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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유열의 음악앨범 정해인이 김고은이 탄 차를 따라가던 촬영지

by 썬도그 2019.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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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온 한국영화들 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영화는 <기생충> 말고는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그냥 다 그랬습니다. 그래서 매주 1편 이상 영화를 보던 발길도 뜸해져서 이제는 1달에 1편 정도 밖에 안 봅니다. 대신 영화관 갈 돈으로 넷플릭스에서 미드나 오리지널 콘텐츠나 무제한 영화 서비스에서 흘러간 명작 영화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좀 다릅니다. 영화를 볼 때는 푹 빠져서 그 시절 갬성에 푹 젖어서 봤지만 영화가 끝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조악한 스토리와 연출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스토리는 정말 엉성하고 개연성 없고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졌음에도 정해인과 김고은의 캐미가 너무 좋아서 볼 때는 푹 빠져서 봤네요.

그냥저냥 볼만하고 특히 두 주인공이 1974년 생으로 40대 중반인 중년들에게는 옛 추억에 푹 젖게 합니다. 저도 영화를 보면서 그 90년대 초의 사랑들을 떠올리면서 봤습니다. 이렇게 90년대 갬성과 그 시절 추억의 사랑들에 푹 빠지게 한 것은 두 주연 배우의 뛰어난 캐미와 함께 그 상황에 딱 들어맞는 가사를 가진 그 시절 노래들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영화를 본지 1달이 지나가는데 지금도 <유열의 음악앨범> 앓이를 살짝하고 있습니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추천하기 어려운 영화이지만 위 장면은 올해 상영한 한국 영화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입니다. 누나들의 맴찢 장면으로도 유명하죠. 이 장면을 보면서 그 시절 저의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20대 아무것도 없던 시절. 비싸고 멋진 외제차도 여유도 없던 그 시절, 모든 것을 가진 듯한 나이 많은 아저씨를 연적으로 만나면 할 수 있는 건 달리기 밖에 없습니다. 돈 많은 아저씨에게 내가 사랑하던 사람을 빼앗기는 상징과 같은 장면이기도 합니다. 저도 보면서 맴이 찢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 제가 아주 잘 아는 골목길입니다. 

먼저 현우(정해인 분)이 출판사 사장인 종우(박해준 분)와 대화를 나누던 곳은 삼청동 초입에 있는 김영사 사옥입니다. 

빨간 지붕에 하얀색 건물이 김영사 사옥입니다. 

가까이가서 보면 입구에 작은 샵이 있고 옆에 대문이 있습니다. 


현우와 미수가 우연히 만난 곳이기도 하죠. 영화 스토리는 우연의 남발이었습니다. 서로 보고 싶다 해놓고 일이 생겨서 만나지 못한 두 사람이 3년이 지난 후에 우연히 이 출판사 건물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 관계가 되었지만 현우의 밝히고 싶지 않은 과거 때문에 헤어지게 됩니다. 그 과정이 고구마 100개 먹은 듯 답답했고 영화의 완성도에 큰 흠을 냅니다.


김영사 건물에서 촬영한 이 장면에서 현우는 미수가 다니는 출판사 사장 종우에게 

"난 대표님이 싫어요"라는 너무 직설적인 대사를 칩니다. 이 대사는 좀 오글거립니다. 쑥맥같은 현우가 뜬금없이 너무 직설적인 말을 합니다. 


이 김영사 앞에는 '몸과 마음의 양식당'이라는 라이프 샵이 있습니다. 김영사 건물은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지만 이 곳은 마음껏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외제차를 몰고 사장 종우는 출판사에서 나와서 북촌 한옥마을 방향으로 올라갑니다. 이에 현우는 뒤 따라와서 대표님 따라가면 미수 만날 수 있냐고 애원하는 듯한 말을 합니다. 사장 종우는 따라올 생각이냐고 말하고 그냥 액셀을 밟아서 나아갑니다. 

