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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기이한 영화 싱크홀 올해의 괴작

by 썬도그 2021.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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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감독은 참 독특합니다. 보통 영화 1~2편 망하면 아무리 흥행 감독이라도 10년 넘게 쉬는 경우도 많고 강제 은퇴당하는 감독들도 많습니다. 2004년 <목포는 항구다>로 데뷔한 김지훈 감독은 이 영화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영화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007년 개봉한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다룬 <화려한 휴가>로 대박을 칩니다. 흥행 감독의 꼬리표가 생겼는데 2011년 개봉한 <7광구>로 바로 폭망 감독으로 전환됩니다. 그러다 2012년 <코리아>로 다시 흥행 감독이 되죠. 히우 2012년 개봉한 <타워>로 다시 중박을 터트립니다. 

독특합니다. 필모가 아주 독특합니다. 영화를 잘 만드는 것 같으면서도 아닙니다. 대박, 중박, 쪽박을 왔다갔다 합니다. 
보통 이렇게 기복이 심하니 연출이 끊이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딱히 감독만의 색채나 연출 스타일이 도드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냥 흥행 영화를 만들 줄 아는 감독이라고 할까요? 이 김지훈 감독이 다시 흥행을 노린 대중 영화를 들고 나왔는데 소재가 독특합니다. 바로 싱크홀입니다. 

소재만 독특할 뿐 동굴 탈출기 같은 싱크홀

요즘 싱크홀 소식이 자주 많이 들립니다. 싱크홀은 주로 도시에서 생기는데 그 원인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지하수가 빠지면서 지하 공간에 큰 공간이 생기고 이 공간으로 흙이 쏟아져 들어가면서 거대한 구멍을 만듭니다. 도시의 또 하나의 공포가 바로 싱크홀입니다. 그런데 이걸 영화 소재로 만든다? 좀 무리라고 할 수 있지만 잘만 빼면 독특한 소재의 영화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싱크홀'은 싱크홀이라는 최근 공포 소재를 잘 활용한 영화도 아니고 재미도 아주 좋은 영화는 아닙니다. 조잡함도 많이 보이지만 그 보다 이 영화 괴이하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입니다. 물론 그냥 생각 없이 보긴 좋고 킬링타임용으로는 그렇게 나쁘진 않습니다만 개연성 부족, 웃겼다가 울렸다가 갈피 없는 감정선과 갈등이 풀어지는 과정도 딱히 세심한 구석이 전혀 없습니다. 조잡함이 여기저기서 느껴지네요. 유일하게 호평을 할 수 있는 건 한국의 CG와 영화적 표현력은 계속 진화하고 있네요. 

내용은 별거 없습니다. 과장인 동원(김성균 분) 가족은 11년 동안 돈을 모아서 서울에 빌라 한채를 구합니다. 그런데 집이 살짝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에 동원은 빌라 주민들과 함께 하자 보수를 시공사에게 요청하려고 준비를 합니다. 그러나 이웃에 정체가 묘한 만수(차승원 분)가 삽니다. 이사 온 첫날부터 만수와 동원은 티격태격합니다. 만수는 아들과 살고 있는데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대리기사도 하는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원은 회사 동료들을 불러서 집들이를 합니다. 전날 폭우 때문인지 다음날 동원의 집에서 묶었던 회사 동료인 김대리(이광수 분)과 인턴사원 은주(김혜준 분)와 만수와 동원 가족은 빌라와 함께 500m 아래로 추락합니다.  

과합니다. 아무리 싱크홀이 소재라고 해도 500m는 뚫기도 어려운 실현가능한 깊이도 아닙니다. 그러나 뭐 깊이가 중요하겠습니까? 어차피 어떻게 탈출하느냐가 중요한 것이겠죠. 수평으로 된 동굴을 수직으로 놓은 동굴 탈출기가 영화 '싱크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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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에 코미디를 넣을 수 있나? 그런데 가능했다. 

헐리우드 재난 영화들은 공포와 두려움을 동반하면서 그 공포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애를 담고 있습니다. 뻔한 구도죠. 그럼에도 엄청난 재난을 우리는 거의 겪지 않기에 재난을 영화관에서 간접 체험하면서 짜릿함을 느낌이다. 사람은 남의 불행이 내 불행까지 이어지지 않으면 불구경이라고 해서 구경거리가 될 뿐입니다. 

