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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형태만 민주주의 국가인 일본을 고발한 영화 신문기자

by 썬도그 2019.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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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보는 JTBC의 <차이나는 클래스>에서 중앙대 김누리 교수가 한국은 광장 민주주의는 완성된 나라지만 우리 일상의 민주주의인 경제 민주주의, 문화 민주주의, 사회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못한 나라라고 비판했습니다.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습다. 왜 우리는 4.19혁명, 5.18 광주 민주화 항쟁. 6.10 민주항쟁을 매번 겪어야 하는지 왜 서양처럼 민주주의 혁명이 완성되지 못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광장 민주주의만 완성되었지 우리 일상의 민주주의인 사회에서 경제에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조금만 방심해도 독재에 가까운 정권이 태어나고 태어납니다. 

그럼에도 아시아 전체를 보면 한국은 가장 나은 민주주의 형태를 갖춘 아시아 국가입니다. 중국은 1당 독재 국가이고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이웃나라이자 민주주의 국가인 일본도 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로 괴이한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박근혜 정부를 전복할 정도로 광장에 수십 수백 만 명이 모여서 촛불을 들지만 일본은 아베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문제가 있어도 전복할 힘이 없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그랬다잖아요. 광장에 수백 만 명이 촛불을 들고 평화 시위를 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에 부러움인지 시샘인지 모를 너무 과격하다. 우리는 저런 행동 절대 못한다라고 말했다고 하잖아요. 일본이 그렇습니다. 일본 시위라는 것이 모여 봐야 수천 명이고 보통 수백 명 정도만 모여서 시위를 합니다. 사회 전체가 보수화 되어서 나라가 망해가고 있는 것도 알지 못하고 알아도 아무런 행동도 안 합니다. 

전 일본이라는 나라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과거사만 때로 떼어내서 생각하면 아주 미운 나라이지만 그걸 제외하고 보면 배울 점이 참 많은 나라라고 생각하고 한 때는 동경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망해가는 모습에 일본의 문제점이 하나 둘 씩 크게 다가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문제가 있는데도 그걸 힘을 모아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습니다. 의지 부족! 그냥 매일 우울한 날씨가 가득한 나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애니 <날씨의 아이>에서 도쿄는 매일 같이 비가 내리나 봅니다. 

아베 총리의 카케학원 사학 비리가 모티브가 된 영화 <신문기자>

한국과 일본은 참 비슷한 나라입니다. 지리적 위치도 인종도 비슷합니다. 미국이 심어 놓은 정치 형태도 참 비슷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군에 의해 강제 해방이 되면서 민주주의를 강제 주입 당합니다. 스스로 선택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보니 전체주의와 민주주의가 섞여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독재자가 잘 나오는 국가입니다. 다른 점은 한국은 독재자임을 인지하고 전복하는 민중의 팔팔 끊은 에너지가 있지만 일본은 없습니다. 더 문제는 그게 독재인지도 모릅니다. 

아베가 수 많은 비리를 저지르고 문제가 있음에도 장기 집권 할 수 있는 힘이 뭘까요? 바로 아베 정권을 호위하는 정부 기관, 언론, 우민이 된 일본 국민들의 뭉쳐서 아베라는 독재자를 만들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를 세습하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요? 일본은 놀랍게도 가업을 잇듯이 정치도 대물림을 합니다. 

이런 일본 사회는 우경화된 경직 사회입니다. 이런 일본에서 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잘 사는 북한이 일본이라고 느낄 정도로 일본은 상당히 우경화 된 좀 이상한 나라입니다. 이런 일본 사회를 각성하고 금기시 된 정부 비판을 한 용감한 영화가 나와서 화제였습니다.

도쿄 신문기자가 쓴 동명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신문기자>는 지난 2019년 6월 28일 일본에서 143개관에서 개봉했습니다. 143개 관이면 아주 작게 개봉한 저예산 독립영화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입소문이 나면서 서서히 관객이 늘어납니다. 약 1달 간 상영하면서 누적 관객 33만 명 흥행 수입 4억 엔을 기록했습니다. 엘사 자매가 하루에 올린 관객의 5분의 1을 1달 만에 올립니다. 엄청난 대박을 낸 것은 아니지만 1달 이상 장기 상영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지지를 했다는 것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우경화 된 일본이지만 그 안에서도 이 나라가 문제가 있다고 의식을 가진 일본인들도 꽤 있다는 방증이겠죠. 

