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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추억의 용산전자상가를 돌아보다

by 썬도그 2020.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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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것이 자동차와 전자제품들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자동차는 관심이 없는데 전자제품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전자제품은 발전 속도가 무척 빠르죠. 그래서 항상 새로운 기술을 체험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반대로 잠시 한눈을 팔면 기술이 저만큼 앞서 나가고 있어서 공부를 하면서 따라잡아야 합니다. 

전자제품을 좋아하는 분들이 자주 찾는 곳이 용산전자상가였습니다. 애증의 용산전자상가죠. 용산전자상가하면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말이 용팔이입니다. 이미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용팔이의 폭언과 눈탱이를 맞았죠. 

대표적인 곳이 터미널 전자상가였습니다. 용산역에서 내려서 용산정비창을 건너는 긴 던전 터널 같은 곳을 지나면 터미널 전자상가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터미널 전자상가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이 들어섰습니다. 용산역 앞이 아닌 뒤쪽에 거대한 호텔이 들어서는 것이 어울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 번화가에 호텔이 많이 있는데 용산역 특히 용산전자상가 주변은 공원도 없고 먹고 마시는 먹자골목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주 생뚱맞아 보입니다. 용산정비창이 개발이 되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용산정비창을 국제업무지구로 만든다고 했다가 시장이 바뀌고 그 계획이 리셋이 되었습니다. 

무려 30조나 투입하려고 했던 용산역 주변 개발, 현재까지 거대한 공터로 놓여 있네요. 서울의 배꼽같은 용산인데 개발은 가장 덜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거대한 건물이 들어선 용산전자상가 앞 풍경 거대한 건물들이 가득하지만 오히려 을씨년스러워 보이네요. 그나마 좋은 점은 터미널 전자상가가 사라져서 다행입니다. 일부라고 하기엔 악덕 상인이 너무 많았습니다. 물건을 좀 보다가 돌아서니 바로 욕이 날아오던 게 아직도 잊히지 않네요.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로 통용되던 용산. 공산품을 활어회처럼 싯가로 팔던 곳이었죠. 물론 모든 상인이 악덕 상인은 아녔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악덩상인에게 당하고 그게 인이 박혀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은 착한 상인, 양심적인 상인들만 있느냐? 그런 것도 아닙니다. 2년 전 가성비 그래픽 카드 사태를 보면 여전히 용산은 폭리를 취하는 도매상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상권이 무너지면 사람들이 안타까워하지만 용산전자상가에 대한 아쉬움은 없고 저 또한 자업자득이라고 하는 생각이 많습니다. 

요즘은 용산전자상가에 갈 일이 없죠.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냐는 말이 통하지도 않습니다. 모든 전자제품이나 부품 가격이 다나와에 실시간으로 올라와서 가격 물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비대칭 정보로 공산품을 생선회 시가처럼 팔던 못난 행태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다만, 외국 게임기나 그래픽카드 같은 걸 용산 도매상들이 물량을 조절하는 등의 악덕 행위가 여전히 있는 걸 보면 용산에 대한 정이 많이 가지는 않네요. 다만 8호 공 CD 같은 초저가 판매 및 뻑난 CD는 무조건 바꿔주는 혜자 같은 상점도 꽤 많았어요. 문제는 아는 상점이 없으면 눈탱이 맞기 쉬운 곳이 용산이었죠. 

평일 낮이지만 사람은 거의 지나다니지 않습니다. 용산의 마지막 전성시대는 2010년이 아녔을까 합니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자 PC 수요가 크게 줄어듭니다. 일본 보다 낫지만 한국도 집에 스마트폰만 있지 PC가 없는 집도 많고 그나마 있는 것도 노트북으로 대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PC에서 하던 모든 작업을 스마트폰에서 가능하고 특히 게임도 스마트폰 게임만 나오는 든 PC를 홀대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카카오 같은 경우는 세로 모드 동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등 스마트폰 우선주의 정책을 펼치는 IT 기업들이 많아지네요. 

용산전자상가는 PC의 메카이지 스마트폰 메카는 아녔습니다. 그나마 PCS 폰이 나오던 90년대 후반 2000년대 중반까지 조금이라도 휴대폰을 싸게 사려고 왔었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불법 보조금의 성지 신도림 테크노마트가 성지가 되면서 쇠퇴를 합니다.. 

