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는 평생을 기억합니다. 그 이유는 영화가 아름답고 좋은 것도 있지만 개인적인 기억 때문이기도 하죠. 1995년 개봉한 산드라 블록 주연의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평생 기억할 영화입니다. 개인적인 기억을 가리고서도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 특히 1995년에 태어나지도 않은 분들도 좋아하는 꽤 잘 만든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온기 넘치는 눈송이 같은 포근한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왔지만 올해는 크리스마스를 담은 영화들이 안 보입니다. 코로나 때문만은 아닙니다. 코로나 시국 이전에도 크리스마스 연말 시즌에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오로지 '넷플릭스'만 5편 이상 크리스마스 소재의 영화를 선보이고 있네요.
돌아보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들이 점점 줄어드는 듯 하네요. 그래서 이 영화가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도 있네요.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동명의 영화도 있고 드라마도 있어서 검색하면 바로 나오지 않지만 1995년만 해도 이 제목이 유일했습니다. 제목이 무척 독특하잖아요. 1995년 이 영화 봤을 때 너무 기분 좋게 봐서 아직도 이 영화 떠올리면 기분이 좋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벼운 로코물입니다. 당시 로코의 여왕은 지금은 잊혀진 '맥 라이언'이었습니다. '산드라 블록'은 1년 전인 1994년에 개봉한 대히트작인 <스피드>로 막 뜬 신인 배우였습니다. '산드라 블록'은 전형적인 미인형 얼굴은 아닙니다. 건강한 느낌이 강한 배우라서 로코물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는 사랑스러운 루시를 잘 표현합니다. 화장끼 없는 얼굴에 20대 평범한 여자를 너무나도 잘 연기해서 몰입하면서 봤네요.
여기에 이 영화에서 처음 본 '빌 풀먼'이라는 배우도 이 영화 이후 인기 배우가 됩니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지만 거대한 트리가 나오거나 크리스마스를 가득 느끼게 하는 소품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 파티가 큰 역할을 하고 배경이 되는 노래들이 크리스마스 캐럴 풍 노래도 많고 주제가도 경쾌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하게 느껴집니다.
아름다운 장면이나 배경도 뛰어난 카메라 워크도 없습니다. 따라서 영화적으로는 뛰어난 연출이나 앵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스토리가 약간 엉성하지만 꾸준히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산드라 블럭'이 하드 캐리 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스토리도 무시 못하게 좋은 영화입니다.
그리고 1995년 서울극장 여성 관객들의 장탄식을 자아냈던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정점을 찍습니다.
짝사랑 하는 사람이 깨어나기 전까지 가짜 약혼녀 역할을 하는 루시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지상철로 유명한 바람의 도시 시카고에 사는 20대 루시(산드라 블록 분)는 1년 전에 아버지를 여읩니다. 어린 시절 엄마를 떠나보내고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루시는 아버지마저 떠나면서 고양이를 키우면서 외롭게 지냅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지만 루시는 가족의 온기가 그립습니다. 루시는 전철 역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매일 보는 잘생긴 피터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날도 피터를 봤지만 말 한 마디 제대로 건네지도 못합니다. 그렇게 먼발치에서 플랫폼에 있는 피터를 쳐다보는데 강도가 피터를 철길로 밀어 버립니다. 피터는 철로 위에 기절합니다. 그때 전철이 들어오고 있었고 루시는 철로로 내려가서 피터를 구합니다.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까지 같이 간 루시. 이때 피터의 가족들이 들어옵니다. 루시는 결혼했으면 하는 혼잣말을 했는데 이걸 간호사가 우연히 듣습니다. 그리고 간호사는 루시를 약혼녀라고 소개하죠.
가족들은 피터의 약혼녀를 본적이 없어서 루시를 약혼녀로 인정합니다. 루시는 처음에는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하려고 합니다만 상황상 진실을 말하지 못합니다. 아들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 갑자기 피터의 약혼녀가 됩니다. 피터 가족은 루시에게 크리스마스 파티에 오라고 초대합니다.
루시는 고양이와 단둘이서 살고 있다가 갑자기 대가족의 온기를 느낍니다. 그러나 거짓말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는 없습니다. 아쉽지만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하려고 하지만 피터의 가족인 사울 할아버지가 다 알고 있다면서 피터와 가족이 가까워진 계기가 되었다면서 진실은 넣어두라고 하죠.
