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가장 마려운 것 중 하나가 문화 예술 공연입니다. 지난 1년 꽁꽁 닫혀 있던 공연장, 미술관, 갤러리들이 철저한 방역 하에 조금씩 기지개를 펼치고 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서울대학교 그리고 그 안에 미술관인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새로운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대에 오랜만에 찾아가 봤는데 도림천 복개 철거 공사를 하고 있네요.
전시회 다 보고 나오면서 관악산에서 안양천까지 이어지는 도림천을 걸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복개해서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던 곳을 뚜껑을 연지는 오래 된 건 알았지만 얼마나 잘 꾸며 놓았는지 왜가리, 청둥오리 등등의 철새들도 많더라고요. 깜짝 놀랐네요. 정말 머선일인지. 도림천에서 왜가리를 다 보네요.
샤 모양의 서울대 정문이네요. 서울대는 정말 커요. 가보면 너무 커서 다 둘러보지 못할 정도입니다. 건물도 오지게 많습니다. 지금은 외부인 출입금지라서 건물 안에 들어가면 안 되겠더라고요.
푸른 4월입니다. 계절의 여왕이 5월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지구온난화로 4월이 계절의 여왕이 된 느낌이네요.
서울대 대문 샤 지나서 왼쪽 위를 보면 바로 서울대미술관이 나옵니다.
서울대미술관은 대부분의 전시회가 무료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과도 연계가 살짝 되더라고요. 아무튼 무료 전시회 그것도 양질의 전시회를 수시로 합니다. 전시회 보고 서울대 구경도 할 수 있어서 반나절 여행으로도 좋은 곳입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서울대 건물 안으로는 못 들어가지만요.
제가 관람한 전시는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로 2021년 4월 15일 ~ 6월 20일 2개월 동안 전시를 합니다. 따라서 날 좋은 날에 찾아가시면 됩니다.
입구에서 QR코드와 발열체크를 하고 입장을 했습니다. 서울대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독특해요. 입구에서 넓은 계단을 올라서 2층에 도착하면 거기서부터 전시회가 시작됩니다.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전시회는 현대미술 전시회입니다. 참여 작가 이름들을 보면 권오상, 김기라, 데비 한, 박이소, 배찬효 등등 제가 아주 익숙한 사진작가와 미술가가 보이네요. 이 분들 처음 안게 10년 전이고 그 당시 정말 열심히 미술관 다녔는데 이분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작품들도 대부분이 2010년 전후의 작품들도 있고 최신 작품들도 있습니다.
현대미술 중에서 최근 10년 내외의 작품들을 주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전시회는 동영상 촬영은 안 되고 사진은 스마트폰으로만 촬영이 가능합니다.
2층에 올라가니 위영일 작가의 냉무(컴퍼지션)이 있네요. 2021년 작품으로 아주 따끈따끈 하네요. 냉무가 뭐지 했는데 영문 제목이 'Nothing Contents'입니다. 내용이 없다는 그 유행어를 제목으로 사용했네요.
설치 작품인데 저도 별 느낌은 없네요. 이 문어 다리 말린 것에 살짝 맥주가 생각났습니다.
바로 옆에는 익숙한 그림이 보이네요. 한국에서 2010년 전후로 1960년대 서양에서 유행했던 팝아트 열풍이 붑니다. 익숙한 이미지, 대중 캐릭터를 이용한 팝아트의 장점은 친근함입니다.
위 작품은 이동기 작가의 아토마우스 시리즈입니다. 작품명은 '아이 박스'로 2009~2010년 작품이네요.
아토마우스는 동양의 대표 애니 캐릭터인 아톰과 서양의 미키마우스를 혼합한 캐릭터입니다.
아토미마우스는 총 4개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것도 있고 살벌한 작품도 있네요. 친숙하고 밝은 이미지이지만 사회비판적인 시선의 작품이 많습니다.
3층에 오르니 홍경택 작가의 작품들이 보입니다. 마치 80년대 반공 포스터 느낌이네요. B급 정서가 가득합니다.
무당집 병풍같은 느낌도 나네요. 아! 참고로 작품들은 흔한 작품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고 작품 이름만 있습니다. 팜플렛에도 없습니다. 따라서 알아서 느끼시면 되고 느낌엔 정답이 없으니 자신의 생각 가는 대로 느끼시면 됩니다.
이 작품은 신미경 작가의 '화석화된 시간 시리즈'인데 작품 재료가 독특합니다. 비누를 이용했더라고요. 비누를 주요 소재로 활용하는 조각가입니다. 다양한 조각품을 만들지만 불상을 비누로 만드는 것이 신기합니다. 부처님이라는 존재가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상징물인데 그걸 상징해서일까요? 그러나 우리는 불상에 금박을 둘러서 숭배하기도 하죠.
코로나 시대에 종교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종교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본격적으로 3층 실내 전시회장으로 들어갔습니다. 1950년대부터 2021년까지 한국과 세계미술계의 연대기를 담았네요.
2005~2007년이 한국 미술시장 호황기였군요. 그리고 2008년에 붕괴가 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데비 한 작가의 작품들도 있네요. 2014년 경에 경기도미술관에서 전시를 본 기억이 나는데 여기서 다시 보네요. 존재의 계절 시리즈는 누드 사진에 비너스 얼굴을 한 사진이라서 사진은 소개하지 못하겠네요. 포털과 구글에서 이상하게 예술작품이건 아니건 누드 사진은 다 삭제하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데비 한 작가의 작품은 서양의 미에 기대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비판한 사진들입니다. 비너스 조각상 같은 얼굴과 몸을 숭배하는 한국 사회를 비판한 사진 시리즈입니다. 그런데 조각품도 있네요. 조각품은 처음 봅니다.
