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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못난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보석으로 만든 영화 82년생 김지영

by 썬도그 2019.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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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러가지로 안 좋은 소식만 들리네요. 설리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네요. 연예인들의 삶을 돌아보면서 저도 우울해지네요. 그런데 이 설리를 남자들이 죽였다는 소리가 있어서 뭔가 봤습니다. 알아보니 설리의 노브라에 대한 발언 때문에 남자들이 발끈했다는 이야기를 뉴스에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노브라를 하던 말던 그걸 왜 신경 쓰는 지 모르겠어요. 이 노브라는 최근 여성들이 주장하는 '탈코르셋 운동'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몸에 대한 주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운동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21세기에 초등학생들이나 하는 성대결을 극렬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건 아닌 사건이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입니다. 


신문기사를 짜집기 한 듯한 조잡한 소설 82년생 김지영

100만 부나 팔린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한 여자 가수가 읽었다고 엄청난 악플을 받는 것을 보고 좀 놀랬습니다. 금서도 아니고 사회 문제를 다룬 소설만 읽어도 욕을 먹을 수 있나? 책이 어떤 내용인지 참 궁금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제가 이 책을 읽겠다고 하자 몇 분이 안 좋은 책이라는 식으로 댓글을 남기시더군요. 읽어 보셨냐고 물어보니 읽어보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읽어보지도 않고 읽지 말라고 하는 책! 왜 이렇게 이 책을 혐오할까요? 더 궁금해서 근처 도서관에서 <82년생 김지영>을 대출 받아서 빌려 봤습니다. 대출이 쉽지 않았습니다. 뭔 이리 인기가 많은지 모든 책이 대출 중이었고 며칠 기다려서 겨우 책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랐습니다. 와~ 이런 소설이었구나. 이런 소설이 100만 부나 팔렸구나라는 장탄식이 터져 나왔습니다. 책이 너무 조악합니다. 82년생 김지영씨가 태어나고 자라는 33년의 시간을 시간 순으로 담은 책입니다. 82년생 김지영씨가 태어나고 나고 자라면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겪은 여성들의 불평등을 담백하고 지루하게 담은 소설입니다. 

각 에피소드들은 과거와 최근의 뉴스 기사를 참고해서 급조해서 넣은 티가 역력했습니다. 작가 본인의 경험과 사회 이슈가 된 부분을 신문 기사를 참고해서 조합한 조잡한 책입니다. 제가 조잡하다는 이유는 책 수준이 뉴스 기사에 가상 캐릭터를 넣은 수준 밖에 안 됩니다. 특히 김지영씨의 빙의 현상이 유일한 특이 사항이자 관심을 주는 부분인데 이 빙의 현상이 어떻게 해결되었다는 설명이 없이 그냥 끝냅니다. 무책임한 결말에 황당했습니다. 

중간까지 읽다가 설마 이런식으로 계속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수시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민음사인데 민음사라면 이런 수준의 필력을 가진 작가에게 책 출판을 의뢰하지 않을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냥 다른 출판사 책이라면 기대치를 낮춰서 읽을만한 책이지만 민음사 책이라고 하기엔 깊이가 너무 없었습니다. 

책 내용도 별거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여성들의 불평등에 대한 에피소드가 가득한데 누구나 한 번 이상 지켜보고 겪어본 그냥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냥 그런 이야기지만 이걸 얼마나 공감이라는 진동을 잘 울려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진동을 하느냐가 중요한데 저에게는 공감의 진동이 같이 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려 1백만이나 되는 분들이 책을 구매했다는 건, 저는 혹독한 비판을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에 크게 감동하고 공감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이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영화로 만들어졌고 10월 23일 개봉을 합니다. 


소설과 달리 너무 잘 만들어진 영화 <82년생 김지영>

같은 이야기가 맞나 할 정도로 각색이 너무 잘 되었습니다. 시나리오 작가가 누군가 살펴봤더니 유영아 작가네요. 유영아 작가는 영화 형, 코리아, 파파로티 등의 각본과 함께 너의 결혼식, 타워, 7번방의 선물 같은 영화를 각색하고 드라마 남자친구의 극본을 쓴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는 분입니다. 

