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장과 달리 이동통신사와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장기고객을 우대하는 것이 아닌 호갱으로 아는 시장입니다. 영리한 사람들은 3년 약정을 한 후에 3년마다 이동통신사와 IPTV, 초고속 인터넷망을 묶어서 옮기고 옮기면서 약 30만 원 넘은 높은 백마진인 사은품과 현금을 받습니다.
이는 단통법이 없던 시절의 이동통신사 시장과 비슷하죠. 많은 마케팅 비용을 이용해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그 마케팅 비용이 바로 현금+ 상품권을 제공합니다. 어떤 곳은 50인치 대 대형 TV도 제공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SKB 고객응대 서비스가 좋고 속도가 크게 느려진 경우가 없어서 큰 불만 없이 썼기에 한 7년 가까이 SKB와 SKB IPTV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장기고객이라고 해서 약간의 할인도 받고 있습니다.
가격적인 측면을 보면 SKB를 장기적인 이용을 하는 것이나 KT나 LG U+로 옮기는 것이나 큰 차이점은 없습니다. 30만 원 이상의 현금이나 상품권을 준다고 해도 SKB 장기고객에게 주는 혜택도 꽤 됩니다. 어제 계산을 해보니 5~10만 원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한 푼이라도 아까운 분들은 3년마다 휴대폰, IPTV, 초고속 인터넷망을 묶어서 옮겨 다니는 것이 가장 현명합니다.
또한, 초고속 인터넷망을 3년 약정하면 가격도 비슷비슷합니다. IPTV는 채널 수가 좀 다른데 KT가 같은 가격에 좀 더 많은 채널을 줍니다.
SKB를 해지하려는 이유는 넷플릭스 그리고 디즈니 플러스
많은 사람들이 SKB에서 넷플릭스를 보면 속도가 느리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화질도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많죠. 자주는 아니지만 저도 가끔 너무 속도가 느려서 픽셀이 깨지는 듯한 영상을 아주 가끔 봅니다. 그러나 정말 1년에 1번 정도라서 큰 문제는 아닙니다.
이렇게 SKB에서 넷플릭스 속도가 느린 것은 기분 탓일까요? 아닙니다. SKB는 실제로 느립니다. 느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SKB는 넷플릭스에 있는 콘텐츠를 스트리밍 하거나 다운로드할 때 미국에 있는 서버나 국외에 있는 서버에서 영상을 받아옵니다. 즉 해저 광케이블을 통해서 데이터를 받아오다 보니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LG U+ 나 KT는 넷플릭스에 올라온 콘텐츠를 국내 캐싱 서버인 CDN 서버에 차곡차곡 쌓아 놓고 소비자가 요청하면 국내망을 통해서 집까지 배달을 해줍니다. 쉽게 말해서 SKB에서 넷플릭스 '스위트 홈'을 본다고 하면 데이터가 해외배송을 해서 오는 것이고 유플러스나 KT는 해외 판매 제품이지만 국내에 대형 물류창고를 만들어서 모든 제품을 쟁여 놓고 있다가 국내 소비자가 '스위트 홈'을 찾으면 국내 배송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속도 문제는 SKB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한 5년 전인가요. 갑자기 페이스북이 너무 느리게 떠서 며칠 참다가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니 한 3일 지나서 유럽 망을 거쳐서 오느라 느려졌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잘 뜨지만 한 때 페이스북에서 동영상 보면 SD 화질로만 떴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그 전에는 유튜브가 너무 느리고 화질이 떨어져서 항의를 했던 기억도 나네요.
당시 한국 통신사들은 유튜브 니들 우리 망을 통해서 장사를 하고 있으니 통행료인 망 사용료를 내라고 반 협박을 했습니다. 이에 유튜브는 그래? 그럼 우리 유튜브 속도 느리게 하건 말던 니들 맘대로 하세요. 우리는 한국 없어도 장사 잘 되니까 누가 이기나 해봅시다!라고 대응을 했습니다.
이에 많은 한국 소비자들이 유튜브 속도가 느리다고 항의를 하자 통신사들은 아! 우리가 유튜브님을 노여워하게 했구나 우리 고객들이 유튜브 보려고 초고속 통신사를 이용하는 건데 소비자 불편하게 하면 안되겠다면서 오히려 국내에 유튜브 동영상을 쟁여 놓는 CDN 캐싱 서버를 도입해서 해결합니다. 이게 2013년입니다. 그래서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기업은 매년 망 사용료를 수백억 원을 내는데 반해 유튜브는 한 푼도 안 냅니다.
이 사건을 통해서 망중립성 문제가 크게 터졌습니다.
그러나 SKB로 넷플릭스 보면서 속도가 느리다고 느낀 적은 많지 않습니다. 제가 가장 짜증 나는 것은 SKB IPTV에서 넷플릭스를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넷플릭스 앱을 설치할 수도 없고 메뉴에서 제공도 안 합니다. 반면 U+ 는 가장 먼저 넷플릭스와 손잡아서 IPTV로 볼 수 있게 했고 KT도 최근에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습니다.
이에 1년 전에 SKB와 1년 재약정을 하면서 내년까지 넷플릭스를 IPTV로 볼 수 있게 하지 않으면 해지하겠다고 반 협박을 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이렇게 압박을 해야 SKB 수뇌부들이 아! 우리 고객님들 화나게 해서는 안 되겠구나 이러다 고객 다 떠나겠구나 느끼라고 했는데 1년 후 그나마 남은 동아줄이자 넷플릭스의 대항마인 디즈니 플러스가 KT와 유플러스와 손을 잡았다는 소리에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최근까지 디즈니 플러스는 SKB와 손을 잡겠구나 했고 디즈니의 마블 영화나 만달로리안을 볼 수 있구나 했는데 이것마저 KT와 유플러스에게 넘어갔네요. 이러면 SKB를 더 이상 이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대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SKB. 떠나 주는 것이 SKB를 각성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힘을 겁니다.
