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서 왜 이리 시나리오가 답답하지? 주인공이 시간 여행을 통해서 과거로 돌아온 후에 자신이 꼭 만들어야 하는 플라스마 배터리를 건축 도면 같은 종이 위에 그리고 있습니다. 아니 1995년이면 PC가 있는데 PC로 입력하면 되는데 그림을 엄청 그리더라고요. 플라스마 배터리 디자인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과거로 돌아가면서 연구자금을 과거의 자신에게 전달해 달라고 하는 타임머신을 개발한 박사의 말에 몸에 금괴를 붙이고 이동합니다. 쩝~~ 그냥 로또 번호 연감이나 스포츠 경기 결과를 담은 연감 찔러주면 그걸 보고 스포츠 토토로 돈을 벌 수 있는데요.
이미 시간여행물의 최고작인 '빽 투 더 퓨처'에서 잘 보여주고 있잖아요. 그런데 금괴요? 와~~ 일본 영화 시나리오 수준이 이 정도로 후졌나?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이 일본 소설도 아닌 1957년 출간한 유명 SF 소설가인 '로버트 A. 하이라인'의 최고작인 <여름으로 가는 문>이네요.
1950년대 SF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면 각색을 잘해야죠. 그래야 집중감 있게 볼 수 있죠. 몇몇 현실감 떨어지는 장면이나 긴장감 유발 장면이 없는 것은 무척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그냥저냥 볼만은 합니다.
일본 영화 여름으로 가는 문 -네가 있는 미래로-
요즘 이 배우 참 많이 봅니다. 넷플 인기 드라마 <아리스 인 보더랜드>에서 주인공이자 많은 일본 영화에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는 요즘 일본 젊은 배우 중에 가장 핫한 배우 중 한명인 '야마자키 켄토'가 주인공입니다. 익숙한 배우라서 넷플릭스에 이번 주에 올라온 영화 중에서 골라 봤습니다.
시대 배경은 1995년입니다. 소이치로는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부모님의 동료인 과학자 가족가 함께 자랍니다. 그러나 소이치로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 죽는다면서 불행을 온 몸에 달고 삽니다.
하지만 친 여동생은 아니지만 양부모님의 딸이자 여동생 같은 리코(키요하라 카야 분)과 함께 삽니다. 소이치로는 로봇 분야의 세계적인 젊은 엔지니어이자 플라스마 배터리 연구를 완성해서 에너지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명석한 두뇌로 탄탄대로만 걸을 것 같던 소이치로 앞에 회사 경리 담당 직원이자 애인이 찾아옵니다.
소이치로는 애인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자신의 회사 지분 일부를 양도합니다. 그러나 이 애인이라는 여자는 사악함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연구를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사장과 짜고 주주총회를 시작하더니 소이치로의 모든 연구 자료 및 연구소를 강탈하고 소이치로를 내칩니다. 쩝~~~ 과학자와 주식이라 영 어울리지 않은 궁합을 붙여 놓았네요.
하루아침에 자신의 연구를 강탈당한 소이치로는 깊은 우울에 빠집니다. 그렇다고 해도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정보가 있으니 다른 회사에 취직해서 또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지만 특허가 회사에 있으니 안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영화가 이런 세밀함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냥 난~~ 망했어라고 할 때 오빠만을 바라보던 리코가 힘을 내라고 하지만 리코를 밀치고 냉동인간이 되겠다고 합니다.
이 1985년에는 냉동인간 기술이 발달해서 돈만 내면 누구나 냉동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올드한 냄새가 납니다. 실제로 70~80년대까지만 해도 냉동인간 기술이 각광을 받았고 많은 시선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냉동인간 기술이 보편화도 상용화도 안 되어 있습니다. 일단 얼려는 놓았는데 깨울 방법이 없다고 하죠.
부패하지 않고 늙지 않은 몸을 미래로 전송하는 냉동인간 기술
이렇게 기존 시간여행물과 다르게 냉동인간이라는 소재를 집어 넣습니다. 냉동인간이라는 소재가 생각보다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보통 시간여행이라고 함은 정방향으로 과거의 어느 순간, 미래의 어느 순간에 도착해서 시간이 앞으로 흐릅니다. 다만 영화 테넷이 역방향 시간을 선보여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간 여행이 몸의 노화를 막지는 못합니다. 반면 냉동인간 기술은 시간 여행 기술은 아니지만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냉동인간이 되면 그 시간부터 시간은 흐르지 않고 몸도 늙지 않습니다. 그래서 30년 잠들다 깨어나면 세상만 변했을 뿐 내 몸은 냉동할 때 그대로입니다.
