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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소주 한잔 생각나게 하는 가족복원극 똥파리

by 썬도그 2009.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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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속으로 좀 많이 울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엘스칼레이터를 한층 한층 타고 내려오면서 쪽팔리게 좀 울었습니다.
일행이 있어서  몸으로 울지 않고  마음으로만 울었습니다.영화 똥파리가 절 울게 만드네요

영화 똥파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께요.  긴 이야기가 될듯 하네요



독립영화계의  송강호   양익준


일전에도 말씀드렸지만  2006년도 KBS 독립영화관에서 본 단편영화 바라만 본다의 주연배우였던  양익준과  똥파리의 양아치와 매치가 안됐습니다.  단편영화 바라만 본다에서 양익준은  범생이 중에 범생이 숫기없고 주저거리는 청년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머리를 박박밀고 콧수염기르고 기지바지를 입고 씨X새끼가 입에 라임으로 붙어버린  양익준을 똥파리에서 봤을때  알고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더군요. 그 순수청년이 저렇게 다르게 보이나. 그러나 얼핏얼핏 눈매를 보면서   아 맞다 그 바라만본다의 사진학도인 양익준이 맞구나 알게 되었죠,.  저 사람 천상 연기자네 라는 생각이  바로 나더군요.

이런 느낌의 배우는 제가 딱 한번 봤는데요. 바로  송강호입니다. 송강호를 초록물고기에서 처음 봤을때  사람들은 그랬죠.
야! 진짜 조폭을 캐스팅했나보다~~ 라구요.   정말  살아있는 조폭연기 과장되지도  모자르지도 않는  실제조폭으로 착각하게 만들던 송강호가  다음 영화인 넘버3에서는    최영의~~ 배반형 배신 배반형~~ 을 외치는 코믹 조폭으로 나옵니다.
송강호는  설경구와 다르게  변신을 자유자재로 합니다. 최근들어서 코믹쪽으로 너무 흐르는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어도  송강호라는 배우의 힘은  어떤 배역이든  잘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양익준은  저는 잘 몰랐지만 독립영화계의 대스타더군요. 정말 많은 영화를 연출하고 출연하면서   내공을 쌓은 배우이자 작가이자 감독입니다.  이 영화에서 양익준은  근래 한국영화에서 최고의 연기를 합니다. 욕설이 대사 한마디마다 있어서  좀 거슬릴지는 모르지만  완벽하게  이웃 동네 양아치형을 재현해 냈습니다.  저는  말끝마다  미X놈, 씨XX끼를  외치는 상훈을 보면서   어렸을적 동네 어귀에서 침좀뱉고 다리좀 떨면서 시간되면 원정나가서   10원에 한대를 외치고 다니던 동네 양아치형이 생각 나더군요.
얘기를 들어보니 이 영화는  시나리오가 거의 없는 영화고 연출이라고 할것도 없다고 하더군요. 큰 줄거리를 던져주고 모든것을  배우들의 즉흥연기와 느낌으로 이어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의 리얼리티는  최근 10년간  최고의 리얼리티가 아닌가 합니다.  마치  긴급출동 SOS를 보는것 같더군요.  아마도 이 영화의 처절함과 생동감은  양익준감독이  전세금까지 빼가면서 만든  절박함이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가정폭력으로 해체된  가족. 똥파리를 만들다

상훈은 똥파리입니다. 냄새나고 더러운곳에서 일을합니다.  용역깡패,  세상사람들은  상훈을 그렇게 부릅니다.
분쟁이 있고 다툼이 있는곳에 경찰이 아닌 용역깡패가 투입되는 대한민국.  경찰대신에 용역깡패 상훈은  쇠파이프를 휘두르면서  돈을 받습니다. 조폭은 아닙니다. 그러나 조폭의 삶과 닮아 있습니다. 합법적 조폭이죠.  또한 그의 주종목은  떼인돈 받으러 다니는  일수쟁이입니다.   얼마전  폭력으로  떼인돈 받으면  구속시키겠다는 뉴스를 봤는데  그 뉴스전에는  떼인돈 받으러 다니는 일수쟁이는
위법행위가 아니였습니다.   제가 본 일수쟁이들은   공통점이 있더군요.   껄렁껄렁하고  유니폼인듯한 검은 양복을 입고 손가방을 끼고 다닙니다. 그리고 머리가 다 짧죠.  머리끄댕이 안 잡힐려고 그런다고 하더군요. 