나진상가 13동 앞에서 잠시 추억에 젖었습니다. 제가 최초로 산 디지털카메라는 20만 원을 주고 산 HP 디카였습니다. 당시는 디카가 생소하던 시기였고 가격이 엄청 비쌌고 10장 찍으면 끝나는 필카 같은 디카여서 몇 장 찍지 않고 거의 안 썼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돈이 아까워요. 이후 2003년 경으로 기억되는데 지금은 소니에 흡수된 미놀타의 하이엔드 디카를 샀습니다. 광학 10배 줌의 하이엔드 디카는 꽤 오래 사용했고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부터 다시 사진을 취미로 삼았습니다. 

그 미놀타 하이엔드 카메라를 산 곳이 이 상가였어요. 이 상가는 카메라 판매 상가가 많았고 카메라는 그런대로 잘 산 느낌이에요. 다만 안 사도 되는 주변기기를 강권하네요. 더 자세히 말해봐야 나만 기분 나쁘기에 적지 않겠지만 좀 불쾌한 경험이 있네요. 간판을 보면 DSLR 다음이 없네요. DSLR이 지금 미러리스로 대체되고 있는데 DSLR에서 멈춘 느낌입니다. 보면 중고 태블릿, 중고폰 판매하는 곳이 많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 2010년 경에서 멈춘 느낌입니다. 

참고로 카메라 사실 분들은 카메라 제조사 고객센터와 전화나 카톡으로 연락해서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카메라 동호회 사이트에 가입해서 카메라 사용 용도와 예산과 활용 방법을 적으면 그 가격대에 좋은 카메라를 추천해 줍니다. 그리고 그걸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사면 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래 봐야 그 판매상들이 남대문이나 용산 카메라 매장이지만요. 다만 눈탱이 안 맞을 수 있고 오픈마켓 쿠폰으로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참 요즘은 카메라 리뷰가 블로그나 유튜브에 많기에 그걸 참고해도 되겠네요. 

예전엔 평일에도 여기가 사람이 참 많았어요. 

전자월드 건물은 그대로 있네요. 과학동아 천문대가 있는데 천문대가 맞나 항상 궁금하네요. 

이쪽은 용산전자상가이긴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잘 찾는 곳은 아니에요. 조명 상가들이 많이 있는데 공실이 된 매장들이 보이네요.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BOX 게임 타이들 간판이 보이네요. 

원효전자상가 1층을 지나가 봤습니다. 

반 이상이 빈 상가네요. 용산전자상가 상가 공실률이 무려 11%라고 하죠. 다른 상가 지역보다 아주 높다고 할 수 없지만 빈틈없던 용산 생각해보니 많이 빠졌네요. 그나마 선인상가 이쪽은 많이 있지만 그 뒤로 가면 이렇게 빈 상가들이 많네요. 예전엔 찾아오는 손님도 있고 직접 판매하기 위해서 이런 상가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온라인 판매를 주로 해서 오피스텔로 들어간 매장들도 많더라고요. 온라인 판매를 주로 하니 굳이 이렇게 상가 지역에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이번엔 선인상가 쪽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8호 공시디 위치를 찾으려다가 뭔가 많이 변했습니다. 

여기도 불 꺼진 상가들이 좀 보이네요. 

8호 공시디는 지하 매장이었고 지하에 각종 액세서리를 저렴하게 파는 상점들이 가득했어요. 가격도 무척 저렴했어요. 오픈마켓과 큰 차이가 없어서 왔다가 쓸어 담아서 갔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사라졌습니다. 그냥 공간 전체가 사라졌습니다. 그냥 일반 음식점으로 바뀌었네요. 

8호 공CD는 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CD를 굽는 문화가 사라지고 영화를 다운로드하는 시대가 되면서 사라졌죠. 요즘 PC나 노트북은 아예 CD롬 드라이브가 없는 제품들이 많아요. 그러나 CD라는 매체가 사용이 불편해도 뛰어난 기록매체였습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촬영한 사진들 CD에 구워 놓은 것들은 지금도 꺼내 볼 수 있지만 싸이월드에 저장하고 온라인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HDD에 저장했다가 고장 나면 복구할 수도 없습니다. CD는 뻑나면 그 CD에 들어간 사진과 동영상만 날리지만 HDD는 뻑나면 어마어마한 용량의 데이터가 다 날아갑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공CD도 거의 쓸 일이 없네요. 그나마 사진 백업을 구글 포토가 대신해줬는데 내년 6월 이후로 무한 백업 서비스를 중지한다고 하니 다시 CD에 저장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8호 공CD가 사라진 자리엔 보일러'S BBQ 스모크 하우스가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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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자상가 하면 가장 많이 찾던 곳이 선인상가 22동이었어요. 이 건물  앞에 이 작은 공간은 주말마다 도깨비 시장이 열려서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가전제품이나 부품이나 액세서리를 살 수 있었어요.

