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쐬러 일단 나왔습니다. 바람 쐬러 나왔는데 갈만한 곳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 1권의 책 이상의 감동을 느끼고 재미를 느끼는 도구는 사진과 그림 조각 같은 미술 작품입니다. 미술이 좋은 이유는 짧은 시간 안에 한 세상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어서입니다. 새로운 간접 경험을 통해서 생각의 환기를 시켜줘서 참 좋습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을 안고 무작정 인사동에 갔습니다. 거긴 항상 여러 사진전, 미술전시회가 있는 곳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이나 현대미술관 서울관도 좋지만 거긴 너무 관공서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이미 들렸던 전시회라서 인사동으로 향했습니다.
소니 카메라 구경을 하고 종로 2가를 지나서 인사동으로 향했습니다. 피맛골이라고 해서 종로 대로로 말을 탄 나리들이나 임금님이 지나가면 엎드려서 쳐다도 볼 수 없는 것이 짜증 났던 백성들이 말을 피해서 다니는 길이라고 해서 생긴 피맛골이 완전히 사라졌네요. 서피맛골이 재개발로 사라진 후 동 피맛골 마저도 사라졌습니다. 구불구불한 골목이 주는 맛이 있었는데 점점 골목이 사라지고 있네요.
전국에 다 있는 학사주점도 사라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피맛골 골목 절반의 점포가 다 사라졌습니다.
이 누추한 골목길에 노포들이 많았고 가격이 저렴한 맛집들이 즐비했는데 이젠 추억이 되어버렸네요. 건물 올리는데 보통 2년 걸리고 다시 들어올 수도 있지만 이 분위기는 다시 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새 건물 임대료 높죠. 그럼 가격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그럼 가성비의 매력이 떨어져서 안 찾습니다. 그렇게 수없는 노포들이 건물 철거와 함께 사라지고 있습니다.
개발규모가 상당히 큽니다. 어떻게 개발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빌딩이 올라서지 않을까 하네요.
여기가 종로이다 보니 땅만파면 문화재가 엄청 나옵니다. 그래서 지금은 문화재 발굴조사를 하고 있네요.
코로나 시대라서 공연장도 문을 닫는 걸 넘어서 아예 펜스로 막아 놓았습니다. 코로나 직격탄 맞은 상권이 크게 2곳이 있는데 첫째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은 명동이고 그다음이 인사동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도 평일에도 주말에도 외국인들이 엄청 많았는데 요즘은 내국인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나마 날 좋은 날에는 꽤 나왔는데 겨울이라서 토요일에도 사람들이 적네요.
인사동 초입에 거대한 건물이 올라가겠네요. 주변 건물도 상가들이 빠진 걸 보면 다른 건물까지 매입해서 개발하려나 봅니다. 재건축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이러면 강남의 상가 지역과 차별성이 없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쌈지길 같은 건물은 그나마 인사동의 공예 상가 분위기를 잘 드러내서 인기가 높은데 '마루'나 '안녕 인사동' 같은 경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지는 않아요.
인사동의 새로운 문화 창작 공간인 코트(KOTE)입니다. 여기는 꽤 규모가 큰 문화공간입니다. 여러개의 건물을 묶어서 매입해서 갤러리, 공방, 카페 등등 다양한 공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점은 이렇게 전시회를 알리고 있고 안에서 사진전이 열리고 있지만 입구가 어딘지 알 수 없어요. 한 할머니가 둘러보다가 입구가 안 보여서 저 유리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더라고요. 저 폴딩도어가 정문이 아닌데요. 안내도 약하고 안내자도 없네요.
골목으로 들어가면
인사동 코트 건물이 이어집니다. 허름해 보이지만 저게 아웃테리어입니다.
이 건물은 몇달 전에 뉴스를 통해서 알았는데 건물주인 임차인과 임대를 한 코트 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있네요. 건물주가 국내 대학의 전 총장이라는 분인데 대학교 총장까지 한 분이 폭력을 행사하고 있네요.
여러모로 한국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건물주는 작년 연말에 사망했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인사동의 색이 그나마 남아 있는 곳이 코트인데 여기 사라지면 인사동은 인사동이 아닌 강남에서 흔하게 보는 상가 거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사동에서 낙원상가로 가는 길입니다. 여기도 뭐가 지어지려고 하네요. 인사동 은근히 최근에 재건축들이 많습니다.