제가 이 맴찢 시퀀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영화속 시간과 실제 시간이 동일합니다. 편집해서 다른 공간으로 배치할 수도 있지만 그냥 실시간으로 촬영한 영상이 들 정도로 동선이 실제와 동일합니다. 


현우가 사장 떠나가는 종우의 차를 바라보던 길이 종로구 북촌로입니다. 4차선 도로로 이 일대에서 가장 큰 대로입니다. 왼쪽에는 그 유명한 북촌 한옥마을이 있고 오른쪽으로도 가회동 한옥마을이 있습니다. 


그렇게 현우(정해인 분)은 사장 종우의 차를 따라가기 시작하면서 '루시드 폴'의 '오 사랑'이라는 노래가 흐릅니다. 이 영화는 영화 장면과 가사 싱크로율이 높아서 가사를 한걸음 한걸음 따라가게 됩니다. 


현우가 달리기 시작한 길은 북촌로에서 창덕궁 담벼락으로 이어지는 창덕궁로입니다. 


초입이 언덕길이지만 가파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내리막길이 나옵니다. 


촬영 당시는 초여름으로 보입니다. 저 멀리 현우(정해인 분)이 보이네요. 여기는 중앙고등학교 앞으로 한류의 시조새였던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이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거의 사라져서 큰 인기가 없지만 5~6년 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이 겨울연가 촬영지라서 많이 찾았습니다. 

겨울연가 버프는 사라졌지만 중앙고등학교 앞길인 계동길은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그래서 주말에는 관광객들로 꽉 찹니다. 

이 계동길 창덕궁길이 좋은 이유는 한옥 건물들이 꽤 많습니다. 최근에 만들어진 이 카페도 한옥 카페네요. 전통 한옥은 2층 건물이 보기 어려우니 한옥풍 건물이라고 해야 맞겠네요. 

이 중앙고등학교 안에는 인문학 박물관이 있는데 꽤 볼만하고 학교도 일제시대에 지어져서 꽤 예쁩니다. 비록 친일파가 지은 학교라는 오명이 있지만요.

설립자는 고려대를 만든 인촌 김성수입니다. 이분은 다른 친일파들과 비슷하고 일제강점기 초입에는 독립운동을 지지하다가 일제강점기가 끝나갈 즈음에 변절을 한 후 친일파가 됩니다. 아마도 일제 시대가 영원할 줄 알았나 봅니다.


이 중앙고등학교 앞을 지나서 현우가 달려갑니다. 


이 길이 참 예쁩니다. 특히 오후 늦게 저녁 노을이 내리면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듭니다. 이게 가능할 수 있는 게 이 북촌 한옥마을 인근은 아파트가 없습니다. 경복궁 인근이고 청와대도 가깝고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아파트를 지을 수 없습니다. 덕분에 하늘을 많이 볼 수 있고 계절 변화와 날씨 변화에 직접 노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자주 가도 매번 다른 느낌입니다. 


낮게 드리운 햇살이 붉게 물들고 있네요. 이래서 제가 이 근처에 자주 오고 기회가 된다면 이 근처에서 살고 싶습니다. 


중앙고등학교를 지나서 다시 언덕길이 나오는데 언덕길 이후로는 긴 내리막길이 나옵니다. 멀리서 현우(정해인 분)가 미수(김고은 분)을 부르면서 내려옵니다. 


이길입니다. 계동길 인근은 유동인구가 많고 관광객들이많지만 이 길은 평상시에도 유동인구가 없을 정도로 한적합니다. 

자신을 부르는 현우를 본 미수 그러나 사장인 종우의 차를 탑니다. 

이 길은 창덕궁 담벼락을 끼고 있는 곳으로 한옥이 가득합니다. 


여기에는 작은 빵집이 있습니다. 바로 '베이커리 이로울리'입니다. 이름 참 예쁩니다. 


