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하지만 유일하게 안 보는 장르는 공포영화입니다. 돈 내고 공포를 체험하기엔 이 세상 자체가 공포스럽기 때문에 이걸 돈을 내고 봐야 하나?라는 생각에 꾸준히 공포영화는 안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 봤습니다.
컬러 세상에서 혼자 흑백으로 사는 우중충한 주인공 얼굴 보고 공포 드라마구나라고 생각해서 안 봤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4화까지 '팀 버튼'이 직접 연출하고 제작까지 한 <웬즈데이>라는 드라마라는 걸 알고 봤습니다. '팀 버튼'이라면 말이 다르죠. '팀 버튼' 영화는 괴이하고 기이한 외모 때문에 소수자로 사는 존재들을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그린 영화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전 팀 버튼을 어둠 세계의 사랑꾼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디자이너 출신이라서 그런지 미장센도 엄청 좋아요.
그래서 한국에서도 '팀 버튼'전시회도 개최되었고 '팀 버튼' 영화 속 캐릭터는 지금도 굿즈로 잘 팔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팀 버튼' 드라마라는 소리에 냉큼 봤습니다.
이 드라마에 반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딱 3분 걸렸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양갈래 머리의 여학생이 복도를 걸어가자 모세의 기적처럼 아이들이 싹 비켜줍니다. 음침함을 몰고 다니는 이 소녀는 자신의 동생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피라나를 구해서는 동생을 괴롭힌 학생들이 훈련 중인 수영장에 피라나를 풀고 웃습니다.
와우~~~ 매력적인 여학생입니다. 내용만 보면 괴기스럽게 느껴지고 실제로 이 주인공인 웬즈데이는 폭력을 사랑하고 어둠과 음습함을 좋아합니다. 친목 도모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웃겼던 장면 중 하나는 살인 사건을 수사하다가 시체 검안실에 사람이 들어오자 시체 저장고에 들어가 있다 나오는데 5분만 더 있고 싶어 합니다.
아담스 패밀리의 외전인 <웬즈데이>
1991년 개봉한 영화 <아담스 패밀리>를 안 봤습니다. 괴물 나오는 영화, 드라큐라 나오는 영화 보긴 하지만 즐겨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담스 패밀리>는 잘 알죠. 그러나 보고 싶은 생각은 하나 안 들어서 지금도 잘 모릅니다.
다만 2005년 MBC에서 방영한 <안녕, 프란체스카>를 통해서 아담슴 패밀리 속의 캐릭터들을 좀 더 친근하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웬즈데이>는 1930년대 나온 기이한 가족을 담은 호러 코믹스 <아담스 패밀리> 속의 장녀인 양갈래 소녀 '웬즈데이'가 주인공인 8부작 넷플릭스 드라마입니다.
<아담스 패밀리>에서 장녀 웬즈데이는 주인공은 아니였습니다. 그냥 사이드킥 역할이었죠. 그러나 이 사이드킥 캐릭터에 초점을 맞춰서 웬즈데이만의 서사를 넣은 것이 <웬즈데이>입니다. 웬즈데이는 고스족이고 가족 모두가 고스족입니다. 고스족은 뽀족뽀족한 고딕 문화와 다르크 한 죽음, 공포, 어둠을 섞었습니다. 언뜻 보면 드라큘라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흡혈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살인을 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어둠과 공포를 즐깁니다.
보통 납치를 당하면 눌라서 소리 질러야 하는데 웬즈데이는 오히려 즐기고 어설픈 납치극이라고 조롱합니다. 피가 쏟아지는 무도회에서도 혼자 즐기다가 피맛을 보더니 돼지 피가 아닌 페인트라면서 실망을 합니다. 괴이하지만 이 '웬즈데이(제나 오르테가 분)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뛰어난 독설에서 나오는 유머입니다.
먼저 독설은 아군, 적군 가리지 않습니다. 웬즈데이 자체가 아군이 없습니다. 엄마 아빠도 혐오합니다. 다만 남동생은 좀 챙깁니다. 모든 사람에게 독설과 팩폭을 때리는 것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물론 사회성은 없고 룸메에게도 거리두기를 합니다.
이름이 웬즈데이인 이유는 수요일에 태어난 것이 아닌 '수요일에 태어난 아이는 슬픔이많다'라는 말에서 따왔습니다. 그래서 각 챕터 제목에는 WOE(비애)가 들어갑니다. 그렇다고 웬즈데이가 날카롭기만 한 것은 아닌 서로 필요할 때는 돕고 네즈모어라는 다른 학교에서 적응하기 힘든 뱀파이어, 샤일렌, 늑대인간들이 함께 있는 고등학교에서도 왕따가 된 꿀벌 키우는 친구 유진을 챙깁니다.