똥파리 상훈의 머리도 짧습니다.   영화초반  똥파리 상훈은 왜 똥파리 되었는지 보여주지 않습니다.  조폭의 삶과 양아치의 삶을 줄타고 있는 무료한 일상의  상훈은  말끝마다  욕입니다.   이 영화 욕 정말 많이 나옵니다.  바른영화 깨끗한 영화만 봐온 분들에게는 분명 거부감이 많습니다.

이런 똥파리 상훈이 이상하고 까칠한  여고생을 만납니다.
둘의 만남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침좀 뱉다가  만났어요.


주파수가 같은   한연희라는 여고생을 만난 똥파리


상훈은 습관대로 길거리에서 침을 뱉다가  그 침이 연희에게 떨어집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그냥 지나치거나(상훈의 외모를 보면 감히 접근을 못하죠)  항의를 했을텐데  연희는 항의를 하는데
반말로 상훈을 불러 세웁니다. 헉~~~~      저 여고생 디졌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훈은 그나마 상냥하게 침을 딱아줄려다가
앙칼지게 맞이하는 연희에게  열이 받고 한대 팹니다. 그리고 연희는 기절합니다.  상훈은 기절해서 깨어난 연희곁을 지키다가
치료비를 줍니다. 그런데 이 여고생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영화내내 첨부터 끝까지 반말로 상훈을 대합니다.

서로는 미X놈 미X년으로 대하죠. 서로 통성명은  영화 중간에 나옵니다.   이 만남을 보면서  강풀의 순정만화가 생각나더군요

이 영화 순정만화의  암흑 버젼인가 했지요.   억지 설정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죠.
어느 여고생이  이렇게 만남을 시작하나 했죠. 둘은 이렇게 만납니다.

원시인처럼 삐삐를 가지고 다니는 상훈의 삐삐번호를 얻어낸 연희
나중에  병원에 가게 되면 연락하겠다고 말합니다.  까칠한 여고생에 어이 없으면서도 희안하게  상훈은 연희에게 쩔쩔 맵니다.

그리고  연희라는 여고생의 가족이 그려집니다.
아버지는  상이용사고  어머니는 몇년전 노점상을 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치매끼가 있는 아버지와  오빠가 하나 있지만  아버지와 별반 다르지 않는 막장 오빠가 있습니다.  혼자 제정신 가지고  아버지 앞으로 나오는 연금으로 하루하루 겨우겨우 버팁니다.  죽은 엄마를 찾아오라는  아버지에게 매일 밥상을 차리면서  철없는  오빠는 매일  유흥비를 달라고 합니다.

어머니가 사라진 파괴된 가정 그속에 연희가 있습니다.   그리고  똥파리 상훈의 가족도 그려집니다.
상훈의 가족도  연희가정과 별반 아니 더 심하게 뒤틀려 있습니다.

가난이 가난을 막다

가난한 사람들이 시위를 하면 가난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그들을 폭력으로 다스립니다.
상훈이라는 밑바닥 인생이 또다른 밑바닥 인생을 블러킹합니다.   우리는 용산참사나  분쟁의 곳곳에서 만나는
용역깡패를 욕하지만   좀 멀리서 보면 두 집단은 비슷합니다.  가진자들은  가난한자를 이용해 가난한자의 분노를 막습니다.
마치  19세기  귀족들이  군인이라는  하류인생들을 끼리 전쟁하는 모습을  부채질하면서 구경하는 모습을 이 영화에서 느낄수 있습니다. 서글픈 현실이지요.   상훈도 측은하고 상훈이라는 용역업체 직원에게 부셔지는 가난도 서글픕니다.  똥파리가 똥파리를 물리칩니다.  울분이 터지는 괴리감이 영화에 담깁니다.


