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급이 다른데 어떻게 같은 링에서 뛰게 할 수 있지? 격투기 경기들은 체급에 따라서 경기를 하죠. 그래야 공평하니까요. 그러나 이 조합은 이해가 안 갔습니다. 진통제를 먹어야 하는 인간계와 신급인 천상계 캐릭터들이 같은 팀이라고 합니다.
DC 영화에서는 배트맨이라는 인간과 슈퍼맨이라는 신의 대결을 위해 강철 슈트와 파워업 한 배트맨과 너프 한 슈퍼맨이라는 설정으로 말이 되는 구도로 만들었지만 마블코믹스의 어벤저스는 다릅니다. 아무런 장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진통제 먹는 인간형 슈퍼히어로와 신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천상계 슈퍼히어로들을 한 팀에 넣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영화에서는 각자의 역할과 특기를 활용한 액션으로 만랩이건 쪼랩이건 함께 뭉쳐서 거대한 악을 물리친다는 상당히 정교한 설정으로 놀랍도록 아름다운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여성 캐릭터들의 대장 같았던 '나타샤 로마노프'의 이야기를 담은 <블랙위도우>
어벤져스의 수많은 슈퍼히어로 중에 인간계 캐릭터인 '블랙 위도우'는 암살 전문가답게 뛰어난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육탄전으로 적을 제압합니다. 여자 캡틴 아메리카라고 할 수 있지만 특수 무기나 능력은 전무합니다. 캡틴 아메리카처럼 약물을 맞은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호크 아이와 참 친하죠. 호크 아이와는 부다페스트에서 인연을 맺고 어벤져스에 합류하게 됩니다. 하지만 호크 아이의 활도 없습니다.
그럼 '블랙 위도우'의 초능력은 아니더라도 뛰어난 것은 뭘까요? 생각해보면 '블랙 위도우'였던 나타샤는 어벤져스의 접착제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능력과 개성을 가진 슈퍼히어로들을 어벤져스에 합류시키거나 굳는 일을 도맡는 등 어벤져스를 뭉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닉 퓨리의 오른팔이라고 할 정도로 어벤져스의 핵심 캐릭터입니다. 그럼 친화력이 능력이냐? 그보다는 나타샤의 능력은 뛰어난 지략입니다. 첩보원 출신답게 온갖 상황에서 빠른 판단력과 뛰어난 머리로 위기를 극복하고 게임 체인저 역할까지 하는 슈퍼히어로입니다.
우리가 마블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화려한 액션과 뛰어난 스토리가 있지만 모든 마블 영화들의 기본 감정선은 유머입니다. 당장 지구가 멸망되어도 농담을 던지는 게 어벤져스입니다. 이 유머의 8할은 어벤져스의 인기 캐릭터인 아이언맨이 주로 했지만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가벼운 웃음을 던지는 능력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타샤는 환하게 웃는 것을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나타샤는 웃음보다는 감동과 의리와 동료애를 통한 가슴 뭉클함을 주로 주는 캐릭터로 기억됩니다.
살인 병기로 키워진 나타샤의 위장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블랙 위도우>
<블랙 위도우>에서 블랙 위도우는 러시아의 거악 조직인 레드룸이 키운 특수 요원입니다. 살인 병기에 가까운 뛰어난 첩보, 살해 능력으로 키워진 여성 전사들을 '블랙 위도우'라고 합니다. 나타샤도 '블랙 위도우'로 자라다 부다페스트에서 호크 아이와 닉 퓨리의 손을 잡고 어벤져스에 합류합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미국에서 위장 가족으로 살던 러시아 간첩 가족들이 미션을 성공하고 탈출하는 모습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들은 위장 가족이라서 각자 원래 있던 곳으로 갑니다. 나타샤와 동생 엘레나는 다시 '블랙 위도우'로 길러지게 되고 가짜 엄마인 멜리나는 레드룸 세력의 연구자로 다시 돌아갑니다. 아빠는 러시아의 캡틴 아메리카인 '레드 가디언'으로 돌아가죠.
우리는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 나타샤가 죽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을까 하는데 담을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과거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블랙 위도우>의 시간적 배경은 시빌 워에서 캡아파와 아이언맨파의 내전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편에 섰던 나타샤는 쉴드의 추적을 받게 되는 도망자 신세가 됩니다. 그렇게 호크 아이를 만났던 '부다페스트'의 아지트에서 여동생 역할을 했던 엘레나를 만답니다. 격한 인사를 한 후 엘레나가 레드룸 세력이 해체되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분명 나타샤가 레드룸의 보스인 드레이코프를 제거한 줄 알았는데 죽지 않고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화학적인 방법으로 세뇌를 시킨 '블랙 위도우'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는데 이들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엘레나도 화학적 세뇌에 걸려 있다가 다른 '블랙 위도우' 요원이 죽으면서 세뇌에서 깨어나게 한 후 언니이자 어벤져스의 일원인 나타샤에 연락을 하고 둘은 부다페스트에서 만납니다.
자연스러운 유머가 매력적인 <블랙 위도우>
어려서 부모님으로부터 버림을 받아서인지 웃음이 많지 않았던 나타샤 주변에는 유머가 기본 태도인 인물들이 많습니다. 먼저 동생 엘레나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웃겼던 장면은 나타샤가 착지하거나 적과 싸울 때 전갈 자세처럼 낮은 자세를 취하는 슈퍼히어로 랜딩을 따라 하거나 놀리는 장면은 피식 웃음을 나게 합니다.
여기에 아빠 역을 했던 괴력의 '레드 가디언'이 주책없는 아저씨 수다와 분위기 파악 못하는 헐렁함이 주는 유머도 좋습니다. 이 두 사람이 영화 전체에 웃음을 별가루처럼 뿌려 줍니다.