그러나 피터 형의 애인을 본 적이 있는 동생 잭(빌 풀먼 분)이 남의 집에서 소파에서 잠까지 자는 이 천연덕스러운 루시에 대서 송곳 질문을 합니다. 루시는 모든 것이 들통난 듯 하지만 둘러대고 자리를 뜹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동생 잭과 사랑에 빠진 루시
잭은 루시가 처음에는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합니다만 점점 루시의 따뜻한 성품에 빠집니다. 이는 루시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터를 짝사랑하다가 피터의 동생 잭에게 점점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걸 어쩌죠. 잠들어 있던 피터가 깨어납니다. 피터는 약혼녀가 있었습니다. 사실을 다 말해야 하지만 피터도 자신의 실제 약혼녀 대신 루시를 좋아하게 됩니다. 좀 억지 설정 같이 보이지만 영화를 보면 이야기의 보푸라기가 크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짝사랑하던 피터로부터 루시는 사랑 고백을 받고 둘은 결혼식을 치룹니다. 그러나 루시는 피터가 아닌 동생 잭을 좋아합니다. 여기까지만 소개할게요? 리뷰를 하면서 돌아보니 이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스토리 자체는 엄청나게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영상이 화려하지 않지만 왜 이렇게 지금까지 이 영화를 좋아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이유를 알았습니다. 바로 산드라 블록입니다.
산드라 블럭의 티 없이 맑은 모습이 가득한 <당신이 잠든 사이에>
산드라 블럭이에요. 많은 배우들이 연기를 그만두고 사라졌지만 60대가 된 지금도 산드라 블록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작자로 배우로 많은 영화에 출연 중이죠. 산드라 블록은 미녀 배우로 뜬 것은 아닙니다. 건강함과 연기 잘해서 떴죠. 그리고 그 연기 실력을 이 영화에서 가득 뿜어냅니다.
이 1995년만 해도 산드라 블록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배우 중 1명이었어요. 그래서 이 영화에 캐스팅 된 것이 잇지만 다른 영화와 달리 이 영화에서는 산드라 블록 외에는 유명한 배우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빌 풀먼'이 <인디펜던스 데이>라는 미국 국뽕 영화로 크게 떴지만 이 영화에서는 신인 배우였어요.
어떻게 보면 조건이 안 좋았음에도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끈 이유는 이 영화의 분위기를 산드라 블록이 이끕니다. 그리고 영화 자체가 억지 자극이 없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고 맑습니다. 크리스마스 전후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남녀 사이의 해프닝을 아주 잘 담은 시골 마을에 내리는 맑고 풍성한 눈송이 같은 영화입니다.
주제가인 This Will Be 냇 킹 콜의 딸인 나탈리 콜의 노래가 이 영화의 분위기를 딱 잘 담고 있네요. 이외에도 많은 크리스마스 캐럴들이 나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크리스마스 추천 영화지만 초기에는 크리스마스 배경이 아니였습니다. 그러나 영화 판매 촉진을 위해서 배경을 크리스마스로 바꿉니다.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아닌 꽃피는 봄 5월에 개봉합니다. 빌 풀먼이 연기한 잭은 원래는 당시 무명이었던 '매튜 맥커너히'가 연기하려고 했지만 특유의 텍사스 억양 때문에 떨어졌고 '러셀 크로우'가 제안되었지만 감독이 반대합니다.
'러셀 크로우'는 잘 반대했네요. 루시 역에는 '니콜 키드만'과 '지나 데이비스'도 제안을 받았는데 순박한 시골 아가씨 같은 이미지가 전혀 없어서 영화와 어울리지 않았을 거예요. 오로지 '산드라 블록'이 이 영화에 어울립니다. '패트릭 스웨이즈'와 '데미 무어'도 협상을 했다는데 '데미 무어'는 좀 기대가 되긴 합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감독은 당시 코미디 영화 잘만들기로 소문난 '존 터틀타웁'입니다. 이 영화 바로 전에 연출한 '쿨 러닝'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감독입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쿨 러닝>의 로맨틱 버전 느낌도 나네요.
별점 : ★★★★
40자 평 : 시골에 내리는 푸짐한 눈송이 같이 따뜻하고 포근한 크리스마스 캐럴 같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