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토리라는 것이 상당히 복잡하기만 할 것 같지만 흥행 영화들을 살펴보면 어떤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그 패턴을 수십 년 동안 보다 보니 초반 캐릭터 배치를 보면서 어떤 구도로 이어질지 눈에 훤히 보입니다. 이런 영화들은 영화를 이제 막 많이 보기 시작하는 10대 들에게나 새롭지 저같이 영화를 즐겨 본 지 30년이 넘어가는 나이에서는 초반 10분 보고 결말까지 다 예상이 됩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흘러갈수록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뚝 떨어지고 CGI 실력만 살피게 됩니다.
넷플릭스 비영어권 영화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트롤의 습격>
<트롤의 습격>은 현재 비영어권 넷플릭스 영화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노르웨이 영화입니다. 노르웨이가 영화를 그것도 괴수물을 만들었다는 자체가 좀 놀랍죠. 괴수 영화는 일본이나 미국 같은 흥행을 목적으로 둔 영화를 잘 만들거나 괴수 캐릭터가 많은 나라나 만들지 북유럽 국가가 괴물 영화를?
돌아보면 한국도 괴수 영화가 좀 있긴 했지만 고질라 아류 같은 용가리나 그나마 토종 전래동화에서 나온 북한에서 만든 불가사리와 봉준호 감독의 괴물 정도가 있지 괴수 영화를 많이 만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북유럽 국가도 북유럽 신화도 있고 트롤이라는 전 세계에 알려진 괴물이 있긴 하네요.
그 트롤이 주인공인 영화가 <트롤의 습격>입니다. 원제가 트롤인데 한국에서는 습격을 붙였네요. 그런데 제목이 영화에 딱 어울립니다.
트롤이 습격하고 끝나는 무미건조한 스토리의 <트롤의 습격>
제목이 촌스럽다고 느꼈는데 다 보고 나면 제목 그대로구나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이 영화 <트롤의 습격>은 산속에 잠들어 있던 트롤이 터널 공사로 인해 깨어난 후에 수도인 오슬로로 진격하는 내용입니다. 트롤이라는 괴수가 그냥 깨어난 후 수도를 습격하는 내용은 2016년 개봉한 일본 괴수 영화 <신 고질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신 고질라>는 정체불명의 괴수 고질라를 통해서 무능한 일본 관료 사회를 비판한 영화이고 이 <트롤의 습격>도 참 맥락이 비슷합니다.
그리고 관료의 무능을 깨 부수는 고생물학자의 활약을 담고 있습니다.
고질라 아니 트롤이 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는 공사로 인해 깨어납니다. 20미터 크기의 거대한 트롤은 깨어나자마자 닥치는대로 사람을 죽입니다. 뭐 그게 본의 아니라고 하지만 그냥 선량한 농촌 주택을 발로 차고 갑니다. 이 트롤은 자연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어린아이에게 떨어지는 헬기를 막아주는 착한 모습도 보이지만 자신에게 공격을 하는 무리는 야무지게 참 교육을 시켜줍니다.
트롤이 주인공인데 트롤의 정체성이 약합니다. 다 까부스다가 아이는 살려주는 걸 보면 착한 성품인가 하지만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해가지도 않고 걸리적거리는 건물은 몸으로 부숩니다. 그렇다고 대화가 통하는 것 같으면서도 아닙니다. 캐릭터 성격이나 특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끝이 나네요. 이러면 시선은 인간들에게 갈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이런 괴수물은 괴수가 주인공이어야 감정이입이 쉽습니다. 덩치가 커서 사람들의 공포심을 심어주지만 심성은 착한 괴수라면 측은지심이 생기죠. 반면 덩치도 크고 포악하면 하루 빨리 약점 찾아서 분쇄시켜야 합니다. 트롤은 성품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지 않고 외로움을 타는 동물 같아서 잘만 대우해주면 서로 평화롭게 해결될 수 있을 듯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인 노라(이네 마리 빌만 분)가 참 밉상입니다.
