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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성대결 논란을 여는 키워드 남동생

썬도그 2019.10.23 11:47

오늘 드디어 논란의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을 합니다. 예상대로 논란이 되고 있네요. 10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영화로 만든 <82년생 김지영>은 많은 사람들이 책을 아주 각색을 잘했다는 평이 대다수입니다. 저도 소설이 별 1개짜리 책이라면 영화는 그걸 별 3개짜리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각색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죽은 듯한 식물을 파릇파릇하게 키워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영화는 소설보다 풍부하고 생동감이 있습니다. 특히 소설은 오로지 82년생 김지영에 몰입하고 있지만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주변 인물들을 좀 더 부각해서 보여줍니다.


<82년 김지영> 성대결 논란을 잠재우려고 등장한 남편 정대현

특히 공유가 연기하는 김지영의 남편 정대현의 역할이 크게 부각됩니다. 소설에서는 그냥 병풍으로만 그려졌던 남편이 영화에서는 성대결 논란을 의식했는지 김지영(정유미 분)의 남편 정대현의 역할을 크게 부각해서 조연 위치까지 올려 놓습니다. 정대현은 김지영의 빙의 현상에 속앓이를 하면서 아내 김지영을 뼈속까지 아끼는 애처가로 나옵니다. 

이 정대현의 깊은 애정을 보여주면서 남자들은 적이 아닌 반려자 또는 동반자로 묘사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남자를 정대현으로 담지 않습니다. 김지영이 살면서 만나는 성차별과 성추행에 가까운 일들은 소설의 내용을 순화하거나 비슷하게 그려놓습니다. 

김지영이 당하는(?) 성차별들을 어떻게 한 여자가 다 겪느냐며 작위적이라고 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큐가 아닙니다. 그런식으로 비판하면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은 흥남철수로 시작해서 베트남 전장터에도 가고 독일에 광부로 가는 일이 현실적으로 느껴지나요? 어떤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확률적으로 낮다고 해도 실제로 일어났고 일어날법한 일들을  묶어서 소개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다른 논픽션 영화들을 보세요.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합니까? 김지영씨가 겪는 그 성차별 이야기가 비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실제로 김지영씨보다 더 심한 일을 당한 여자 분들도 많으니까요. 

그럼에도 성대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영화는 남편 정대현을 적이 아닌 김지영의 반려자로 묘사합니다. 남자는 적이 아닌 반려자이고 남자들의 삐뚫어진 성의식을 정대현을 통해서 얼마나 삐뚤어졌는지를 보여줍니다. 


너만 힘들어가 아닌 너도 힘들구나!가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

난 엄마가 이러저러해서 좋아!라고 말하면 그럼 아빠는 싫다는 거야? 왜 싫은데라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를 좋아하면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왜 싫어하냐는 논리적 비약의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죠. 엄마를 좋아한다고 아빠를 싫어한다는 논리야 말로 비약이 심합니다. 엄마가 좋다고 아빠가 싫다는 말은 아닙니다. 아빠가 좋을 수도 판단 보류일수도 좋지도 싫지도 않을 수도 싫을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답변이 나올 수 있지만 그 답변을 듣지도 않고 바로 아빠가 왜 싫은데라고 말합니다.

<82년생 김지영>이 한국에서 사는 여자들이 겪는 가정과 사회에서의 차별을 담았다는 이유만으로 남자들도 살기 힘들다는 댓글들이 많이 달립니다. 

이런 태도는 엄마가 좋다고 말한 사람에게 아빠는 왜 싫은데라고 말하는 질문과 같습니다. 또한 나 힘들어!라는 사람 앞에서 너만 힘들어? 나도 힘들어라는 전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싸움 구도로 바꾸는 싸움꾼의 태도이기도 합니다.

"나 힘들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원하는 건 공감입니다. "나 힘들어!"라고 말하면 "너 힘들구나!"라고 토닥여줘야 하는데 여기에 논리 들이밀면서 "너만 힘들어? 나도 힘들어"라고 하면 싸움나죠. 정 내 입장도 말하고 싶으면 "나 힘들어!"라는 사람에게 "너 힘들구나. 그래 고생이 많어 그런데 요즘 나도 이러저러해서 힘들어"하면서 같은 방향을 봐야 합니다.