임대 딱지 붙은 상가가 너무 많아서 소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태가 2년 전부터 그랬거든요. 외국인 관광객들과 국내 관광객들이 안 오니 상권이 많이 죽었죠. 한편으로는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건물주들이 업보라고 생각도 됩니다. 인사동 임대료 듣고 엄청 놀랐습니다. 명동 멱살을 잡을 정도더라고요. 그러나 명동보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인사동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직격탄 맞고 다른 지역보다 유동인구가 더 없어졌습니다.
여기는 그나마 몇 안 되는 문방사우나 민속공예품을 팔던 곳인데 여기가 사라졌네요. 좀 충격입니다. 15년 넘게 인사동을 지나다니면서 봤던 상점인데 여기가 폐업을 했네요.
1천 원을 내고 보는 운세 보는 게 생겼네요. 심심풀이로 많은 사람이 볼 듯한데 지폐를 넣어야 하네요. 요즘 지폐 안 들고 다닌 지 몇 년 되어서 그냥 지나쳤습니다.
이 망치로 캡슐을 깨나 보네요. 밝거나 깨지 말라면서 망치는 왜 있는거죠? 플라스틱 볼을 깬 흔적이 난무한데요.
인사동 마루입니다. 복합 건물로 초기에는 음식점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됩니다. 지금은 텅 빈 공간이 많이 보이네요. 달라진 점은 갤러리들이 엄청 늘었네요.
갤러리가 한 6개 정도 되나 봅니다. 예전엔 안 보이던 곳도 갤러리가 되었고요. 인사아트센터가 점점 활력을 잃어가는데 여긴 오히려 갤러리가 늘어가네요. 요즘 빈 점포들 중에 갤러리로 변신하는 곳들이 좀 보입니다. 삼청동도 상권 폭망 했는데 그 폭망 한 공간에서 갤러리들이 피더라고요.
덕분에 좋은 사진전도 보고 나왔습니다. 10년 동안 전국 정자를 대형 흑백 카메라로 촬영했다더라고요.
쌈지길도 코로나 타격 받았죠. 그럼에도 다른 곳보다 활력이 크게 준 느낌은 아닙니다. 인사동에 '안녕 인사동'처럼 거대한 쇼핑 및 복합 상가 건물이 꽤 늘었고 앞으로 더 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초대형 상가 건물이 느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상가들이 인사동의 정체성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사동 마루'처럼 갤러리 공간이 늘면 인사동에 가면 많은 미술전, 사진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죠.
그런데 그냥 다른 지역에 다 있는 상가들만 있으면 굳이 인사동에 가려고 할까요? 그럼에도 삼청동이나 근처에 있는 공예박물관 북촌 한옥 마을 등등의 서울에서 서울의 색다른 공간이 가득한 공간으로 향하는 관문 역할이라서 지나가는 길이라는 혜택이 크지만 점점 정체성이 사라지면 그냥 지나가는 길로만 치부하지 않을까요?
인사동은 전통의 거리가 절대 아닙니다. 그나마 남아 있던 골동품 가게는 거의 다 사라졌고 문방사우 파는 곳도 사라졌습니다. 그럼 현재의 인사동의 정체성은 뭐냐? 인사동 코트, 인사동 마루, 인사아트센터로 대표되는 갤러리 거리입니다. 가면 최소 10개 이상의 사진전, 미술전을 볼 수 있습니다. 이걸 확장해야 합니다. 바로 위에 서울시 공예박물관, 현대미술관 서울분관에 앞으로 개발 예정인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까지 연결하면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기 쉽죠.
그런데 인사동 초입에 올리는 건물이 그냥 종로 1가의 그냥 흔한 오피스 빌딩을 올리면 인사동의 정체성은 흐려질 것입니다. 한 공간을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려면 구청과 상인들의 협의체가 있고 꾸준히 고민을 해야 합니다. 이걸 인사동이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이끌어 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미지를 만드는데 좀 도 노력했으면 합니다.
문화의 거리 인사동! 이 말이 절로 나오게요. 코로나 끝나고도 인사동이 활력을 못 찾는다면 이미지 구축 실패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