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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돌이킬 수 없는 것들과의 해후를 담은 영화 후쿠오카

by 썬도그 2021.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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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영화는 이해가 가능한 스토리. 설득 가능하고 공감 높은 스토리를 담습니다. 그러나 어떤 영화는 스토리 자체가 묘하고 이해할 수 없고 해석을 요구하는 영화들이 있죠. 2020년 개봉한 영화 후쿠오카는 스토리를 이해하려고 하면 함정에 빠지는 영화입니다. 따라서 누가 귀신인지 사람인지 뭐가 뭔지 이해하려고 스토리를 짜 맞추다 보면 이게 의미가 없구나를 느끼게 하는 영화입니다. 

이해하지 말고 느껴야 보이는 영화 후쿠오카

2020년 8월 개봉한 영화 후쿠오카는 가장 보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개봉 당시에는 코로나 때문에 관람을 주저했는데 넷플릭스에서 지난주에 올라왔네요. 냉큼 봤습니다. 장률 감독의 영화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 경주부터였습니다. 장률 감독 영화를 얼핏 보면 홍상수 감독과 비슷한 것 같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나 표현법 등등이 크게 다릅니다. 장률 감독은 판타지를 슬그머니 넣고 보다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게 열린 결말이나 아리송한 부분이 참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명징한 메시지를 넣기도 하죠. 이게 아주 맛깔스럽습니다. 

후쿠오카는 판타지가 아주 강한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꿈을 담은 영화라고 느껴질 정도로 스토리 보다는 느낌과 감성만 쭉 따라가면서 봤습니다. 영화도 초반에 너 귀신이니?라는 말로 이 영화의 감상법을 알려주면서 시작합니다.

제문은 학교 앞에서 서점을 운영합니다. 그런 제문에게 소담은 일본에 가자고 제안을 하죠. 단골 손님 같고 친한 사이 같지만 같이 일본 여행을 하자는 제안은 낯설기만 합니다만 둘은 일본 여행을 갑니다. 그리고 제문은 일본 후쿠오카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선배 해효를 만납니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으르렁 거립니다. 

제문과 해효는 순이라는 연극 동아리 후배를 좋아한 사이였습니다. 해효와 순이가 사귀고 있는데 제문이 치고 들어왔다는 해효의 주장과 자신을 더 좋아했다는 제문의 주장이 부딪힙니다. 28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핀잔을 하고 화를 내면서도 술을 같이 기울이면서 옛 생각을 합니다. 

그런 두 사람의 사이를 재미있다는 듯이 보는 사람이 소담입니다. 소담이 순이일 수도 있습니다. 두 사람을 모두 좋아할 수도 있다거나 두 남자가 서로 으르렁 거리지만 닮았다고 하는 것이나 여러 정황상 순이의 귀신이나 환생한 존재로 보입니다만 이 영화는 어떤 스토리가 명확한 영화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기에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까 궁금해하고 예측하려고 하죠. 

그럴 때마다 감독은 후쿠오카 서점 주인이 소담을 보고 1년 전에 교복 입고 와서 노래를 불렀다면서 그때 놓고 간 인형을 건네주고 언어가 다른 일본인, 중국인과 소담은 아주 자유롭게 대화를 하는 모습이나 수시로 이 영화가 스토리가 명징한 영화가 아님을 상기시켜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고 해석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후쿠오카 연관 검색어에 후쿠오카 해석이 뜹니다. 그러나 우리 삶 자체도 100% 다 이해되고 해석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냥 넘어가잖아요. 마찬가지로 이 영화 후쿠오카는 해석이 되는 영화가 아닙니다. 다만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지고 보이는 것이 달라지고 메시지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감상의 정답이 없습니다. 

이루어지지 않고 돌이킬 수 없는 것들과의 만남

전 이 영화 전체가 꿈같았습니다. 꿈이 좋은 건 내가 원하는 것들을 불러올 수 있고 내가 간절하게 바라는 것들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아니 자기가 알아서 나옵니다. 28년 전 짝사랑을 했거나 사랑을 했던 그러나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사람이 알아서 나옵니다. 사람만 나오는 건 아닙니다.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수시로 나옵니다. 