조각품도 흔한 비너스상 같지만 입이 두툼하거나 코가 길쭉하게 나온 비너스상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서양 명화중에서도 램브란트 화가의 화풍인 유화입니다. 그런데 그림 속 소재들이 어디서 많이 본 소재네요. KFC, 버거킹 등등 우리 주변의 흔한 패스트푸드가 많이 보입니다. 이 작품은 김기라 작가의 정물화 시리즈로 우리가 먹고 소비하는 걸 그림에 가득 넣었습니다.
대량생산이 안되는 그림에 담기려면 돈이 많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귀족이나 부르주아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량 복제의 상징체인 담배, 맥도널드 같은 패스트푸드 같은 대중 소비재를 소재로 했네요. 2개의 상반된 이미지가 뿜어내는 사회비판적인 메시지가 좋네요.
패스트푸드도 자세히 보면 전부 서양 패스트푸드 브랜드네요.
이 작품은 배찬효 사진작가의 2017년 작 '서양화에 뛰어들기'입니다. 아무래도 이 현대미술은 서양미술이라서 그런지 서양에 대한 작가들의 시선들이 많이 보이네요. 배찬효 작가도 해외 유학 시절 느낀 서양에 대한 생각을 이 작품에 표현했습니다. 동양인 그것도 남자가 여자 분장을 하고 서양화에 뛰어들었네요.
서양인들이 앞에서는 다 친구인척하지만 속으로는 동양인에 대한 멸시가 있습니다. 그 멸시와 배척감을 모를 수가 없죠. 배찬효 작가도 런던 유학 시절 동양 남성으로서 영국에서 살면서 느낀 정체성 혼란을 이 작품으로 표현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들 심연에 침전되어 있던 배타성이 전 세계에 바이러스를 타고 흐르는 느낌이네요.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알게 된 작가이지만 날카로운 시대 풍자가 너무 좋아서 반해 버린 작가가 주재환 작가입니다. 1940년 생으로 올해로 80대인 작가분인데 2020년에 만든 이 '미제 껌 송가'는 너무 흥미롭네요.
성조기를 상징하는 붉은색, 하얀색 반복 위에 미국의 종교인 기독교 찬송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롯데 쥬시후레쉬가 있습니다. 이 쥬시후레쉬의 원조는 미국 리글사의 쥬시후르츠가 원조입니다. 그리고 껌은 미국 문화의 상징이기도 해요. 미국 위에 미국울 올리고 미국으로 마무리했네요.
이 작품은 제목이 '이 뭣고'입니다. 제목이 강렬합니다. 글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완성된 내 그림을 불태웠다. 왜냐고?
허스트에게 굴러온 뭉치돈에 비하면 P의 그림이 똥값이고 내 그림도 똥값의 똥값이고... 라고 적혀 있네요.
데미안 허스트가 현대미술의 현주소가 아닐까 합니다. 개념 미술가인데 인기 미술가로 돈 엄청 많이 법니다. 그에 대한 부러움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네요.
사실 그림이라는 것이 돈이 벌려야 다음 작품을 이어갈 수 있지 취미로 할 수 없습니다. 사진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다고 너무 돈돈돈 하면 천박하죠. 그러나 주재환 작가 작품은 돈에 대한 욕망은 드러내면서도 재미있어서 좋네요.
서울대미술관은 지하층도 계단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데 아주 큰 작품이 보이네요. 누가 누굴 누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보고 놀랬습니다. 크기도 크지만 이 작품은 조각과 사진이 결합된 작품입니다. 권오상 작가는 사진작가이지만 조각가 같은 분입니다. 이 작품 제목은 '무제의 G-Dragon 이름이 비워진 자리'네요. 지드래곤?
자세히 보니 지드래곤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확실한 건 패션은 지드래곤이네요. 그런데 작품이 독특하죠. 사진 같으면서도 조각 같습니다.
이 작품은 조각의 형태 위에 여러각도에서 촬영한 사진을 모자이크 사진처럼 붙여서 만든 작품입니다. 따라서 사진처럼 느껴지는 조각입니다. 이 독특한 표현법 하나로 한국 미술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고양이도 있고 뱀도 있네요.
밑에 있는 분도 지드래곤 같네요.
뒤에서 보니 켄타우르스나 염소 몸을 가진 모습이네요. 댕댕이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피에타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좀 더 확실하게 사진과 조각의 혼합체임을 잘 보여주네요.
독창적인 표현법 하나만 있어도 미술계에서 주목받기 쉽습니다. 마치 가수가 독특한 음색을 가진 것처럼요. 다만 그 독특한 표현법에 뛰어난 주제의식을 담으면 금상첨화입니다.
아는 작품도 있고 처음 보는 작품도 있는데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네요. 작품 설명은 없으니 검색해서 관련 정보 찾아보면서 봐도 좋습니다.
아티스트 토크가 4월 23일 금요일 오후 14시 ~ 15시 30분까지 오디토리엄에서 김기라 작가와 고동연 평론가의 참석하는 행사도 있네요.
4월 30일 금요일에는 14시 ~ 16시 까지 권오상, 신미경, 이완 작가와의 대화도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금요일을 노려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서울대 미술관을 나오니 하늘이 더 푸르게 느껴집니다. 저 멀리 관악산의 활기가 다가오네요. 좋은 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