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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수애만 보이던 스릴러 영화 심야의 FM

by 썬도그 2021.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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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전성기가 있습니다. 주식처럼 지금 이게 고점인지 아닌지는 그 당시는 모르고 시간이 지나서 주가가 떨어지면 그때가 고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여기가 고점 같은데도 계속 주가가 오르면 고점은 더 높아집니다. 송강호 같은 경우는 고점이 어디일지 모를 정도로 출연하는 영화마다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배우 수애는 고점이 확실히 보입니다. 2006년 <그해 여름>으로 시작해서 수애 최고의 작품인 <님은 먼 곳에>로 2009년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고 2010년 <심야의 FM>으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습니다. 이후 <감기>까지는 그런대로 좋았지만 <상류사회>가 너무 졸작이었습니다. 수애 잘못은 아니고 감독이 문제로 보이네요. 

수애의 <그해 여름>을 보면서 푹 빠졌습니다. 수애가 정말 예쁜 배우라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지민 빛이 난다고 느껴지는 외모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예뻤나 할 정도였네요. 수애의 필모를 뒤적거리다가 흥미를 끄는 영화가 있어서 넷플릭스에서 봤습니다. 바로 <심야의 FM>입니다. 

MBC FM 영화음악을 연상하게 하는 영화 <심야의 FM>

2010년 개봉한 심야의 FM은 관객 120만 명을 동원한 망하지도 성공하지도 못한 그냥 그런 관객 동원을 했습니다. 저는 스릴러 영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안 봤다가 이 영화의 스토리를 보면서 이거 MBC FM 영화음악을 소재로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윤세윤 작가가 진행하는 MBC FM 영화음악은 MBC를 대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중 하나죠. 전통적으로 MBC 아나운서 그것도 1명만 빼고 모두 여자 아나운서들이 밤이나 새벽에 방송하던 프로그램이었고 제가 즐겨 들었던 방송이자 가장 좋아했던 라디오 방송이었습니다. 

수많은 MBC FM 영화음악 DJ들이 있지만 기억 남는 DJ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정은임 아나운서와 가장 오랜 시간 DJ를 했던 퇴사한 이주연 아나운서가 기억에 납니다. 특히 이주연 아나운서는 뛰어난 영화 소양과 부드럽고 맑은 목소리로 많은 팬을 가진 아나운서였죠. 새벽의 등대 같은 목소리였고 이주연 아나운서 자체가 MBC FM 영화음악이었는데 갑자기 오후 8시로 시간대를 옮기고 여배우를 DJ로 앉히면서 DJ 자리를 내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상했지만 퇴사를 했습니다. 

그때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이 영화가 MBC FM 영화음악의 이주연 아나운서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새벽에 영화음악 라디 오하는 곳은 MBC 밖에 없고 영화에서도 HBC로 MBC와 비슷합니다. 감독이자 각본을 쓴 김상만 감독이 이주연 아나운서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 영화 같네요. 이래서 이 영화가 더 관심이 갔습니다. 

새벽 2시 라디오 생방송 중 연쇄살인마의 협박을 받다

HBC의 영화음악 라디오인 '한밤의 영화음악실'의 DJ인 고선영 아나운서(수애 분)은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때 메인 뉴스 앵커까지 했지만 딸의 치료를 위해서 미국으로 잠시 이주를 하고 다시 돌아올 생각입니다. 그렇게 마지막 방송을 위해서 동생 아영에게 자신의 딸을 맡기고 방송을 시작합니다. 

그때 연쇄살인마인 한동수(유지태 분)가 선영의 침입해서 동생 아영을 인질로 잡고 고선영에게 자신이 보낸 팩스대로 선곡하라고 하죠. 고선영은 별 이상한 놈이 다 전화를 해서 협박하는 줄 알고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경찰은 아영이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을 보지만 두 명의 경찰마저 한동수에게 잡히게 됩니다. 

빡친 한동수는 영상통화를 통해서 고선영에게 아영을 죽이겠다고 협박합니다. 영상통화를 통해서 동생이 잡혀 있다는 걸 알게 된 고선영은 겁을 먹기 시작합니다. 살인마 한동수는 퀴즈를 냅니다. 음악이 나가는 사이에 자신이 낸 퀴즈를 맞추고 그 노래를 선곡해야 동생 아영을 살릴 수 있습니다. 퀴즈는 고선영 아나운서의 방송 멘트나 선곡한 곡을 기억하고 틀어주는 겁니다. 이 구도는 무척 흥미로운 구도입니다. 

자신보다 자신을 더 많이 알고 관심 있는 스토커이자 살인마와 라디오 DJ의 심리 대결. 또한 퀴즈가 영화 관련 퀴즈라서 영화 좋아하는 저에게는 이렇게 퀴즈 몇 번을 하면 1시간은 훅 가겠구나 했는데 이 영화는 제 바람과 달리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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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스튜디오를 나오면서 보이기 시작하는 여러 흠집과 헐거움들

라디오 DJ 고선영이 뛰쳐 나옵니다. 자신의 집에 살인마 한동수가 있다는 걸 알고 집으로 향합니다. 한동수는 분명 경찰에 알려도 가족이 죽고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죽인다고 했음에도 경찰에 알리지도 않고 집으로 달립니다. 그나마 PD와 방송작가 엔지니어만 이 상황을 압니다. 라디오 생방송은 엉망이 됩니다. 마지막 방송은 엉망이 되고 새벽 2시에 방송국 고위직까지 내려옵니다. 