소이치로는 모든 연구 자료와 로봇까지 빼앗기자 술김에 냉동인간 회사에 찾아가서 냉동인간 서류에 싸인을 합니다. 그러나 엔지니어가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자 자신만 바라보는 리코가 생각납니다. 그렇게 리코를 구하러 가다가 혼절하게 되고 사악한 애인인 경리 직원에 의해 강제로 냉동인간이 됩니다.
소이치로는 2025년 깨어납니다. 휴머노이드가 상용화된 세상에서 피트라는 휴머노이드가 소이치로를 5일 동안 케어를 해줍니다.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리코로 안타깝게도 1995년 소이치로 집의 폭발로 사망했습니다. 이네 소이치로는 눈물을 흘립니다. 소이치로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피트라는 휴머노이드 작동원리를 살펴보다 자신이 만들지 못하고 냉동인간이 된 플라스마 배터리가 장착된 것을 봅니다. 그럼 누가 이걸 완성시켰을까?
소이치로는 피트가 알라딘에서 만든 로봇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전 회사의 주식이 어떻게 되었는지 찾아보다가 알라딘과 경쟁 로봇회사를 방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장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그 사장은 어린 시절 자신에게 로봇 잡지에 싸인을 해줬고 그래서 자신이 로봇 공학자가 되었다는 말에 깜짝 놀랍니다. 소이치로는 그런 기억이 없거든요.
소이치로는 알게 됩니다.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요. 그 누군가는 너무 뻔한 설정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미래를 재 조립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그렇게 소이치로는 30년 전 냉동인간이 되기 전의 며칠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합니다. 여기서부터 개연성 떨어지는 이야기가 많이 보입니다.
올드한 스토리와 개연성 부족으로 집중력이 떨어지다
여름으로 가는 문 -네가 있는 미래로-는 결코 좋은 영화가 아닙니다. 스토리가 뛰어난 원작을 바탕으로 해도 현재에 맞게 각색을 하던가 의문이 들지 않게 구멍을 메꾸어야 합니다. 1995년으로 돌아간 소이치로는 잠시 동안인지 영원히인지 한 시대에 2명이 존재하게 됩니다. 보통 시간 여행물은 이 부분에 대해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과 위험한 행동의 규범을 정해 놓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의 행동이 미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내 행동으로 인해 미래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이 여름으로 가는 문 -네가 있는 미래로-는 이게 없습니다.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온 소이치로는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대로 따라 합니다. 다만 그걸 의식하고 따라 하는 것인지 아닌지 설명이 없습니다.
설명이 없는 것이 한 둘 이 아닙니다. 과거로 온 소이치로가 다시 냉동인간 되어서 미래에서 깨어난다는 것인데 그럼 미래 여행을 가기 전 혼절한 소이치로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죽었으면 소이치로는 존재하지도 않고 살았다면 냉동인간이 되지 못할 테고요.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니 시나리오 쓰면서 이런 의문 안 드나요?
이게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무한대 에너지원인 플라스마 배터리 설계도인지 개념인지 특허인지 모를 무언가를 만드는 장면입니다. 무슨 건물 설계합니까?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영화의 완성도에 영향을 줍니다. 물론 제가 꼼꼼하게 봐서 그런 것이라서 크게 지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로맨스, 냉동인간, 시간여행을 섞은 시간 여행 칵테일 여름으로 가는 문 -네가 있는 미래로-
대작 영화도 예산을 많이 들인 영화도 아닙니다. 그냥 저예산 영화라고 느껴질 정도로 SF 영화 치고는 신기한 기술이나 CG가 많지 않습니다. 하다 못해 휴머노이드도 그냥 인간 배우가 연기를 합니다. 다만 냉동인간이라는 소재가 독특하다는 점과 그냥저냥 볼만한 시간 여행 로맨스입니다.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시간 때우기로는 그냥 저냥 볼만하네요.
별점 : ★★☆
40자 평 : 타임머신과 냉동인간이 합쳐지면 로맨스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