두개의 해체된 가족의 편린들이 만나다.

연희가족은   정말 스크린에서 계속 보기 힘든 가정입니다.  좀 역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러나  상훈의 가족은 더 합니다.   가족폭력으로  어머니를 잃은 상훈,  그리고 여동생까지 잃습니다.
상훈은 그떄부터  똥파리가 됩니다.  아버지라는 개막장 인생때문에 상훈의 유년시절은  어둠으로 점철됩니다.
죄값을 받고  출소한 아버지를 찾아가 개인적인 복수를 하고 학대합니다. 
그런데 상훈은  막장인생을 살면서도  희안하게  배다른 누나의 아들인 조카에게  아버지 역활을 할려고 합니다.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배다른 누나 아들을  친아들처럼 대하면서 애정을 쏟습니다.   아버지 없는 아이라고 친구들이 놀리면
아버지라고 나서기도 하지요.   그는 초등학교때 해체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배다른 누나 아들인 조카를 통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냅니다.   한편 연희도  정상적인 가정에서 바른정신으로 살면서 신음을 합니다.
똥파리 상훈에게  야~~~ 라고 하던 당찬 여고생의  당위성이  성립이 됩니다.  연희가  양아치이자 조폭인  나이 많은 상훈에게 막대한것이 이해가 가더군요.  상훈과 연희는  이상한 친구가 됩니다.  상훈은  채무자에게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대하다가도 연희 앞에서는 한없이  어려집니다.





아버지 처럼은 살지 않을거예요.
혹은 딸이 어머니에게 말하죠.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

참 닳고 닳은  드라마속 멘트입니다.  우리 자식들은 누구나 한번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요.
아버지 처럼 살지 않을거예요. 어머니 처럼 살지 않을거예요.  어머니는 흐느껴 웁니다.  그리고 그 흐느낌을  자식들은 이해못합니다.
그리고  자식을  낳고  어머니를 이해합니다.  이게 인지상정이죠.   아버지 어머니는 자식 낳고 길러보지 않은 인생들은 이해 못합니다.   내가 자식을 낳고 키워보면  그때  내 젊었을때 답답했던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이해하게 되고 후회하고  울먹이게 됩니다.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면서  내가 똑같이  내가 낳은 자식에게  하는 모습을  3자된 입장에서 발견하게 되고
동네 어귀 포장마차에 가서 혼자 술을 마시게 되죠.   아버지처럼  무뚝뚝하게 살지 않겠다고  젊었던 시절 외쳤으면서  내 자식에게
놀아주지도 않고  막대하고  하는 모습에  반성하게 되죠.   그나마 이렇게 반성하는 사람은 정상이죠. 하지만 이런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똥파리 상훈도  그랬습니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보고 자라면서   정작  복수라는 이름으로 또다른 가정폭력을 행하다가
다른 가족에게 들키게 됩니다.  그러나 똥파리 상훈이   반성합니다. 

초록물고기와 같은 가족복원근

이 영화 처음에는  강풀의 순정만화 같더니 나중엔 초록물고기와 닮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초록물고기의 막둥은  달리샷으로 그려진  가족들의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워 합니다.  그러나 제대한 가족은 원자화되어 분열되어 갑니다. 그 가족을 다시 해체전 상태로 복원하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막둥의 노력으로 복원이 되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이 영화도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독립영화버젼의 초록물고기가 가장 이 영활를 한마디로 압축해서 설명할수 있을듯 하네요.
이 영화는 가족이라는 개념을 느끼고 싶었던  똥파리가 나비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낳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대한민국 가정중에   교과서에 나오는  바른 가정이 얼마나 되나요.
한국같이 이혼율이 높은나라에서  이혼가정, 즉 편모슬하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낮춰보지 않나요. 어머니는 항상 저에게 말합니다.
양부모가 다 있는 여자를 만나라구요.  편모슬하에서 자라면 어딘지 모르게 구김살이 있다구요.  몇달전 미수다에서 여자패널들이 말하더군요. 자기는 아버지 없이 혹은 어머니 없이 자라도 차별받지 않고  손가락질 받지 않고 살았다구요.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요.   이혼율은 높으면서  부모중 한명이라도  없이 자라는  아이들을  이상하게 보죠.  그런 사회적 편견속에
삐뚤어진  영혼들이 자라납니다. 물론   편모슬하에서도 바르게 자라는 사람도 많습니다.