사람은 누구나 전성기 또는 호시절을 그리워합니다. 해효와 제문은 순이라는 한 여자를 잊지 못하고 28년을 서로 연락 한 번 안하고 살았지만 그게 꼭 여자라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자신들이 가장 뜨거웠던 시절, 돌아가고 싶은 시절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돌아갈 수 없고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 시절 또는 옛사랑을 다시 만나서 나누는 깊은 한숨이 나오면서 시작되는 해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그 돌아갈 수 없는 그시절, 그 뜨거웠던 그 사랑을 의인화한 것이 소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소담은 갑자기 나왔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등장하고 해효와 제문이라는 한 사람의 2개의 감정 같은 해효와 제문을 묶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갱년기의 짜증 같았던 해효와 술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한 제문

돌아갈 수 없는 호시절, 잡히지도 않고 수정할 수도 없는 아름다운 과거를 바라보는 50대 아저씨의 시선을 해효와 제문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해효는 갱년기의 짜증을 가득 가진 인물로 갱년기인지 눈물이 많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갱년기 남자의 모습입니다. 짜증만 늘고 우울한 감정이 수시로 많이 듭니다. 그리고 순이 같은 즐거운 감정 같은 그 시절을 보면서 좋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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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제문은 그런가보다 하고 넘깁니다.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합니다. 20대 호시절 같은 소담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해효의 말에 별 생각이 없습니다. 그냥 흘러간 과거를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고 체념한 듯한 태도입니다. 그래서 둘은 하나의 사람에서 나온 두 개의 감정으로 느껴집니다. 

윤동주의 사랑의 전당

< 사랑의 전당 / 윤동주 >

순(順)아 너는 내 전(殿)에 언제 들어왔든 것이냐?"
내사 언제 네 전(殿)에 들어갔든 것이냐?

우리들의 전당(殿堂)은
고풍(古風) 한 풍습이 어린 사랑의 전당(殿堂)

순(順)아 암사슴처럼 수정눈을 나려감어라.
난 사자처럼 엉크린 머리를 고루련다.
우리들의 사랑은 한낱 벙어리였다.

청춘!
성스런 촛대에 열(熱)한 불이 꺼지기 전
순아 너는 앞문으로 내달려라.

어둠과 바람이 우리 창에 부닥치기 전
나는 영원한 사랑를 안은 채
뒷문으로 멀리 사라지련다.

이제
네게는 삼림 속의 아늑한 호수가 있고,
내게는 험준한 산맥이 있다.

그럼에도 장률 감독은 이 영화 후쿠오카의 주제를 시를 통해서 보여줬습니다. 장률 감독이 무척 좋아하는 시인인 윤동주 시인이 쓴 '사랑의 전당'이라는 시를 통해서 영화의 주제를 살며시 보여줍니다. 사랑의 전당이라는 시는 어려운 시가 아닙니다. 순이라는 여자와의 사랑을 담고 있는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로망스라는 것이 대부분이 이루어질 수 없어야 성립이 되는 사랑입니다. 대표적인 소설이 '로미오와 줄리엣'입니다. 

지금은 이해가 안 가지만 셰익스피어 시대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관습이 많았습니다. 특히 아버지나 어머지의 반대, 집안의 반대. 계급 차이에서 오는 반대 등등 두 주인공은 사랑하지만 외부적인 요인으로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소재로 한 소설이 많았습니다. 

윤동주 시 '사랑의 전당'에서 고풍(古風) 한 풍습이 어린 사랑의 전당(殿堂)이라는 시구를 보면 이 남녀가 사랑하지만 여러 요인으로 인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암시하고 있죠.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의 고통을 앉고 헤어집니다. 마치 제문과 해효처럼요. 

3명의 배우가 펼치는 앙상블

 참 악플이 많이 달린 영화입니다. 일본 후쿠오카를 배경으로 해서 욕하고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욕 참 많이 먹는 윤제문이라는 배우를 캐스팅을 했고 여러모로 참 욕을 많이 먹은 영화입니다. 그러나 어차피 그런 분들은 장률 감독 영화 1편도 안 봤을 겁니다. 

배우 윤제문 캐스팅은 전작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에서 배우 윤제문과 박소담이 잠시 나오는데 그 인연으로 다음 영화인 '후쿠오카'의 주연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에서 박소담이 인형을 들고 나오는데 그 인형이 '후쿠오카'에도 나옵니다.

윤제문 배우가 문제가 있긴 하지만 연기는 참 잘하는 배우입니다. 권해효와의 티키타카는 귀여우면서도 한심하면서도 선배 해효의 짜증을 눙치는 모습 속에서 중년의 허허로움까지 느껴지게 하네요. 그리고 박소담 배우의 매력이 가득합니다. 호시절에 만난 그녀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소담 배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네요. 

50대  두 아저씨인 해효와 제문이라는 2개의 감정이 20대 호시절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2개의 감정의 티카티카를 담은 영화가 '후쿠오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되네요. 좋은 영화입니다. 이해하려고 하면 이 영화 보는 맛을 느낄 수 없습니다. 그냥 감독이 툭툭 던지는 이미지를 보고 각자의 생각으로 바라보면 후쿠오카는 좋은 영화로 다가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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