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뜨거웠던 드라마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입니다. 그러나 이 우영우의 놀라운 시청률 기록을 뛰어넘은 드라마가 지금 방영하고 있습니다. 바로 <재벌집 막내아들>입니다. JTBC의 주말드라마인 <재벌집 막내아들>은 넷플릭스에서도 소개되고 있죠. 현재 넷플릭스 인기 1위 드라마는 이 <재벌집 막내아들>입니다.
얼마나 인기가 높은데 우영우의 최고 시청률인 17%를 가볍게 뛰어 넘어서 무려 22%까지 오르고 있습니다. 물론 화제성이나 인기는 우영우가 더 높다고 할 수 있고 우영우는 여러 나라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서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은 국내에서만 공개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는 <웬즈데이>에 열광하고 있는데 한국만 <재벌집 막내아들>이 1위를 차지하고 있죠. 이렇게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데 왜 영어 번역도 안 하고 공개되고 있을까요? 이유는 이 드라마의 소재가 한국인들만 공감할 수 있는 한국의 87년에서 2020년대까지를 다루고 있는 특수성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건 한국인들만 공감하고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그래서 넷플릭스는 전 세계 판권을 사는 대신 국내에서만 개봉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재미있길래 이리 인기가 높은가하고 지난 이틀 동안 13화까지를 다 따라잡았습니다. 16화까지 방영하니 앞으로 3화만 남았네요. 제가 이틀 만에 다 본 걸로 아시겠지만 정말 재미있는 드라마입니다. 다만 드라마를 보면서 아쉬운 점도 참 많이 보이네요. 아쉬운 점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아쉬운점들
이야기가 아주 기발합니다. 웹툰 원작이라서 그런지 검증받은 시나리오에서 나오는 힘이 좋습니다.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크게 성공한 이유는 시각 매체인 웹툰 자체가 하나의 콘티 보드 같은 역할을 하고 많은 유료 회원들이 돈으로 인기를 표시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공한 웹툰은 성공한 드라마가 되기 쉽습니다. 물론 모든 웹툰 원작 드라마가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인기 높은 웹툰 그 자체가 대중을 홀렸다는 소리입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누가 봐도 삼성그룹가를 녹여낸 순양 그룹의 수행 비서인 윤현우(송중기 분)는 재벌가의 뒷수습을 담당하는 머슴과 같은 인물로 재벌가의 더러운 꼴 못볼꼴을 다 견디면서 수행 비서 역할에만 집중합니다. 그렇게 재벌가의 뒤처리를 하던 중에 새로운 그룹의 주인이 된 진성준 부회장(김남희 분)의 지시로 진 부회장의 아버지가 숨겨 놓은 듯한 그룹의 숨겨진 비자금을 회수하러 터키로 갑니다. 그룹 비자금을 회수하다가 납치가 일어나고 윤현우는 납치범의 총에 맞고 죽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1987년 순양 그룹 진양철 회장의 외도로 낳은 배다른 막내아들 진윤기의 아들로 환생합니다.
이름은 진도준. 윤현우는 2022년에 죽기 전에 모든 기억을 간직한 채 1987년 순양 그룹의 막내로 환생합니다.
진도준은 자신을 죽인 순양가 사람을 찾기 위해서 복수를 꿈꿉니다. 놀라운 발상입니다. 시간 여행물 같지만 환생이라는 설정과 복수극을 재벌 이야기에 녹여낸 아주 매콤하고 살벌하면서도 맛 좋은 기본 이야기를 잘 만들어 냈네요. 이 설정 하나만으로도 재미가 아주 큽니다.
1. 형편없는 미술과 CG
다만 첫 화부터 13화까지 전체적으로 미술과 CG가 아주 형편이 없습니다. 1987년 거리를 재현하는 것이 쉽지 않고 CG로 처리하는 것은 뭐라고 할 수 없죠. 그런데 티가 안 나야죠. 너무 조악해서 블루스크린 펼쳐 놓고 인터넷 방송하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서울대작전>의 형편없는 CG에 놀랐는데 그보다 더 형편이 없는 CG네요. 뭐 거리 풍경은 그렇다고 쳐요.
CG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되는 정심재 저택까지 CG로 구현을 합니다. CG티가 너무 나서 크로마키 앞에서 연기를 하는 모습이 그대로 상상이 되다 보니 몰입이 잘 안 될 정도네요. 최근 드라마들이 제작비도 아끼고 촬영 편하고자 CG를 과용하는데 그 역효과가 <재벌집 막내아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술팀이 80~90년대를 잘 구현했냐? 당시 기억을 가진 시청자가 많음에도 대충 프린팅 해서 구현한 80~90년대 풍경은 성의 없어도 너무 없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세트들이 좋냐? 세트도 조악함이 가득합니다.
2. 먼치킨 같은 윤도준 캐릭터
진도준으로 환생한 윤현우의 목표는 단 하나 재벌그룹인 순양가 사람 중에 자신을 죽인 사람을 찾아서 복수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순양가를 접수해야 합니다. 무기는 기억입니다. 이미 살아온 시절이라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다 알고 있습니다.
