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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유명한 명화뒤에 숨겨진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by 썬도그 2010.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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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는 거꾸로 걸린 자신의 그림에 반해서  추상화 세계로 들어갔다?
앵그르의 누드화가  허리가 긴 이유는?
뒤상의 남자 소변기가 샘이라는 작품으로 탄생하기까지
3명의 고흐에 대한 이야기 등  미술사 이면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가득한 책이 오프 더 레코드 현대미술입니다.

우리가  명화라고 인정하는 그림들 속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에피소드들을
혹은 잘 알려져 있어도  단순하게  담겨진 에피소드를 미술사적인 의미와  작가의  의도 혹은 후세의 평가들을 종합적으로  해석해서  새로운 시선을 담고 있는 모습은 이 책의 최고의 재미입니다.

가장 재미있던 에피소드는  뒤샹의 샘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유명한 명화뒤에 숨겨진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다다이스트였던 뒤쌍은 1917년  남자 소변기를 엎어 놓고 샘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세상에 선보였죠.

이건 엄청난 파격이었습니다. 뒤상이 직접 빚은  소변기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냥  아무것이나 사서  자기 싸인(그것도  자기 이름이 아닌 노동자 이름)을 해놓고 샘이라고 명명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사람들은 이 작품을 쫓아 냈지만  지금은  이 샘을 크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기존의 미술이나 조각들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즉 메이킹하는데 열중한 것에 반해  뒤상은 주변의 사물을 색다르게 바라보고 해석해서 일상용품에서 예술을 끌어냈기 때문입니다.

별것 아닌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샘이란 작품의 위대한 점은  소변기를 엎어 높았다는 것과 함께  이름을 샘이라고 지었기 때문입니다.  샘이라는 제목이 아니고 소변기라고 했다면  유명한 작품이 되지도 않았겠죠.  이전까지 미술작품의 제목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미술계가 언어학과  미술작품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시너지와 아우라를  느끼게 되게 한 작품입니다. 

샘이라는 제목을 지은 사람 아니 명명한 사람이 뒤상이고 그 공로로 이 작품은  프랑스현대미술관에 전시보관 중입니다.
그러나 이런 괘씸하고 발칙한 뒤상의 행동에 분노한 한 노인이  이 소변기에 소변을 누는 엽기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 노인분은  소변기에 소변을 누었을 뿐이라고  변명했죠. 사실  소변기는 소변기인데 그게 전시장에 왔으니 작품이 되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노인은  작품 같지도 않은 작품이  프랑스 현대미술관에 전시된 것이 못마땅했나 봅니다.

이후에 이 노인은  수십 년이 지난 후  이번엔 망치를 들고  찾아와서 소변기를 박살을 냅니다.
오줌을 싸도  그냥  물로 씻어내면 되기에  이 작품을 파괴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제목을 파괴할 수도 없었기에  작품을 파괴했습니다. 그래서 작품이 사라졌을까요?   프랑스 현대미술관은 파괴된  이 남자소변기 아니 샘을 정교하게 복원했다고 하지만 모를 일이죠.  어디서 비슷한 남자소변기 사서 전시했을지도요. 

이렇게 현대미술의 파격미의 뒷이야기를 담은 에피소드가  가득합니다.
기존에 이런 미술사의 에피소드를 담은 책들은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이 책이 그런 기존의 책과 다른 점은 단순하게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게 아닌 미술사적인 위치와   인문학적인 접근법이  들어가 있어 썩 좋더군요.

특히 마라의 죽음을 그린 다비드가  나폴레옹 대관식이라는 그림을 그려 변절자로 그려지는 부분에 대한 해석도 꽤 좋더군요 다만 이 저자의 견해가 정설인지 알 수가 없어서 읽으면서 이게 맞는 이야기인가 풍문인가 갸우뚱거리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저자도 수많은 참고서적을 참고해서 적은 것이기에  뭐가 맞는 말인지 모를 듯하기도 하고요. 뭐 그래도 아주 없는 이야기를 담은 것은 아니기에  읽는데 무리는 없습니다.

다만  부제인  문화사가 정장진의 현대 미술 감상법에서 현대 미술 감상법이 이 책에 많이 나와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서양미술사이 미의 기준의 변화와  미술사의 변화과정을 드문드문 말하는데 이게 정리가 되지 않고 편린처럼 흩어져서  깔끔하게  현대미술의 변화과정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미술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추천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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