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리니지나 대부분의 MMORPG 게임이라는 온라인 역할 분담 성장 게임은 캐릭터들이 다 비슷비슷합니다. 4에서 5인 파티를 맺고 몹과 다른 유저를 상대하는데 전사는 전면에 나서서 몸빵을 하고 도적이나 궁수 같은 딜러는 강력한 공격력으로 상대방의 체력을 소진시킵니다. 그리고 마법사가 원거리 광역 데미지 딜을 시전하고 힐러가 체력을 채워줍니다. 이 파티플레이의 핵심은 각 캐릭터들이 자기 역할을 아주 잘해야 합니다.
이게 어떤 룰이 있는 것도 아닌데 현재도 이런 구성으로 파티 플레이를 하고 던전 같은 곳에 사는 거대한 공룡이나 보스몹을 잡고 아이템을 분배합니다. 이 WOW(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리니지 류의 MMORPG의 시조새는 '던전 앤 드래곤'입니다.
1990년대 후반 나온 4인용 게임인 '던전 앤 드래곤'은 다양한 캐릭터를 조정하면서 적들을 물리치는 횡스크롤 게임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던전 앤 드래곤'은 50년이나 된 오래된 게임입니다. 보드 게임에서 시작해서 PC 게임을 지나 온라인 게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게임을 영화로 만든 것이 이번 주에 개봉한 <던전 앤 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입니다. 게임을 영화로 만들어서 성공한 영화가 많지 않습니다. <쥬만지>와 <툼 레이더>가 그나마 흥행에 성공한 편이지 대부분은 쪽박은 아니지만 대박을 치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게임은 마니아들만 좋아하지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라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이 <던전 앤 드래곤>은 워낙 오래된 게임이고 반지의 제왕에서 힌트를 얻어서 만든 듯한 다양한 종족과 전사, 마법사, 드루이드, 전략가 등등의 다양한 조합의 캐릭터들의 팀플레이가 매력적인 게임이라서 영화로 만들어도 인기 높을 듯했습니다. 물론 기대는 거의 안 했습니다.
어제 '문화가 있는 날'에 7천원에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뭘 볼까 하다가 <던전 앤 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가 로튼토마토에서 평론가 점수 90%, 관객 점수 94%라는 높은 점수에 깜짝 놀랐습니다. 흥행 영화가 관객 평론가 양쪽에서 환호를 받다뇨? 약간을 기대하고 봤습니다.
감상평부터 간단하게 말하면 <던전 앤 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은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보다는 못하지만 최근 들어서 두 유명 마법 시리즈 영화와 가장 유사한 재미를 주는 영화였습니다. 주관적인 점수로는 <반지의 제왕>의 향수를 살짝 느끼게 하는 <반지의 제왕>의 약 70% 정도의 영화라고 느껴지네요.
파티 플레이어를 모집하는 재미가 쫀득한 <던전 앤 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던전 앤 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는 게임처럼 파티 플레이어를 모집하면서 시작합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애드긴(크리스 파인 분)과 홀가(미셀 로드리게스 분)가 감옥에서 사면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부활의 서판이라고 하는 걸 왜 훔치게 되었는지 자초지종을 설명합니다.
에드긴과 홀가는 팀을 이루어서 부활의 서판을 훔쳐서 에드긴의 죽은 아내를 부활하려고 합니다만 소니파(데이지 헤드 분)의 정지 마법에 걸려서 팀원 중 일부만 도망치고 에드가와 홀가는 잡힙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후 사면 심사 재판정에서 탈출한 에드가와 홀가는 에드가의 딸 키라를 찾아갑니다. 키라는 팀원이었던 포지(휴 그랜트 분)가 아주 잘 키우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키라가 자신에게 말 한마디 없이 도둑질을 하러 갔다고 무척 화가 나 있습니다. 키라는 포지 삼촌의 껌딱지가 되어버립니다. 그러나 이 포지가 바로 본색을 드러내면서 소피나라는 붉은 마법사와 손을 잡고 성주가 됩니다.
