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와 SF 드라마를 참 좋아합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수많은 장르가 있지만 SF 장르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SF 영화나 드라마는 할리우드에서 만들고 가끔 B급 감성의 러시아 SF 영화가 나오긴 합니다. 러시아는 생각보다 SF 영화 자주 만들고 잘 만드는 편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SF 영화와 드라마의 불모지입니다. 그러나 2020년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승리호>를 보면서 한국도 SF 영화를 만들 정도의 기술력이 되는구나 했고 승리호 자체의 재미보다는 개척할 수 없을 것 같았던 SF 장르물을 만난 것이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한국도 SF 영화가 가능하다는 자체가 감격스러웠습니다. 이러다 보니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에 오픈한 넷플릭스의 <고요의 바다>라는 한국 SF 드라마가 공개되었습니다.
한국에서 호불호가 강한 SF 장르물인 고요의 바다
한국에서 SF 장르물은 큰 인기를 얻기 쉽지 않습니다. 인터스텔라가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SF 영화들이 큰 인기를 끌지 못합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스타워즈> 시리즈입니다. 디즈니가 인수해서 만든 스타워즈 시리즈 중에 망작이 많긴 하지만 스타트랙 시리즈도 그렇고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게다가 SF물은 모든 것을 창조해야 하기에 제작비가 참 많이 들어갑니다. 한국에서 성공한 SF 영화가 <승리호>가 유일하고 SF 드라마는 거의 다 망해서 잘 만들어지지 않는 장르가 SF물입니다. 하지만 SF 물을 즐겨보는 마니아들이 많아서 언제 한국은 할리우드급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SF 영화가 나올까라는 긴 한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제대로 된 SF 드라마가 넷플릭스 자본이라는 엔진으로 하늘 높이 올랐습니다.
예상대로 <고요의 바다>에 대한 평은 극과 극입니다. SF물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너무 고요하고 조용하다고 말하고 저 같은 SF 물을 좋아하는 분들은 한국 드라마가 백날 천날 재벌 2~3세와 전문직 중에서도 판사, 검사, 의사만 다루는 편협스럽고 너무 날로 먹으려는 소재의 빈곤에서 탈출하고 신호탄으로 SF물이 나왔다는 것에 감격의 눈빛을 보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세계 4위? 이게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해 최악의 TV 시청 시간 중 하나라고 비판했습니다. 뭐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확실히 이전의 넷플에서 크게 성공한 드라마인 <지옥>이나 <오징어 게임>에 비하면 반응은 크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flixpatrol 닷컴에 따르면 <고요의 바다>는 7위로 입성한 후에 현재 세계 4위 드라마로 올라갔습니다.
1,2,3위가 워낙 쟁쟁한 드라마라서 그 위로 올라가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에밀리 인 파리스 시즌2>, <위쳐 시즌 2>, <종이의 집 새로운 시즌>은 쉽게 이기기 어렵죠. 따라서 4위도 대단한 성적입니다. 물론 비평가가 실패했다는 건 흥행의 실패가 아닌 개인 감상평이기에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성공 실패는 보통 흥행을 두고 성공했다 실패했다고 하기에 비평이 아닌 흥행 실패에 대한 실패라면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기대 이상의 표현력으로 무정한 SF 드라마 <고요의 바다>
가장 궁금했던 것이 스토리나 연출보다는 표현력이었습니다. SF 장르는 일상 공간에서 촬영하는 것이 아닌 CG와 거대한 세트장 촬영이 기본이라서 제작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게다가 소품 하나 하나를 일상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게다가 할리우드 SF 영화와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눈을 만족하려면 구현 퀄리티가 높아야 합니다.
먼저 우주선 계기판이나 조종석이나 전체적인 세트 표현력은 아주 좋네요. 재미있던 것은 게이트 문을 열 때의 그 작은 키보드를 보면서 어~ 어디서 많이 봤는데라고 자세히 보니 렌투스의 서프보드더라고요. 4년 전에 제 블로그에 소개한 마우스와 키보드가 통합된 독특한 키보드로 디자이너 특히 CG 작업을 많이 하는 분들에게 유용한 키보드였어요. 그런데 '고요의 바다' 세트장 부품으로 사용했네요.