추가 : 댓글로 이 영화의 감독인 김도영 감독과 김효민 작가가 디테일 부분을 다듬었다고 하네요. 공동 작업을 했네요. 

먼저 소설 <82년생 김지영>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차이점은 이야기 구조가 다릅니다. 영화나 소설 모두 2015년 현재의 유부녀 82년생 김지영을 보여줍니다. 이 김지영씨가 어머니가 되었다가 선배 차승연이 되었다가 하는 빙의 증상을 보여주는 것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후부터 영화와 소설은 큰 차이를 보여줍니다. 

소설은 빙의 증상을 보이는 현재의 김지영을 보여주면서 바로 김지영의 1982년부터 보여줍니다. 이후 소설이 끝났때 까지 빙의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아니 왜 빙의라는 초현상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그 소재를 사용한 이유를 전혀 설명하지 않고 끝납니다. 반면 영화는 2015년을 사는 김지영을 보여주면서 플래시백을 통해서 김지영의 학창시절과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는 가정과 사회에서의 여사로서 살면서 느끼는 불평등을 차분하면서 강단있게 보여줍니다. 


제가 소설을 혹평한 이유는 오로지 김지영이 겪는 불평등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나 영화는 좀 더 입체적입니다. 먼저 주연급 배우지만 과감하게 조연으로 나오는 공유가 연기하는 남편 정대현과 함께 김지영의 어머니인 미숙(김미경 분)과 언니와 남동생의 역할을 부풀려서 보여줍니다. 

이야기가 좀 더 풍성하고 이야기의 레이어가 풍성합니다. 특히 지영의 어머니 미숙의 이야기가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이야기를 풍요롭게 꾸며줍니다. 각색이 무척 잘 된 영화입니다. 2D 소설을 3D로 묘사할 정도로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살면서 겪는 한 가정의 반인 여자들의 삶을 어머니, 언니 그리고 김지영을 통해서 입체적으로 담습니다. 


남자를 적으로 담지 않으면서도 여성이 겪는 불평등의 고통을 잘 담은 영화 

<82년생 김지영>

많은 남자분들이 이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페미니즘 영화 맞습니다. 그러나 남자분들이 혐오하는 극단적 페미니즘인 꼴페미나 여성우월주의 영화는 아닙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겪는 우리 여동생 또는 누나 엄마들이 겪은 불평등을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런 남녀평등주의를 담기 위해서 소설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남편 정대현(공유 분)의 역할을 크게 부각합니다. 배우 공유는 주연급 배우이지만 주연이 아닌 조연임에도 시나리오를 읽고 흥쾌히 허락했다고 하죠.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남편 정대현이 자신의 어머니 앞에서 김지영이 장모로 빙의한 모습으로 시작해서 자신이 짝사랑했던 대학 동아리 선배로 빙의한 아내 김지영을 보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아내의 까닭모를 빙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마음 아파하는 남편 정대현을 통해서 아내를 극진히 사랑하는 모습을 잔잔하게 깔아 줍니다. 

여기에 김지영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이 가득해서 영화를 보면서 여성우월주의도 무례한 남성들만 가득 담아서 성대결로 그리지 않습니다. 물론 무례한 사람들이 나오긴 합니다. 여자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한 사람들과 여자들을 우습게 여기는 남자들도 나오지만 맘충이라고 하는 사람들 속에 여자도 배치해서 여성이 우월하고 남성은 미개하다는 식으로 담고 있지 않습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김지영의 빙의라는 초현실적인 현상을 해결해가면서 김지영이 살면서 겪은 불평등한 사회의 모순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여성 차별을 가득 담은 <82년생 김지영>

임신 출산 때문에 퇴사를 한 김지영(정유미 분)은 남편이 출근한 후 집근처 공원에서 유모차를 끌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지나가던 직장인들이 한가로워 보이는 자신을 보고 팔자 편하다는 말에 분노가 치밉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집에서 전쟁을 치룬 후 나온 건데 속도 모르면서 너무 쉽게 말합니다. 남편 정대현(공유 분)은 그런 김지영의 하소연을 잘 들어줍니다. 김지영은 출산을 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사라졌습니다. 계속 회사를 다니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동네 빵가게에서 알바라도 할까 고민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 정대현은 불같이 화를 냅니다. 아내 김지영이 빙의를 앓고 있어서 일을 하면 큰일 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아내가 놀랄까봐 말을 하지 못합니다. 대현이 아내 김지영의 빙의 현상을 처음 알 게 된 건 명절 때 시어머니 앞에서 장모로 빙의해서 "내 딸도 엄마 보고 싶으니 좀 집으로 보내 주세요"에 알게 됩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자신의 어머니와 장모에게도 알리지 못합니다. 

