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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안양천에서 본 재갈매기의 식사 먹방 보다 혼난 박새

by 썬도그 2022.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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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안 변하지만 강은 변합니다. 30년 전만 해도 똥내가 가득해서 안양천은 접근하기 어려운 하천이었습니다. 근처에 살아도 바람이 불면 분뇨 냄새가 가득하게 밀려올 정도였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96년도에 안양천 근처에 사는 친구 하숙집에 갔다가 냄새가 심해서 뭐냐고 물으니 안양천 냄새라고 하더라고요. 

당시는 우리가 싼 분뇨들을 그냥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 보냈습니다. 그러다 안양시가 하수처리장을 만든 이후로 계속 수질이 개선되었습니다. 2002년만 해도 여름에는 여전히 역한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한국이 예전부터 잘 사는 나라가 아녔습니다 90년대만 해도 일본을 참 부러워했습니다. 그러기에 지금은 상식이 된 하수처리장도 하나 없었죠. 

지금은 금천구, 영등포구, 광명시, 양천구, 안양시의 생태공간이자 공원이자 운동 공간이자 여유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어제 일요일 날은 좋아서 카메라 들고 안양천을 무작정 찾았습니다. 미세먼지가 가득했지만 어차피 마스크 쓰고 사는 삶이라서 그냥 마스크 끼고 나갔습니다. 사람들 정말 많이 나왔더라고요. 

이런 강이 있다는 건 행운이자 행복이네요. 그것도 걸어서 5분 거리에 안양천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안양천은 박달하수처리장 덕분에 무척 깨끗해졌습니다. 지금은 복개 공사를 해서 상단을 공원으로 만들었더라고요. 요즘은 나라가 부강하니 공간 활용도 엄청 잘하네요. 안양천이 맑아지자 온갖 동물들이 찾아왔습니다. 

물새들은 기본, 갈매기까지 찾아오고 참게도 있습니다. 팔뚝만한 붕어는 사시사철 뛰어놀고 숭어도 있습니다. 그리고 뱀도 있어요. 가끔 뱀 출몰이라고 적혀 있는 푯말에 움찔합니다. 

물새를 촬영하허 300mm 줌렌즈를 끼고 나갔는데 저가 렌즈라서 색수차가 오지게 많네요. 보라색 색수차는 라이트룸에서 줄였음에도 녹색 색수차는 못 죽이네요. 그래서 조류 사진에 빠지면 수백 깨진다고 하잖아요. 사진 장르 중에 조류와 스포츠 사진 쪽이 줌렌즈가 필수라서 돈이 솔찮게 나갑니다. 

안양천에는 물닭, 논병아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민물가마우지, 고방오리, 쇠오리, 왜가리, 대백로 등이 있습니다. 조류 탐조 좋아하실 분들은 멀리 가실 필요 없습니다. 안양천에 있어요. 가끔 원앙도 보이긴 하는데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갈매기가 보이네요. 요즘엔 갈매기가 안양천이 맛집이라고 소문났는지 자주 보입니다. 강 하구에서 멀지 않고 새는 워낙 멀리 다니니 서해 바다 쪽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이 안양천이 물고기가 참 많아요. 중랑천이나 청계천도 많지만 강 폭이 넓고 먹이가 풍부해서인지 팔뚝만 한 붕어들이 엄청 많습니다. 게다가 낚시도 안 해서 붕어들이 엄청 많네요. 붕세권이 따로 없습니다. 

갈매기가 뭘 먹고 있기에 줌렌즈로 들여다 보니 붕어 맞네요. 작은 모래톱 위에 올려놓고 편하게 먹네요. 작은 식탁이 마련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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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총총거리고 다니는 박새가 근처를 어슬렁 거립니다. 박새는 가운데 검은 넥타이를 맨 새로 벌레를 주로 먹습니다. 오목눈이와 박새, 참새 이런 작은 새들이 먹는 곤충이 엄청 많아요. 직박구리, 박새, 붉은 머리 오목눈이 등등 새 이름 익히고 있습니다. 고마운 것들은 이름을 제대로 알아주는 것이 고마움의 표시라고 생각해서요. 그리고 사진 좋아하다 보면 일단 찍고 피사체 이름을 찾기도 하고 그렇게 피사체 이름을 알면 애정이 생기고 더 오래 보게 됩니다. 

그런데 박새가 갈매기 식탁 위에 올라섰네요. 뭐하나 한 5분 지켜봤습니다. 박새가 근처를 어슬렁 거리면서 한입만 달라는 행동을 보이네요. 주변에서 계속 머물면서 갈매기 심기를 살살 건드리네요. 

먼산 쳐다 보다가 고개만 돌려서 흘깃흘깃 보고요. 언제 식사 끝나나 지켜보는 듯합니다. 갈매기 떠나면 물고기 한 점 먹을 듯합니다. 박새가 물고기를 먹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최소 물고기는 못 잡을 크기예요. 그러나 겨울에 단백질 공급원이 있어야 말이죠. 

박새가 계속 쳐다보자 몹시 불편해 하던 갈매기가 

크게 한 소리를 했습니다. 빼에에에엑 소리를 치니 박새가 슬금슬금 뒤로 물러섭니다. 

다시 식사를 하려는데 물이차서 물고기가 물회가 되었네요. 

머리를 넣어서 자맥질을 하는 논병아리들도 보이네요. 

또 다른 갈매기가 뭔가를 잡았는지 누르고 있네요. 맹금류가 아닌 오리발이라서 물고기를 발톱으로 죽일 수 없지만 갈매기가 부리가 그렇게 매섭습니다. 별걸 다 삼켜요. 갈매기 생각보다 성격도 포악합니다. 유튜브 영상 보면 그냥 막 집어삼키던데요. 

청둥오리 한쌍이 깃털 정리를 하네요. 

물에 다리 꽂고 자는 새들도 있고요. 

최근에는 민물 가마우지도 많이 보입니다. 

쇠백로는 자고 있네요. 

얘들은 몸은 청둥오리 같은에 얼굴은 솜털이 가득한 어린이 얼굴이네요. 청둥오리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어린 새들도 많이 보입니다. 

얘들이 가장 많아요. 흰빰검둥오리에요. 몸은 까만데 얼굴 주변이 하얘서 이름이 그냥 외모를 그냥 이름으로 만들었네요. 

갈매기가 지나갑니다. 

도심에 하천이 있는 건 행복입니다. 이 안양천이 없었으면 사는 게 더 삭막했을 거예요. 금천구와 안양천을 공유하는 서울 지자체들은 손을 잡고 안양천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다양한 공간을 만들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나무도 더 많이 심고 벤치도 많이 만들고 있어요. 가능하면 곳곳에 탐조 망원경을 설치하면 어떨까 합니다. 저야 300mm 렌즈로 봤지만 육안으로 보면 큰 새 아니면 잘 안 보이거든요. 

점점 생태 하천으로 진화하는 안양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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