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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일본 침몰이 아닌 일드 침몰로 느껴진 일드의 문제점

by 썬도그 2021.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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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0분 봤는데 2시간을 본 느낌입니다. 너무 지루해서 보다 말다 했지만 오기로 봤습니다. 왜 이렇게 변했지? 아니 왜 이렇게 안 변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드라마 1편 보고 일드 전체를 평가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안타까움들이 보여서 키보드를 두들기게 되네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일드 일본 침몰

이 정도면 일본이 고전 명작 반열에 올라도 될 정도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SF 작가인 '코마츠 사쿄'가 1973년에 출간한 소설 '일본 침몰'이 드라마로 만들어졌습니다. '일본 침몰'은 일본 열도가 바닷속으로 사라진다는 충격적인 재난을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군상 및 사회 시스템과 재난에 대한 대응을 다룬 재난 드라마입니다. 

이미 영화로 2차례 만들어졌고 작년에는 애니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일본의 인기 소설입니다. 그런데 이 '일본 침몰'이 지금 TBS에서 매주 일요일 오후 9시에 방영을 하고있습니다. 출연진을 보면 일본의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합니다. 각자 다른 드라마의 주연급인 배우들이 한 드라마에 모두 출연을 한다고 할 정도로 출연진들이 화려합니다. 

물론 그건 일본에서나 유명한 배우들이고 외국인인 저에게는 총리로 나오는 '나카무라 토오루'나 영화 '곡성'으로 익숙해진 '쿠니무라 준' 정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는 바로 바로 올라오죠.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도 있지만 지상파나 tvN이나 JTBC가 만든 드라마 판권을 사서 올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본 드라마는 거의 못 봤습니다. 

드라마 중에서 인기 높은 드라마가 미드 다음으로 일드도 꽤 재미있는 드라마가 참 많고 제 취향으로는 일드가 딱 좋은데 요즘 일드를 거의 못 봤습니다. 재미가 없으니까 넷플릭스가 판권을 안 사는 건가?라는 짐작만 할 뿐이죠. 그런데 이 '일본 침몰'이 갑자기 올라왔네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11월 10일부터 일본 TBS에서 방영하는 '일본 침몰'을 넷플릭스가 103억 원을 주고 판권을 사서 전 세계에 뿌리고 있다고 하네요. 그럼 이 드라마의 인기는 얼마나 될까요?

이 순위는 11월 22일 기준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순위입니다. 6위 카우보이 비밥과 8위 일본 애니만 빼고 TOP10 중에 무려 8개가 한국 드라마입니다. 정작 대작 드라마인 '일본 침몰'은 이 순위에 없습니다. 

IMDB에서 보면 인기 순위가 3,286위로 계속 추락하고 있습니다. 평점은 나쁘지 않지만 제가 본 '일본 침몰'은 3화까지 본 결과 10점 만점에 5점도 주기 어려울 정도로 지루한 드라마입니다. 4화부터 본격적인 관동지역 침몰이 일어나기 시작한다고 하니 재미가 올라가겠지만 3화까지는 정말 올드한 연출과 시나리오로 인해 한숨이 나올 정도네요. 

공감대 떨어지는 일본 관료주의 문화를 담다

주인공은 '아마미 케이시(오구리 슌 분)는 환경청 고위직으로 탄소 중립 프로젝트인 COMS를 이끄는 미래 추진 회의에 참석하는 중요 인물입니다. COMS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바닷속 깊이 시추선을 이용해서 집어넣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일본 총리의 야심 찬 계획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케이시는 직급이 나오지 않고 환경청 관료로만 나옵니다. 아무리 높은 직급이라고 해도 환경청장도 아니기에 총리나 부총리와 독대할 수 없는 위치로 보이지만 합니다. 해요. 놀랍게도 합니다. 

대학 친구인 토키와 코이치(마츠야마 켄이치 분)도 경제산업성 관료임에도 미래 추진 회의 의장 역할까지 합니다. 놀랍습니다. 어떻게 고위 관료라는 사람들이 총리와 독대를 할 정도로 끝발이 좋습니다. 이 자체도 이해가 안 가지만 이 드라마는 놀랍게도 일본 정치색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일본은 정치 후진국입니다. 아버지가 정치인이면 아들도 정치인인 확률이 높습니다. 정치를 세습하는 나라로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봉건사회 같은 나라입니다. 또한 파벌 정치를 하는 나라로 야당, 여당이 서로 견제하기보다는 여당 안에서 야당 같은 파벌이 있고 그 파벌끼리 으르렁 거립니다. 그래서 현재 일본 총리인 '기시다 후미오'도 여론조사에서는 밀렸지만 파벌에서 밀려줘서 총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후진스러운 파벌 정치를 보여주는 사람이 총리입니다. 총리는 인사권자지만 부총리가 총리를 만드는 파벌의 실권자라서 총리가 부총리의 눈치를 봅니다. 이런 이해가 안 가는 후진적인 정치 시스템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해할까요? 일본인들이야 현실 반영이라서 공감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는 이런 정치 세력 구조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더 웃긴건 관료주의 사회의 문제점은 보통 외부인인 기자나 민간인이 영웅적인 행동으로 관료사회를 비판하고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공무원의 복지부동으로 인한 피해를 영화나 드라마에 담아서 높은 공감대를 이끌어내죠. '일본 침몰'은 다릅니다. 환경청 고위 관료 케이시가 다들 지반 침하로 인한 관동지역 침하를 숨기려고 할 때 관료 중에서 유일하게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관료 사회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게 생리인데 홀로 내부 고발자가 되고 있습니다. 이게 현실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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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동떨어진 고리타분한 올드한 연출

