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 보면서 뮤직비디오도 아니고 세트장에서 CG로 떡칠한 영화가 나오겠네라는 불쾌감이 먼저 들었습니다. 1988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들은 꽤 있죠. 그러나 이 <서울대작전>은 단순 드라마가 아닙니다. 자동차 액션 영화입니다. 카 레이싱은 하지 않지만 자동차 배송 영화들이 차량을 이용한 액션이 많기에 걱정이 컸습니다. 지금 굴러다니는 자동차도 아닌 1988년 포니, 포니2 굴러 다니던 시절을 어떻게 재현할까 걱정이 컸죠.
그 걱정은 예고편에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예고편 보고 CG가 과도하게 사용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생각보다 잘 나왔네요.
유사 케이퍼 무비 서울대작전
1988년 88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동욱(유아인 분)과 동네 동생 준기(옹성우 분)은 자동차를 이용한 탁송업으로 큰 돈을 벌고 있습니다. 사우디에서 불법 무기 탁송을 하고 두둑한 돈을 받아서 귀국을 합니다. 그런데 공항에서 정체 모를 사람들이 이 둘을 쫓습니다. 겨우 따돌리고 아지트인 카센터에 도착합니다.
카센터에는 상계동 슈프림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상계동 슈프림팀은 드리프터 동욱, DJ 오우삼(고경표 분), 택시 기사이자 인간 내비게이터 복남(이규형 분)과 오토바이 잘 타는 윤희(박주현 분)과 정비사 준기(옹성우 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자의 역할이 확실하고 이들의 활약을 통해서 미션을 성공하는 것이 마치 케이퍼 무비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각자의 활약이 아주 도드라지게 그리는 것은 아니라서 유사 케이퍼 무비 느낌이 나네요.
상계동 슈프림팀을 찾아온 열혈검사 VIP 비자금 털기 미션을 제안하다
이 상계동 슈프림팀을 추적한 자는 바로 열혈 검사인 안 검사(오정세 분)입니다. 안 검사는 평검사이지만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세탁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불법 비자금 500억을 강 회장(문소리 분)이 관리하는데 강 회장의 자금 세탁을 돕던 배달원들이 모두 잡혀 들어가서 비자금을 배송할 새로운 배송원들을 구하고 있습니다. 이 첩보를 입수한 안 검사는 이 상계동 슈프림팀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합니다. 먼저 동욱과 복남 등의 죄를 읊어주면서 제안을 거절하면 법대로 모두 감옥에 보낼 수 있다고 겁박을 하죠.
반대로 강 회장 밑으로 들어가서 각종 정보를 빼내 주면 모든 죄를 묻지 않고 여권까지 만들어서 해외에 자유롭게 갈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합니다. 이에 상계동 슈프림팀은 강 회장 비자금 배달원이 되기 위해서 준비를 합니다. 첫 테스트는 대한극장 앞에서 남산까지 가장 먼저 필름 통을 전달하는 미션입니다.
이 미션에서 1등을 한 상계동 슈프림팀은 비자금 배달원이 됩니다. 총 10회 정도 배달을 하는데 1건 배달에 1천만 원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깡이 좋은 리더 동욱은 이 제안을 잠시 무르고 흥정을 합니다. 흥정을 통해서 5회까지 1천만원 6회부터는 두당 1천만 원으로 탁송비를 대폭 올려줍니다. 이렇게 강 회장 밑에서 비자금 배달일을 하던 상계동 슈프림팀은 모든 정보를 열혈 평검사인 안 검사에게 보고 합니다. 그러나 강 회장의 오른팔에게 검사의 끄나풀임을 들키게 되고 상계동 슈프림팀은 위기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 위기를 뚫고 막판 뒤집기 작전인 '서울대작전'을 펼친다는 유쾌한 자동차 액션 영화입니다.
CG를 많이 활용해서 어색하지만 볼만한 CG향 가득 나는 카 체이싱 액션
요즘 영화들은 자동차 추격 장면이 꽤 많습니다. 특히 액션 영화는 카 체이싱 장면을 통해서 영화적 쾌감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자동차끼리 충돌하고 추돌하고 뒤집고 터트립니다. 그러나 제작비를 아끼고 현장 통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 CG로 구현한 자동차 액션 장면이 늘고 있습니다. 관람객이 모를 것 같지만 다 압니다. CG로 구현한 장면인지 아닌지를요.
<서울대작전>은 CG를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먼저 포니2, 스텔라, 소나타 같은 1988년에 굴러다니던 차량들을 개조하거나 그대로 이용하기에 자동차 액션 장면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알겠는데 많은 부분을 CG로 재현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멀티플렉스관으로 바뀐 대한극장을 재현하기 위해서 단관 개봉관 시절의 대한극장을 CG로 재현합니다. CG 실력들은 나날이 늘어서 꽤 볼만하더라고요.
요즘은 주요 시설물이나 일부는 실제로 구현한 후 그린 스크린이라는 크로마킷 기법으로 구현하는 게 아닌 거대한 LED 디스플레이에 영상을 뿌린 후에 그 앞에서 연기를 하는 LED 웰이라는 실시간 CG 기술도 등장하고 있죠. 어떤 CG기술이 들어간지는 모르겠지만 보시면 꽤 그럴싸합니다. 1988년 당시 실제 대한극장 모습이 저랬습니다. 추억을 마구 퍼 올립니다. 물론 100% 똑같지 않지만 그럼에도 1988년 추억을 마구 길어 올립니다.