10년전 후배들과 술자리 하면서 가족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솔직히 웃고 떠들고 지내지만  가족이야기 잘 안하잖아요.
그때  6명중 3명이  완벽한 가정이 아닌 상태로 자라왔더군요. 그러나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지냈죠. 누구는 배다른 동생과 지내고 누구는  아버지와 단둘이 지내고 누구는  양 부모님이 별거중이라서  성인이 된후 다 따로 지내더군요.  우리는  이런 상태로 지냅니다.
그러나  앞에서는 뭐라고 안하지만  알게 모르게  측은하게 보지 않나요?   예전보다 지금은 그런 모습이 분명 많이 사라졌지만
외국에 비한다면 아직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학교는 어떤가요?  선생님은  이혼가정에 대한  배려심이 많지 않습니다.
좀 격해졋네요.  저도  제 동생이 매제랑 별거중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슬펐던 이유가 바로  그것때문입니다.

영화자체는 크게 슬프거나 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개인적 경험이  버무려지면서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외삼촌으로써   조카들이 생각나더군요.  영화를 보고  순대를 사들고  동생이 늦게 퇴근한다면서 애들좀 봐달라는 말에
영화약속이 있어서 거부했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집근처에 사는 조카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순대를 사들고 갔습니다.

똥파리 상훈에 대한 감정이입은 어쩔수 없었나 봅니다.


가족이 그리웠던  똥파리 상훈,  그를 통해  나를 보다

상훈이 즐거워 하고 웃던 장면이 딱 한번 나옵니다.
상훈이 웃는장면에서 관객들이 다 웃더군요. 웃을 수 밖에요. 똥파리도 웃게 만드는 여자가   연희였거든요.
연희만이 똥파리를 이해합니다. 똥파리가 우는데 연희도 웁니다.  그렇다고 연희나 상훈이나  자신들의 상처깊은 가족사를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그냥 웁니다.  그냥 울기에 더 슬픕니다. 그리고 저도 울었습니다.



영화 똥파리에 대한 전체평

영화 똥파리는  과격하고 욕이 난무합니다.  평온한 가정과   결점없는  가족에서 지내왔다면 이 영화 거북스럽습니다.
결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차라리 허리우드 블럭버스터를 보는게 낫습니다. 하지만 상처받은 가족 혹은 해체된 가족을 주변에 가지고 있거나  자신이 그런 가정의 일원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쉽게 감정이입이 될것입니다.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양익준의  진솔한 자기경험이 없었다면 이런 생동감있는 이야기를 그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가족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이 영화는 마지막에 또다른 똥파리를 보여주면서 끝납니다.  해피엔딩과 세드앤딩이 공존하는 라스트씬
이 영화 큰재미는 없지만 그렇다고  재미없는 영화도 아닙니다.  간간히 유머도 나오는 영화죠. 그리고 쉬운 영화 아닙니다.
무겁고 힘든 영화입니다.   가족의 구성이 완벽하지 않은 모든 대한민국 가족의 일원에게 적극 권합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가족의 굴레는   머리속에서는 벗어날수 있어도 가슴속에서는 벗어나지 못함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썩 기분 좋은 영화는 아니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네요.

해외관객들의 반응이 좋은것을 봐서는   가족은 인류의공통 관심사이자 목표점인듯 하네요.
소주좀 마셔야 겠습니다.

덧붙임 :  연희와 똥파리 조카의  다정한 모습이 과속스캔들의  모자지간과 왜 그리 닮아 보이는지요. 연희를 연기한 김꽃비양이 너무
궁금해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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