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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국내 최초 멀티 상영관 서울극장이 영원한 추억이 된다니 아! 안돼

by 썬도그 2021.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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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추억을 허락하지 않은 도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시민들 대부분이 자신이 어린 시절 사는 동네가 사라진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사는 집에서 가까운 고향인 동네는 현재 큰 아파트가 세워져 있습니다. 가끔 지나가지만 싹 밀고 재개발을 해서 추억의 마중물이 될 것이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앞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공간들을 통해서 부스러진 추억 파편을 들고 황망해할 뿐이죠. 

정말 개발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도시가 서울입니다. 이렇게 추억이 사라지다 보니 추억 관련 서비스나 상품이 꽤 잘 팔리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추억이 소중하니 개발하지 말자, 그냥 이대로 살자라고 주장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추억만 파먹고 살다가 녹슨 배관과 낡아가는 집을 보듬고 살 수 없으니까요. 풍수해도 심하고 연교차도 심한 나라라서 수시로 재건축을 하거나 최소 리모델링을 해줘야 합니다. 

그러나 재건축, 리모델링도 돈이 되는 도시에서나 쉽게 진행되지 지방이나 소도시는 재건축, 재개발이 쉽게 일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개발 열풍 때문일까요. 여기는 꼭 남아주길 바랬고 그래서 서울시에서 '서울미래유산'이라고 지정했던 곳으로 꽤 오랫동안 남겠구나 했는데 황망한 뉴스를 읽었습니다. 

2021년 8월 영업 종료한다는 서울극장

믿기지가 않은 뉴스를 봤습니다. 종로3가의 터줏대감 인자 한국에서 멀티플렉스관을 처음 선보인 서울극장이 2021년 8월 말에 영화 상영을 중단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예상하셨겠지만 코로나19 때문입니다. 영화광인 저조차도 영화관 가서 영화 보는 걸 줄이고 있고 보고 싶은 영화들도 많지 않습니다. 아니 영화 자체를 개봉을 안 합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관들은 매출이 수직 낙하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자영업이었다면 망해도 벌써 망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한국의 영화관들은 대부분 CGV나 롯데시네마 같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영화관들은 이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어떻게든 견디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본이 많다 보니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CJ CGV가 최근 기관들을 대상으로 회사채 판매에 나섰다가 외면을 당했습니다.  그 이유는 분명 코로나가 끝나긴 하고 다시 영화관에 사람들이 북적일 것 같긴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사람들이 굳이 영화관에 가야 할까? 안방극장에서 봐도 되지 않나라는 생각들이 생겨서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하긴 어렵겠다는 소리가 많습니다. 

대기업 영화 체인이 이런데 개인이나 단독 극장들은 이 코로나 시련을 견디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걱정이되던 곳이 서울극장과 대한극장이었습니다. 특히 대한극장은 수년 째 리모델링을 하지 않아서 점점 낡아가는 이미지가 심해져서 정말 많이 어렵구나를 느끼게 되었고 이왕에 대한극장에서 보자고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대한극장에서 정말 많은 영화를 봤습니다. 일부러 본 것도 있지만 CJ CGV나 롯데시네마보다 영화관람료가 최소 1천 원 이상 저렴해서 보는 것도 있었습니다. 무료 시사회 같은 혜택도 많았고요. 

서울극장은 걱정이 덜했습니다. 왜냐하면 최근까지도 수시로 내부, 외부 인테리어 공사를 해서 꾸준히 노력을 하더라고요. 

서울극장은 2018년 대대적인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이렇게 깔끔 멀끔해졌습니다. 

특히 2층 이 공간은 작은 카페 느낌도 나네요. 최근에도 리모델링을 하는 등 변화의 몸부림을 치기에 괜찮은가 보다 했는데 괜찮은 게 아니었네요. 코로나로 인해 큰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건물주라면 임대료가 나가지 않기에 견딜 수 있겠지 했는데 건물주가 아니였나요?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인지 8월 31일 서울극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듯합니다. 

서울극장에 추억들이 누구나 다 있는 서울에 사는 중년들

요즘 종로 3가 서울극장 가는 10,20대 분들이 있을까요? 거의 없을 겁니다. 집 근처에 더 가깝고 더 큰 스크린에 더 좋은 시설의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CGV가 있는데 굳이 종로3가까지 갈 이유가 있을까요? 뭐 CGV나 롯데시네마보다 1~2천 원 이상 저렴한 가격 때문에 가는 분들은 있을 수 있지만 왕복 시간, 교통비 포함하면 가격이 싼 매력도 없습니다. 힙지로인 을지로 갔다가 가면 몰라도 일부러 갈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는 달랐습니다. 지금과 달리 당시 영화 배급 시스템은 1류 개봉관, 2류 개봉관, 3류 동시상영관이 있었습니다. 충무로 대한극장을 시작으로 종묘까지 이어지는 길에 스카라 극장, 명보극장, 국제극장, 서울극장, 단성사, 피카디리, 피카소까지 1류 개봉관이 쭈루룩 있었습니다. 