그래서 보통 재난 영화는 웃기지 않고 이도 보이지 않습니다. 항상 심각하고 심각할 뿐이죠. 윤제문 감독의 해운대가 간간히 웃음을 유발하지만 이런 영화가 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 영화들은 전반부에는 웃음, 후반부에는 눈물을 동반한 감동으로 끝나는 영화들이 많죠. 한 영화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면 감정의 뷔페를 먹고 나왔다고 생각해서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습니다. 

싱크홀은 초반에 웃깁니다. 11년간 고생해서 모은 돈으로 집을 마련한 집이 무너졌고 죽을 고비에 있음에도 영화가 웃깁니다. 이는 이광수 원맨쇼가 아닌 대사를 통해서 간간히 웃깁니다. 박장대소나 시종일관 웃게 했다면 짜증이 낫겠지만 헛웃음 같은 웃음이 조금씩 나와서 거부감이 크게 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정교한 플롯으로 만든 상황이 주는 웃음이 아닌 현장에서 즉석 아이디어로 만든 듯한 그냥 툭툭 던지는 듯한 웃음입니다. 

119가 던져준 위성통화 폰으로 인턴사원 명절 선물 챙기라는 대사는 헛웃음을 유발해서 웃음이 아주 맑지만은 않습니다. 가끔 이 사람들이 이 재난을 즐기는 건 아닐까 할 정도로 긴장감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집이 더 추락하고 추락하는 모습 속에서 긴장감은 있지만 어차피 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그나마 있던 긴장감도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마치 지하 500m에서 빌라 사람들과 회사원 2명이 캠프 파이어 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입니다. 여기서 부터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재난 영화인데 긴장감은 안 들고 간간히 웃깁니다. 

정체모를 영화 '싱크홀'

영화 초반에 한국의 부동산 가격에 대한 한탄을 섞은 유머는 좋았습니다. 원룸 사는 인턴과 이제 막 집을 산 과장과 오피스텔 사는 김대리가 집이 있는 직원과 사귀는 모습을 통한 블랙 코미디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걸 이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다 후반에 갑자기 신파가 나옵니다. 이웃에 사는 할머니를 두고 탈출하는 모습을 통해서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갑자기 울리는 구간을 넣고 탈출하더니 그 할머니를 싹 지웁니다.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이건 뭐 단기 기억 상실증인지 영화 속의 단막극인지 이해가 안 가네요. 시나리오가 이 정도면 문제가 심각하고 영화로 제작이 어려울 텐데 영화로 만들었네요. 재난 영화에 웃음을 섞은 자체의 시도는 좋았고 이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지만 후반 신파 구간 때문에 잠시 가려진 이 영화의 실체를 봤습니다. 영화 '싱크홀'은 졸작입니다. 그냥 즉흥적으로 만든 시나리오로 만들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영화는 시나리오가 조잡합니다. 

영화 싱크홀의 실제 주인공은 CG와 세트력

CG 제작비가 저렴해지고 한국의 CG 실력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만들기 어려웠던 괴수물이나 괴기물이나 특촬물 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맨날 건물만 무너뜨리지 말고 남산 N타워를 야무지게 부셔주고 서울 전체를  낮 시간에 야무지게 까부셔 주는 영화 만들어주면 어떨까 합니다. 그런 영화라면 영화 스토리가 엉망이고 주인공이 밉상이어도 볼 용의가 충분합니다. 시각적 충격으로만 300만 관객은 깔고 가니까요. 

영화 싱크홀의 주인공은 CG와 세트입니다. 촬영장소는 실존하는 곳이 아니고 주변 건물 20여 채를 함께 짓고 CG로 만든 공간입니다. 또한 실내에서 무너진 건물을 재현한 재현력은 압권이네요. 정말 세트 잘 만들었고 보는 내내 실제와 비슷해서 넋 놓고 봤네요. 다만 지하 500m이면 낮이라도 어두울 텐데 비 오는 밤인데도 지하 500m가 너무 환합니다. 손전등이 아닌 마치 가로등이 환하게 켜진 듯한 설정은 이 영화가 실제의 공포보다는 그냥 보여주기 식의 영화라는 걸 잘 보여줍니다. 

영화 7광구의 터널 버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점은 7광구는 CG가 못 만든 영화의 화룡점정을 찍었다면 영화 '싱크홀'은 CG와 세트가 무너져 내린 시나리오와 연출을 막아내고 있네요. 배우들의 연기는 그냥 그렇고 연기력을 요구하는 영화도 아닙니다. 싱크홀은 그냥 저냥 시간 때우기는 괜찮지만 추천은 어려운 영화네요. 

40자 평 : 싱크홀로 무너진 지하 500m 빌라에서 캠프 파이어를 하다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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