마치 <백투더 퓨처2>에서 스포츠 연감을 들고 튄 빌런이 과거로 가서 스포츠토토로 재벌이 되는 원리와 같습니다. 다들 이런 상상을 해봤을 거예요. 그런데 이걸 자연스럽게 녹여 놓았네요. 문제는 이렇게 미래를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모른다는 점입니다. 13화까지도 아무도 모릅니다. 누가 알고 윤도준의 실제 정체를 캐야 스릴이 있고 긴장감이 있는데 <재벌집 막내아들>은 다른 식으로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따라서 이건 아쉬운 점이 아닙니다.
그러나 모든 위기에도 헛웃음을 치면서 마치 미래를 다 알고 있는 것을 넘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짜 놓은 덫 인양 행동하는 것이 좀 밉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미래를 다 알고 사람 마음속까지 다 알면 누가 진도준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보다 보면 천하무적 먼치킨 캐릭터라는 생각도 드네요.
3. 검사와의 로맨스
여자 검사와 진도준의 로맨스는 정말 싹 도려내고 싶네요. 서민영 검사(신현빈 분)가 강직하고 재벌 킬러라는 소리는 이해가 가지만 그 검사를 윤현우(진도준)이 좋아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서민영 검사를 이용해서 순양 그룹을 해체시키는 도구로 활용하는 게 이 드라마의 톤에 어울립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키스하는 장면은 스킵을 해버렸네요.
그런 아쉬운 점에도 제가 몰입하고 본 이유는 꽤 많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재미있는 이유
1. 재벌 찬양 드라마가 아닌 재벌의 추악함을 고발한 드라마
원작의 힘이 큽니다. 시간여행물이자 복수극이자 돈이라는 욕망을 표현하기 쉬운 소재입니다. 또 재벌 2세, 3세 이야기냐고 할 수 있지만 기존 재벌 이야기와 다릅니다. 이 <재벌가 막내아들>은 재벌을 칭송하는 것도 귀족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재벌을 욕보이는 드라마입니다.
재벌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때리는 블랙코미디가 아주 좋습니다. 물론 특정 그룹을 연상케 하는 순양 그룹 이야기지만 그 속에서 펼쳐지는 자식들 사이의 다툼과 견제 등등은 여러 한국 재벌에서 영감을 얻어서 넣은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아주 잘 그렸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북한의 세습 정치는 욕하면서 한국 재벌들의 세습 경영은 왜 욕을 안 하냐는 진도준의 대사와 재벌의 세습 경영이 실력이 아닌 행운이라는 지적은 아주 속이 다 통쾌합니다. 스토리 자체고 흥미롭습니다. 초반에는 미래를 다 아는 진도준의 너무 쉬운 승리만 보이는 듯 하지만 중반부터 형제들 사이의 경쟁과 뒤틀린 욕망의 불꽃 튀는 대결이 주는 화끈함이 아주 좋네요. 보다 보면 천하무적 진도준을 간파하고 견제하는 모현민과 진성준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아주 좋네요.
보통 환생은 미래에 태어나는 환생이 많은데 신기하게도 과거에 태어나는 이 단 한 줄의 설정이 너무나도 놀라운 서사이고 이 서사가 주는 힘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2. 이성민이 하드캐리하는 드라마
이성민 배우의 연기는 점점 더 농후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리멤버>는 이성민이 아니었으면 크게 재미가 없었을 영화입니다. 이성민이 영화 전체를 혼자 이끌고 갈 정도로 엄청난 연기를 보여줍니다. 이는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성민 배우의 열연을 넘어서 연기의 신이 아닐까 할 정도로 치매 연기는 깜짝 놀라게 하네요. 와~ 2022년 현재 한국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이성민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배우들이 연기를 못하냐? 다들 연기들이 엄청납니다. 송준기와 재벌가 배우들 모두 특히 김남희 배우와 박지현 배우의 연기는 살벌함이 뚝뚝 묻어 나옵니다.
3. 돈에 대한 이야기
복수극입니다. 복수인데 범인을 찾아서 제거하는 복수극이 아닌 돈으로 복수하는 복수극입니다. 그것도 같은 집안을 무너뜨려야 하는 복수입니다. 돈을 이용한 소재가 주효했습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기생충>도 넷플릭스의 최고 인기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도 공통점은 천박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를 다루었다는 점이죠.
이 <재벌집 막내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면 다 되고 돈을 숭상하는 한국 사회를 그대로 녹여낸 재벌가를 통한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또한 지난 역사를 통해서 한국사회에서 재벌들이 어떠한 역할을 하고 문제를 일으켰는지를 되짚어 보게 하는 힘도 있습니다. 동시에 재벌을 손가락질하면서도 재벌을 부러워하는 우리들의 이중적인 태도도 드라마에 녹여져 있습니다. 또 하나의 돈에 관련된 인기 콘텐츠가 나왔네요.
많은 단점이 있지만 동시에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지금 이 <재벌집 막내아들>을 잡기 위해서 전 세계에서 판권 경쟁을 하고 있네요. 한국 역사를 잘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장벽이 있음에도 전 세계 사람들이 여러 경로로 이 드라마를 보고 열광하고 있네요. 넷플릭스도 조만간 전 세계에 이 드라마를 여러 언어로 번역해서 공개할 듯합니다.
3루에서 태어나 자신이 3루타 친 줄 알고 좋아하는 특권층에 대한 따끔한 대사들이 참 눈에 많이 들어오는 드라마네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너무 궁금해지네요. 요즘 한국 드라마들 다양한 소재가 미드급이네요. 정말 몰입해서 보고 있는 <재벌집 막내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