그렇게 가깟으로 목숨만 달고 포지가 성주인 성에서 탈출한 에드가와 홀가는 딸을 찾고 포지도 끌어내리기 위해서 옛 동료이지만 쪼랩 마법사인 사이먼을 찾아갑니다. 사이먼은 여전히 쪼랩이지만 다양한 동물로 변신할 수 있고 사이먼이 짝사랑하는 드루이드 도릭(소피아 릴리스 분)을 소개합니다. 이 4명은 능력도 성향도 다르지만 포지라는 나쁜 성주를 끌어내리자고 뭉칩니다. 포지를 끌어내려면 분리의 투구를 쓰고 금단의 공간에 들어가서 '부활의 서판'을 가져와야 합니다. 한 마디로 도둑질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4인 도적 파티가 완성됩니다. 그러나 이 4인 파티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는데 팔라딘 젠크(레게장 페이지 분)입니다. 젠크는 뛰어난 무술과 마법과 심리 조절 능력 등등 다양한 능력이 있는데 이 젠크가 소피나가 건 흑마법을 깰 수 있는 분리의 투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4인 파티원들은 그렇게 젠크를 만나서 분리의 투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하죠. 이 과정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처럼 파티원을 구해서 모험을 떠나는 과정이 주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언뜻언뜻 반지의 제왕 향기가 묻어 나옵니다.
기존의 전형적인 캐릭터를 비틀고 비꼰 듯한 4명의 파티원
<던전 앤 드래곤>은 단순한 캐릭터들을 넣은 건 아닙니다. 전형적인 캐릭터들을 살짝 비틀었어요. 먼저 전사는 남자 캐릭터들이 많이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여성 바바리안이 전사 역할을 합니다. 또한 하퍼인 에드가는 전략가로 나오지만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노래를 하고 사람을 속이거나 전략이 좋지만 초능력을 보여주지는 않죠. 보다 보면 이런 특별한 능력 없는 캐릭터가 주인공이 될 수 있나 할 정도입니다.
물론 팀원을 이끌고 뭉치게 하는 역할은 알지만 전체적으로 무능해 보입니다만 옳은 방향을 알고 사람들을 이끄는 힘이 있습니다. 마법사도 쪼랩이고 드루이드도 엄청난 힘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게 기존 다른 초능력 영화였다면 서로 초능력 더 많이 쓰려고 노력하는데 이게 없습니다. 그래서 슴슴할 수도 있지만 기존 초능력 영화나 마블 영화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대규모 공격대 파티가 아닌 4인에서 10인 파티의 중규모 액션
<던전 앤 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
<던전 앤 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의 전체적인 액션 규모나 스토리는 대규모는 아닌 중규모입니다. 던전 앤 드래곤이라서 거대한 용과 함께 싸우겠구나 했는데 그런 장면은 없습니다. 용이 나오긴 합니다. 뚱뚱한 용이 나오고 후반에는 작은 용이 나오지만 용이 주인공은 아닙니다. 이점은 좀 아쉽습니다. 영화 초반 죽은 시체를 깨워서 질문을 할 때마다 100년 전 용을 이용한 전쟁 장면을 길고 오래 보여줄 것 같았는데 1분도 안 나옵니다.
용 액션을 기대하셨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반지의 제왕이나 어벤져스 급 대규모 액션을 기대하시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액션 규모는 딱 4인에서 5인 파티 규모입니다. 우리가 온라인 게임에서 대규모 공격대만의 재미도 있지만 4~5인 파티도 재미있게 하죠. 그래서 액션 규모는 작지만 전체적으로 꽤 재미있습니다.
먼저 4인 파티원들의 유기적인 역할 분담과 활약이 좋습니다. 에드긴은 인간으로 뛰어난 전략가입니다. 플랜 A,B,C,D를 짭니다. 설득력도 좋습니다. 파티원장입니다. 홀가는 여전사로 강력한 힘과 무기로 물리력으로 상대를 무찌릅니다. 사이먼은 쪼랩 마법사이지만 점점 성장해 가는 성장의 재미를 제공합니다. 어떻게 보면 하이스트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올빼미와 사슴과 다양한 동물로 변신이 가능한 드루이드 도릭의 활약도 재미있습니다. 여기에 성기가 같은 팔라딘 젠크의 초반 던전 속 활약도 좋습니다. 여기에 흑마법사 같은 소피나와 도둑 같은 포지 등등의 조합을 보면서 마치 MMORPG 게임의 재미를 느끼게 해줍니다. 액션 규모는 아주 크지 않지만 CG가 아주 좋습니다.