그래서 로보캅이나 탑건 같은 영화들을 보려면 종로나 충무로로 나가야했습니다. 지금처럼 예매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영화를 보려면 예매를 하러 하루 이틀 전에 가서 예매를 하거나 아니면 새벽부터 줄을 서야 했습니다. 로보캅 보려고 새벽부터 줄을 서서 겨우 봤다는 영웅담들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딱 1곳 많아야 3곤 정도인 단관 개봉 시스템이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다이하드를 보려면 종로 3가 단성사에 가야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대작 영화가 개봉하면 전국에서 동시에 개봉하지만 당시는 그 영화를 보려면 그 영화관에 가야 했습니다. 이런 단관 시스템에서 대박이 난 영화들은 6개월 동안 상영을 하는 등 꽤 길고 오래 개봉을 했고 대박이 난 영화들은 라디오에서 수시로 주제곡을 틀어줘서 그 인기를 펌핑해 줬습니다. 그럼에도 단관 개봉이라 관객 동원은 100만 명 이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1993년 단성사에서 단관 개봉한 서편제가 한국 최초 100만 명 관객 돌파로 몇 달간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했던 뉴스가 생각나네요. 한 개봉관에서 100만 명을 돌파하려면 매진도 매진이지만 몇 개월 이상 상영을 해야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영화 1편 보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본 사람은 먼저 봤다는 이유로 동네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던 시절이었죠. 이런 단관 개봉 시스템을 넘어선 영화관이 바로 서울극장입니다. 서울극장은 제 기억으로는 우리나라 최초 멀티플렉스관이었습니다. 1개의 상영관만 있던 시대에 동시에 여러 영화를 틀어주는 멀티 상영관을 갖추었습니다. 이전에는 그 영화를 보러 그 영화관에 갔다면 서울극장은 영화관에 도착한 후 영화를 골라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후 명보극장이 멀티플렉스로 리모델링 했고 CGV도 그 뒤를 이었습니다. 

서울극장은 그렇게 80년대 후반 리모델링을 통해서 멀티플렉스로 변신을 했지만 역사는 이보다 더 오래되었습니다. 1964년 대한극장이 운영하던 2류 개봉관인 세기극장을 합동영화사를 만든 곽정환 회장이 인수합니다. 그리고 1978년 이름도 세기극장에서 서울극장으로 바꿉니다. 

그리고 서울극장이 히트를 친 계기가 바로 1989년으로 기존 단관 개봉에서 무려 3개관을 갖춘 멀티 상영관으로 변신을 합니다.  1관은 칸느, 2관은 아카데미, 3관은 베니스라는 상영관 이름까지 있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서울극장 앞에서 칸느, 아카데미, 베니스라는 이름을 보면서 우린 언제 저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작품상을 받을 수 있을까 했고 불가능하다는 말에 친구도 동의했습니다. 당시는 군사 정권 시절이라서 온통 에로 영화들이 가득했거든요. 얼마나 한국 영화들이 재미가 없는지 방화라는 이름이 오히려 비하의 표현처럼 느껴지고 영화 입장료도 서양 영화보다 500원이 싼 2,00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믿기지 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기생충이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넘어서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받았습니다.
지금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서울극장에서 정말 많은 영화들을 봤습니다. 군대 가기전부터 군대에서 휴가나 외출 나올 때도 갔습니다. 혼자 보러 간 적도 많고 같이 보기도 많이 했습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영화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였습니다. 

우리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는 행위는 영화관을 가기 위해서 집에서 나설 떄부터 영사기를 돌아갑니다.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영화관에 도착해서 팝콘을 사고 영화표를 내밀고 입장하고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와서 술자리에서 영화 이야기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서 영화 속 인상 깊었던 장면을 떠올리는 그 모든 과정이 그 영화입니다. PC 모니터로 보는 영화가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그 공간에 대한 추억과 감흥입니다. 

서울극장이 인상 깊었던 것은 당시 영화관들이 대부분 그랬지만 하층, 상층이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요즘도 가끔 서울극장에 가면 변하지 않은 이 공간에서 잠시 멈칫합니다. 영화 <아마겟돈>을 보고 내려올 때 수다를 떨던 이 공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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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서울극장에서 영화 많이 봤네요. 영화표 전화예매 시스템 도입하던날 감격했습니다. 영화관까지 가지 않고 전화로 예매가 가능했으니까요. 90년대 말 영화관람료는 5,000원이었습니다. 지금은 조조도 서울극장, 대한극장이 7,000원입니다. 물가가 오르니 영화관람료도 올라야죠. 그나마 CGV나 롯데시네마보다 덜 올랐고 가격 경쟁력은 지금도 높습니다. 