<고요의 바다>는 주로 세트장에서 액션이 일어나기에 세트장 구현이 중요한데 세트장은 그런대로 잘 만들었습니다. CG는 달 기지 외곽과 우주선 발사 장면에서 많이 사용했는데 한국 드라마 치고는 꽤 좋습니다.
물론 대만족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몇몇 장면은 너무 CG티가 심했으니까요. 하지만 우주선 발사 엔진을 표현한 장면은 아주 좋네요. 이 정도면 지상파 드라마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죠. 다만 다른 넷플릭스 드라마와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좀 낮습니다.
물을 소재로 한 드라마라서 물 CG가 많이 등장하는데 실제 물을 사용한 장면은 꽤 잘 만들었지만 미니어처 촬영티가 좀 나는 장면이나 CG로 물속을 구현한 장면은 몇몇 장면은 꽤 좋고 몇몇 장면은 조악하네요. 언리얼 엔진을 사용했다다고 하는데 물 CG는 그냥저냥 그렇습니다. 다만 CG 캐릭터의 액션 장면은 꽤 좋네요. 아주 좋아요.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중력 표현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달 위를 걷는 장면은 좀 어색하긴 하네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이 정도면 한국도 자본만 있다면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드라마를 만들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아주 잘 보여줬습니다.
물 부족이 심각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발해 달 기지로 향하다
스토리는 간단하고 약간의 기시감이 듭니다. SF물 중에는 기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 한 일을 소재로 한 스릴러 드라마가 많은데 딱 그 스타일입니다. 이 <고요의 바다>는 2014년 미장센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단편 드라마 <고요의 바다>를 8부작으로 늘린 드라마로 연출은 단편 영화를 연출한 최향용 감독이 연출을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면 단편 영화 연출자가 아닌 보다 인지도 높고 경험이 많은 감독을 배치합니다. 그게 안전빵이니까요. 그러나 넷플릭스 아닙니까? 과감한 투자를 합니다. 단편 영화 감독이지만 다른 영화나 드라마를 만든 경험이 없는 최향용 감독에게 맡깁니다. 이런 과감함이 무모함이 될 수 있지만 단편 영화의 감성을 이을 수 있는 점은 좋은 점입니다. 배우 정우성이 제작을 했다고 하니 정우성의 선택을 넷플릭스가 믿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솔직히 정우성 제작이라서 더 응원을 했지만 재미라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제작한다고 성공하고 실패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서 조마조마하게 봤는데 결과는 그런대로 만족스럽습니다. 요즘 한드가 넷플릭스 1위를 자주하서 그렇지 1년 전만 해도 <스위트 홈>이 세계 7위만 해도 대단한 성공이라고 한 것을 비교하면 엄청난 성공입니다.
<고요의 바다>는 근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물부족이 심각해서 물 배급을 계급별로 제공을 합니다. 사회에서 중요한 인력은 보다 많은 물을 사용할 수 있지만 낮은 등급의 사람은 적은 물만 배급을 합니다. 이런 디스토피아가 된 한국에서 달에 있는 발해 기지에 갈 대원들을 모집합니다.
발해 기지는 5년 전에 방사능 누출로 전 대원이 사망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최국장은 우주생물학자인 송지안(배두나 분)에게 발해 기지로 가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송지안은 이미 물을 마음껏 쓸 수 있는 플래티넘 물 카드 사용자라서 부족한 것이 없지만 달 기지에서 사망한 언니의 사인을 직접 알기 쉽다는 과학자의 호기심으로 달 탐사에 함께 합니다.
달 기지에 가는 이유는 어떤 샘플을 회수하는 일로 그 샘플이 뭔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냥 그 샘플만 회수하면 된다고만 말합니다.
이 폐쇄된 달 기지 탐사에는 의뭉스러운 인물인 한윤재 대장(공유 분)과 국방부 소속의 엔지니어 류태석 대위(이준 분)과 팀 닥터인 홍가영(김선영 분)과 보안팀장 등이 함께 합니다. 그렇게 달 기지에 안착할 줄 알았지만 달 상공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불시착을 합니다. 최국장은 달에 방사능 누출 사고가 났고 그로 인해 전 대원이 사망했다고 했지만 달 기지 안에 들어와 보니 방사능 수치는 멀쩡하고 방사능 누출이 아닌 모두 익사한 모습으로 죽어 있었습니다.