최근 마블 영화 인기가 뚝 떨어진 이유 중 하나가 CG가 예전만큼 뛰어나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던전 앤 드래곤>은 꽤 좋습니다. 어떤 장면은 CG인가 실제인가 할 정도로 좋네요. 또한 고양이 같은 경우 CG가 아닌 인간이 고양이 탈을 쓰거나 인형을 이용해서 표현한 점도 좋습니다. 특히 시체는 CG가 아닌 시체 탈을 쓴 배우가 연기를 했다고 해요. 물고기 새 모습을 한 인간 등등 CG 만능이 아닌 필요에 따라서 아날로그 특수 효과를 사용해서 CG에 대한 반감을 크게 줄이면서 동시에 80년대 시각효과 갬성도 집어 넣습니다. 이 아날로그 시각효과를 담당한 회사는 디즈니 플러스를 먹여 살리는 <만달로리안> 시리즈의 베이비 요다인 그로구를 만든 회사입니다. 그래서 아날로그 맛과 디지털 맛이 섞여서 아주 쫀쫀하네요. 여기에 풍광도 꽤 좋은데 보다가 CG인가 할 정도의 뛰어난 마법 같은 아이슬란드와 북아일랜드의 멋진 풍광이 꽤 많이 담깁니다..
액션은 총 3 구간이 있습니다. 초반 '분리의 투구'를 찾으러 가는 던전 모험과 중반 마차 탈취 및 성 침입 액션 후반 하이선 게임과 흑마술사와의 대결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액션들이 아주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한 맛도 있고 무엇보다 웃기는 장면들이 꽤 많습니다. 특히 대사로 웃기는 장면은 꽤 좋네요.
전체적인 톤은 심각함이 아닌 아이언맨 영화처럼 주인공인 에드긴과 홀가의 티키타카와 유머러스한 대사가 많습니다. 박장대소는 아니고 피식피식 자주 웃깁니다. 여기에 공간 연결 마술을 이용하는 장면 등등 마법도 좀 보여줍니다.
창의적인 액션도 꽤 보이는데 거대한 손과 손이 싸우는 장면이나 공간 연결 마법을 이용해서 흑마술로부터 사람들을 분리하는 등등 유니크한 장면도 많이 보입니다.
여기에 로코물 스타인 '휴 그랜트'의 깐족이고 이죽거리는 연기도 아주 좋네요. 크리스 파인의 유머러스한 연기도 좋고요. 홀가의 미셀 로드리게스의 사백안 눈 연기 및 강인한 모습도 좋은데 미셀 로드리게스도 많이 늙었더라고요. 아바타 1편에서는 정말 에너지가 넘쳤는데요. 그럼에도 영화에서는 여전히 매력을 발산합니다. 이 배우분이 나오면 영화가 다 재미있어요.
온 가족이 가볍게 볼만한 액션 마법 영화 <던전 앤 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
감독은 2명으로 '조나단 골드스타인'과 '존 프란시스 데일리'로 <스파이더맨 : 홈커밍>의 각본가 출신의 두 감독이 연출을 했습니다. 가끔 각본가들이 연출까지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각본가 출신답게 이야기들이 복잡하지 않고 유머러스한 대사 및 후반 예측 가능하지만 살짝 뭉클한 스토리로 진행하는 등등 전체적으로 이야기와 액션 궁합이 좋네요.
온 가족이 볼만한 영화입니다. 주말에 볼만한 영화 없으면 이 영화 보시면 평균 이상 정도의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액션 규모가 작은 게 아쉽지만 그걸 채우는 배우들의 재미있는 대사와 파티 플레이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쿠키는 1개 있습니다. 마블 영화도 아닌 파라마운트 영화인데도 이제는 쿠키가 기본 값이 되었네요. 쿠키는 다음 편을 예시하는 건 아니고 크게 재미있는 장면도 아니기에 안 보셔도 됩니다. 피식 웃고 마는 정도입니다. 아마도 이 시리즈 1편이 성공하면 2편도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팔라딘이 잠시 등장하고 마는데 2편에서는 5인 파티로 들어올 듯합니다. 2편도 기대되네요.
별점 : ★★★☆
40자 평 : 오랜만에 맡아보는 반지의 제왕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