용산역 주변 풍경 자체가 많이 달라졌네요. 용산역 근처에 엄청나게 큰 건물들이 참 많이 올라갔어요. 살기 좋고 환경은 좋아졌는데 정내미는 떨어지는 풍경이네요. 

시골 간이역 같던 용산역도 거대한 쇼핑 공간으로 바뀐 것도 꽤 오래되었네요. 최근에 KBS의 <다큐 3일>에서 용산을 담았습니다. 그 제목이 좀 웃겼어요. -미워도 다시 한번 용산-.  이 방송 방영하기 전에 다큐 3일에서 용산을 촬영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다큐 3일 게시판에는 용산을 미화하지 말라는 글이 많이 올라왔어요. 저를 포함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용산에서 당한 눈탱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분노의 글이었습니다. 이를 제작진도 잘 아는지 제목을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고 적었네요. 

방송 내용도 좀 그랬어요. 45분 방송 중 30분은 용산 용팔이의 이야기를 상인들에게 물었고 상인들은 일부 악덕 상인들 때문에 용산 전체가 욕을 먹고 있는 것도 이해하고 그걸 줄여야 하는데 친한 상인이 아니면 말을 꺼내기 어렵다고 하네요. 미꾸라지 몇 마리가 용산 전체를 욕 먹이고 있는 현실이긴 하고 최근에는 다나와 같은 가격 비교 사이트가 있어서 용팔이가 사라진 줄 알았는데 방송에서도 나왔지만 2018년 비디오카드 대란 사태를 보면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선인상가 입구에 간이 건물이 있는데 누가 서 있길래 이 코로나 시국에 실내 공간을 운영하나?라고 들어가 봤습니다. 특히 외국인이었어요. 저 외국인이 관리자인가 했네요. 

여기는 컴퓨터 스토리 카페예요. 컴퓨터 역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하네요. 그러고 보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가장 수출 효자 상품이 반도체예요. 반도체가 이렇게 한국 수출 산업의 1등 공신이 될지 몰랐네요. 20년 전만 해도 조선,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등 한국을 이끄는 산업이 다양했는데 지금은 월등하게 반도체 그것도 메모리 반도체와 SSD 낸드 플래시 반도체를 많이 수출하네요. 그러나 제대로 된 IT 박물관도 없는 것이 현실이에요. 

외국인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화가 많이 난 '스티브 잡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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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들어가니 저장 매체 역사를 보여주고 있네요. 최기 카세트테이프를 시작으로 

외장 디스켓 드라이브

HDD 저장 장치와  CD까지 담겨 있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CD도 모를 것 같네요. 하기야 20대들도 플로피 디스켓도 잘 모르더라고요. 

용산전자상가는 아는 상점이면 싸게 살 수 있고 모르는 상점이면 눈탱이 맞을 수 있어요. 물론 가격비교사이트에 가격이 있기에 요즘은 거의 없고 굳이 용산에 갈 필요도 없어요. 사실 이 용팔이 상술이 어디 용산전자상가만의 상술이겠어요. 바닷가에 가면 뜨내기라고 눈탱이 치는 상인들도 비슷하죠. 

그럼에도 용산이 좋은 점은 도매상이 많아서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살 수 있어요. 사실, 이 용산의 전자제품을 시가로 파는 문화를 분쇄한 것이 대형 쇼핑몰 형태의 조이젠, 컴퓨존 같은 곳이 나타나면서 줄어듭니다. 저도 20년째 컴퓨존에서만 제품을 삽니다. 최저가는 아닌데 신뢰도가 높고 반품도 쉽고 서비스와 응대 모든 것이 대기업 이상이라서 애용합니다. 한 번은 모니터 구매 상담을 대기업 고객센터와 하다가 왜 이걸 나에게 물어보냐는 식으로 응대를 해서 열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컴퓨존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매량을 보면서 추천해주더라고요. 그런데 컴퓨존 용산점이 있던 자리에 조이젠이 있네요. 

반대편으로 옮겼나? 반대편에는 롤 천재 페이커가 있네요. 

지도 앱에서 검색을 하니 컴퓨존은 근처로 이동했습니다. 한 5분 걸어가면 나오네요. 

무슨 연구소 느낌입니다. 애증의 용산전자상가. 오랜만에 왔는데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PC의 메카라는 위치를 내려놓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점점 추억의 장소로 변해가고 있네요. 

youtu.be/I28yyrWVm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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