이에 의문을 제기한 송지안 박사는 시체를 부검해서 사인을 알아야 한다고 하지만 한윤재 대장은 그냥 우리는 시키는 대로만 하고 샘플만 확보해서 돌아가면 된다고 서로 부딪힙니다. 방사능이 없는 달 기지에 익사체들이 가득한 모습 속에서 괴 생명체가 딴 주머니를 찬 부 기장이 홀로 있다가 사망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에 팀원들은 혼란스러워 하다가 한 대원이 죽은 시체에서 감염된 듯한 뭔가에 의해서 식은땀을 흘리다가 엄청난 물을 뱉으면서 죽습니다. 설명이 안 되는 일이 발생하지만 팀 닥터인 홍가영 닥터와 송지안 박사는 이 알 수 없는 일을 하나씩 밝혀냅니다. 죽은 대원은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그 감염 증상이 엄청난 물을 뱉어내는 겁니다. 이에 자신의 피를 죽은 대원이 뱉은 물에 올려 보니 엄청난 증식을 하는 현상을 알게 됩니다.
이 알 수 없는 사건이 하나씩 베일이 벗겨지면서 후반 거대한 사건과 정부가 은폐하려고 했던 일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 <고요의 바다>의 주된 내용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SF 장르물에 대한 비호감과 함께 전체적으로 엄청난 액션보다는 미스터리 한 사건을 통해서 하나씩 진실을 알아가는 쪼는 맛이 있는 드라마라서 호불호가 강합니다.
1~2회를 전 한국 CG 능력과 세트 구현력을 몰두하면서 봐서 그런지 재미 없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고 SF물에 관심도 없고 한국 SF 드라마 역사를 모르는 분들에게는 1,2화는 좀 지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3화부터 점점 사건이 터지면서 흥미롭다가 6화부터 폭발합니다. 6화부터 8화까지 그냥 달렸네요.
넷플릭스의 딸 배두나가 하드캐리하다
<고요의 바다>의 주인공은 배두나가 연기한 송지안입니다. 공유도 서사가 붙긴 하지만 아주 강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캐릭터는 송지안 박사입니다. 송지안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의 딸답게 드라마 전체를 아주 잘 이끄네요.
여기에 공유를 포함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좋습니다. 특히 이준은 아이돌 가수 출신인데 이제는 연기자 다 되었더라고요. 연기가 아주 농익었습니다. SF 드라마지만 기지 안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한 일을 주로 담기에 각 캐릭터들이 중요한데 배우들의 연기들이 좋아서 몰입감이 무척 좋네요.
다만 후반에 신파가 조금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신파라고 하기도 어렵고 신파라고 해도 억지 신파가 아니라서 큰 문제가 되거나 아쉽지는 않습니다. 약간 헐거운 전체적인 스토리에 배두나가 그나마 방향성을 잘 잡고 안내하는 모습처럼 느껴집니다.
아쉬움도 있지만 이 정도면 기대 이상이었던 <고요의 바다>
기시감이 들긴 하지만 바이러스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시의성 높은 소재와 함께 바이러스와 물의 결합을 통한 소재가 주는 재미가 아주 좋습니다. 다만 그 외에는 전체적은 스토리 진행이 어디서 많이 본듯한 느낌입니다. 이는 정형성으로 영화나 드라마 마니아에게는 지루하고 가점의 대상이 되지만 대신 대중성 높은 진행이라서 크게 지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스토리, CG가 기대보다 좋네요. 솔직히 망작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른 장르물도 아니고 SF 장르는 한국이 잘하는 장르도 많이 하는 장르도 아님에도 이 정도 퀄로 뺐다는 건 대단한 성과라고 봅니다. 물론 해외 시청자나 국내 시청자는 이런 배경을 모르고 보기에 재미 위주로 평가하겠지만 그럼에도 전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네요.
뭐 대중적인 인기도 세계 4위면 꽤 성공한 결과물 아닐까 하네요. 다들 1~2화가 견디기 어렵다고 하는데 3화부터 재미가 콸콸 나오니 1~2회만 잘 견디면 될듯합니다. 이런 드라마가 한국에서 나왔다는 게 참 놀랍고 놀랍네요. 추천하는 드라마 <고요의 바다>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한국이 이렇게 좋은 SF 드라마를 만들어서 가슴이 웅장해졌습니다. 한국 미술팀, CG팀 실력이 일취월장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