여기도 참 많이 변했습니다. 수년 전에는 한 작은 갤러리가 있던 곳인데 빈 곳으로 있다가 다시 빵집이 되었네요. 여기는 유동인구가 적어서 동네 분 아니면 장사하기 쉽지 않아요. 그러나 이 중앙고등학교 뒷쪽 원서동 쪽은 볼 곳이 꽤 많습니다. 

국내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 가옥도 있습니다. 여기 무료 개방이니 꼭 들려 보세요. 한옥 구경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몰라서인지 방문객은 많지 않아요. 

고희동 가옥 뒤쪽으로도 한옥이 가득합니다. 

화단에 버려진 액자도 흥미로운 곳이 원서동입니다. 버린것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원서동은 창덕궁 정문에서 왼쪽 돌담길을 끼고 있는 동네로 유동인구가 없어서 한적한 곳입니다. 


계속 따라오는 현우를 룸 미러로 본 종우는 미수에게 잠깐 세워줄까 하는 말을 합니다. 


이에 미수는 울면서 네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은 좀 이해가 안 갑니다. 어떻게 보면 돈 많은 사장, 안정되고 불안해 하지 않은 사장과 연인이 된 미수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항상 어둡기만 한 현우 그러나 사랑하는 현우의 곁을 떠나야 현우가 어두운 과거를 떨쳐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 미수가 사장 종우에게 부탁해서 연출을 한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야 현우가 더 이상 달려오지 않으니까요. 

물론 영화는 그런 과정을 담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너무 설명하지 않아서 알송달송한 장면이 너무 많고 공감이 되지 않는 장면이 많습니다. 이 장면에서도  알송달송한 캐릭터가 미수입니다. 

원서동의 골목입니다. 저 멀리 리모델링을 하는 건물이 있네요. 

서울에서 보기 어려운 돌담을 낀 놀이터도 있습니다. 아주 작은 공원 겸 아이들 놀이터네요. 원래 여기 아이들 놀이기구 있던 것으로 아는데 없어졌네요. 


작은 갤러리도 만날 수 있습니다. 


참 원서동 다운 풍경입니다. 왼쪽은 원더 비지터라는 옷가게입니다. 그 옆에 BBQ 치킨집이 있네요. 두 이미지는 상이하게 다르고 인테리어도 다릅니다. 


사장 종우의 차가 선 곳은 창덕궁 돌담길입니다. 

주차장인 이 길은 여러모로 참 아쉽습니다. 먼저 고궁의 돌담길이 주는 운치는 엄청납니다. 간결하고 단단하고 멋진 패턴을 가진 한국의 돌담. 그런데 이걸 자동차 주차장으로 활용하다뇨. 아무리 주차장이 협소한 서울 도심이지만 이걸 관광자원 또는 걷고 싶은 길로 만들면 좋은데 서울에서는 사람보다 상전이 자동차님입니다. 자동차님들에게 공간을 상납했네요. 


 이 길을 현우가 달려옵니다. 


차에서 내린 미수에게 현우는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미수는 마음이 떠났습니다. 아니 떠나야 합니다. 뛰지말라고 다독이는 미수. 이 장면 이후 둘은 헤어집니다. 보통 여기까지 본 사람들은 가슴아프게 헤어졌구나하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다음 장면에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전 그 장면이 다소 당혹스러웠습니다. 너무 반전이 심해서요. 그래서 제가 이 장면을 역으로 해석했습니다. 헤어지는 장면이지만 그게 사장과 미수가 연인이 되어서 헤어지는 것이 아닌 과거에 머물러 있는 현우를 위해서 위장 이별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러니 한결 이해하기 편하고 부드러워지네요.

명장면이자 꽤 좋았던 장면입니다. 무엇보다 라이브 방송처럼 실제의 거리를 왜곡하지 않고 담았습니다. 북촌로에서 창덕궁길로 이어지는 약  1.5km 되는 길을 현우가 차를 따라가는 장면은 꽤 상징적입니다. 여기에 루시드 폴의 '오 사랑'이라는 노래도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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