중요한 건 카 체이싱이겠죠. 보시면 르망, 포니2, 브리샤, 콩코드, 각 그랜저, BMW M5 등등 당시 서울을 달리던 차량은 실제로 주행시키고 주변 건물은 CG로 칠했습니다. 자동차 주행 장면은 실제 영상과 CG를 섞었습니다. 카 체이싱 장면은 CG를 많이 사용해서 보다가 에이~~~ 하고 한숨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그런대로 볼만합니다. 나중에 보다 보면 이게 실제인가 CG인가 헛깔리기도 합니다.
다만 후반 클라이맥스 액션 장면은 CG티가 꽤 나서 아쉬웠지만 전체적인 주행 장면은 볼만했습니다. 이 정도면 합격입니다. 미흡한 점이 꽤 있지만 그럼에도 기대보다는 자동차 액션 장면이 꽤 쫀쫀하고 쫄깃하네요. 그것보다 전 C-130 허큘레스 수송기 액션 장면은 좀 아쉽더라고요. 왜 리더 동욱이 그 수송기를 목숨 걸고 타려고 하는지 왜 수송기는 후면 출입구를 까고 나는지 등등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하네요. 하지만 액션은 꽤 화려합니다.
1988년에 대한 재현이 꽤 좋았던 <서울대작전>
1988년을 살아본 사람은 많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 연령대라는 1969~1975년 생들이 1988년 당시에는 중고대학생이었습니다. 그 찬란하던 시절을 한올한올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설픈 고증을 하면 바로 지적 들어옵니다.
또한 1988년은 한국이 전 세계에 알려진 국가의 역사 중에 가장 큰 전환점을 겪던 해이기도 합니다. 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서 전 세계에 서울의 인지도가 조금 더 올라갑니다. 전체적인 패션 재현은 좋은데 힙합이나 레게는 1993년 전후로 터진 문화라서 좀 더 이른 설정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에 최초로 힙합을 전도한다는 설정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1988년이면 마이클 잭슨, 마돈나, 마티카와 마삼트리오 등이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래서 노래는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를 넣어서 1988년 분위기를 넣고 여기에 1982년 유쾌한 노래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흥을 넣어주지만 1988년 빅 히트한 노래를 좀 더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네요. 그러나 이건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라서 지적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 시선으로는 1988년 분위기를 더 날 수 있게 하면 어땠을까 하네요. 영화 <헌트>가 1983년에 일어난 실제 사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듯이 1988년 사건 사고를 좀 더 넣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이 <서울대작전>이 1988년을 그대로 재현한 것은 아닙니다. 오빠 차 뽑았다~~라는 대사를 노래로 하는 모습에 빵 터졌네요. 요즘 노래와 핫해 핫해~~ 등의 대사를 통해서 익숙한 최근 유행어를 적극 사용했습니다.
1988년 레트로를 재해석한 뉴트로
<서울대작전>은 1988년 레트로를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레트로를 재해석한 뉴트로 풍의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포니2를 개조하고 브리샤를 개조한 차량들과 전체적인 패션도 뉴트로 풍입니다. 요즘 뉴트로 풍 상점과 가게가 유행하고 있는데 그런 상점들을 가보면 1980년대 느낌이 확 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1980년대를 살아보지 못한 1990년 이후 태어난 10~20대들을 위한 새로운 트렌드죠. 1980년대 분위기는 추억 박물관에 가면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서울대작전>은 레트로가 아닌 뉴트로 영화로 온 가족, 세대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습니다.
평이한 스토리 그러나 구성은 좋다
이런 탁송 영화들은 꽤 많이 나왔습니다. <트랜스포터>나 <특송>, <베이비 드라이버> 등이 있습니다. 다른 점은 기존 탁송 영화들은 단독 플레이가 많았는데 <서울대작전>은 팀 단위로 움직인다는 점이 다릅니다. 따라서 케이퍼 무비의 재미를 녹였습니다. 이점이 독특하고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이 탁송업을 하던 주인공들이 큰 사건에 휘말리면서 위기를 겪지만 그 위기를 슬기롭게 해처 나간다는 내용은 평이하고 예상 가능하지만 액션이나 배우들의 캐미가 좋아서 재미를 잘 뽑아내네요.
문소리를 비롯 출연 배우들의 연기들은 다 좋습니다. 특히 유아인의 연기는 이제는 깔 수가 없을 정도로 잘하네요. 상계동 슈프림팀의 캐미도 좋고요.
추석에 온 가족이 볼만한 넷플 영화 <서울대작전>
아쉬움이 없을 수 없죠. CG를 많이 사용할수록 아쉬움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만 전체적인 스토리 깔끔하고 배우들 연기 좋고 1988년 재현도 좋고 상계동 철거, 로보캅, 투문정션, 라밤바 같은 당시 개봉영화, 카메라 출동 장면 패러디, 소독차, 전격 Z작전, 홍콩영화 등등의 1988년 추억 발화점을 많이 넣어서 현재의 40,50대 분들도 보기 좋고 뉴트로 좋아하는 10~20대 분들에게도 볼만한 영화입니다.
아쉽다면 1988년 시대의 특수성과 역사적 사건을 좀 곁들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이 정도면 꽤 만족스러운 뉴트로 카체이싱 영화입니다.
위 글과 함께 보면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별점 : ★★★☆
40자 평 : 1988년이라는 추억에 자동차 액션 꿀을 바른 달콤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