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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무엇이 평범한 사람을 살인마로 만들었나? 다큐 아주 평범한 사람들 : 잊힌 홀로코스트

by 썬도그 2023.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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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영화에서처럼 악당은 악당같이 생기고 슈퍼히어로는 슈퍼히어로 같이 생긴 것은 이야기를 쉽게 전달하고 이해하기 편하기 위한 하나의 이야기 전달법입니다. 이게 너무 초단순해서 많은 사람들이 슈퍼히어로물을 유치하다고 생각하죠. 이를 잘 알기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혼합하고 복잡성을 넣어서 좀 더 볼 맛을 나게 합니다. 

그런데 살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악마라고 느껴지는 사람이 악마 같이 생긴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관상에서 살인마를 알 수 있다고요? 한국의 역대 연쇄 살인마들을 보면 얼굴에 연쇄 살인마라고 느껴지는 얼굴이 거의 없습니다. 그냥 다 이웃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이죠.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이 살인귀들이 되었을까?

다큐 아주 평범한 사람들 : 잊힌 홀로코스트

2022년 독일 제2 채널인 2DF에서 방영한 다큐 <아주 평범한 사람들 : 잊힌 홀로코스트>가 넷플릭스에 지난 9월에 올라왔습니다. 넷플릭스는 디즈니플러스에 비해서 좋은 다큐멘터리를 자주 많이 소개합니다. 이 다큐도 우리가 간과했던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켜줍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의 유대인 학살은 전 세계 사람들이 잘 알고 있죠. 300만 명이 가스실에서 죽었고 100만 명이 게토라는 수용소에서 사망합니다. 그리고 200만 명이 놀랍게도 직접 사람이 총을 쏴서 죽이는 총살로 죽였습니다. 이걸 어떻게 알게 되었냐. 독일은 모든 것을 기록하는 근면 성실한 면이 있는데 이 모든 총살을 문서로 기록합니다. 

다큐 아주 평범한 사람들 : 잊힌 홀로코스트

이 문서를 발견한 사람은 당시 미군 법무관 병사였던 벤자민으로 이 엄청난 자료를 상관에게 보고 했더니 대수롭지 않은 듯 치부했다가 다른 일과 같이 병행할 수 있으면 조사해보라고 했고 결국 이 엄청난 학살을 전 세계에게 알립니다. 

다큐 아주 평범한 사람들 : 잊힌 홀로코스트

<아주 평범한 사람들 : 잊힌 홀로코스트>은 이 직접 할살을 자행한 독일군이 아닌 독일 경찰부대를 추적합니다. 이들은 함부르크 같은 곳에서 사는 30,40대 들로 20대가 아니라서 군대를 갔다 왔거나 가지 않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런 자식과 처가 있는 동네 흔한 아저씨들이 독일이 전쟁을 하면서 영토를 확장하자 다른 나라에서 경찰 근무를 해야 할 인력이 필요했고 경찰로 자원입대를 많이 합니다. 말 그대로 아주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다큐 아주 평범한 사람들 : 잊힌 홀로코스트

그런데 이들에게 아주 어려운 임무가 하달됩니다. 상사는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고 했고 실제로 이탈자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 임무를 따릅니다. 그 임무란 숲으로 유대인들을 데리고 가서 여자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죽이라는 겁니다. 사람이 갑자기 저항도 하지 않은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요? 그런데 합니다. 했습니다. 나중에는 얼마나 경제적으로 죽어야 하는지 알 정도로 아기를 안은 여자는 뒤에서 쏘면 총알 1개로 2명을 죽일 수 있는 것까지 스스로 체득합니다. 

이들이 악마일까요? 당신이라면 이렇게 안 할 수 있을까요? 다큐는 왜 거부할 수 있는 명령, 느슨한 명령임에도 왜 대부분의 독일 경찰이 기동 학살 부대라고 부르는 '아인자츠그루펜'이 되어서 무려 200만 명을 학살했는지 조명합니다. 이 학살에 무려 6만 명의 평범한 독일 중년들이 참여합니다. 

악의 평범성을 재조명한 다큐 <아주 평범한 사람들 : 잊힌 홀로코스트>

다큐 아주 평범한 사람들 : 잊힌 홀로코스트

가족이 있고 그것도 처자식이 있는 대부분의 독일 경찰들이 사망자 확인도 안하고 대충 보고해도 되는 걸 왜 열심히 따랐을까요? 다큐에서는 예상했겠지만 동료 때문입니다. 내가 살인하는 걸 싫다고 하면 다른 동료가 죽어야 합니다. 사람이 전쟁 나면 총을 못 쏜다고 하잖아요. 그러다 옆에 동료가 죽으면 그때부터 총을 과감하게 쏘기 시작합니다. 이들 세계에서는 동료애가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여기에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느슨한 저질 도덕성도 한 몫했죠. 

법대로 시키는대로 했을 뿐 속에는 그 법이 그 명령이 과연 보편타당한 명령이고 법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히틀러가 개인적으로 유대인을 싫어한다고 나도 싫어하는 건 멍청한 짓이죠. 그러나 히틀러는 수년 동안 교육과 방송과 매체를 통해서 유대인을 악마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렇게 세뇌가 된 상태에서 유대인은 죽어야 하는 사람들로 낙인찍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소나 돼지 살처분 할 때도 엄청난 트라우마로 사람들이 그 작업을 다시는 못한다고 하는데 이들은 농담까지 해가면서 합니다. 바로 얼마 후에 죽일 사람에게 말을 걸어서 농담을 하는 모습들은 이들이 얼마나 살인에 능숙해졌고 익숙해졌는지를 보여줍니다. 

한나 아렌트의 유명한 '악의 평범성'가 떠오르게 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가스실에서 유대인을 죽인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과정을 담은 기사 내용에서 나오는 내용입니다. '악의 평범성'은 누구나 쉽게 악마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서 전 세계에서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런데 왜 독일 국민들이 히틀러라는 악마를 따랐는지 살펴보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은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죽어 마땅한 존재들이라고 해도 생명을 끊어 버리는 행위는 엄청난 행위로 보편적인 도덕성으로는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죽여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같은 인간으로 안 봤기에 죽였죠. 한국 전쟁 당시 한반도 전국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대부분이 민간인이 민간인을 죽였다고 하죠. 그걸 보더라도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없는 사람들이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이런 행위들이 아주 쉽게 일어납니다. 사유하지 않은 인간은 인간이 아닌 기계일 뿐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줍니다. 

악인이 신념을 가지면 무서워진다는 말이 떠오르다

다큐 아주 평범한 사람들 : 잊힌 홀로코스트

기동학살부대 '아인자츠그루펜'를 이끈 총책임자를 잡아서 재판을 엽니다. 이 사람은 끝까지 반성을 하지 않습니다. 자기는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말하고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항변을 합니다. 악당이 신념을 가지면 무서워진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네요. 

사형 선고를 받은 그 총 책임자에게 가족들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냐는 말에 아무 말도 안 하는 그 괴이한 모습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악에 오염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잘 보여주죠. 많은 사람들이 갈등하는 간호사를 보고 비난을 하는 걸 보면서 존엄성보다는 생존이 이 나라의 제1 덕목이구나를 느끼면서 씁쓸해지더라고요. 

모두가 예라고 할 때 누군가는 왜? 라고 묻지 않는 세상이 편안하고 편리하다고 믿고 사는 대한민국 사람들도 새겨봐야 할 다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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