SKB와 넷플릭스의 망중립성 전쟁
우리에게 인터넷은 일상재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의 중요성과 의존도도 더 커졌습니다. 인터넷은 한숙 산업의 근간이 되고 있고 공기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SKB와 KT 같은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서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이 인터넷망은 고속도로나 도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도로를 이용해서 근처 상가나 쇼핑몰이나 학교나 병원 같은 곳을 갑니다. 이 도로 망 근처에 있는 상점, 학교, 병원, 공원 등등이 바로 인터넷 공간을 채우고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 업체들입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나 다음이나 카카오가 대표적입니다.
우리는 매달 이 초고속통신망을 이용하는 도로사용료로 2만 5천 원 내외의 돈을 지불합니다. 한마디로 도로사용료이죠. 그런데 이 도로를 깐 KT, SKB, 유플러스는 네이버나 다음이나 카카오 등등으로부터 통행료를 받고 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네이버는 734억, 아프리카 TV는 150억 원을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기업에게 지불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그럼 우리가 매달 내는 도로사용료 같은 인터넷망 사용료는 뭐고 네이버는 왜 또 내는 것인가? 우리가 도로를 이용할 때 통행세를 내지 상점들이 회사들이 도로공사에 돈을 내지 않습니다. 그런데 초고속 인터넷망은 이상하게 네이버나 아프리카 TV 등에 돈을 내라고 하고 있고 그걸 네이버는 또 주고 있습니다.
이런 이상한 논리를 들여다보면 망 사업자들이 네이버나 카카오나 다음 아프리카 TV 같은 높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동영상 서비스 제공업체들에게 너희들 때문에 망 관리하기 어렵고 너희들 때문에 망 설치를 더해야 한다면서 통행세를 따로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서비스 중에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서비스는 동영상 서비스들이 많습니다. 이 동영상 서비스는 SKB, KT에게 골칫거리입니다. 이에 니들 우리 망을 통해서 돈을 벌고 있으니 돈을 내라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해할 수 없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우리가 매달 돈을 내고 보는데 또 업체들로부터 돈을 뜯어? 조폭이냐!!!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트래픽을 많이 유발한다고 망 사용료를 내거나 안 내면 속도를 떨어트려서 서비스 품질을 낮추는 못난 짓을 못하게 하는 개념이 망중립성입니다. 망중립성은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건 말건 어떤 콘텐츠를 제공하건 말건 평등하게 대우하라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은 망중립성 정책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바이든 정부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초고속 통신사들이 텍스트와 사진만 왔다 갔던 시대에는 망 증설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됐지만 유튜브가 등장하자가 망 증설을 하고 관리 비용이 증가하면서 골치 아프게 되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업체 3인방은 이미 유튜브에게 망 사용료 내라고 했다가 대차게 까였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라는 또 다른 트래픽 괴물이 등장하자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이에 유플러스는 발 빠르게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IPTV에서 넷플릭스를 볼 수 있게 제공했고 KT도 따랐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빠른 속도로 제공하기 위해서 CDN 서버를 구축해서 소비자 편의를 높였습니다.
넷플릭스와 KT와 유플러스 사이에 어떤 계약이 되었는지 넷플릭스가 저렴한 망 사용료를 내는지 안 내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소비자가 IPTV로 넷플릭스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SKB는 IPTV에서 넷플릭스를 볼 수 없고 넷플릭스에서 끝까지 망 사용료 내라고 싸우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안 중에도 없고 망 사용료 전쟁을 하고 있는 SKB
SKB의 망 사용료 내라는 이야기는 SKB가 처음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이미 유럽에서 구글은 망 사용료를 내고 있고 넷플릭스는 미국의 주요 통신사에게 망 사용료를 내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의 망 사용료가 엄청나게 비쌉니다. CDN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플레어는 2018년 아시아 국가 23달러/Mbps, 한국 9달러/Mbps, 유럽 2달러/Mbps, 미국 1달러/Mbps라고 밝히면서 유럽과 미국에 비해서 망 사용료가 비싸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SKB는 해외망 구축을 소홀히 해서인지 해외망이 풍부하지 않습니다. 이걸 위해서라도 망 사용료를 넷플릭스에서 꼭 받아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안 되겠다는 의지죠. 그래야 다은 넷플릭스 같은 트래픽 유발 CP로부터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디즈니 플러스도 SKB를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SKB의 이 모습이 좋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은 지금 넷플릭스 IPTV로 볼 수 있게 요구하고 있지만 1년 넘게 넷플릭스와 멱살잡이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KT나 유플러스처럼 좋게 좋게 해결하면 서로 윈윈 하는 것 아닐까요?
최근 SK의 행보가 여러 가지로 보기 좋지 못하네요. 야구단도 갑자기 매각해서 선수들이 어리둥절하고 있다는 소리도 있고요. 여러가지로 통신 서비스가 날로 안 좋아지네요.
다음 주 중으로 KT나 U+로 IPTV, 집전화, 초고속 인터넷망 그리고 이통사까지 다 묶어서 이동해야겠습니다. 고객들의 불만은 안 중에도 없고 싸움질만 하는 SKB. 떠나는 것이 SKB에게 큰 자극이 될 것입니다. SKB에게 한 마디 하자만 넷플릭스가 갑이지 SKB가 갑이 아닙니다. 넷플릭스 같은 CP들이 있어야 인터넷 망을 사용하는 것이지 인터넷망 이용하려고 넷플릭스 보는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