그럼에도 이 영화 <신문기자>는 아베 정권의 사학비리인 카케학원 사학비리를 모티브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본 여배우들이 다 출연 거부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껄끄러운 소재의 영화에 출연했다가 아베 정권에 찍혀서 연예계 활동을 오래할 수 없을 수 있으니까요. 아베 정권이 어떤 정권인지 알 수 있는 사건이 최근에 있었죠. 아베가 총리 주최 국가 행사인 벚꽃 축제 행사에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을 관광 버스를 대절해서 초대한 일이 발생합니다. 국가 행사에 사적인 사람들을 국가 세금으로 초대한 것이죠. 이런 폭로가 나오자마자 일본의 인기 배우인 '사와지리 에리카'가 마약 스캔들이 터집니다.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2017년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과 카케학원 사학비리로 이어지는 폭로가 연일 계속되자 한국에서 전쟁 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조성해서 그 사학 비리 스캔들을 빠져 나갑니다. 이런 게 일상입니다. 이런 여론 조작 조직을 폭로한 영화가 <신문기자>입니다. 영화 <신문기자>의 주연 배우는 한국 배우인 심은경이 맡았습니다. 일본 여배우들이 모두 출연을 거부하자 제작에 난항을 겪던 중에 일본에서 연극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 배우인 심은경에게 캐스팅 제안이 들어갑니다. 심은경이 일본에서 활동하기 위해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고 하지만 어투가 일본인과 다르다는 점 때문에 시나리오를 고치면서 캐릭터를 재조정합니다.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서 미국에서 자란 요시오카 에리카(심은경 분) 기자는 명성이 높은 기자였던 아버지가 자살을 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표면적으로 오보를 해서 자신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고 자살을 했지만 딸인 에리카는 그걸 믿지 않습니다. 도쿄의 작은 신문사에 다니는 에라카는 기자 정신이 투철하지만 정권의 개라고 불리는 한 기자의 성폭행 비리를 검찰이 기소조차 하지 않는 모습과 총리 관련 기사와 정부 관련 기사가 계속 데스크에서 묵살되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낍니다. 이런 언론사에 양의 그림이 그려진 표지가 있는 사학 비리 제보 서류가 팩스로 들어옵니다. 

언론사는 신규 대학 설립 인가에 관한 정부의 비리를 제보를 받아들지만 정체모를 곳에서 그 비리를 폭로해봐야 오보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엄포를 듣습니다. 이런 엄포를 놓는 언론플레이 기관이 바로 총리실 산하의 내각정보조사실입니다. 이 내각정보조사실은 정권을 위하는 것이 국가를 위하는 것이고 그게 정의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 삐뚤어진 정의 실현을 위해서 정권에 유리한 가짜 뉴스, 여론 조작, 민간인 사찰까지 도맡아 합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기관이 있었죠. 바로 국정원, 경찰이 민간인 사찰을 하다가 적발되었습니다. 그렇게 보기 어려운 정부 비리를 제보 받았지만 제보는 묻혀지는 듯했습니다. 

스기하라(마츠자카 토리 분)는 외교부에서 근무하다가 총리실 산하 내각정보조사실에서 근무합니다. 여기서 애먼 사람을 마녀로 만드는 여론 조작 및 가짜뉴스를 만듭니다. 스기하라는 자괴감이 느껴지고 이 일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특히 태어날 아기에게 떳떳하지 못한 아빠가 되는 것 같아 자괴감에 몸서리를 치지만 또 아기 때문에 모든 것을 참습니다. 그렇게 꾹 참다다가 베이징 대사관에서 같이 근무할 때 상사였던 칸즈키가 자살을 하는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습니다. 

칸즈키의 죽음을 캐던 중에 존경하는 상사였던 칸즈키가 총리가 연관이 된 사학재단 비리에 연루된 것을 알게 됩니다. 스기하라는 갈등하기 시작합니다. 떳떳한 아빠가 될 것이냐 아니면 못났어도 아이의 미래를 책임 질 수 있는 공무원 아빠가 될 것이냐에서 갈등을 합니다. 스기하라는 에리카 기자를 만나면서 사학재단 비리 실체에 접근하게 됩니다. 


긴장감 없는 느린 템포지만 힘이 있는 영화 <신문기자>

감독 '후지이 미츠히토'는 <택시운전사>나 <1987>과 같이 민중 항쟁을 소재로 한 에너지 넘치는 영화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본에도 이런 영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문법은 좀 다릅니다. 