일드는 기승전교훈이라고 하죠. 뭔 스토리를 풀어내면 주인공의 선량함이 악인의 마음을 녹이고 착하게 살거나 노력하는 삶이 승리한다는 도덕교과서 같은 계몽 및 감동 스토리를 넣어서 교훈을 전달합니다. 그런데 요즘  누가 드라마에서 훈계를 받고 싶어 하겠습니까? 

더 웃긴건 주인공이 뭔가 감동스러운 말을 하기도 전에 가슴이 웅장 해지는 음악이 깔리기 시작합니다. 무슨 도덕 교과서를 읽는 느낌이 납니다. 실제로 읽기도 합니다. 요즘 드라마에서 내레이션 잘 쓰지 않습니다. 내레이션이 들어가면 드라마를 이해하기 쉽지만 드라마를 이렇게 해석하고 따라오라는 지시등 같은 도구라서 드라마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여지를 없애 버립니다. 그런데 주인공의 행동까지 설명하는 내레이션이 들어갑니다. 

여기에 어떤 사건에 대한 뉴스를 종이신문으로 받아봅니다. 일본은 팩시밀리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아날로그에서 멈춘 사회라는 소리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종이 신문을 보는 장면이 많습니다. 물론 나이든 사람들은 여전히 신문을 보지만 세계적인 지구물리학 학자로 나오는 타도코로 교수는 직접 프로그래밍까지 하는 교수인데 종이 신문을 봅니다. 이건 넘어간다고 해도 주간지 기자인 몰래 녹음을 하는데 녹음기를 이용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녹음기 역할을 해서 스마트폰으로 녹음하지 않나요?

게다가 케이시와 주간기 기자 안이 수시로 만나서 서로 공생을 하는데 두 사람은 사람들 눈도 많은데 굳이 야외에서 만나고 술집에서 만납니다. 보통 비밀스러운 만남이나 만난다고 해도 카톡이나 전화로 만나지 굳이 야외에서 약속도 안 했는데 서로 자주 만납니다. 여기에 카메라 워크도 너무 촌스럽습니다. 전체적인 연출 스타일도 올드해서 마치 80년대 드라마 같다는 느낌이네요. 게다가 탄소중립을 시도하다가 지반을 건드려서 재앙을 초래했다는 다소 이상한 메시지까지 담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그나마 크게 지적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뛰어난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타도코로 교수를 연기하는 '카가와 테루유키'의 연기는 너무 과장된 모습에 혼자 연극 찍는 줄 알았습니다. 요즘 이런 과장된 연기 잘하지 않고 미친 과학자 연기는 잘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형적인 미친 과학자 연기를 하네요. 

CG에 대한 문제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CG는 드라마 치고는 꽤 괜찮았습니다. 3화까지는 위 이미지 같은 도쿄 붕괴가 일어나기 전이라서 지루하게 본 것도 있지만 심해 연출을 한 것이나 여러가지 CG들은 그런대로 볼만했습니다. 

일본 드라마가 재미없는 이유! 변함 없는 일본 드라마

드라마 1편을 보고 일본 드라마 전체를 평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에 올라온 일본 드라마를 전체적으로 보면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2010년대 초반 경의 한국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딱 그 시절에서 멈추고 발전이 없습니다. 전형적인 카메라 워킹과 스토리 텔링 등등 10년 전에서 발전이 멈춘 느낌입니다. 한국 드라마는 다르죠. 기승전연예라는 소재의 협소함을 벗고 넷플릭스라는 자본가를 만나자 소재가 폭발하고 표현력은 할리우드 멱살을 잡는 단계까지 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뛰어난 시나리오들이 넘치기 시작하면서 폭발적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한국 드라마는 진화를 했습니다. 

그러나 일드는 2010년에서 멈추고 진화가 없습니다. 오히려 보다 보면 이게 90년대 드라마인지 2020년 드라마인지 구분도 안 가는 드라마도 많습니다. 분명 잔잔한 드라마 쪽은 일본이 강점이 있습니다만 그 외의 장르물은 영 재미가 없네요. 기승전교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드. 일드의 영광은 이대로 가다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듯합니다. 

'일본 침몰'을 보면서 일드 침몰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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