노라는 무능한 관료들이 직접적으로 말은 안 하지만 최소 엄청난 파괴력을 갖춰서 도시 한 블럭 이상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미사일을 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백의종군하면서 트롤을 관찰하고 해결책을 만드려고 노력합니다.
이 해결책 만드는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사람은 미친 사람 취급 받는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트롤 전문가이지만 세상 사람들이 트롤의 존재를 믿지 않기에 미친 사람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이는 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노르웨이에 기독교가 전파된 후에 트롤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아마도 북유럽 신화가 있는데 외래 문화인 기독교 문화로 트롤이 동화 속 존재로 전락한 걸 비꼬는 듯합니다.
그렇다고 이걸 엄청난 단서로 만들어가지 않습니다. 미치광이 아버지의 조언대로 트롤의 과거를 캐면서 트롤이 왜 깨어났고 왜 잠들었는지를 알게 되죠. 문제는 그 이야기를 확장하지 않고 지하에서 꺼낸 해골 들고 트롤을 유인하는 유인책으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트롤은 자기 공격하면 그냥 따라가는 단순 무구한데 굳이 해골을 끄집어내야 했을까요? 그냥 멀리서 총만 쏴도 쫓아오는데요. 그렇게 트롤의 약점을 이용해서 트롤과 맞섭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 노라 박사의 행동이 참 그렇습니다.
트롤이 외로워하고 있고 비극의 피해자임을 알면 정부와 잘 협상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텐데 외롭구나라고 측은 심을 가지면서 그냥 트롤을 제거할 대상으로 여기면서 덫으로 끌어들입니다.
킹콩이 되지 못한 <트롤의 습격>
괴수 영화의 대표적인 영화가 <킹콩>입니다. 킹콩이라는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파워와 크기를 가져서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만 여주인공을 극진히 따르고 모시는 모습을 통해서 선량함도 보여줍니다. 이렇게 킹콩은 무섭지만 처량해 보이는 2가지 시선을 가지게 됩니다. 트롤도 비슷한 괴물입니다. 자연의 냄새를 가득 풍기는 트롤은 움직이는 자연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자연보호나 공존에 대한 서사는 한 줄도 없습니다.
그냥 움직이는 자연을 미사일로 파괴하려고 하고 여주인공은 트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약점을 찾아서 제거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자기가 약점 다 찾고 동료가 된 군인 친구에게 도움까지 요청하고 마지막에는 갑자기 리셋시키려고 합니다. 보면서 빌런 없는 영화인 줄 알았는데 주인공이 빌런이라는 놀라운 스토리를 넣은 줄 알았습니다.
제일 밉상이 주인공 노라입니다. 지 멋대로 행동을 해요. 어쩌라는 건지. 분노 유발자입니다.
그나마 군인과 총리 보좌관인 안드레아스와 크리스토퍼가 그나마 가장 멀쩡해 보이는 인물입니다.
거대한 괴수의 진격만 볼만 했던 <트롤의 습격>
미국과 특촬물의 나라 일본만 만들 수 있었던 괴수 영화를 CGI의 민주화로 인해 노르웨이에서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CG는 꽤 볼만합니다. 그럼에도 흐린 날과 야간에만 이동하는 트롤과 전체 분량 중에 트롤이 나오는 분량도 적고 주로 숲 전투 장면과 일부 도심 장면이 약간은 감질나게 합니다.
그럼에도 그냥 시간 때우기로는 그냥 저냥 볼만합니다. 다만 스토리에는 큰 기대 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트롤이 제작비 생각하면서 살짝살짝 파괴하는 소소한 건물 해체쇼와 도심 가벼운 산책 정도의 액션입니다. 노르웨이가 괴수 영화 만들면 좀 심오한 철학을 담을 줄 알았더니만 할리우드보다 못한 저질 시나리오로 만들었네요. 아무 생각 없이 보면 볼만한 <트롤의 습격>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노르웨에서 깨어난 얌전한 킹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