그렇게 영화는 아내의 빙의 현상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대현과 김지영이 수시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 과거 회상은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비슷합니다. 다른 점은 남동생에 대한 에피소드가 대폭 강화 됩니다. 막내지만 아들이라는 이유로 가정에서 온갖 혜택을 받는 모습을 담는데 이 부분은 소설에 없는 부분입니다. 

여기에 가장 크게 부각되는 부분이 지영의 엄마인 미숙입니다. 시골에서 올라와서 타이밍을 먹으면서 공장에서 재봉질을 했던 미숙은 우리 어머니 또는 할머니 세대들이 겪은 고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 어머니 미숙이라는 캐릭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릴 것으로 예상되고 저 또한 미숙이 딸 지영이 빙의를 목도했을 때의 연기는 눈시울이 저절로 붉어집니다. 

<82년생 김지영>은 이렇게 한국에서 여자로 살면서 겪는 성추행, 성차별, 성민감도가 낮은 사회 인식과 맘충이라고 하는 저급한 사회 기류와 경력 단절의 고통과 엄마로 살면서 꿈을 잃어버린 모습까지 모두 담고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보면 좋은 영화 <82년생 김지영>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혐오하고 금기시하는 사회 풍토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영화에서 소설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소설이 나온 이후에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 영화 <82년생 김지영>도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사람들의 평점 테러가 가해지고 있고 이는 제작진도 배우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렇게 비난 받을 영화도 소설도 아닙니다. 여성이 우월하고 남자를 깔아 뭉개는 저열한 시선이었다면 저도 꼴페미 영화라고 비난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시선은 전혀 없습니다. 남편 정대현을 통해서 남자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닌 남편들과 남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받는 차별과 서러움을 김지영을 통해서 간접 경험하는 시선만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도 소설도 읽지도 않고 비난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 한국 사회가 참으로 건강하지 못한 부분이 점점 더 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남북으로 대치하고 싸우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남녀 성대결로 싸웁니까? 물론 과도한 여성 우월주의는 저도 토악질이 나옵니다. 그러나 여성우월주의와 남녀평등을 외치는 페미니즘과는 구분을 해야죠. 

네 압니다. 이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라고 공격하는 분들은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 확실합니다. 전 그런 분들 중에 아내가 있는 분들이 가장 이해가 안 갑니다. 같이 사는 아내가 여자이고 딸도 있는 분들이 페미니즘을 왜 공격할까요? 그렇게 공격하고 싶으면 아내와 딸과 대화를 좀 해 보세요. 그럼 내 생각이 맞는 지 틀린 건지 뭐가 잘못 된 건지 알 수 있을텐데요. 

대화하기 쑥스럽다면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아내와 딸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한국 여성들의 불합리, 불평등한 세상을 간접 경험했으면 합니다. 모녀가 같이 봐도 좋습니다. 영화 제작사는 모녀 시사회를 개최하고 있고 실제 수요층은 모녀로 잡은 듯합니다. 아무래도 여자들의 이야기라서 여자 분들이 더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남자들이 더 많이 봐야 할 영화입니다. 정유미의 연기도 공유의 연기도 좋습니다. 특히 정유미의 강단 있는 연기는 영화의 힘을 불어 넣습니다. 여기에 어머니 미숙을 연기하는 김미경 배우의 연기는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드네요.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소설이라는 원석을 잘 다듬어서 보석으로 만들어 놓은 <82년생 김지영>입니다

별점 : ★★★☆

40자평 : 소설의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어 놓은 영화 <82년생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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