액션은 마블 영화치고 소박하나 눈뽕 액션보다 보기 시원했던 <블랙 위도우>
예상은 했습니다. 우주나 행성 사이를 날아다니는 천상계 슈퍼히어로가 아니라서 전체적인 액션의 규모는 소박할 것을 예상했습니다. 헐크처럼 건물 해체쇼를 할 수도 없고 아이언맨처럼 뛰어난 기술력으로 눈요기를 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캡틴 아메리카처럼 방패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총 맞으면 피나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아픕니다. 따라서 화려한 CG 빨 액션은 없습니다. 그러나 몸으로 하는 액션의 화려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007 시리즈이죠. 최근에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가져갔지만 지상계 캐릭터도 화려한 액션을 담을 수 있습니다.
영화 속 액션은 초반, 중반, 후반 골고루 포진되어 있습니다. 액션은 예고편에서 나온 장면에 다 담겨 있습니다. 초반 부다페스트 액션과 중간 '레드 가디언' 구출 액션 그리고 후반 레드룸 본거지 액션이 전부입니다. 이 중에서 부다페스트 액션이 무척 화려하네요. 장갑차로 독일 자동차들을 밀어버리는 장면이나 오토바이 액션도 보기 좋네요. 여기에 나타샤의 뛰어난 지략으로 탈출하는 모습은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빌런은 테스크 마스크인데 여느 빌런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테스크 마스크는 한 번 본 액션을 다 기억하고 그대로 따라 합니다. 테스크마스크는 나타샤는 물론 블랙팬서, 캡틴 아메리카 등등 다른 어벤져스 슈퍼히어로들의 액션을 보고 그대로 따라합니다. 테스트마스크의 행동을 유심히 보면 어벤져스 캐릭터들이 생각나네요. 다만 엄청 무시무시하고 오금이 지리는 빌런은 아닙니다.
액션 자체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온갖 CG로 하늘을 날고 건물을 해체하고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시는 광선을 온몸과 무기에서 발산하는 눈뽕 액션이 보기 좋긴 하죠. 그런데 가끔 보다 보면 이런 장면을 보느니 리니지2M이나 오딘 같은 눈뽕 게임을 보는 것과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화려함도 지나치면 싫증이 납니다.
그런 면에서 전 오히려 나타샤와 엘레나의 몸을 이용한 액션이 꽤 보기 좋네요. 그렇다고 홍콩 무술 같은 화려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CG를 덜 쓴 찐 액션이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블랙 위도우>의 핵심은 가족애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블랙 위도우'였던 나타샤의 꿈은 소박하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 하지만 부모가 자신을 어린 시절에 버렸다는 괴로움과 자신이 비록 악당의 딸이지만 어린아이를 죽였다는 죄책감. 여기에 가족 같았던 어벤져스 사이에서도 반목을 하는 모습에 가족에 대한 미련을 버립니다.
파티 플레이의 즐거움을 알지만 파티가 끝나고 파티가 깨지자 다시 외로운 늑대가 됩니다. 이 나타샤에게 위장 가족이지만 잠시 가족의 느낌을 알게 해 준 사람들이 '레드 가디언'과 '엘레나' 그리고 가짜 엄마인 '멜리나'와의 재회와 이들이 나누는 가족애는 가슴 뭉클하네요.
그래서 <블랙 위도우>는 마블 영화 치고는 소박한 액션이지만 강한 드라마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나타샤가 꿈에도 그리던 유사 가족을 통한 가족애를 느끼는 장면은 감동스럽기까지 합니다. 그 장면 속에서 엔드게임에서의 나타샤의 선택이 연결되네요.
나타샤의 아름다운 이별을 담은 <블랙 위도우>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긴 어렵습니다. 먼저 화려한 액션을 원하고 추구한다면 비추천입니다. 그나마 화려한 액션은 부다페스트 액션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많지 않습니다. 레드룸에서의 액션은 액션이라기보다는 폭발 쇼라서 폭발 구경 느낌밖에 없습니다. 빌런과의 대결도 많지도 않고 그마저도 나타샤와의 대결은 짧습니다.
따라서 마블표 화려한 액션을 원한다면 비추천입니다. 그러나 드라마 장르로 보면 추천합니다. 먼저 지난 10년 동안 생고생을 하고 인류를 위해 떠난 나타샤를 더 볼 수 없다는 점이 무척 아쉽네요. 스칼렛 요한슨은 어벤져스 시리즈보다 더 아름답게 나옵니다. 보면서 스칼렛이 이렇게 예뻤나 할 정도로 미모력이 대단합니다. 이 <블랙 위도우>는 고아 출신 살인 병기의 삶을 살던 나타샤가 어벤져스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가족애를 복원해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고 감동적입니다. 여기에 세뇌당한 동료들을 구축하는 동료애도 보기 좋습니다. 혹자는 페미니즘이 묻었다느니 하는 논란을 일으키지만 실제로 보면 그런 느낌이 들 장면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보고 싶은 사람은 거북스러워할 겁니다. 따라서 페미니즘 혐오하는 분들에게도 비추천입니다.
제2기 블랙위도우와의 바통터치도 자연스럽네요. 오랜만에 보는 마블 영화라서 그런지 더 재미있게 본 것도 있습니다.
쿠키 영상은 1개 있는데 엔딩 크레디트 다 오르고 난 후 있습니다. 큰 의미가 있는 영상은 아닌데 의미가 좀 있기에 꼭 보길 추천합니다. 오랜만에 영화관 간 재미를 느끼게 해 준 <블랙 위도우>였습니다. 안녕! 나타샤.
별점 : ★★★☆
40자 평 : 어벤져스 페이즈4를 위한 고마운 징검다리 같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