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조조가 7천원인 대한극장 사용설명서

CGV와 롯데시네마가 코로나 핑계를 대면서 평일 낮 관람료가 무려 1만 4천원까지 올랐습니다. 너무 심했어요. 너무 심하게 올렸습니다. 코로나 진정되면 이 가격이 내려올까요? 아니겠죠. 한번 올라간 가격이 내려오는 일은 유가나 채소 같은 것 빼고는 없습니다. 서비스 가격이 올랐다가 내리는 일은 극히 드물죠.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내려올 가망성은 낮습니다.

각종 카드 할인에 이통사 할인까지 한다고 해도 1만원 정도에 봐야 합니다. 저는 이통사, 카드 할인 없습니다. 차라리 조조로 보죠. 그런데 조조도 1만원입니다. 이 높은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혹시나 하고 대한극장을 검색해 봤습니다. 놀랍게도 대한극장은 조조가 아직도 7천원입니다. 가격을 안 올렸네요. 사실 이 대한극장, 서울극장 같은 독립된 운영 영화관들은 예전부터 영화관람료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보다 1~2천원 저렴했습니다.

그런데 서울극장이 작년에 폐업을 하고 이제 남은 독립 운영 영화관은 대한극장만 남은 느낌입니다. 서울에는 롯데, CGV가 아닌 영화관들이 꽤 있긴 합니다만 제가 주로 찾는 곳은 대한극장입니다. 오래만에 대한극장에 찾았습니다.

대한극장은 다른 영화관과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보통은 지하철 근처에 있는데 반해 지하철 출구와 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하 1층을 통해서 바로 입장이 가능하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1층 출입구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대한극장은 4호선 충무로 1번 출구 바로 앞에 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편해요.

대한극장은 8층짜리 건물 전체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상영관이 많습니다. 90년대까지 국내 최대 크기의 스크린을 자랑하던 곳으로 70mm 필름 상영관으로 유명했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찾았어요. 저도 대한극장에서 본 영화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먼저 관람석이 1,2층으로 되어 있었고 스크린을 내려다보거나 정면을 보는 것이 아닌 살짝 위로 올려다보는 스타일이라서 앞에 머리가 큰 사람이 앉아도 영화 관람하는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여기에 THX 사운드라서 액션 영화 보기 딱 좋았죠. 그 대한극장이 2000년대 초에 재건축을 했고 멀티플렉스관으로 변신합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시설에 좀 낡은 느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지도 않죠. 그래서 점점 관람객 휴게 공간도 줄이고 위 사진처럼 상영하는 영화 간판도 못 걸고 있습니다. 사다리차로 간판 교체 작업을 많이 봤는데 간판 교체 작업 하나하나가 돈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예매 시스템이 발달해서 지나가다가 간판 보고 들어가지 않습니다. 간판 효과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CGV나 롯데시네마 대부분은 영화간판 안 걸어도 알아서들 찾아옵니다.

건물은 참 예쁜데 2021년 6월 개봉한 영화 간판이 그대로 붙어 있네요.

그나마 스타벅스 임대료와 몇 년 전에 생긴 편의점이 어느 정도 수익을 제공하네요. 저 편의점 자리는 매표소였어요.

예매한 표를 찾으러 키오스크 앞에 섰는데 꺼져 있습니다. 좀 충격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어렵나? 코로나 시국 끝나가는 느낌이었는데 여전히 대한극장은 어렵네요.

팝콘 파는 곳에서 표를 받았습니다.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울극장처럼 여기도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일반 건물이면 사무실로 개조해도 되지만 영화관은 다른 용도로 개조하기 쉽지 않죠. 그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죠. 서울극장 같은 경우 건물 전체를 허물고 다시 지을 것 같긴 해요. 건물이 너무 오래되었거든요.

대한극장이 좋은 점은 영화관람료가 저렴한 것 뿐이 아닙니다. 이렇게 작은 포스터도 제공해요. 그래서 영화 보고 포스터 참 많이 받았어요. 이벤트도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어려워져서 안 해요.