해리포터의 매콤 버전 <웬즈데이>
웬즈데이의 주요 서사는 네버모어 학교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을 웬즈데이가 추적 추리하는 이야기가 주요 줄거리입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다 보니 학원물 같기도 합니다. 특히 해리포터 시리즈가 참 많이 연상케 하는 설정이 많습니다. 세상 부적응 또는 소수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별별 캐릭터들이 다 모입니다.
염력을 사용하기도 하고 뱀파이어에 늑대인간, 사이렌 같은 특수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많습니다. 마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여러모로 해리포터 느낌이 많이 납니다. 해리포터가 떠난 세상은 적막하죠. 해리포터가 찾아오던 겨울이 그리울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웬즈데이>가 그 아쉬움을 달래주네요.
반 대항 경기인 요트 대회도 축제와 수업 등등 흥미로운 학교 이야기도 볼 수 있습니다. 해리포터보다는 좀 더 다크 한 느낌이라서 해리포터에 팀 버튼 소스를 뿌린 매콤 버전 해리포터 느낌입니다. 그럼 웬즈데이는 아무런 능력이 없냐? 있습니다. 웬즈데이는 엄마의 피를 받아서인지 누군가 접촉하거나 그 사람이 만진 물건을 만지면 전기에 감전되듯이 하늘을 쳐다보면서 동시에 그 사람의 미래를 순간적으로 볼 수 있는 예언 능력이 있습니다. 이 능력을 이용해서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등장인물이 초능력이 있는 건 아니고 해리포터의 머글처럼 평범한 사람들을 평범이라고 합니다.
물론 여기도 러브 라인이 있습니다만 웬즈데이가 워낙 사회성이 떨어져서 러브 라인이 도드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웬즈데이도 처음엔 까칠했지만 친구들을 만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느낌도 듭니다.
웬즈데이는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고 전자기기 자체를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래된 타자기와 첼로를 연주하고 에스프레소 머신도 잘 고치고 양궁도 잘하고 외국어도 잘 합니다. 엘리트가 갖출 덕목은 다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친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룸메이트를 도우면서 사회성을 키워갑니다.
출연하는 배우들의 매력도 좋습니다.
주인공 '제나 오르테가'는 눈을 치켜뜨고 항상 고혹적이고 차가운 시선을 보입니다. 보다 보면 이 캐릭터 어디서 봤는데 했는데 서예지가 연기한 <사이코지만 괜찮아>와 참 비슷하네요. 이외에도 다양하고 매력적인 배우들이 주는 매력도 아주 큽니다. 그럼에도 이 캐릭터보다는 못합니다.
최강의 사이드킥 캐릭터 씽
손목만 있는 씽이라는 캐릭터는 아담스 패밀리에서도 나오는 캐릭터입니다. 영화는 안 봤지만 예고편이나 클립 영상 속에서 손만 있는 이 캐릭터는 아주 잘 압니다. 독특하잖아요. 손만 남아 있는 씽은 손가락으로 움직으로 다양한 행동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거미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합니다.
웬즈데이에게 충성맹세를 해서 웬즈데이 부하처럼 여겨지지만 자세히 보면 활약이 너무 뛰어나서 웬즈데이보다 씽이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웬즈데이>는 CG가 많지 않습니다. 액션도 많지 않고요. 그럼에도 이 씽의 활약을 보다 보면 CG인가 할 때가 많지만 그린 스크린 앞에서 진짜 손이 연기를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팔의 각도나 행동이 누군가의 손만 나오게 한 것입니다. 실제로 이 씽은 CG가 아닌 손 아티스트의 연기입니다. 손으로 다양한 감정과 행동을 할 수 있음에 감탄을 하게 하네요. 다만 씽의 활약이 너무 크다 보니 씽이 차려 놓은 밥상을 웬즈데이가 먹는 느낌까지 드네요.
이게 4화까지 봤습니다. 남은 4화가 더 기대되네요. 올해 본 넷플릭스 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인상에 남는 드라마 중 하나이네요. 역시 팀 버튼이네요. 해리포터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더욱 추천합니다.
웬즈데이는 올해의 캐릭터라고 할 정도로 강력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네요. 특히 'Paint in black'를 첼로로 연주하는 장면이나 기괴한 춤을 추는 장면은 압권이네요. 동상에 불지르고 그 앞에서 연주하는 웬즈데이의 러블리한 모습도 인상 깊네요.
음악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귀에 익숙한 올드팝들이 꽤 많이 나옵니다. 귀르가즘도 꽤 많은 드라마입니다.
아주 좋은 드라마 재미있는 드라마가 나왔네요. 이미 전세계에서 난리가 난 드라마가이기도 합니다.
이스트 에그 같은 재미도 있는데 1992년 개봉한 <아담스 패밀리>에서 웬즈데이를 연기한 '크리스티나 리치'가 이 드마라에서는 교사로 출연합니다. 뿔테 안경을 쓴 평범이 교사 역을 하네요.
별점 : ★★★★
40자 평 : 검은 색도 매력이 있다고 말하는 검고 매콤하고 사랑스러운 웬즈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