서울극장 관객이 줄어든 이유

서울극장이 영화사업을 중단하는 이유는 코로나 때문이지만 이전에도 큰 인기는 없었습니다. 특히 주말 장사인 영화관들이 주말에 매진이 안 된다면 문제가 심각한 겁니다. 대한극장이나 서울극장은 CGV와 롯데시네마와 달리 주말에 꽉꽉 관객이 차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개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입니다. 종로 3가는 데이트하기 좋은 곳이 많긴 합니다만 주변에 주택가가 없다 보니 슬리퍼 끌고 영화를 보러 오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주차도 편리하지 못하고요. CGV나 롯데시네마가 마트를 끼거나 대형 건물 속에 있다 보니 주차가 편리하죠. 게다가 시설도 낙후되었습니다.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통해서 부단히 노력을 했지만 건물 구조 자체가 CGV나 롯데시네마같이 새 건물이 아니라서 좁은 복도를 사람 뒤통수 보면서 느리게 내려가는 등 불편한 점도 많습니다. 

90년대 당시는 최신 스크린이었지만 한 세대가 지난 지금은 서울극장의 상영관들은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먼저 무대입니다. 스크린 앞에 나와 있는 무대는 연극이나 공연 무대에서나 필요하니 영화관는 필요 없습니다. 왜 예전 영화관들은 저 앞부분의 무대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연극 공연할 것도 아닌데요. 위 사진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계단식 좌석도 아닙니다. 

갑자기 머리 큰 사람이 앞에 앉아서 빡쳤던 생각이 나네요.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서 앞에 머리가 큰 사람이나 남자가 앉으면 영화 보려고 머리를 비스듬히 해서 봐야 했습니다. 이걸 아직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뭐 예전처럼 매진이 되는 것이 아니라서 빈자리에서 보면 되기에 지금은 불편한 점이 없지만 90년대 연일 매진이 되던 시절에는 무척 불편했습니다. 

CGV가 들여온 계단식 관람석 배치에 경탄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스크린도 크지 않고 무대가 있어서 더 멀어 보이는 등 영화관 시설은 다른 프랜차이즈 영화관보다 떨어지다 보니 찾아오는 손님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서울극장이 살아 남았으면 하는 이유는 추억만은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력이란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입니다. 서울극장은 시설이 좋지 못하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가격 경쟁력이 있었지만 주변에 주택가가 없다는 점과 함께 최신 영사 시스템이 아니라서 외면을 받기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저 같이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럼 제가 서울극장 시설에 좋고 추억 여행하러 간 것도 아닙니다. 그 영화 보려고 갔습니다. CGV와 롯데시네마가 외면한 작은 영화들을 서울극장과 대한극장은 수입 상영했습니다. 이 두 극장 덕분에 한국에서 개봉 못하던 좋은 영화들을 참 많이 봤습니다. 보고 싶은 해외의 작은 영화들 상영관을 보면 꼭 서울극장 대한극장이 있더라고요. 

대한극장, 서울극장 같은 영화관들이 있어야 CGV나 롯데시네마가 돈 되는 영화만 상영하는 자본주의에 매몰된 영화관들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극장이 사라진다는 것이 아직도 아쉽고 안타깝네요. 코로나가 아니였다면 좀 더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었을 텐데요. 이렇게 추억만 찾고 과거의 이야기만 담긴 곳이라면 이렇게 안타깝지는 않았을 겁니다. 지금도 일부러 서울극장과 대한극장에 가서 영화를 꾸준히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1달에 4번 갈 것을 1달에 1번 가는 것으로 줄였지만 그 한 번의 8할은 대한극장과 서울극장을 이용했습니다. 

7월 7일 개봉하는 마블의 <블랙 위도우>는 서울극장에서 봐야겠습니다. 사라지는 걸 막지 못하겠지만 제발 문화공간으로 남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서울시가 인수해서 독립영화 전문 개봉관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전에도 독립영화 개봉관을 운영했었으니까요. 요즘 한국 영화가 전 세계를 호령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건 봉준호와 윤여정의 영광이지 지속 가능한 영광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규모 자본인 CGV와 롯데시네마가 상영관의 질을 올려 놓긴 했지만 두 거대 자본이 한국 영화의 기술적 진화를 이끌었지만 스토리와 연출 및 창의적이고 개성 넘치는 영화들을 말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서울극장이 작은 영화, 저예산 영화 상영관을 제공하는 모습이 좋았고 그게 한국 영화의 미래를 밝게 했는데 이제는 그 빛이 꺼진다니 아쉽고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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