영화 <신문기자>는 상당히 건조합니다.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건조체로 쓴 영화 같다고 할 정도로 거대한 복선이나 긴장감을 유발하는 편집술이나 복잡한 캐릭터 구조나 스토리를 비비 꼬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열혈 기자와 당당한 아빠가 되고 싶은 평범한 공무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신문기자>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신문기자의 소명의식과 언론의 사명을 부각하는 언론 대담을 소개하면서 시작합니다. 기자 정신, 기자의 역할을 소개하면서 이 영화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를 자박자박 깔아줍니다. 이야기는 2개의 힘이 이끌어 갑니다. 내부 고발자인 총리실 산하 내각정보조사실의 스기하라와 오보 때문에 자살 당한 아버지를 둔 열혈 기자 에리카가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에리카는 과거의 부채 때문에 현재에서 고통 받지만 희망이 가득한 미래를 위해서 거대 권력의 부정부패를 캐내려고 하고 스기하라는 현재가 불편하지만 밝은 미래를 위해서 자신의 희생을 각오해서 아이들이 좀 더 밝은 미래에서 살 길 원하는 열혈 아버지로 그려집니다. 이 거대한 비리를 폭로하는데 모두 외면할 때 당당히 휘슬을 불어서 잘못 되었다고 말해주고 싶은 아버지이자 평범한 공무원입니다. 

흥미롭게도 영화 제작 과정에서 외압도 받고 영화사 홈페이지가 DDOS 공격을 받아서 다운되고 모두 영화 출연을 손사래 치는 현실이 영화의 일부처럼 녹여진 영화가 <신문기자>입니다. 영화는 상당히 어둡고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두 주인공이 서로의 정보를 주고 받을 때의 만남도 은밀하고 기밀성을 담기 보다는 너무나 평범하게 담기는 모습에 이 영화는 일본 사회 고발이 목적이지 잔꾀를 부려서 극의 긴장감을 유발해서 말초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영화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가 찐득거리지 않고 상당히 담백하고 보기 좋습니다. 마치 일본 요리처럼요. 

직선 같은 영화 <신문기자>는 영화 결말에서 열린 결말로 맺음을 합니다. 이 결말이 또 보기 참 좋습니다. 상황이 불리함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 거대한 권력 기관의 부드러운 압력과 그걸 지켜보는 에리카와 스기하라의 모습이 많은 느낌을 담아내네요. 영화 마지막 장면은 묵음 처리가 되었는데 이는 마치 할말으 있지만 소리를 내지 못하는 일본인들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면서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은 영화입니다. 일본에서도 장기 상영을 했지만 33만 명 밖에 보지 않았고 한국에서도 1만 명의 관객만 봤습니다. 많이 보지 않다고 해서 좋은 영화가 아님을 알 수 있는 영화가 <신문기자>입니다. 심은경의 연기 변신이 흥미로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항상 밝은 캐릭터 어린 나이의 심은경만 보다가 갑자기 어른이 된 느낌의 웃음기 하나 없는 심은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 TAMA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받았을 정도로 연기 꽤 잘 했습니다. 

아베가 저렇게 안하무인하고 극우 정권으로 변질된데는 은행잎처럼 나부끼다가 힘없이 떨어지고 자포자기가 일상인 일본 국민들 덕분이겠죠. 자발적 북한으로 향하는 일본 사회를 고발한 영화 <신문기자>입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보여주는 희망은 언론사들의 연대의식입니다. 몇몇 언론사가 작은 언론사 기자인 에리카의 기사를 후속 보도 하는 모습이 이 영화의 유일한 온기입니다. 이는 마치 일본에 마지막 남은 유일한 온기로 느껴지네요.

<신문기자>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사는 이겁니다. 

"이 나라에서는 민주주의는 형태만 있으면 돼"

이 대사는 총리실 산하 내각정보조사실의 수장이 하는 말입니다. 이 말은 일본 고위 관리의 말이라로 하지만 한국에도 적용되는 질문이자 문장이기도 합니다. 기무사가 쿠테타를 기획했던 나라가 한국이니까요. 형태만 민주주의인 나라는 생각보다 많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특히 많습니다. 지금 홍콩에서 일어나는 항쟁은 형태 민주주의에서 진짜 민주주의로 거듭나는 탈피의 과정으로 느껴집니다. 한 언론인을 통해서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제대로 고발한 영화 <신문기자>. 꽤 볼만한 영화입니다. 

별점 : ★★★☆

40자 평 : 영화의 내용과 제작 과정 자체가 일본 사회의 경직된 모습을 투영한 영화 <신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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