쌍심지를 켜고 마주 보는 것이 아닌 서로 같은 방향을 보면서 서로의 고통을 들어주면 고통은 반으로 줍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한국에서 사는 여성들의 고통을 같은 방향에서 바라봐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 여성에는 우리들의 어머니와 할머니도 포함됩니다. 특히 김지영의 어머니의 이야기는 성별을 떠나서 마음 아프고 뭉클하게 합니다. 

주연 배우급 공유가 조연으로 출연하게 된 이유도 김지영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라고 하죠. 여자에는 어머니가 부분집합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성대결의 영화가 아닌 한국인의 반인 여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고통을 공감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영화도 소설도 안 보고 안 읽은 분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삿대질을 합니다. 


남자들의 마음을 여는 키워드는 남동생

자기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어느날 한남이라는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말로 공격을 당합니다. 실제로 편향된 시선을 가진 여성우월주의자들이 한국 남자를 비하하기 위해서 한남이라고 부릅니다. 저도 남자지만 욕 먹을 남자 정말 많습니다. 추잡하고 더러운 시선을 가진 한국 남자들 꽤 많습니다. 

저도 그런 삐뚤어진 성의식을 가진 한국 남자들 사이에서 살았으니까요. 그러나 모든 한국 남자들이 그런 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건 시대가 변하면서 한국 남자들의 삐뚤어진 성의식도 점점 변하고 있고 저 같이 저급한 성의식을 가진 남자들을 남자들이 지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내부 비판의 목소리를 여자 분들이 응원해 주시면 더 빨리 저급한 성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사라질 겁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의 남편 정대현도 저급한 성의식을 가진 남자들 무리 속에 끼어 있습니다. 다만 대놓고 잘못했다고 말은 못하고 소심하게 커피를 엎지르기만 합니다. 아직까지는 이게 현실입니다. 대놓고 남자들의 삐뚤어진 성의식의 음담패설을 막지 못합니다. 그러나 서서히 변해가고 있으니 애정어린 시선으로 봐줬으면 합니다. 

그런데 한국 남자들을 싸잡아서 한남으로 비하하고 조롱하면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남자들까지도 화 나게 만듭니다. 여자들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던 사람도 감정이 생기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은 <82년생 김지영> 리뷰에서 거론하지 않는 인물에서 이런 남녀 대결 구도를 풀어줄 열쇠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김지영의 남동생 지석(김성철 분)입니다. 지석은 막내 아들이자 김지영 집안의 유일한 아들입니다. 막내이자 아들이라서 오냐오냐 하면서 응석받이로 자랍니다.

아버지는 해외 출장가서 지석에게만 만년필 선물을 해줍니다. 전형적인 노인분들의 남존여비 사상이죠. 지석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아들을 선호하는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자랐을 뿐입니다. 그러나 누나인 김지영과 김은영은 그런 대우를 못마땅해 합니다. 

철부지 같던 김지석이 누나인 김지영이 빙의 현상을 겪고 고통 받는 것을 알게 되자 자신이 받은 대접을 서서히 깨닫게 됩니다. 이 과정이 아주 많이 담기거나 매끄럽게 담긴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석이 당연시 했던 대접들이 누군가에게는 불평등하게 느껴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만년필을 김지영 누나에게 주죠.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한국 남자들이 남동생 같습니다. 당연시하던 대접을 불평등하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그냥 사회가 집에서 받는 대우를 여자들이 불공평하고 불평등하게 느낀다는 것을 크게 인지하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남 소리를 들으면 발끈하게 됩니다. 

알게 해줘야 합니다. 남동생이 깨닫는 것처럼 한국 남자들이 대접 받는 내용을 알게 해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불평등 사례를 차분한 말로 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변할 것입니다. 동시에 한국 남자들이 느끼는 고통도 들어줘야 합니다. 고통은 공감으로 치유됩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는 고통을 서로 너 때문이라고 손가락질 하고 있습니다. 

오늘 개봉하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싼 별점 테러만 봐도 가망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무리에도 그 무리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힘을 실어줘야 정화가 됩니다. 장벽을 쌓고 투석전을 해봐야 서로 머리만 깨집니다. 나와 너, 남과 여라는 성벽을 쌓지 말고 서로 어깨를 기대고 같은 방향을 봤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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