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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내리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선물>

by 썬도그 2019.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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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참 볼 만한 영화가 없습니다. 1주일에 1편 이상 개봉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던 저도 요즘은 1달에 1~2편 정도만 봅니다. 그럼에도 볼만한 영화를 뒤적이다가 10월 28일 개봉하는 영화 <선물>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신하균과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로 유명한 허진호 감독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 예매를 하려고 했는데 예매를 할 수 없습니다. 왜?라는 생각이 들어서 검색을 해보니 이 영화는 유튜브에서 개봉하는 영화네요.

아시는 분은 많지 않지만 삼성전자는 매년 1편의 중편 영화를 소개합니다. 삼성전자가 제작을 하는 영화라서 삼성전자의 사회에 대한 기술 공헌을 담는 영화들입니다. 보통 대기업이 홍보용으로 만드는 영화들은 제품 광고의 느낌이 강하죠. 그러나 그런 편견을 깨는 영화를 2017년 12월에 유튜브를 통해서 소개된 <두개의 빛 : 릴루미노>입니다.


이 영화는 한지민의 재발견이었습니다. 예쁜 배우로만 인식하던 배우였는데 시각 장애인을 연기하는 한지민의 놀라운 연기에 크게 놀랐습니다. 한지민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영화는 삼성전자가 제작한 홍보 영화라고 하기엔 완성도가 엄청났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만든 시각장애인을 위한 고글형 시각 보조 도구를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하기엔 영화 품격이 너무 높았습니다. 안 보신 분은 이 기회에 꼭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영화를 보면서 허진호의 부활을 느꼈습니다. 허진호 감독은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지만 최근에는 너무 상업적인 영화 그리고 허진호 감독이 잘하는 잔잔한 멜로물이 아닌 역사극을 담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두개의 빛 : 릴루미노>는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의 그 허진호 감독의 부활을 느끼게 한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2018년에 소개한 변요한 주연의 <월컴 투 동막골>을 연출한 박광현에서 개명한 배종 감독이 연출한 <별리섬>은 별로였습니다. 그리고 2019년 10월 28일 삼성전자는 다시 허진호 감독에게 연출을 맡긴 <선물>을 선보였습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영화 <선물>은 <두개의 빛 : 릴루미노> 보다는 못합니다. 완성도도 높지 못하고요.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옛 생각도 나고 여러가지로 흐뭇한 내용이 있네요. 

영화 내용을 소개하면 1925년에 태어난 신하균이 별동별이 내리던 날 2019년으로 타임워프를 합니다. EXO의 수호(김준면)과 김슬기 유수민은 청년 창업자로 소방관을 위한 휴대용 열화상 카메라를 제조하지만 매번 실패를 합니다. 신하균이 운영하던 전자회사 공장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날 1969년에서 2019년으로 무려 5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 넘습니다. 

신하균은 2019년으로 시간 여행을 한 것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3명의 전자공학도 청년들은 이 신하균이 공장 주인 아저씨인 줄 알았지만 월세를 받으러 온 아줌마의 남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내 쫒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신하균은 자신의 공장이라고 나가지 않습니다.

그렇게 불편한 동거를 하면서 신하균은 이 청년들의 열화상 카메라 제조에 도움을 줍니다. 


신하균은 청년들의 열화상 카메라를 만드는 과정의 열정을 보면서 이 청년들을 도와줍니다. 그렇게 청년들을 도와주면서 세대를 넘는 전자공학도 사이의 깊은 신뢰를 구축합니다. 그러다 신하균은 다시 별똥별이 내리던 날 사라지게 됩니다. 과거에서 온 증조 할아버지 같은 신하균이 떠나고 청년들도 밀린 월세에 밀려서 공장에서 떠납니다. 

그런데 떠나려는 청년들에게 한 통의 문자가 옵니다. 무려 1억원이라는 후원금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지원금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청년들은 온갖 제품을 다 만들 수 있는 꿈의 공간인 랩에서 희망을 보게 됩니다. 그 희망 뒤에는 흑백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신하균을 발견하게 됩니다. 


영화 <선물>은 내러티브가 여러모로 좀 엉성합니다. 먼저 신하균은 국내 최초 PCB 기판을 만드는 분으로 나오는데 전자 공학자가 아닌 전기 기술자로 묘사하는 부분은 인상이 써지네요. 전기와 전자는 분명 다른 분야인데요. 

또한 신하균이 1969년에서 2019년으로 시간 여행을 온 이유도 다시 돌아간 이유도 명확하지 않고 그냥 왔다가 갑니다. 오고 가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2019년에 왔으면 대선배의 혜안으로 소방용 열화상 카메라 제작의 어려움에 봉착한 청년들에게 팁이라도 줘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습니다. 


<두개의 빛 : 릴루미노>가 워낙 완성도가 높고 스토리도 좋았는데 이 <선물>은 스토리를 누가 썼는지 너무 허술하네요. 여기에 화재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터블 소방용 열화상 카메라는 2016년 한 소방관의 아이디어로 최근에 삼성전자가 상용품으로 만들어서 각 소방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효과가 아주 좋다고 소방관들이 아주 좋아하고 있죠.

그럼 이런 좋은 소재를 영화가 잘 녹여냈으면 했는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처음에는 소방관을 위한 열화상 카메라를 제작하다가 완성을 보여주지 않고 끝납니다. 여백의 미라고 하기엔 좀 무성의해 보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습니다. 저는 잘 몰랐는데 인기 아이돌 그룹 EXO의 수호가 주연으로 출연했습니다. 똘똘해 보이는 청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돌 가수였네요. 여기에 김슬기의 연기도 꽤 좋았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완성도도 낮고 스토리도 별로네요. 기대하고 봐서 그런지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유일하게 큰 울분이 터진 것은 공장 장면입니다. 수호와 김슬기가 자신들의 열화상 카메라 제작을 위해서 3D프린트를 맡깁니다. 그런데 케이스에 카메라가 들어가지 않자 다시 만들어 달라고 요구를 합니다. 이에 공장 인부는 50만원을 더 내라고 합니다. 

여기서 확 꼭지가 돌았습니다. 제가 대학교 시절에 저런 나쁜 어른들을 꽤 만났습니다. 인덕원 빵공장에서 매일 밤마다 4시간씩 일하면서 돈을 벌었습니다. 월급날 흰 봉투에 넣어주기에 확인도 안 하고 집에 가져와서 보니 10만원이나 빕니다. 그래서 다음날 따지러 갔더니 딱 잡아 땝니다. 그제서야 알았죠. 날강도 같은 인간들이 세상에 많구나

또 한 번은 평화시장에서 동아리T를 100벌 주문했는데 이번에도 확인을 안 했습니다. 멍청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설마 거짓말을 할까하고 가져왔죠. 그런데 80벌만 있었습니다. 세상 쓴 경험은 어른들에게 다 배우고 이후로는 어떤 물건을 주고 받을 때 그 자리에서 다 확인하고 거래를 합니다. 이래서 한국은 사기꾼이 많고 저신뢰사회라고 하나 봅니다. 

요즘도 어리숙한 대학생들 등쳐 먹는 어른 새끼들 참 많습니다. 

다만 모든 어른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분명 좋은 어른들도 있으니까요. 신하균이 바로 그 좋은 어른입니다. 좋은 어른의 내리 사랑을 볼 수 있는 영화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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