 엄청난 파격이었습니다. 뒤상이 직접 빚은 소변기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냥 아무것이나 사서 자기 싸인(그것도 자기 이름이 아닌 노동자 이름)을 해놓고 샘이라고 명명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사람들은 이 작품을 쫓아 냈지만 지금은 이 샘을 크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기존의 미술이나 조각들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즉 메이킹하는데 열중한 것에 반해 뒤상은 주변의 사물을 색다르게 바라보고 해석해서 일상용품에서 예술을 끌어냈기 때문입니다.
별것 아닌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샘이란 작품의 위대한 점은 소변기를 엎어 높았다는 것과 함께 이름을 샘이라고 지었기 때문입니다. 샘이라는 제목이 아니고 소변기라고 했다면 유명한 작품이 되지도 않았겠죠. 이전까지 미술작품의 제목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미술계가 언어학과 미술작품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시너지와 아우라를 느끼게 되게 한 작품입니다.
샘이라는 제목을 지은 사람 아니 명명한 사람이 뒤상이고 그 공로로 이 작품은 프랑스현대미술관에 전시보관 중입니다.
그러나 이런 괘씸하고 발칙한 뒤상의 행동에 분노한 한 노인이 이 소변기에 소변을 누는 엽기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 노인분은 소변기에 소변을 누었을 뿐이라고 변명했죠. 사실 소변기는 소변기인데 그게 전시장에 왔으니 작품이 되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노인은 작품 같지도 않은 작품이 프랑스 현대미술관에 전시된 것이 못마땅했나 봅니다.
이후에 이 노인은 수십 년이 지난 후 이번엔 망치를 들고 찾아와서 소변기를 박살을 냅니다.
오줌을 싸도 그냥 물로 씻어내면 되기에 이 작품을 파괴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제목을 파괴할 수도 없었기에 작품을 파괴했습니다. 그래서 작품이 사라졌을까요? 프랑스 현대미술관은 파괴된 이 남자소변기 아니 샘을 정교하게 복원했다고 하지만 모를 일이죠. 어디서 비슷한 남자소변기 사서 전시했을지도요.
이렇게 현대미술의 파격미의 뒷이야기를 담은 에피소드가 가득합니다.
기존에 이런 미술사의 에피소드를 담은 책들은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이 책이 그런 기존의 책과 다른 점은 단순하게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게 아닌 미술사적인 위치와 인문학적인 접근법이 들어가 있어 썩 좋더군요.
특히 마라의 죽음을 그린 다비드가 나폴레옹 대관식이라는 그림을 그려 변절자로 그려지는 부분에 대한 해석도 꽤 좋더군요 다만 이 저자의 견해가 정설인지 알 수가 없어서 읽으면서 이게 맞는 이야기인가 풍문인가 갸우뚱거리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저자도 수많은 참고서적을 참고해서 적은 것이기에 뭐가 맞는 말인지 모를 듯하기도 하고요. 뭐 그래도 아주 없는 이야기를 담은 것은 아니기에 읽는데 무리는 없습니다.
다만 부제인 문화사가 정장진의 현대 미술 감상법에서 현대 미술 감상법이 이 책에 많이 나와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서양미술사이 미의 기준의 변화와 미술사의 변화과정을 드문드문 말하는데 이게 정리가 되지 않고 편린처럼 흩어져서 깔끔하게 현대미술의 변화과정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미술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추천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