고선영이 뛰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이동용 라디오 부스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라디오 부스를 뛰쳐나와도 이렇게 라디오 방송을 이어가면서 살인마 한동수가 눈치 못 채게 접근하면 긴장감은 더 높아질 겁니다. 여기까지는 참 좋았습니다. 방송을 이어가면서 스토커이자 살인마와 라디오 DJ의 대결. 그러나 아쉽게도 영화는 이런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허점과 이상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먼저 너무 쉽게 살인마 한동수에게 자신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는 걸 들킵니다. 

또한 여러 장치를 너무 많이 설치한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서 다소 왜소해보이기까지 하는 데뷔 초기였던 마동석이 스토커 기질이 있는 광팬으로 등장합니다. 마지막 방송에 광팬과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는데 고선영 아나운서는 마동석을 거부합니다. 

배우 수애는 이상하게 밉상인 주인공 역할을 참 많이 맡아요. 영화 감기에서도 이기적인 의사 역을 하더니 상류사회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이 영화에서도 마동석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 좀 짜증이 날 정도입니다. 물론 그게 영화적 장치이고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감독의 메시지를 담은 메신저 역할이지만 그럼에도 주인공 심성이 곱다고 느껴지지 못하네요. 

우락부락하고 누가봐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그러나 항상 신경을 써주는 마동석과 핸섬 가이지만 살인마인 유지태의 구도 자체는 아주 좋습니다. 다만 이걸 너무 가볍게 소비합니다. 저는 두 스토커 기질이 있는 그러나 심성은 다른 두 사람의 대결이 이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네요. 예를 들어서 살인마 한동수가 라디오 방송 관련 퀴즈를 내면 모든 방송을 기억하는 마동석이 풀면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너무 허투루 사용하네요. 

여기에 새벽 2시 라디오를 거의 듣지 않죠. 그런데 거리 풍경이나 학생들이 편의점에 들리거나 하는 등의 다소 어색한 장면들이 꽤 많습니다. 새벽 2시에 끝나는 라디오가 아닌 새벽 2시에 시작해서 새벽 4시에 끝나는 라디오를 독서실에서 함께 듣는 다는 몇몇 장면은 영화의 완성도에 흠집을 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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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잘 담아도 좋은 영화인데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다 넘어지다

<심야의 FM>은 소재 자체와 발화점은 무척 좋았습니다. 심야 라디오 DJ와 라디오 DJ를 짝사랑하는 건 아니고 영화 택시드라이버의 트래비스에 빙의한 듯한 살인마가 고선영 아나운서를 동업자로 부르면서 운명공동체로 여기는 것까지 좋았지만 영화는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고 합니다. 

먼저 고선영 아나운서가 앵커 시절에 했던 멘트와 실제 고선영의 행동이 다르다른 점과 미디어에 비친 세상과 실제가 다르다는 점을 기자와 언론을 통해서 비추려는 점은 알겠는데 밀도가 높지 못하다 보니 이야기의 초점만 흐립니다. 여기에 라디오 PD와 DJ 고선영과의 반목도 너무 쉽게 풀어지는 것도 그렇고요. 또한 라디오 방송이 개인 방송도 아닌데 너무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이용한다는 고선영의 다소 이기적인 행동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살인마 한동수가 너무 기능적으로만 움직인다는 겁니다. 나! 살인마다 무섭지~~라는 너무 단순한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이 사람이 왜 이런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많지 않고 잔혹하지만 때로는 맹한 구석도 보여주면서 저렇게 흘러가겠구나 하면 딱 그렇게 흘러가는 예상된 행동만 보여줍니다. 

사회 비판, 미디어 비판, 여러 부조리를 넣어야겠다는 강박이 꽤 보입니다. 그냥 심플하게 그렸어도 좋았을텐데 너무 많은 장치와 이야기를 욱여넣은 점은 아쉽네요. <더 테러 라이브>가 명작인 이유는 한 공간만 주로 나오지만 밀도 높은 시나리오와 연출로 관객에게 깊은 몰입감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심야의 FM>은 라디오 DJ가 스튜디오에서 나오면서 밀도가 낮아지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겹치면서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수애 때문에 볼만한 <심야의 FM>

전체적으로 연출도 시나리오도 좀 엉성합니다만 못 볼 정도는 아니고 좀 아쉬운 정도입니다. 이 여름에 볼만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특히 수애의 빛나는 외모만 봐도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10년이 지난 영화라서 그런지 지금은 유명한 배우들의 초기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마동석입니다. 마동석 보는 순간 마동석이 저렇게 왜소했나? 라고 할 정도로 몸이 아담합니다. 엄태구가 형사로 나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아쉬움이 많지만 그럼에도 더운 여름 2시간은 훌쩍 날려주는 킬링타임용 영화 <심야의 FM>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님아 그 라디오 스튜디오를 벗어나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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