대한극장 사용설명서

대한극장은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먼저 영화예매를 하려면 대한극장 회원 가입해야 하고 결제도 좀 불편해요. 그런 대한극장이 최근에 홈페이지 리모델링을 한 후 변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ID로 접속 가능하고 네이버 페이 결제도 가능해졌습니다. 진작에 이렇게 바뀌었어야 해요.

대한극장은 지하 1층부터 지상 8층까지 있어요. 8층은 다른 영화관에서 제공하지 않는 루프탑이 있습니다. 지하에는 1관, 1층에는 2,3관이 있고 3층은 4,5,6관이 있습니다. 5층은 7,8,9관 입구가 있고 7층은 10,11관이 있습니다. 무려 11 개관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1관 9관 같은 저예산 예술영화 관은 100석 규모라서 아주 작은 개봉관입니다. 대한극장이 아니었으면 개봉 못했을 해외 유명 영화, 국내 저예산 영화 많았을 겁니다. 그만큼 영화 마니아들에게 있어 대한극장은 보물 같은 영화관입니다.

대한극장은 제 바람과 달리 관람객이 많지는 않아요. 주변에 대형 주거 지역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학교는 동국대가 있지만 여름에는 방학이라서 안 나오잖아요. 주변에 맛집도 많고 남산 한옥마을도 있고 명동도 가깝고 힙지로도 가까운 도심에 있는 장점이 있지만 주차가 문제입니다. 요즘 CGV나 롯데시네마 건물은 지하 거대한 주차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대형마트나 대형 쇼핑센터 꼭대기에 입주하잖아요. 그래서 영화 보고 내려오면서 쇼핑도 할 수 있는 샤워 효과를 누릴 수 있어요. 그런데 대한극장은 지하 주차장이 없어요. 이러다 보니 가족단위 자동차를 이용한 관람객들을 보듬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료 주차장에 주차할 때 5,000원을 내야 합니다. 영화관람료가 싸서 좋은 대한극장, 그러나 주차비로 뱉어내야 합니다. 저게 할인된 가격입니다. 하기야 종로, 중구 나오면 대중교통이 100배 낫죠. 차 몰고 와서 관람하고 다른 음식점 간다고 해도 다 주차비 오지게 내야 합니다. 전철이 더 편해요.

영화 <엘비스>를 봤던 6관입니다. 계단식 좌석이고 의자도 좀 오래됐지만 좋은 편입니다.

대부분 200~300객석을 제공하는데 대한극장 홈피에 가면 관람석 규모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https://www.daehancinema.co.kr/PETC/th_seatMap

위 링크를 누르면 각 개봉관 좌석 배치도 규모나 좌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한극장은 휴게공간이 꽤 많습니다. 이런 공간도 있지만

상영 전까지 복도 같은 곳에서 대기하기도 편합니다. 이게 또 대한극장의 매력이죠.

복도에는 옛날 영화 포스터들이 가득해요. 주로 80~2000년대 초반 인기 영화들 포스터입니다.

꾸며 놓기는 정말 잘 꾸며 놓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활력이 많이 떨어졌네요. 하루빨리 관람객들이 늘었으면 해요.

대한극장에는 발코니 같은 공간도 있습니다.

이렇게 발코니에 나와서 바람도 쐴 수 있어요.

충무로 일대를 조망할 수도 있고요.

평일이나 주말이나 찾아도 항상 조용하고 쉴 공간도 많아서 좋아요.

1층 공간인데 노인 관람객들이 많네요. 대한극장은 정말 노인 관람객들이 많아요. 가끔은 1개 관은 실버 영화 고전 명작 영화를 상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노인 분들은 지하철 요금이 무료라서 멀리서도 찾아올 수도 있죠. 허리우드 극장이 실버 극장으로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다른 곳에도 하나 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